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9.

독립을 유지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


에휴



연간 대한민국의 GDP는 1.6조 달러고 중국은 13.6조 달러인데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가 무슨 수로 중국과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겠는가.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을사늑약을 체결할 당시의 대한제국 vs 일본의 격차보다도 더 크다. 트럼프는 이런 약점을 알고 우리에게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내민 것인데 그 배경도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비싸다며 입에 거품부터 무는 저 종자들의 선조는 분명 구한말 죽창으로 일본과 러시아의 대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던 멍청이들일 것이다. 

저런 멍청이들은 독립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

2019. 11. 17.

방위비 분담과 주한 미군의 가격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원가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것은 조선같이 미개한 중세시대의 사고방식이고, 자본주의 아래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비즈니스맨이다. 따라서 그는 우리가 상대했던 여느 정치인들과 다른,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가격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여러번 언급했듯 내가 아닌 상대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지능의 문제이다. 그러니 IQ가 낮은 분들은 부디 애쓰지 마시고 글을 넘기고 나머지 분들은 함께 트럼프와 미국의 눈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자.

미국에게 주한미군의 효용은 대북보다 대중전략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 전략은 중국을 포위해서 유사시 무역망을 차단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미국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두고 다툰 지난 100년간의 대립에서 항상 승리를 안겨주었다. 1차 세계대전 독일으로부터, 70년 전 일본, 그리고 냉전시대 소련에게서도. 그러니 그들의 대중전략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 때문에 미국은 인도, 필리핀, 대만, 일본과 같은 나라들과 군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중국에 대한 봉쇄선이고 당연히 한국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대중봉쇄망(대충그려서 죄송)

이 측면에서 수요공급을 살펴보자. 대중 봉쇄선의 극동방면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다. 지도를 펴고 보면 굳이 한국이라는 교두보를 두지 않아도 일본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 중국의 북태평양 방면을 완전하게 봉쇄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주둔지를 공급할 후보가 둘이나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전쟁 발발시 동맹군 역할을 해줄 다른 군대를 찾기 어렵다. 중국은 탄생 이래 주변의 모든 나라들, 심지어 같은 공산권인 소련과 베트남과도 전쟁을 벌인 가장 공격적인 나라인데다 6.25때 우리와 직접 싸운적도 있는데, 유사시 북한이나 중국에 대항해 남한에 상비군을 파견할 다른 나라가 있는가. 아무리 급진적인 좌파라고 해도 이 질문에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가격은 이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에겐 대체재가 있지만 우리에겐 없다는 것.

그리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65년째 철수 중이고 이와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1953년 종전 이후로 미군은 계속해서 한반도에 배치한 전략자산과 상비/예비 병력의 규모, 그리고 군사적 역할을 축소하고 있지 않은가. 대중은 한반도가 미군에게 얼마나 중요한 요충지인지 침을 튀겨가며 주한미군의 철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65년 동안 천천히 철수하고 있는 군대가 지금부터 65년 뒤에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나 미국의 평택기지를 예로 들어보자. 6.25 전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군의 기지가 평택으로 후퇴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던 한미 연합군은 중공의 참전에 밀려 붕괴하듯 후퇴하기 시작해 심지어 1951년 1월 4일에는 서울까지 빼앗겼다. 이에 크게 당황한 미군 수뇌부는 평택 방어선까지 뚫린다면 한반도를 포기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평택은 미군의 마지노선으로 이 선이 뚫린다면 미군은 다음 전략적 방어선은 낙동강이 아닌 현해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1953년과 2019년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군사기술의 발달로 미군이 극도로 꺼려했던 대규모의 상륙작전은 훨씬 더 수월해졌으며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북한의 원거리 무기의 발달로 국경 가까이에 대규모 상비군과 HQ를 주둔하는 것은 더욱 위험해졌다. 결국 미군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효용은 감소했는데 비용은 올라간 셈이다. 그리고 수요공급 측면에서 미군은 한국과 일본의 후보지를 두고 고심하는데 비해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이게 주한미군의 가격을 폭등시키는 근원적 문제이다. 상대가 가격을 올릴 동기는 점점 커져가는데 우리에겐 대체재가 없다는 것.

