2020. 2. 23.

박정희가 일산에 드리운 무거운 그늘

일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들어오긴 쉬워도 살아서 나가긴 어렵다는 곳. 김현미 장관을 포함한 일산 주민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강남의 소형아파트를 팔면 일산의 대형 복층아파트에서 살 수 있었지만 이후 두 지역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당시 이주한 많은 주민들이 후회하는 곳이라고 한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3호선이 지나는 지역인데다 녹지도 많고 공기도 좋은데 왜 집값은 오르지 못했을까? 물론 이를 단순히 신도시와 서울의 격차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같은 시기에 지어진 3호선 반대쪽 끝 분당의 경우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호사까지 누린 반면 일산은 소외된 것을 보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계획된 서울의 베드타운들, (시계방향대로) 일산 노원 분당 안양(평촌) 부천(중동) 목동

이는 위치적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선거 나선 노태우는 당시 군사정부 출신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민심을 다잡기 위해 집값 안정을 내세우며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서울 내의 판자촌/공터와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시에 형성된 주 베드타운의 분포를 보면 위와 같다. 서울 중앙을 동작대교 북단으로 잡았을 때 대부분의 베드타운들이 모두 15-20km 이내에 있으나 일산 신도시만은 이보다 좀 더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일산의 집값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거주공간이 부족하자 정부는 서울시 내외의 공터를 택지로 지정해서 개발하기 시작하며 이런 추세는 2010년까지도 이어졌다. 이는 서울 서북권도 마찬가지로 일산과 도심 사이의 상암이나 삼송이 대규모로 개발되기도 했다. 보다 가까운 거리의 아파트 단지들이 차례로 들어서자 베드타운으로써의 일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애초에 도심에서 더 가까운 은평 불광 상암 삼송을 건너 뛰고 일산에 대규모 아파트촌을 건립하게 된 것일까?

그 까닭은 박정희에게 있었다. 북한보다 경제도 열악하고 군사력도 열세였던 1970년대 군사정권의 가장 큰 고민은 자주국방이었고, 당시 독재를 견제하려던 미국과의 마찰이 심해지자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이 없어도 북한을 방어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비록 못살던 시대였지만 6.25때의 지긋지긋한 참호전을 겪었던 탓에 남한의 포병전력은 타 병과대비 상당히 우수했는데 이를 활용해 북한의 남침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방안을 마련했다. 바로 북한의 기갑전력을 서울의 연신내 근방의 좁은 평지로 유인한 뒤 그 곳에 포병화력을 집중해서 초기에 섬멸하는 것. 그리고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는 이런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높은 콘크리트 장애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1970년대에 마련된 이 수도방위계획은 아마 80년대 후반까지 이어져왔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군인 출신이었던 노태우는 이런 군사적 목적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서북부의 베드타운을 좀더 먼 지역인 일산에 짓기로 한 것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후 남한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지속되면서 북한이 대규모 기갑군을 이끌고 남침할 가능성은 보다 줄어들었다. 아마도 현재의 수도방위계획은 당시와는 크게 다르게 수정되었을 것이고 군사적 목적이 줄어든 이 지역들에 고층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추측한다. 그리고 이 공급물량은 앞서 말한대로 일산의 집값에 북한의 기갑전력보다도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고양시는 서울 근교의 인구밀집지역 중에서도 민주당 성향이 가장 강한 곳 중 하나인데, 박정희의 계획이 본의아니게 일산 집값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들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2020. 2. 22.

