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2.

신천지와 종교탄압

먼저 나는 기독교인으로 자랐기 때문에 신천지와 같은 이단교회에 대한 반감이 대단히 크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포교방식이 어떤지는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 결코 그들을 보호하고자 쓰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 우리나라 헌법 20조 1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월호사건이 터지자 정부는 소수종교인 구원파를 희생양으로 삼아 그 종교지도자에게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어 객사하게 만들었다. 그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더 멍청한 짓을 하고 있지만, 문제해결의 방식만큼은 똑같이 닮았다. 정부와 여당지지자들은 소수종교 신천지를 희생양으로 삼아 방역실패(한 적이 없으니 엄밀히 말해 실패는 아니지만)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크기의 지역단체장인 경기도지사 이재명과, 수도의 3선 지역단체장 박원숭시장은 신천지의 집회를 금지하고 교회를 폐쇄하라고 지시했으며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신천지를 엄격하게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종교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물론 예배나 집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방역에 있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특히나 신천지 교인의 확진자가 많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는 신천지 교인만 선별적으로 우한폐렴을 검사했기에 당연한 일이다. 중국 대사관 직원들의 동선을 따라 접촉한 모든 사람을 전수조사한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난 서울에도 이미 지역사회감염이 만연하다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설령 신천지교인들의 감염률이 높다고 쳐도, 전체 433명의 감염자 중에서 신천지교인 244명을 뺀 나머지 189명 중 (통계적으로) 개신교인은 43명 불교는 42명 천주교인은 19명이다. 그럼 왜 모든 교회와 불당 그리고 성당의 미사를 금지하지 않는가. 게다가 종교행사로 대량감염이 발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로 명륜교회의 예배를 통해 6번확진자는 83번 확진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개신교인들 39명 중 9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왜 그들의 종교집회는 위험의 대상이 아니고 신천지만 문제가 되는가.
  • 가장 위험한 것은 정부가 모든 책임을 신천지에게 돌리며 자신의 실책을 가리는 데에 있다. 애초에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되었고 국경을 차단하지 않은 것은 정부 자신이다. 교주 이만희에게 초능력이 있어 우한에서 대구로 바이러스를 직접 텔레포트한 것이 아니라면 31번 확진자 역시 중국인, 혹은 교민이나 여행객에게 옮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 스치는 것 만으로는 전염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장담한 것은 정부와 대통령 자신 아닌가. 31번 확진환자 역시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요청했으나 보건소는 정부방침대로 검사를 거부했고 그녀는 일상생활을 이어나갔을 뿐이다. 물론 그녀가 정부조사에 비협조적이긴 했지만 이는 3번 확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의사 대신 정부를 믿었다는 것이다. 근데 정부부터 의사협회의 권고를 6번이나 무시하고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활짝 열어두지 않았나. 모든 신천지 교인들을 화형에 처해 바이러스와 함께 불태워 없애도 중국 입국자들을 무방비로 받는 이상 바이러스는 아무런 제약 없이 확산될 것이다.
  • 이단종교의 바이러스 전파. 이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가 있을까. 정부의 실책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들부터 심지어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던 사람들까지 모두 신천지를 비난하고 있다. 그 때를 틈타 그들의 교리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이단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출발한 종교가 단 하나라도 있는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토속종교에서 민족이동과 함께 분파한 유대교는 예수를 거짓 선지자라며 처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로마교회가 탄생했고, 이 둘은 후일 가톨릭과 정교로 갈라졌으며 후에 이슬람교를 낳았다. 또 가톨릭은 신교의 목사들을 이단이라며 불태웠고 그 신교는 신대륙과 식민지로 퍼져나가 수많은 분파를 낳았다. 이처럼 모든 종교는 이단의 낙인을 안고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단종교는 신도의 돈과 시간을 뺏고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세상 어떤 종교가 신자들에게 돈과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가, 또 거짓말을 안 하는 종교가 어디있나. 가톨릭은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는 성경에도 없는 거짓을 가르쳤고 또 근 300여년간 지동설을 부정했다. 기독교의 거짓말이 듣고싶다면 목사님의 손을 이끌고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가 보라. 이단은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다? 가장 많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기독교 목사들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 목사들의 성범죄율은 모든 전문직 중 단연 1등이다.(이전글 중 발췌) 게다가 수녀와 신부들에게 성생활을 금지한 로마교회야말로 가장 악랄한 성 착취 아닌가.
  • (이 글의 주제와 무관하지만)흥미롭게도 종교와 바이러스는 성격이 비슷하다. 모든 종교는 신도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지나치게 요구하게 되면 신도들이 사회활동에 집중할 시간과 자원을 빼앗겨 번성하기가 어렵다. 반면 신도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 신도들은 쉽게 이탈하고 종교를 버린다. 우리나라에서 매주 교회에 가야하는 개신교도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라. 바이러스 역시 숙주의 세포를 갉아먹지만 숙주에게 너무 치명상을 입히면 개체가 죽어버려서 확산하지 못하고, 숙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복제가 더디면 마찬가지로 감염시키기 어렵다. 종교와 바이러스를 분석하면 각각의 최적값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공포와 분노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둘이 결합되었을때 인간은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유대인이 아이를 잡아먹고 금융을 장악해 독일을 몰락시킨다고 믿었던 나치가 그러했고 대지진으로 삶이 무너진 1930년대 관동의 일본인이 조선인을 대하던 태도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의 대중은 그들과 너무나 닮았다. 신천지에 가하는 비난과 정부의 조치는 종교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며 기독교인들의 정신세계를 차용한 그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악마의 시험으로 받아들이며 정신승리에 이르를 것이다. 통나무에 못박아 과다출혈과 탈진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던 잔인한 형벌인 십자가형을 자신들의 종교적 상징으로 받아들인 기독교인들을 보라. 종교는 본디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법이다. 나는 신천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그들과 평생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는 데다, 어차피 이만희가 죽으면 자연스레 사라질 종교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나의 믿음과 자유를 억압하고 조롱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그들 편에 서서 변호하겠다. 뭐 누군가에겐 너도 신천지구나? 라는 한마디로 묵살되겠지만, 그런 무지와 야만과 싸우라고 이제껏 배우고 글을 써 온 것이 아닌가.