한국이 지소미아를 폐기하고 나서자 미국은 방위비 인상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47명의 국회의원들이 공갈협박이 도를 넘었다며 대응하고 있지만 공급이 줄고 비용이 커진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갈협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일 뿐이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상대는 이런 특성을 철저하게 이용할 미국의 비즈니스맨 트럼프이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한국에 50억불, 일본에 80억불이라는 막대한 방위비분담금청구서를 내밀었다. 이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은 한일이 담합해서 가격을 깎는 것 뿐이지만 애초에 힘들던 이 담합은 어떤 병신집단 덕에 아예 불가능한 옵션이 되었다. 

물건이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이다. 반대로 매수자가 값을 더 쳐주지 않는다면 안 팔면 그만이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반드시 사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고 미국은 우리 아니면 일본에 팔면 그만이다. 거기에 트럼프가 부르는 주한미군의 가격이 터무니 없으며 이는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선시대 사대부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이 있는데, 트럼프가 가장 경멸하는 무리들이 바로 저런 무능한 명분론자들 아닌가. 트럼프를 상대하려면 철저하게 그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햔다. 우리가 택시를 타고 돈을 내는 것은 서울시 운수협회의 번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 때문이고, 그 택시기사들 역시 우리의 이동권이 아닌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엑셀을 밟듯, 트럼프와 우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하루바삐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실상 그 양키 비즈니스맨은 미군의 극동 군사파트너 자리를 두고 우리와 일본을 두고 비딩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말 자정 강남역에서 택시 한대를 두고 경쟁하는 그룹처럼 높은 가격을 부를 수 밖에 없다. 택시기사가 얼마를 부르던 추운 겨울 밖에서 노숙하는 것 보다 그 가격이 낫다면 손을 들고 따따블을 외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새벽 첫차를 기다리다 벌벌 떨어가며 택시기사의 인성을 탓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나. 가격에 도덕을 들이대는 것은 병신외교 추종자들이나 할 법한 어리석은 짓이다. 또 그들이 주도하던 반일운동은 결국 이낙연 총리가 덴노 헤이카를 외치는 것으로 끝났다는 것을 기억하라. 하지만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이번엔 과연 갓블레스유 아메리카를 몇번 외치는 것 만으로 끝날 수 있을까.

2019. 11. 16.

영화 블랙머니 후기-정신병 상담은 129 구급센터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조현병의 대표적 증세는 바로 피해망상증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속이며 고통을 주고, 심지어는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피해망상증 환자들은 주관적인 경향이 강해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더구나 망상이 계속되면서 점차 현실감을 잃어버리므로, 그 생각이 틀렸다고 설득할 경우 오히려 망상이 더욱 굳어지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게 되므로 병원에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찍을 것이 아니라.

과거 국가부도의 날을 보며 한국영화 부도의 날을 걱정했는데(링크), 영화계 사람들은 집단으로 외국인에게 돈 떼먹히거나 홍대에서 뭐 한대 맞은적이라도 있나, 도대체 왜 이런 편집증에 사로잡혀있을까. 영화 블랙머니 역시 그 망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그 유명한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2003년에 인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픽션이라고 하지만 감독과 배급사는 대놓고 론스타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광고했다.) 이 사건은 이 블로그의 세번째 글로 다룰 만큼(링크) 한국정부와 여론이 국제적으로 추태를 벌인 사건이고, 이를 통해 수많은 투자자들은 왜 대한민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지만 여전히 개도국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던 사건이다. 그리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셔야 할 감독과 작가들은 이 영화를 찍으며 사실관계까지 왜곡하고 있다.

먼저 영화는 자산 70조짜리 은행을 고작 1.4조에 팔아치우는 것이 말이 되냐며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수도 없이 분노한다. 그리고 회계나 재무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대사를 통해  영화의 제작자들이 얼마나 회계와 금융에 까막눈인 사람들인지 깨달았을 것이다-단 한줄짜리 대사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담겨있는가. 먼저 기업의 가격은 자산이 아니라 거기서 부채를 제외한 자본에 달려있다. 10억짜리 집에 9억짜리 전세가 들어있다면 매매가는 1억이어야 하지 10억이 아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내내 BIS(자기자본비율)를 운운하면서도 이 감독은 그게 뭔지도 모른다. 자기자본비율이 8%라면* 70조짜리 은행의 자본은 대충 5.6조 정도(실제론 그보다 높다)가 되고 매각가는 그 자본에 맞게 결정되어야 한다. 이 영화를 만드신 분들의 참신한 회계법에 따르면 열배의 자산가치(700조)를 지닌 리만브라더스는 외환은행 매각가의 반값인 1.5조에 팔렸는데 그럼 리만 인수를 추진했던 이명박 가카는 론스타를 뛰어넘는 투자의 귀재셨다는 말인가.