신천지와 종교탄압

먼저 나는 기독교인으로 자랐기 때문에 신천지와 같은 이단교회에 대한 반감이 대단히 크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포교방식이 어떤지는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 결코 그들을 보호하고자 쓰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 우리나라 헌법 20조 1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월호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소수종교인 구원파를 희생양으로 삼아 그 종교지도자에게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어 객사하게 만들었다. 그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의 방식만큼은 똑같이 닮았다. 정부와 여당지지자들은 소수종교 신천지를 희생양으로 삼아 방역실패(한 적이 없으니 엄밀히 말해 실패는 아니지만)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크기의 지역단체장인 경기도지사 이재명과, 수도의 3선 지역단체장 박원숭시장은 신천지의 집회를 금지하고 교회를 폐쇄하라고 지시했으며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신천지를 엄격하게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종교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물론 예배나 집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방역에 있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특히나 신천지 교인의 확진자가 많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는 신천지 교인만 선별적으로 우한폐렴을 검사했기에 당연한 일이다. 중국 대사관 직원들의 동선을 따라 접촉한 모든 사람을 전수조사한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난 서울에도 이미 지역사회감염이 만연하다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설령 신천지교인들의 감염률이 높다고 쳐도, 전체 433명의 감염자 중에서 신천지교인 244명을 뺀 나머지 189명 중 (통계적으로) 개신교인은 43명 불교는 42명 천주교인은 19명이다. 그럼 왜 모든 교회와 불당 그리고 성당의 미사를 금지하지 않는가. 게다가 종교행사로 대량감염이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로 명륜교회의 예배를 통해 6번확진자는 83번 확진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개신교인들 39명 중 9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왜 그들의 종교집회는 위험의 대상이 아니고 신천지만 문제가 되는가.
  • 가장 위험한 것은 정부가 모든 책임을 신천지에게 돌리며 자신의 실책을 가리는 데에 있다. 애초에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었고 국경을 차단하지 않은 것은 정부 자신이다. 교주 이만희에게 초능력이 있어 우한에서 대구로 바이러스를 직접 텔레포트한 것이 아니라면 31번 확진자 역시 중국인, 혹은 교민이나 여행객에게 옮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 스치는 것 만으로는 전염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한 것은 정부와 대통령 자신 아닌가. 31번 확진환자 역시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요청했으나 보건소는 정부방침대로 검사를 거부했고 그녀는 일상생활을 이어나갔을 뿐이다. 물론 그녀가 정부조사에 비협조적이긴 했지만 이는 3번 확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의사 대신 정부를 믿었다는 것이다. 근데 정부부터 의사협회의 권고를 6번이나 무시하고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활짝 열어두지 않았나. 모든 신천지 교인들을 화형에 처해 바이러스와 함께 불태워 없애도 중국 입국자들을 무방비로 받는 이상 바이러스는 아무런 제약 없이 확산될 것이다.
  • 이단종교의 바이러스 전파. 이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가 있을까. 정부의 실책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부터 심지어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던 사람들까지 모두 신천지를 비난하고 있다. 그 때를 틈타 그들의 교리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이단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출발한 종교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토속종교에서 민족이동과 함께 분파한 유대교는 예수를 거짓 선지자라며 처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로마교회가 탄생했고, 이 둘은 후일 가톨릭과 정교로 갈라졌으며 후에 이슬람교를 낳았다. 또 가톨릭은 신교의 목사들을 이단이라며 불태웠고 그 신교는 신대륙과 식민지로 퍼져나가 수많은 분파를 낳았다. 이처럼 모든 종교는 이단의 낙인을 안고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단종교는 신도의 돈과 시간을 뺏고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세상 어떤 종교가 신자들에게 돈과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가, 또 거짓말을 안 하는 종교가 어디있나. 가톨릭은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는 성경에도 없는 거짓을 가르쳤고 또 근 300여년간 지동설을 부정했다. 기독교의 거짓말이 듣고싶다면 목사님의 손을 이끌고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가 보라. 이단은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다? 가장 많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기독교 목사들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 목사들의 성범죄율은 모든 전문직 중 단연 1등이다.(이전글 중 발췌) 게다가 수녀와 신부들에게 성생활을 금지한 로마교회야말로 가장 악랄한 성 착취 아닌가.
  • (이 글의 주제와 무관하지만)흥미롭게도 종교와 바이러스는 성격이 비슷하다. 모든 종교는 신도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지나치게 요구하게 되면 신도들이 사회활동에 집중할 시간과 자원을 빼앗겨 번성하기가 어렵다. 반면 신도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 신도들은 쉽게 이탈하고 종교를 버린다. 우리나라에서 매주 교회에 가야하는 개신교도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라. 바이러스 역시 숙주의 세포를 갉아먹지만 숙주에게 너무 치명상을 입히면 개체가 죽어버려서 확산하지 못하고, 숙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복제가 더디면 마찬가지로 감염시키기 어렵다. 종교와 바이러스를 분석하면 각각의 최적값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공포와 분노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둘이 결합되었을때 인간은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유대인이 아이를 잡아먹고 금융을 장악해 독일을 몰락시킨다고 믿었던 나치가 그러했고 대지진으로 삶이 무너진 1930년대 관동의 일본인이 조선인을 대하던 태도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의 대중은 그들과 너무나 닮았다. 신천지에 가하는 비난과 정부의 조치는 종교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며 기독교인들의 정신세계를 차용한 그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악마의 시험으로 받아들이며 정신승리에 이르를 것이다. 통나무에 못박아 과다출혈과 탈진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던 잔인한 형벌인 십자가형을 자신들의 종교적 상징으로 받아들인 기독교인들을 보라. 종교는 본디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법이다. 나는 신천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그들과 평생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는 데다, 어차피 이만희가 죽으면 자연스레 사라질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나의 믿음과 자유를 억압하고 조롱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그들 편에 서서 변호하겠다. 뭐 누군가에겐 너도 신천지구나? 라는 한마디로 묵살되겠지만, 그런 무지와 야만과 싸우라고 이제껏 배우고 글을 써 온 것이 아닌가.