댓글 14개:

  1. 문제를 정확히 짚어 주셨네요. 현 정부는 그냥 자나깨나 공작만 생각하네요. 어리석은 국민은 생각없이 시키는대로 퍼나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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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발원지인 멕시코에 있었는데요. 정부의 타미플루 부족+ 대중요법 의존에 의한 사망자 급증 + 허술한 방역에 의한 치료시설 내 상호감염 확산 때문에 정말 중남미판 우한에 갇혔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제가 화학공학을 하기로 맘먹은 계기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을 보니 당시 칼데론의 부족한 방역이 작금의 우리나라에 비해 얼마나 선진적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네요. 멕시코 정부는 당시 최소한 종교행사 가지말라는 공식 발표를 했었습니다. 멕시코의 카톨릭 영향력을 고려하면 엄청난 겁니다.

    근데 지금 우리나라는 뭐하는건가요. 십년 전 우리나라는 커녕 당시 멕시코만도 못한 꼴이에요. 당시는 빨리 의료시설 좋은 우리나라로 귀국하려 했는데 이제는 멕시코라도 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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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시는 필력에 정말 감탄할 따름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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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러게요. 신천지가 작년에 생긴 사이비 종교라면 모르겟어요.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있었는데. 전파력 강하다고 말했던 전문가들 말 안 듣고 종식될거라고 하던 푸른기와 멍청이들 탓이죠. 글쓴이와 독자님들 다들 아프지 않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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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다들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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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종교와 바이러스는 성격이 비슷하다... 와...
    꼭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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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글쓴이님 생각=제 생각... 원래 대형 재난은 그 사회의 가장 썩고 부패한 곳에서 빵 터지는 거 아닌가요. 신천지라서 나쁜 게 아니고,대한민국에서 가장 썩어 문드러진 곳 중 하나가 신천지였고, 우연의 일치로 그 곳에서 바이러스가 번성한 것이죠. 신천지 탓하기 전에 대통령이 종식 운운하며 헛소리한 시점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 감염이 광범위하게 퍼졌는지 냉정히 복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설령 '아몰랑 이게 다 신천지 때문'이라 친다 해도 지금까지 신천지한테 돈 받고 포교 및 종교 확장, 각종 불법 행위 묵인한 인간들은 과연 누구인지ㅡㅡ

    이단 기준 모호한 것도 완전 동감합니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통일교는 왜 이단이라며 돌 던지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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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전 신천지를 싫어하지만 신천지만의 탓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유독 정권 옹호 하시는 분들은 99% 신천지 탓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예를들어 사스와 메르스 때에는 신천지가 없었는지 반문해보면 답이 나오는데 의협의 권고안을 듣지 않고 정부 수장이 돌아다니라고 권장할 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수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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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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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본문 중 예배가 예베로 표기되어 있어서 오타인 줄 알았는데 링크 주신 이전 게시글에도 똑같이 표기되어 있어 혹시나 해서 댓글 남깁니다.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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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감사합니다. 저한테 근초고왕/근고초왕 처럼 아무리 외워도 외워도 안고쳐지는 고질적 오기중 하나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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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신천지 교인이 아니고 일반인 부터 치료해라..신천지는 맨 나중에 겨우 살아남은 신천지 교인 치료해줘..요번 기회에 신천지 청소좀 해라.."

    히틀러의 유대인 '인종 청소'급 발언이 현재 네이버 베스트 댓글... 간도 대지진, 일제 강점기 뺨치는 인권 유린 사회로 접어드는 걸까요. 사람들의 광기가 너무 무섭습니다...적어도 배운 우리라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13번 사망자는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숨진 '신천지'교인 할아버지였습니다. 표가 필요할 땐 '사람이 먼저다'며 인권을 부르짖고 역시 같은 이유로 인권을 짓밟는 이들이 같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짜 소름끼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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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사이코패스들보고 인간에 대한 공감이 결여되어있다고 주장하지만, 공감능력의 선택적 발동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겠죠.. 전 그래서 한편으로 인간이 싫습니다. 가끔은 혐오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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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종교만 다를 뿐 같은 사람입니다." 다들 바이러스의 공포에 넋이 나간 건지,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특정 종교를 가졌단 이유만으로 욕하고, 벌레 취급하고, 죽여라, 없애라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서 마녀사냥하는데 다들 박수 세례. 소수를 향한 다수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새삼 느낍니다.
    스타워즈에 나온 "So this is how liberty dies...with a thunderous applause."라는 대사가 생각나네요.
    나이가 어린 편이라 성인이 되고 처음 맞는 진보 정권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가 이렇게 박살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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