왈가왈부 할 것 없이 기업가치를 판단할 가장 확실한 근거는 바로 주가이다. 그런데 2003년 포부터 인수를 발표하기까지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1.8조에서 2.6조로 단 한번도 론스타가 매입한 기준인 2.8조**까지 오른 적이 없다. 되려 론스타는 상반기에 거래된 수준보다 더 비싸게 매입했다. 이는 일반적인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으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가장 강력한 반증이다. 누구든 정말로 당시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어있다고 믿었다면 그냥 증권사 HTS를 켜고 외환은행 주식을 매수하면 되지 않았는가. 확실한 저평가인데도 안 산 사람은 바보고 2003년에 바보였다면 2019년에도 여전히 바보일 테니 그들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론스타 매각 당시 외환은행 주가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실제 상황은 피해망상증 환자들의 기억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 정부의 소비촉진정책 중 하나로 카드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다 부실이 커져 신용경색이 발생하자 외환카드를 비롯, 여러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부도위험이 빠르게 증가했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이미 대량의 부실채권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터라 외환카드를 떠안고 있는 외환은행을 매수할 후보가 없었다. 심지어 지속적인 인수 압박을 받던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은 공개적으로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를 강요한다. 부실을 떠안기려는 거다. 그랬다간 국민은행도 같이 망한다"고 일갈하며 정부의 인수 압력을 거부하기도 했다.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한 금융당국은 눈을 해외로 돌렸지만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 작은 은행을 인수할 후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당시 론스타가 관심을 보였지만 그들은 사모펀드인 자신들의 은행 매입을 정부가 허락해 줄 것인지 반신반의했고(어느 나라나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데에는 여러 제약조건이 존재한다), 하루바삐 인수후보를 찾아야 했던 금융당국은 이 매각이 성사되도록 스스로 편법을 찾아 준 것이다.

외환은행의 주당 순이익
우여곡절 끝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수해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몇년동안 막대한 적자를 내고 부실채권을 떠안던 이 은행은 매년 꾸준히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다시 탄생했다. 심지어 리만금융위기에도 흑자를 냈으니 HSBC같은 국제금융그룹이 왜 욕심을 내지 않았겠는가. 처음에 론스타의 외환은행인수를 반대하던 노조는 막상 외국인 행장 아래서 복지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개선되자(당시 외환은행의 여성직원 비율과 근속년수는 모두 업계 최고) 이후 론스타가 은행을 팔고 떠나는 것에 극구 반대했다. 이는 결국 주주-회사-직원이 모두 이득을 본, 교과서에 실려야 할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이었다. 자산-부채가 뭔지도 모르는 노망난 감독이 갑자기 등장해서 재를 뿌리기 전 까지는.

론스타의 실책이나 불법행위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허가를 내 줄테니 외환은행을 매입해달라고 나선 것은 은행의 파산을 막고자 했던 금융당국이었고 론스타가 제시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겠다며 달아난 이들은 한국의 금융기관들과 그 주주들 아닌가.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르고 리스크가 큰 만큼 큰 보상이 있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론스타는 아무도 떠안지 않던 위험을 떠안았고 그 대가로 큰 수익을 내었다. 어려울 때엔 콧배기도 보이지 않다 잔치판에 갑자기 뛰어들어 먹튀 운운하던 저 무리들은 과연 외환은행이 파산해서 론스타가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더라면 보상해주라고 했을까. 그 저변에 깔린 심정은 정의감도, 공정성도 아닌 그냥 천박한 배아파리즘에 불과하다.

그 천박한 감정이 지속되다 보면 피해망상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이나 불만을 다른사람에게 투사해서 그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게 된다. 이 영화를 찍은 정지영 감독은 73세의 고령의 감독으로 본디 "여자의 함정",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와 같은 통속물이나 만들던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않다 갑자기 "남영동 1985", "천안함 프로젝트", "국정교과서 516일" 과 같이 정치색이 강한 영상들을 제작하며 충무로로 복귀했다. 혹시 이 감독은 지난 날 자신의 실패와 부진이 외국계 자본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보수진영 때문이라고 믿는 것 아닐까? 이 노인은 자신의 망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화에서 재경부 관료들과 론스타를 살인까지 불사하는 악당으로 묘사했는데 백번 양보해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그게 살인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투자자와 공직자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그의 정신상태는 결코 건전하지 못하다. 그는 메가폰을 잡기 전에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했다.