우한폐렴(2)

  • 지난 글(링크)에서 나는 두 가지 예측을 했다. 하나는 우한폐렴의 확산 속도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때와는 달리 인플루엔자였던 신종플루에 가깝다고 본 것이고 두번째는 시장의 공포의 절정이 해외에서 첫 사망자가 나올 때라고 본 것이다. 현재 우한폐렴 확진환자는 총 77,816명으로 메르스나 사스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고 해외 첫 사망자는 2월 1일 필리핀에서 나왔다. S&P의 저점이 1월 31일이니 얼추 맞춘 셈이다. 굳이 자화자찬을 꺼내는 것이 방정맞아 보이겠지만 전망이 맞았을 때 재빨리 자랑하는 것은 금융인의 필수 스킬 중 하나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 하지만 미국이나 상해의 주식과는 달리 코스피는 그때로부터 고작 1.5% 밖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한국의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주가도 함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방역을 한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감염이 없을 수가 없고 직선거리로는 우한과 베이징보다 베이징과 서울이 더 가깝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고 대외활동을 권장한 탓에 개인 단위의 방역도 느슨해졌다가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다시 강화되었다. 한국의 상황은 당분간 악화될 것이다. 
  • 19일 이후로 3일간 한국의 확진자 수는 매일 2배씩 늘어 오늘 오후 433명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확산속도는 중국의 초기 확진자 증가세와 매우 유사하다. 비록 중국의 인구가 우리보다 약 27배 더 많지만 아주 초기단계서의 모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첫 확진자가 타인을 감염시키는 속도는 모수가 5천만이든 14억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감염자 한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인구밀도에 달렸는데, 대구의 인구밀도는 중국 우한의 약 2.5배, 서울은 약 15배 가량 되니 훨신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모델을 만들어본 것도 아니고 논문은 읽은 것도 아니지만 짐작컨대 적어도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0.01%도 안되는 단계에서는 전체 인구수의 차이가 확산속도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확진자 수는 당분간 중국의 추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 만약 위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확진자 수는 24일 오후 기준 약 600명에 이르를 것이고 이달 말 약 2500-3000에 도달할 것이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 2월 18일이고 평균 잠복기를 2주로 계산한다면 이런 추세는 3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마 그 뒤로는 중국처럼 우리도 둔화되지 않을까. 반면 사망자의 수는 의료시설 캐파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 중국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다.
  •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의 확진자 수는 이미 크게 둔화했고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어 최초로 2년 연속 큰 폭의 적자재정을 편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를 살펴보아도 전세계의 우한폐렴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는 늘 시장의 낙관론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비관론에 귀 기울여야하고 비관론자들이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를때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솔직한 생각으로는 우리는 아직 그 어느 극단에도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coronavirus 검색어 추이


국내 트렌드를 반영하는 네이버의 검색빈도


2020. 2. 1.

비합리적 공포, 우한독감, 정치 그리고 시장.

 
1.약 3년 반 전, 메르스가 창궐하던 시기에 이런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공포라는 감정은 애초에 합리적일 수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공포가 비합리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다만 두려움을 호소하는 무리와 이성적일 것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진영이 뒤바뀌었을 뿐. 광우병,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로 대중이 국가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공포에 빠졌을 때 너의 불안감은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다며 위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그들을 계몽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도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지 않겠는가. 저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대중은 국가시스템을 본능처럼 의심하고, 음모론을 맹신하며, 마치 조건반사 훈련이 된 파블로프의 개 처럼 보도자료 네글자가 찍힌 하얀 종이를 보면 패닉으로 반응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마치 가득 찬 성냥통처럼 대중은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다.
 
2. 먼저 나는 방역과 바이러스의 전문가가 아님을 밝힌다. 그런 나의 단견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한독감은 사스나 메르스보다 더 큰 공포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스나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긴 했지만 전파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사스는 총 8천여 명을 감염시켰고 메르스는 약 1,600명의 환자를 만들었지만, 현재 우한독감은 확진자만 벌써 11,374명에 이른다.
  •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의 경우 첫 확진자가 나타난 뒤 5개월 간 한국에서만 약 74만 명이 감염되었다. 물론 인플루엔자는 코로나와 아예 다른 바이러스지만 현재까지 진행 경과만 놓고 보면 우한코로나는 신종플루와 같은 확산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 일부는 방역이 뚫린건 아닌지 의심하던데, 애초에 방역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방역의 가장 첫번째 원칙은 사람이나 가축의 이동 통제 아닌가. 하지만 정부는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방역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단 것인가. 뚫렸다는 것은 막긴 했다는 것이다. 막은 적이 없는데 뚫릴 수도 없다. 우한독감 바이러스는 그냥 한국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걸어들어온 것 뿐이다. 참고로 미국은 2월 2일부로 중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잠정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 Johns Hopkins CSSE에서 발표하는 발병자현황(링크)을 보면 발달된 방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확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4시간 전에 비해 홍콩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미국 독일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에서 확진자가 증가했다. 그리고 필리핀 인디아 스웨덴 스리랑카에서 새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잠복기가 1-2주에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1주간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서 확산된 확진자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는 방역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비전문가이기에 위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SARS때와는 달리 훨씬 더 강력하게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확산이 더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사스환자들의 수를 넘어서지 않았나. 그리고 대중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것은 병의 치사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무서운 병"에 걸릴 확률이라는 점이다. 사스로 죽은 사람은 고작 70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수십억을 호가하던 홍콩의 부동산과 시총 수천조를 자랑하던 항셍지수가 폭락했던 것을 기억하자.

