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인이다]
* 크리스찬들이 이 드라마에 반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국 기독교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구선원이라는 종교는 누가 봐도 기독교의 교리와 용어를 차용했고 포교의 방식이나 예베의 방식 역시 많은 교회의 모습과 대단히 유사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평소 프로불편러에 유난떨기 좋아하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 드라마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는 "이단"종교에 관한 것이며 "정통"인 자신들과는 전혀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는 자신과 세세한 교리 하나만 달라도 악마로 매도하는 폐쇄적 종교이다. 기억하라. 기독교인들은 자신과 전혀 다른 불교나 유교와는 대화할 수 있지만 딱 1%가 다른 종교는 사탄으로 취급한다. 가장 극심한 종교전쟁은 같은 신을 믿으면서 이름만 야훼, 여호와, 알라라고 다르게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 하지만 애초에 이단이 아니었던 종교가 어디에 있나. 유대교에서 갈라진 예수는 거짓 선지자로 처형당했고 거기에서 가톨릭과 정교가 갈라졌으며 후에 이슬람교를 낳았다. 또 가톨릭은 신교의 목사들을 불태웠고 그 신교는 신대륙과 식민지로 퍼져나가 수많은 분파를 낳았다. 일부 사람들은 이단은 신도의 돈과 시간을 뺏고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세상 어떤 종교가 신자들에게 돈과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가, 또 거짓말을 안 하는 종교가 어디있나. 가톨릭은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라고 구라를 쳤고 또 근 300여년간 지동설을 부정했다. 기독교의 거짓말이 듣고싶다면 목사님의 손을 이끌고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가 보라. 이단은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다? 가장 많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기독교 목사들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 목사들의 성범죄율은 모든 전문직 중 단연 1등이다.(링크) 결국 이단을 판별하는 조건은 단 하나다. 내가 믿는건 정통, 너가 믿는건 이단.
* 무신론자나 비종교인들은 자신들을 합리주의자라고 포장하며 종교인들의 맹목적 믿음을 조롱한다. 멍청이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믿는 종교인이다. 누구는 야훼를 믿고 어떤 이는 천수관음보살을 믿으며 다른 이는 조상신이나 풍수지리를 믿는다. 혹자는 자유대한민국을 믿고 몇몇은 진보의 가치를 믿으며 강원래는 황우석 박사를 믿었다. 맹목적인 믿음은 인간의 깊은 본능이고 모든 믿음은 맹목적이다. 아브라함은 그 믿음에 따라 아들 이삭을 죽이려하지 않았나. 다만 우리가 믿는 수많은 대상 중 아주 일부분이 종교로 분리될 뿐이다. 거기엔 아무런 논리적 잣대도 기준도 없다. 단지 관습에 따를 뿐.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는 종교인이나 다름없다.
* 아마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는 배우 박보검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소수종파 교회의 여름캠프광고를 sns에 올려 대중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일부 사람들은 아무런 비행도 저지른 적 없는 이 남자배우를 드라마의 구선원 신도들과 동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이 배우의 sns에 악플을 다는 우리나라 2030대가 헌법 1조 1항을 신나게 외워 대던 것이 불과 반년 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20조 1항에는 모든 국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있다. 자기 편한대로 각 조항을 취사선택 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헌법은 왜 들먹였나. 하기사 그 난리를 쳐 놓고도 2030대 투표율은 가장 낮았다. 쪽팔리게. 뭐 세월호 추모예베에 가서 눈물 흘려놓고 세월호 굿은 샤머니즘이라 미개하다며 침 튀겨가며 욕하는 돌대가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비합리적이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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