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5.

비합리적 공포란 없다-메르스 사태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언론은 완전히 양분되었다.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쪽과, 메르스의 치사율이 생각보다 낮고 보통 독감으로도 매년 몇명이 죽는다며 호들갑 떨지 말라는 쪽. 보수언론으로 알려진 신문들이 후자의 성향을 띄는 경우가 더 많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공격받자,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기 위해 애써 메르스에 대한 공포를 비합리적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공포의 본질을 잊고 있다. 모든 공포는 비합리적이다. 한 해에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하는 사람들이 수십명은 될 테지만, 우리는 계단을 보며 살떨리는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반면 무서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실제적 위험요소라고는 전혀 없는 가상의 2D 영상을 보면서 동공이 수축되고 식은땀을 흘린다. 이는 공포라는 감정의 비합리적 단면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보수언론들이 강조하는 것과 같이), 발병원에 접근한 적이 없는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되어 사망할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내가 쇠망해 가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맞아 죽을 확률도 극히 낮다.(보수언론은 불과 60년전에 내전으로 수십만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6.25가 터지기 약 30여년 전에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인의 5%-1차세계대전의 사상자보다 더 많은 인류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무시한다.) 결국 병균의 위험에 비합리적인 공포를 느낄 것이냐, 아니면 전쟁에 비합리적으로 반응할 것이냐의 문제는 정치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보수언론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인 존재라고 자위하고 있겠지만, 좌파가 전쟁위험을 축소하듯 그들은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공포의 비합리성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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