3. 문재인정부는 우한독감을 대하며 방역은 물론이고 정치적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자신들이 야당에서 비판할 때 박근혜가 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춘절 기간에 대통령은 휴가를 종료하고 복귀하지도, 과거 포항 지진사태처럼 발빠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도, 중국입국자들을 막아들라는 국민여론과 소통하지 않았다. 비선실세에 대한 의혹이 차올랐을때 박근혜가 개헌카드를 던졌듯 우한독감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을 외쳤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구체적인 대책 없이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세월호의 선장 이준석의 마지막 방송을 떠올렸다. 불필요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그 한마디를.

결정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다음의 두가지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
  • 우한교민들을 격리수용할 후보지가 천안에서 아산과 진천으로 변경하는 혼선이 있었는데 세 후보지는 모두 충청도였다.
  • 평택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으며 정부의 능동감시가 실패해서 발생한 6번째 확진자의 딸이 태안의 어린이 집 교사였고, 경기도 남부권에 거주하는 확진자의 아내와 아들 역시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딸은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이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대표적 swing votes 지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충청도는 전라도보다 인구가 많지만 의석 수나 사회/정치적 영향력은 그에 못미치기 때문에 모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인구밀도가 낮지도 않고 물류의 중심지라 이상적인 격리지역도 아닌 충북에서 후보지를 골랐다는 사실에 충청 유권자들은 분개할 것이다. 그들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공약을 이행하는데 시큰둥하자 배신감에 보수권에 대거 표를 던젔던 경험이 있다. 이번 사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좀 더 침착했더라면 박근혜가 사드를 자신의 지지층인 경북 성주에 배치했던 것처럼 자신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배치했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첫 후보지 천안을 강행했어야 한다. 격리지역 1개가 충청도에서 나오는 것과 후보지 3개 모두 충청도에서 나온 것은 아주 다르니까. 민주당은 충청을 잃었다.

인구 밀집지역인 경기 남부 역시 의석도 많은데 정당별 손바뀜이 잦은 지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젊은 육아 부부들이 많아 커뮤니티를 통한 의견 결집과 전파가 매우 빠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가장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머니들인데 마침 6번째 확진자가 그 공포를 확산시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포는 원래 다 비합리적인 법이다. 하지만 이제 능동감시자에 어린이집 교사가 최소 둘이나 포함되었으니 경기남부 xx맘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마음놓고 기대할 수 만은 없게 되었다. 백명의 적 보다 더 뼈아픈 것은 한명의 배신자인 법인데. 중국에 보낼 마스크를 경기 남부의 어린이집으로 돌렸더라면 지지율의 손실을 최소로 막을 수 있었으리라.

 4. 금융시장의 반응은 강력하고 또 즉각적이었다. 우한독감이 이슈가 된 이후 외국인들이 7 영업일간 약 1.4조의 주식을 팔아치우자 코스피는 약 6.5%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은 1190원을 넘어섰다. 금요일 밤에 미국 주식이 또 한차례 폭락했으니 여의도와 광화문의 월요일 아침은 꽤나 분주할 것이다. 2017년과 같은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다시 한번 기대하던 한국 증시는 예상 외의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있다. 난 아직 우한독감으로 인한 최악의 시점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와 같다.
  •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악재가 터지는 것은 단기에 잦아들기 힘들다. 미국-이란 전쟁이야 트럼프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만 우리가 바이러스에게 퍼지지 말아달라고 빌 수도 없지 않은가.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의 무지이다.
  • 세계 금융시장이 기대하던 낙관론은 중국과 한국의 경기반등에 기반한 부분이 컸는데 지금 우한독감이 그 희망의 핵심을 강타하고 있다. 사망자수가 전혀 증가하지 않더라도 물류와 인구 이동의 통제는 1분기의 각종 경제데이터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퍼질때와 구글트렌드 추이를 비교하면 아직은 두려움의 초기단계로 보인다.   
대중의 공포는 중국 밖, 특히 서구 국가에서 사망자가 나올 때 정점을 찍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무관심했듯) 매스 미디어의 주 소비층인 유럽과 북미 사람들에겐 멀고 기이한 나라, 동아시아에서 사람이 죽는 것과 우리 이웃이 죽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낙관적이어야 할때는 모두가 비관적인 순간이다. 다만 그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





