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

분노하지 않는 자는 조국(祖國)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사진출처: 중앙일보 (링크)
  •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믿기지 않아 내가 느끼는 감정이 경악인지 분노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는 오늘 11시 경 자신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겠다며 여당에 통보했다고 한다. 정치부 기자들과 법무부 출입 기자들은 기존 일정을 바꾸지 못해 하루 연기해줄 것을 주문했지만 조 후보자는 기자단의 요청을 거절한 채 셀프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이 간담회에는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법부는 직접증거로 판단하지만 대중과 유권자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정치인들을 재단한다. 조국은 이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그저 폴리페서인 줄 알았던 시절, 본인 스스로가 수많은 보수 정치인들을 정황증거로 몰아붙이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은 자신의 수많은 혐의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정말 억울하고 대중의 분노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왜 이런 비겁한 방식으로 해명에 나서는가. 우리는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지 않는 소인배 모략꾼의 추악한 면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 바로 어제 올린 글에서 그를 조로남불이라고 조롱했지만 사실 내로남불은 그의 수많은 악덕 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것이다. 그에게는 범죄 혐의가 짙다. 조민 양이 논문을 위조한 것은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세상 어떤 교수가 고딩이 찾아와서 제1저자를 시켜달라는데 그걸 들어주겠는가. 이것은 명명백백히 조국 후보자의 혐의인데 그 가족간 범죄를 밝히는 것이 패륜이라면 여당 대표는 당장 정유라한테 달려가 무릎꿇고 패륜의 죄를 빌어라.
  • 그의 해명 중 가장 말이 안되는 부분은 사모펀드에 대한 논란이다. 설정금액이 74억이라는 조항은, 말 그대로 74억을 넣겠다는 말이지 그 한도 이하에선 지 맘대로 넣을수 있는 조항이 아니다. 세상에 그런 계약서가 어디있나. 회사가 직원과 계약을 할 때 연봉이 1억이라고 하면 그 이하로 아무 금액이나 줘도 되는 경우를 보았는가. 여당의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예로 들어가며 국민들을 병신취급하는데 세상에 그렇게 돈을 굴리는 투자자는 없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그런 옵션 조항을 넣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 그 내역이 계약서에 소상히 명시되어있어야 한다. 참고로 그 사모펀드는 조국과 일가친척의 돈을 받아 관급공사를 수주했는데 최순실이 운영한 K스포츠재단과 무엇이 다른가.
  • 이러한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사모펀드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그럼 둘 중 하나다. 잘 알지도 못하는 금융상품에 전재산을 몰빵하는 등신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범죄자거나. 둘 중 어느쪽이든 법무부장관 자리에는 맞지 않는다. 그가 서야할 곳은 기자간담회도, 국회청문회도 아닌 바로 검찰의 포토라인이다.
  • 내가 더욱 분노하는 것은 국민을 대하는 그와 여당 그리고 정부의 태도이다. 과연 조국은 이 괴상한 간담회가 중도층을 분노케 할줄 몰랐을까? 아니 그는 분명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 대중을 버리고 소수 여당 지지자들의 신임을 굳히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향후 거취가 다수결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당 친위대에게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가, 또 여당과 청와대가 만약 민주적 정당성에 무게를 뒀다면 야당지지자는 물론이고 중도층에게 공분을 일으키는 이런 해괴한 방식의 기자회견을 기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지지하는 광신도들만을 국민취급하겠다는 저 태도는 반민주적이며 다분히 독재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과거에도 이런 분노를 느낀적이 있다. 3년 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뜨거운 화두였을때 불편한 질문을 던진 기자를 매섭게 쏘아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내가 그때 분노한 이유는 좌파빨갱이라서가 아니라 권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조국 전 민정수석에게 분노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가 우파틀딱이라서가 아니다. 위정자가 당신을 개돼지 취급하는데 분노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개돼지나 다름이 없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련다. 조국(丙申)에게 분노하지 않는자는 조국(祖國)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댓글 8개:

  1. 오늘 기사를 읽고 이 사람은 너무나 위험한 사람이라는걸 다시 한번 인지했습니다. 이런사람이 법무장관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게 불보듯 뻔합니다. 여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사회가 정말로 전체주의로 갈거 같아서 두렵습니다. 지금 서울대랑 고대만 나선 상황인데 그가 법무장관에 임명되면 들고 일어나야할것 같습니다. 정치논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파시즘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시위해야되는것 아닌가란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만약 임명강행한다면 아마도 학생 전체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것 같습니다. 저도 참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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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꾸 불법은 아니다 불법은 아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노래만 부르는것이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형식적 절차(그조차도 오늘 기자회담이 보여주듯 짜고치는 비열한 고스톱이죠)만 통과하면 그만이라는 의중으로 읽혀 역겹던 참입니다.

    비록 독실한 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 구절이 떠오르네요.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할 것이다.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히 말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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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국(丙申) ㅋㅋㅋㅋ 깨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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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은 유별나죠.
    조국을 사람하는 마음으로
    멀게는 몽골의 침략과 임진왜란을 견디어 냈고
    가깝게는 일제 식민지배도 극복하고 IMF도 이겨냈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이 애국심으로 조국을 지켜내야 한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이게 다 한자 공부를 덜 한 탓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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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도대체 자유대한민국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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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늘이 조국이란 인물을 내려줌으로써 조국을 돌아보게끔 하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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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히틀러의 광기는 어쩌면 동 시대를 살았던 광적인 지지자들의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 주네요. 이렇게 우리 나라도 광기의 시대로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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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시 유럽의 극단적인 보호무역 및 유태인의 자본 독식 영향도 있었다고 들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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