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5.

집, 당장 사라.-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믿는 이들의 오류

금융시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나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으로) 나는 작년부터 향후 주택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현재도 그렇게 믿는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는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항상 오른다.(유일한 예외는 일본이었는데 이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시장이 가장 크게 움직일 때는 사람들이 잘못된 논리를 바탕으로 잘못된 베팅을 하고 있을때 벌어진다. 따라서 핵심은 1) 왜 우리나라의 부동산이 지난 5년간 부진했는가, 그리고 2) 부동산이 오르지 못할것으로 보는 사람들의 논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이 두가지 질문에 맞춰져 있다.


왜 우리나라 부동산은 부진했나? (그리고 지금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

그 답은 통화량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인플레이션인데,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이 장기적으로 늘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여서, 통화량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다. 따라서 통화량을 살펴보면 전세계의 부동산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1) 한국 시장 혼자 부진한 원인을 알 수 있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통화의 공급이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약 6-10%수준이고 개발 도상국의 증가율은 8-20%수준에서 유지된다. 그러나 아래 차트를 보면, 한국의 통화량(M2)증가율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엔 무려 3%까지 떨어진 뒤, 이후 3년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낮은 통화량 증가율이 유지되면 경제는 자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진다. 디플레에 20년간 빠져있던 일본의 통화증가율은 2-5% 수준이었고 디플레에 빠져 양적 완화를 시작한 유로존의 통화량 증가율이 바로 이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로 지난 3년간 디플레에 빠졌던 것이다.(이를 부정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행 능력은 거의 재앙수준으로, 이웃나라 일본이 그 불행을 맛본 바 있다. 링크

차트 1: 한국의 M2 통화량 증가율

그럼 지금 무엇이 변했는지 보자. M2증가율은 2013년 중반을 기점으로 크게 반등하기 시작해 현재 8%에 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 당국의 정책적 스탠스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통화량은 본원통화와 통화승수의 곱으로 이루어진다. 금융 당국은 한국은행의 팔을 비틀어 본원통화의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무능한 한은은 아직도 매파적인 스탠스를 버리지 못했다)2) 가계대출의 제한을 완화함으로서 통화승수의 반등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부동산 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정부가 계속해서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이상 통화량 증가율은 안정 수준인 6%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차트2: 한국 주택가격 지표(주황색)
이제 통화량 증가율이 6%위에 안착했을때 집값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위 차트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바로 통화량이 6%위로 올라왔을던 시기다. 이 때마다 집값(주황색)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시기가 시작됐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무엇을 잘못 보고 있는가?

이제 두번째 논의로 넘어가자. 부동산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근거를 든다.

1. 국민소득이 늘지 않아 집을 살 수 없다.
2. 인구가 늘지 않아 집을 살 사람이 없다.
3.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해 집값이 오르기 힘들다.

그리고 이 셋은 모두 틀렸다. 먼저 1번은 아예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이다. 국민소득대비 주택 가격은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아래 차트는 한국의 주택 가격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역사상 저점까지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고, 대출시스템도 그 어느때보다 유리하다.3) 따라서 한국인들이 소득이 적어 집을 살 수 없다면, 우리는 역사상 단 한번도 집을 살 정도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된다.

차트3: 주택가격 / 가처분소득
이에 대해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 비하면 한국인들의 소득대비 집값이 높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재화의 가격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4) 그들이 언급하는 나라는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소득대비 주택가격도 낮다.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은 싱가폴과 홍콩의 집값/소득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으며 이 비율은 좀처럼 역전되지 않는다.(인구밀도가 역전되지 않기 때문에.) 참고로 서울의 인구밀도는 싱가폴보다 2.4배, 홍콩보다 2.7배가 높다. 소득과 인구밀도를 모두 고려하면 한국의 집값은 저평가되어 있다. 

낮은 인구증가율도 주택가격 부진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영국, 대만,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과 같은 나라는 인구증가율이 매우 낮지만 주택가격이 모두 크게 올랐다.(심지어 독일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집값은 크게 상승했다) 그 이유는 주택가격은 소득보다 통화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1인가구의 증가로 인구가 줄어도 가구수는 줄지 않고, 소득이 올라갈수록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주택을 여러채 쓰는 트렌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90년대 중반 1가구 1차량이 보편화되면서 자동차 판매 대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올라오자 한 가구가 차를 여러대 보유하며 자동차 판매 대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주택 가격이 오르지 못할것이라는 주장도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약하다. 주택보급률은 현존하는 모든 주택의 수를 합산하여 계산한다. 여기에는 노후화로 버려진 주택이나, 경제둔화로 버려진 지역의 주택들, 혹은 1가구 2주택과 같은 요소를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케이스를 보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이후에도 주택난이 빈번하게 나타났고 주택가격도 계속 상승했다. 싱가폴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90년대 중반에 100%를 넘었지만, 이후 가격은 3배가 뛰었다.