*박근혜와 달리 문재인은 청와대는 왜 충성도가 높아 표 이탈이 적을 전남에 격리지역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엔 이것이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여당 수뇌부와 핵심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했기 때문에 정부가 당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공수처법/울산선거개입 등등의 이슈로 국회의 지원이 절실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을 설득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1. 격리캠프를 전남에 설치해서 표의 손실을 최소화하지 못했고, 2. 격리장소를 민주당의 지역구인 천안으로 밀어붙이지도 못한 채 패닉하며 가까운 충북에서 후보 둘을 고르는 커다란 실수를 범한 것이라 생각한다.  

2020. 1. 24.

순실이 아줌마 미안해

최순실 아줌마, 잘 지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25년 구형했더라. 그 뉴스를 보자마자 아줌마한테 사과 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미안해.

난 아줌마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악당인 줄 알고 욕했어.이제보니 아줌마는 순위권 안에도 못들것 같아. 시덥잖은 사업이나 하다 청와대 대가리 마누라랑 동창이라 금뱃지도 단 손혜원이 처먹는 규모를 보니 참 순실이 아줌마는 통이 작았다 싶네. 목포같은 지방 도시 문화재 가지고도 수십억을 해먹고 정숙이아줌마랑 친구면 청주같은데서도 수천억을 버는데, 아줌마는 세계적 이벤트인 평창올림픽 가지고 고작 10억도 못벌었더라. 그것도 12년 존버한 땅이라며. 한심하게 왜그랬어. 아줌마, 고작 그거 가지곤 요새 청와대에서는 순위권에도 못들어. 혹시 김의겸이라고 알아? 아줌마가 손이 작았던 건지 순박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호스트 고영태랑 놀아났다고 욕해서 미안해. 이제보니 운동권이면 광주 5.18 전야제에 룸싸롱 가서 술집여자 끼고 놀고 그래도 용서받더라고. 또 민주당이면 부하직원 강간하고 추행하고 성기 꺼내 털고 만지고, 여자인턴 데리고 국세로 해외출장다니고 그래도 되는 거였더라. 다 관행이래. 오해래. 그냥 돈내고 남자 불러다 논 아줌마보고 더럽다고 욕했는데 내가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걸 깜박했어. 미안해.

그리고 딸 유라씨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지고 고작 이대 체대 갔는데, 조민은 가라서류로 시험 한번 안보고 sky가고 의대가고 그러더라. 아줌마 남편이 조국이었다면 유라는 전국체전서 동메달만 따도 서울대법대 수석으로 갔을텐데. 지나고 보니 유라 말이 맞았네.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야. 아줌마도 민주당에 줄서지 그랬어. 그럼 김어준이랑 유시민이 #내가 정유라다 #승마여신 이지랄 떨었을텐데.

그리고.. 솔직히 국정농단 사건 터졌을때 대통령 연설문을 대학도 안나온 아줌마가 손봤다는 건 좀 충격이었어. 근데 이번 정부를 3년 겪고 나니까 아줌마가 천재였더라. 박사 하고 교수까지 한 사람들이 아무리 못해도 고졸인 아줌마보단 잘할줄 알았거든. 난 교수들이 그렇게 빡대가리일줄 몰랐어. 경제부터 외교 부동산까지 시원하게 다 말아먹으니 요새 너무 허탈해. 차라리 아줌마가 나라 다스릴때가 나았는데. 순실이 아줌마. 비선 말고 비서실장을 하지 왜 그랬어. 아니, 시발 내가 미안해..

우병우랑 엮여서 검찰 농락한다고도 욕했는데 병우형 알고보니 참 소심한 사람이었더라. 말 안들으면 수십이든 수백이든 죄다 귀양보내고 정 안되면 지가 검찰총장 해서 기소 다 막으면 되는거였는데 왜 법대로 했대.. 또 조국처럼 포토라인 쌩까고 뒷문으로 기어들어가지 왜 빙신같이 굳이 백주 대낮에 당당하게 출두해서 여기자 노려보다 쓸데없이 욕만 처먹고. 게다가 딸은 삼수인가 사수해서 고대갔다며? 조국 딸이 시험 안보고 의대갈때. 또 아들은 운전병 차출된게 특혜라고 까였다면서. 조국 아들은 군대 그냥 안 가던데..

