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7.

평창 여자아이스하키 팀을 떠올리며

지난 2018년.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성급한 대화에 나섰고 그 첫 희생양은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었다. 처음에는 공동 응원단과 올림픽 공동 입장만을 계획했지만 청와대의 누군가가 더 큰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과 북의 선수를 한 팀으로 묶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제안은 빠르게 현실화되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선언한 직후 남한은 북에 단일팀에 대한 제안을 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는 청와대의 발표로 최종 확정되었다.

개막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팀 스포츠에 새로운 선수들을 편입하라는 주장은 얼핏 들어도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이념이 현실을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념은 미사일을 불상의 발사체로 증거인멸을 증거 보존으로, 그리고 전과 4+범을 유능한 대통령 후보로 둔갑시키곤 하는데 불과 23명의 어린 선수들의 꿈을 찢어놓는 것쯤이야. 엔트리에서 탈락한 한 선수가 용기를 내어 그와 같은 결정의 부당함을 알렸지만 청와대는 각하의 권위로 그들의 목소리를 침묵시켰고 그 결과 선수들은 이름조차 낯선 외지인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이 떠밀리듯 빙판에 올라야 했다. 청와대는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공정이라 말했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유로 챌린지에서 3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2위, 세계 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 A에서 2위에 오르며 착실하게 성적을 쌓아가고 있었고, 또 임진경 선수와 박윤정 선수는 한국 팀에 합류하기 위해 원래의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으로 귀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조국은 그녀들을 이념의 제물로 바쳤다. 결국 한국은 8개 국가가 참가한 대회에서 전패를 기록하며 개최국이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고야 말았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릇된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젊은 선수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미래를 유린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비극에 눈을 감고 다수는 허황된 평화쇼와 내셔널리즘에 한껏 취해 있었다. 거의 전 연령에서 국민들은 이념과 쇼를 위해 선수들의 꿈을 앗아간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념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국민들의 허가를 받은 문재인 정부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우리는 그 선수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처음에는 천안함과 연평도의 유족이, 그리고 현역에서 복무하던 젊은 남성들이, 그리고 집을 찾던 신혼 부부들이, 그리고 구직서를 들고 회사를 오가던 취준생들이, 그리고 저소득 노동자들이, 그리고 자영업자가, 그리고 세입자들이, 그리고 곧 온 국민들이 평창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이념이라는 싸구려 독주에 한껏 취한 불량배들은 자신들의 의도는 선했노라고 국민들을 윽박질렀고 좌파 언론인들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구세력의 책동, 혹은 낡은 반공주의의 잔재라는 낙인이 찍힌 채 불태워졌던가. 하지만 그 희생자들의 명단에 청와대와 민주당 권력자들의 이름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들의 상처를 외면하던 국민들이 같은 정치인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뒤통수를 맞는 것을 본 그 어린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치즘에 저항하던 한 목사의 시를 나지막이 읊지 않았을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누군가가 이 정부가 어디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냐고 물을 때 우리는 마땅히 한때 해맑게 웃던 그녀들의 얼굴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2018년 평창 여자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 전)

댓글 11개:

  1. 베이징 올림픽에는 여자 하키 팀에 본선에 못갔군요 ㅠㅠ

    답글삭제
  2.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자신의 안위와 정권 유지를 위해 없는 갈등도 만들고 또 증폭시켰죠.

    아프간 미군 철수를 보고 충격을 먹어서 체첸, 유고슬라비아 내전 유튜브도 보고, 생존자 증언도 봤는데 내전 이전에 서로 인사하던 이웃이 종교나 이념을 이유로 한순간에 돌변했다더라구요. 한국전쟁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이 정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을 기만하는걸 멈춘적이 없지만, 아직까지도 이 정권의 지지율은 너무 높습니다.

    소위 40대 진보 대학생, 페미니스트들만 눈과 귀를 막고 대의명분보다 이념을 우선하는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 이념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거겠죠.

    답글삭제
  3.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 2년 동안 광우병 사태 막아야합니다. 어쩌면 저들은 대통령 탄핵도 시도하겠죠. 노통이 당했던것처럼 말이죠 24년 총선 때 이해찬의 집권론이 결판날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헌법 개정하면서 가장 필요한게 중임제가 아니라 국민투표를 통한 국회 해산권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무소불위의 입법독재 막을 수가 없어요.

    답글삭제
  4. 재앙의 전주곡이었죠.
    당시 주변에 단순한 하키 한게임의 문제가 아님을 역설했는데, 정치병자 취급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답글삭제
  5.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진로를 정해야하는데..약대와 수의대 중 골라야하는 상황입니다
    직업의 미래를 살피려면 어떤 측면을 고려하는게 가장 좋을까요?
    제도적인 부분을 살피는게 가장 좋을까요 역시...

    답글삭제
    답글
    1. 둘 중 한 전공자입니다. 편하게 살고 싶은 여성이시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약대가시고 동물없이 못살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여성이시면 수의대가세요. 남성이시면 운동좋아하고 호전적인 분이면 수의대가시는 게 좋고 이성관계가 중요하고 도시생활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남성이시면 약대가세요. 페이는 선택대학 내 어떤 곳으로 진출하냐에 따라 자신이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삭제
    2. 아니 트레이더님이 수의대/약대 진로를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ㅋㅋㅋ

      삭제
    3. 아프리카 돼지 열병,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 이쪽으로도 생각을 해보심이 어떨까요?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가축 진료까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서 살처분 현장 트라우마가 매우 크다고 부모님 지인분께 들었습니다. 동물을 살리려고 택한 직업이 동물을 죽이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게 웬만한 멘탈로는 감당되기 힘들거에요.

      삭제
    4. 수의대 약대의 미래를 물어본게 아니라 그냥 제가 스스로 조사해볼만한 관점에 대해 질문한건데요...
      익명으로 남기신 분도 doecuty님도
      답변 감사합니다 살처분은..생각도 못해봤네요

      삭제
  6. 저 시절에 이제 집값 폭등하고 일자리 줄어서 니들이랑 니들 자식들 취업하기 힘들거라고 했다가 일베충 취급 받고 갖은 조롱당하면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맞은 건 저였죠

    답글삭제
  7. 저 아이스하키팀 사진 중 한 명이 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때부터 열심히 한 친구인데.. 저 단일팀 이슈당시 저도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그때 민주당에 등을 돌렸는데 결국은 우려대로 되더라구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