결론적으로, 소득둔화, 주택보급률 100%, 인구증가 둔화와 같은 현상은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지만 이들 나라에서 집 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되려 더 크게 올랐다. 즉 부동산 비관론자들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적 없는 현상이 갑자기 한국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같은 조건아래서는 같은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 조건은 같은데,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비관론자들이 암울한 전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웃나라 일본의 선례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우리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완전히 다르다. 많은 이들은 일본의 집값이 20년간 부진했던 이유로 낮은 인구증가율과 90년대 이전 극심한 버블을 꼽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틀린 분석이다. 인구증가율은 독일이나 네덜란드가 더 낮으며, 80년대 일본 부동산은 확연한 버블이었지만 그 정도 버블은 대다수 경제대국들이 다 한번씩은 겪었다. 그러나 유독 일본만 장기디플레를 겪었으니, 앞서 말한 인구감소와 버블이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트 5 미국(흰색) 일본(주황색) 영국(초록색)의 통화량 증가율

실제 이유는 일본 중앙은행이 90년대 이래 쭉 지나치게 낮은 통화량 증가율을 유지시켰기 때문이며(주황색) 그 근본적 원인은 사택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국민들이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자산의 대부분이 예금/채권이어서 디플레가 유권자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즉, 일본 유권자는 자산가격의 하락과 디플레게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디플레를 유지시켜주는 정권을 지지했고, 이에 따라 20년간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10가구 중 6가구가 집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나머지 4 가구 중에서 1-2가구는 차후 부동산을 상속받게 된다. 게다가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압도적이라(약 60%) 한국 유권자들이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는 디플레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일본과 매우 다르다는 증거는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위의 차트이다. OECD국가중에서 일본과 한국만 평균대비 낮은 집값수준을 보이고 있다.(맨 왼쪽 파란색 차트) 그러나 일본은 월세수익률도 함께 내려가며 집값이 하락한, 전형적 디플레 현상을 나타낸 반면, 한국에서는 월세 수익률이 되려 상승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순수하게 집값 하락에 베팅하느라 집을 안사지만, 월세는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월세수익이 유지된다면 저금리 상황 아래서 주택가격은 더 큰폭으로 상승한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부동산은 되려 폭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한국의 집값이 오를수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 바로 통화량과 정책영향을 무시하고 있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줄일 것이며, 공급이 많아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어난다. 주택시장의 장기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그와같은 단기 수요공급이 아니라 바로 통화정책과 인구밀도, 그리고 소득이며 이와 같은 지표들은 주택 가격이 크게 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언컨대, 앞으로 1,2년간 집을 사지 않은 사람들은 그 이후 10년간 사지 못하게 될 것이다.

----------------------------------------------------------------------------------------------------------

각주
1) 이 글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영국 독일, 싱가포르 홍콩 등 대다수 선진국의 부동산은 이미 리만사태 이전의 고점을 넘었고, 서브프라임의 본거지인 미국 부동산도 2012년 저점대비 30% 상승했다. 
2) 폴 크루그먼은 디플레 시대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독이 될수 있다" 라고 했다. 조직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디플레로 몰아넣은 한국은행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3) 한국의 평균 주택가격 대신 서울이나 강남의 평균 가격을 대입해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4) 소득과 재화의 가격을 단순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돼지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돼지고기 1등급 1kg은 약 5800원에 거래된다.(도매가 기준) 미국에서는 비슷한 등급의 돼지고기는 약 2800원에 거래된다. 부동산 비관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미국의 일인당 GDP가 한국의 약 2배이기 때문에 한국 돼지고기는 미국에 비해 약 3.93배나 고평가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의 돼지고기는 1/4토막이 날 것으로 예측해야 한다. 수출수입이 가능한 돼지고기에서도 국가간 비교가 무의미하다면 무역이 불가능한 주택가격에서는 더욱 무의미하다. 

댓글 17개:

  1. 2020년에서 왔습니다. 마지막 줄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아.. 옛날 글 보니 감회가 너무 새롭네요. 다만 이때 문재인의 당선과 그 심각한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분석이 무의미하네요..

      삭제
  2. 5년 전 글을 지금 읽으니 참 기분이 미묘하네요. 여전히 폭락 주장하는 사람들 많은데, 2020년에 맞추어 새롭게 업데이트 하실 생각 있는지요?

    답글삭제
    답글
    1. 폭락이라뇨. 폭등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젠 사라고도 못하겠네요...

      삭제
  3. 95년생 cpa 공부중인 대학생입니다... 그냥 같이 있으면 행복한 여자 만나 가정을 이뤄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소박한 꿈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집값을 보니 우울할 따름이네요.

    답글삭제
    답글
    1. 괜찮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보정하면 집값도 내려오는 날이 올거에요. 현재에 충실하세요. 집값은 오르다 내리다 하지만 25살은 두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삭제
  4. 최근에 블로그를 알게되서, 역주행하며 해박한 지식과 글빨에 감탄하며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상승장은 얼마나 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여쭤봐도 될런지요?

    답글삭제
    답글
    1. 코로나 이후 모든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당분간은 시장의 향방이 바뀌진 않을것 같습니다.

      삭제
  5. 2021년에서 왔습니다. 성지순례하고 갑니다.

    답글삭제
  6. 우연히 발견하고 2015년 글부터 정주행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7. 이번 상승기에 올라타긴 늦은거 같네요.. 테이퍼링 이후 2025년엔 살수 있을까요... ㅜㅜ

    답글삭제
  8. 정말 대단하시네요..앞으로는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답글삭제
  9. 역주행 중인데 감명받고 갑니다.. 제발 절필 하지 말아주십쇼.. 다음 싸이클엔 저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직장인으로 뵙겠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