또.. 아줌마 아빠 사이비종교라고 비하해서 미안해. 우리나라 헌법에 종교의 자유도 있는데 아빠가 목사든 스님이든 무당이든 드루이드든 알게 뭐야. 그 왜 요새 헌법 강의하던 못생긴데 안웃긴 개그맨 있잖아. 김제동. 걔는 맨날 앵무새처럼 헌법 1조 1항만 외우고 다니던데 20항에 있는 종교의 자유는 안읽어봤나봐. 특히나 외교고 경제고 다 말아먹는데도 친북, 소주성 외치는 무리들을 보니 어디까지가 종교인지 요새 헷갈려. 그냥 점봐서 정책짜는게 이거보단 나을것 같아. 그럼 운좋게 용한 무당이라도 걸릴수도 있잖아..

휴 여튼 아줌마 요새 날씨도 추운데 깜빵은 더 춥지? 아줌마가 검찰에 출두하는게 생방송될때 억울하다! 한마디 외쳤을때 옆에 지나가던 청소부 아줌마가 "옘병하네" 한마디 했던게 생각이 나. 그 분은 빌딩관리하시던 비정규직 노동자셨는데, 지난 3년간 경제지표 보니 그게 가장 많이 없어진 일자리 중 하나더라. 혹시나 그 분 지금쯤 집에서 "아아 꽃이 진 다음에야 봄인줄 알았읍니다" 이러고 있지 않을까? 나 아줌마가 너무 미운데 미안하기도 하고 시발 내가 무슨소리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그냥 아줌마 외롭지 말라고 깜방동기들 많이 보내줄게. 조금만 기다려. 시발.

2020. 1. 19.

방구석 제갈량들과 부동산

당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참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자신이 병신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발끈하기 전에 적어놓고 외워라. 이 한마디를 기억하는것 만으로 당신의 인생의 다운사이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니까.

부동산에는 이런 병신들이 유난히 많다. 부동산시장은 경제학, 건축기술, 인구구조, 사회학, 주택정책, 통화정책 등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결합된 시장이라 거시적인 예측이 대단히 힘들다. 수십명의 전문가/박사를 보유한 건설연구원이나 KDI를 제외한다면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이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 사람이 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 어려우니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적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복덕방 아줌마와 말도 한번 안 나눠본 초짜들이 부동산 시장이 이리이리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자신이 시장을 바로잡을 일격필살의 비기를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아마 예전부터 봐 왔던 소수의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 자체가 그 병신들과 논쟁하며 똑같은 소리를 하는게 지겨워 아예 완성된 글을 올려놓고 링크만 달기 위해 만든것이다. 이 블로그의 첫 글(링크)이 일본은행이 어떻게 디플레를 초래했는지를 분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그 멍청이들과 논쟁할 일이 없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 없이 내가 옳았다는 것을 시장 가격이 증명해주고 있으므로 굳이 초딩수준의 방구석 제갈량들과 진흙탕에 뒹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빗나간 전망을 고집하는 자존심 센 멍청이들의 전망은 곧 소망이 되고, 그 소망마저 무시당하면 분노하기 시작한다. 한 예로 1998년 역대급 부동산 저점에서 추가폭락을 전망하던 한 연구원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외치다 지쳐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 가입하지 않았나.(링크) 문제는 이 키보드워리어들의 오랜 등신 짓은 결과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더욱 더 깊은 똥통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데에 있다.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그들이 그런 뻘짓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블로그 독자들이 그 멍청이들과 말을 섞는데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 방구석 여포들과 논쟁하는 대신 이 글의 링크를 떡 붙여넣고는 대화를 종료하시라. 당신의 시간은 그보다 가치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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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득세/보유세를 폭발적으로 올리면 집값이 잡힌다.
어느 시장이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거의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조난자에게 물을 팔 때 소비세를 붙여 봤자 가격과 수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금 부동산이 폭등하는 원동력은 공급절벽인데 거기에 세금으로 대응해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수급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부대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 한명의 세입자와 한명의 집주인이 있고, 갑자기 종부세가 부가되었다고 치자. 집주인은 부가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시켜려고 가격을 올리려 하겠지만, 빈 집이 존재할 경우 세입자는 전월세 비용을 올리는 대신 새 집을 매입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빈 집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노숙을 해야한다.(물론 집주인은 월세를 못받겠지만, 월세를 못받는것과 노숙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괴로울까?)  따라서 조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게 된다.

현실사회에서 한 집주인이 전월세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옆집 집주인과의 경쟁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집주인에게 공평하게 비용을 발생시키면 공급자끼리의 경쟁이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이처럼 수요곡선이 비탄력적인 경우 조세의 부과는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과정은 경제학에서도 쉽게 설명되어있으니 심심하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길.(링크)

2. 전세를 없애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사라진다.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기고 필요가 사라지면 점차 소멸한다. 전세 역시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니즈를 만족시켜주기에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링크) 금융시스템이 미개한 나라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담보기반의 P2P대출이 바로 전세시스템이다. 전세시장은 또 하나의 금융시스템이나 다름없고 따라서 전세를 불법으로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는 이야기는 일부 금융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이는 시중은행들 중 약 절반을 강제로 도산시키면 집값이 잡힌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며 베이징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삼성동 지하에서 핵실험을 해도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다. 폭락하는게 집값 하나가 아니어서 문제지. 전세시스템을 없애면 된다는 말은 앞의 예시와 전혀 다를바가 없다. 수요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하면 집값이 잡힌다는 븅신같은 주장.

게다가 앞서 말했듯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에 필연적으로 전세시스템으로 덕을 보는 세입자의 피해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월세는 서울시 신축의 경우 약 1.8-2.5%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임대차 시장의 거의 70% 를 차지하는 전세시스템 덕인데 전세가 모두 소멸하고 월세로 전환된다면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크게 폭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자보다 세후 월세수익률이 높아져 돈 많은 자산가들이 예금을 빼서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니 집값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주택소유구조만 바뀌게 된다. 더 나쁜쪽으로. 임대소득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는 븅신은 1번을 다시 읽고 올것.

3.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면 부동산이 잡힌다.
주택을 공급하는데엔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부자들이다.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다주택 보유를 금지한다고 치자, 그러면 신규주택 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건설사에서 대치동에 새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무주택자가 많지 않으니 미분양을 염려해 사업을 포기할 것이다. 결국 얼마 안되는 무주택자들의 자본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경기도 변두리에나 짓거나 부실시공을 하다, 이윽고 주택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더 낡은 집의 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용적률제한, 분양권전매제한, 임대주택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것은 주택 공급을 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렇게 규제하면 집값이 잡힐것이라는 병신에겐 한가지 질문을 던져라. 그럼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주의국가 북한은 왜 남한보다 못사냐고.

4. 부동산 가격 하락은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적 문제다.
당신이 집이 없다고 해서 모든 서민들이 집이 없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약 58%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 자산의 약 70%는 부동산이다. 게다가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1인 가구 중 상당수가 독립한 자녀로 차후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의 폭락은 서민에게 이득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경제발전의 성과를 서민들의 나눠주는 가장 중요한 루트 중 하나지, 빼앗는 것이 아니다.

5.차후 창의적이고 멍청한 주장을 접하면 다시 업데이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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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부동산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 무슨 배짱으로 각종 괴랄한 정책을 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부동산시장과 정책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혜초스님의 왕오축국전이 발견된 둔황동굴의 나머지 문서 중 상당수는 당나라 시기에 작성된 복잡한 부동산 계약서였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가 인류 5천년 역사상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는 망상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당신이 진짜 제갈량이면 방구석에 있지 않고 천하를 다퉜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이 방구석 뭐시기들에게 감사해야한다. 그들이 모두 우리보다 똑똑했다면 나는 예전 그 가격에 집을 사지 못했을 것 아닌가. 김수현이 참여정부에서 븅신 짓을 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다면 현재 부동산이 이렇게 폭등하지 못했을 것이니, 이 얼마나 고마운 븅신들인가. 다시 한번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이 자애로우신 방구석 제갈량들과 고마운 븅신들에게 감사하며 잠들도록 하자. 부디 진화하지 마시고 오래오래 그따위로 남아주시길.

2020. 1. 11.

독재의 서막

모든 독재는 법을 어겨가면서가 아니라 법을 지배하며 완성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재는 지극히 합법이다. 김일성이 북한의 실정법을 거슬러 권력을 잡았는가? 스탈린이나 히틀러는? 당시의 헌법과 법전에 따르면 그들의 독재는 온전히 합법적 행위였다. 하지만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독재자들은 항상 적법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법의 경계는 민주와 독재를 나누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독재의 서막을 알려주는가.

그 답은 권력의 분산에 있다. 일부 인본주의자들이나 감성넘치는 돌대가리들의 허망한 구호와는 달리(ex. 난 달라) 유전적 다양성이 침팬치의 1/4도 안되는 인간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인간의 본성은 놀랄 정도로 균일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누구에게나 절대 권력을 주면 어김없이 타락한 독재자로 전락했다. 인류는 수천년 간 압제자와 민중간 피의 다툼을 벌인 끝에 이를 깨달았고 근대 민주주의를 완성하던 정치철학자들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권력의 적절한 분산을 강조했다. 우리는 구약성경의 주인공들 처럼, 현인이 벼락처럼 나타나 절대권력을 쥐고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 다른 타락한 인간을 견제하기 위해 정의로운 시늉이라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 인간이 도달 할 수 있는 차선의 경계는 딱 거기까지다.

대한민국 역시 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독재의 시기를 겪지 않았나. 빈번한 독재자의 등장은 권력이 적절히 분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그리고 그 원죄는 행정부, 더 나아가 청와대의 지나친 권력집중에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독재자들은 늘 행정부의 권한을 늘리려고 하고, 독재를 막으려는 이들은 그를 분산하려고 한다. 이 법칙은 현재에도 널리 통용된다. 당신이 박근혜를 지지하든 문재인을 지지하든 , 혹은 김정은이나 허경영을 밀던 간에. 따라서 우리는 시끄러운 정치사안들과 개혁들이 권력이 무게중심을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벌어지는 사건들은 삼권분립의 균형을 반드시, 또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게추는 분명히 행정부(혹은 청와대)로 기울어져 있다. 이는 여당 인사들, 심지어 청와대조차 반대하지 않는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미개한 신민들은 늘 자신이 좋아하는 임금님이 전권을 휘두르기를 바란다. 따라서 과거의 독재자들은 이런 점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했다. 박정희는 자신의 독재를 장기화하는 유신헌법을 두 차례나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이는 압도적인 찬성표(1차 91.5% 2차 73%)를 얻었다. 당시 선거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수치를 조정한다고 해도 그가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더욱이 그의 딸 박근혜가 87년 헌법체제 아래서 유일무이하게 과반을 넘겨 득표한 것을 보아도 그렇지 않나.(나중에 애비랑 다르게 어버버하다 탄핵됐지만)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조국수호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보라. 거기에 어떤 민주적 가치와 삼권분리의 원칙이 있나. 그저 "우리 사랑하는 임금님을 괴롭히다니, 고오얀 것!" 이라며 분노하는 신민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소수 광신도들의 열성적 지지에 힘입어 청와대는 권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재의 서막은 서서히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재자들은 늘 법의 기본 정신이 아니라 껍데기 같은 형식에 치중한다. 정족수를 계산할 때 반올림을 해야한다던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이 그랬고,  현재 헌법을 수호한다는, 그러니 또 체육관대통령을 뽑겠다던 전두환의 호헌조치가 그랬다.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진행한다고 검찰인사를 모조리 다 갈아치우는 법무부의 변명도, 국회인사청문회 보고서를 무시하면서 임명하는 행정부의 변명도 마찬가지로 법의 껍데기를 강조한다. 이는 법에 의거한 적법한 인사권이라고. 하지만 검찰청법이나 인사청문회법이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에게 인사권 행사 시, 국회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라고 명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당신들의 권한은 견제/감시받아야한다는 것이지 듣고 걍 니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의 유치한 말장난이 떠오르지 않나, "야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며", "응 네 소원 정말 잘 듣기만 했는데"

운동권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좋은 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4.19와 6월 항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사건들은 1960년, 그리고 1987년에 일어났다. 이 민주화의 공을 특정 세대에게 돌리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를 무릅쓰면서 분석한다면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 가장 큰 몫은 1940-50년대 출생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링크) 그들은 10대에는 이승만에게 대항해서, 그리고 3040대가 되어서는 전두환에게 대항하여 시위를 이끌었다.(영화 1987에서도 광장을 메운 것은 종북대학생들이 아닌 넥타이부대들이었다.)  현재 여당 지지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40대는 그 두 사건에 기여하기엔, 또 기억하기엔 너무 어렸다. 당신들이 시계를 돌려 이승만, 혹은 전두환의 독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봤더라면 아마 지금 운동권들의 권력독점 시도를 좀 다르게 보지 않았을까.

이 글은 [민주화에 별로 기여한게 없으면서 스스로를] 민주화세대라고 일컫는 이들이 읽기엔 다소 불편할 이야기가 되겠지만, 앞서 말했듯 독재를 낳는 것은 개인의 인성이 아니라 조직의 권력구조이다. 따라서 현 제도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권여당이 내편이 아니라 상대편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는 것 아닐까. 대깨문들이여, 그리고 골수 민주당원들이여. 공수처가 박근혜 정권에서 설치되었다고 생각해보라.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탄압이 우병우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보라. 그 결과가 끔찍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나쁜 개혁이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기존의 정치구조를 바꿔 독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자신의 정치력을 모두 소진해버리고 제거된 뒤, 엉뚱한 사람이 그 과실을 차지했다. 루비콘 강을 넘은 것은 시저였지만 세습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은 옥타비우누스였고, 프랑스 대혁명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은 로베스피에르였지만 역시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현재 권력의 균형을 부수고 있는 것은 문재인이지만 정작 그 독재의 힘을 휘두르는 것은 결코 당신이 반기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나는 문재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실각 후 집권할 그 누군지 모를 미래의 독재자에게 반대하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사법개편 정책을 반대할 뿐이다. 다들 광화문에서 봅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양강 구도보다 삼자대결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를 서기 200년에 깨달은 제갈량은 천재.
**전국적인 사건으로 두 항쟁을 언급한 것이지, 광주항쟁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