혹시나 그의 치료에 도움이 될까 몇줄 더 보태고자 한다. 론스타 매각은 참여정부에서 추진된 일이고, 론스타 매각에 관여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장(신정아가 처녀라고 주장했던 바로 로맨틱 가이)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등용되거나 임명된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꼭 론스타 사태를 비난해야겠다면 저어기 민주당으로 찾아가시라. 아니면 사실 감독이 숨겨진 꼴보수라 앞서 언급했듯 리만인수를 추진한 이명박 가카를 떠받들며 민주당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일까. 나도 헷갈린다. 그냥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잘 모르는 금융사건은 이제 그만 다루시고 본디 전공이시던 통속물이나 계속 제작하시는 것은 어떨까. 그게 더 재밌어 보이는데.


정지영 감독의 과거작 "까"의 포스터와 네티즌 평점(3.45)
참고로 이 영화의 평점은 희대의 망작 리얼(4.23)이나 성냥팔이소녀의 재림(4.15)보다도 낮다.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에는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각기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BIS는 실제 자본비율보다 대체로 낮다.
**론스타는 지분 51%를 약 1.4조에 매입했으니 기업가치의 100%를 약 2.75조로 본 셈.

2019. 11. 14.

당신은 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지 못하나(수정)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선 밝히자면 나는 주식투자로 목돈을 만든 사람들을 존경하고 또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수도 없이 주식에 투자를 했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다. 나 만큼이나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내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에게도 주식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에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간혹 한 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중 대부분은 리딩방이나 개설해서 사기치는 양아치들이고 나머지 중 다수는 손실을 숨기고 수익만 자랑하는 허풍선이들이다.

내 비금융권 친구들은 여의도의 주식쟁이들이라면 영화에서 보듯 뭐 기가막힌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돈을 버는 줄 알고 있던데, 미안하지만 우리 금융권 사람들 만큼 주식을 못하는 집단도 드물다. 도대체 우리가 주식을 잘 못한다면 누가 주식을 잘하겠는가. 행여나 한 둘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주식과 달리 부동산시장에는 누구나 부자가 되지 않는가. 당신이 주식투자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데에는 분명한 네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자본시장의 왜곡.

예전 글에서 여러번(링크 링크 링크) 지적했다시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왜곡되어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성장성이 주가로 곧장 연동되지 않는다. 애초에 당신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도 고작 3-5%밖에 보유하지 않은 이건희-이재용이 회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왜 당신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를 온전히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가 예정된 그룹들은 예외없이 승계 전 주가가 폭락했다 승계 이후 반등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기업을 지배하는 변태적 구조가 지속되는 한 오너는 기업을 망칠 동기가 있으니까. 한 교수는 이를 자본주의가 아닌 재벌사회주의라고 불렀고(링크) 나는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나라가 만약 미국의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 재벌 오너들은 감방에서 여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제대로 기업가치를 분석해 보기 위해서는 회계장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대형 유명기업들의 회계장부도 엉망인데 중소기업들은 오죽할까. 1980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출범한 이후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에 더 구체적으로 적지 못할 뿐.

둘. 전문성의 결여.

개미 투자자들은 늘 공매도 세력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개미들이 돈을 못버는 이유는 병신같은 주식을 병신같은 타이밍에 샀기 때문이지 공매도 때문이 아니다. 증권쟁이는 하루 내내 밥 먹고 주식을 분석하는 것이 생업이다. 여의도와 광화문에 저능아 등신들만 모아둔 것이 아닌 이상, 회사 갔다 데이트 하고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영화보고 술도 먹다 남는 시간에 (엉터리 숫자도 간간히 껴 있는)기업재무보고서와 그럴싸 한 인터넷 까페 글 몇개 읽는다고 기관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더 어리석은 일이다. 반면 부동산과 비교해 보자. 여러 이유로 기관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고 세제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무엇보다도 새들이 적절한 장소를 찾아 둥지를 틀고 곰이 굴을 파듯, 우리의 본능은 적절한 주거지를 골라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그리고 이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앞선다.) 좋은 부동산을 골라내는 데엔 숫자로 점철된 보고서보다 우리의 본능이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 유명 투자자들이나 기관들이 특정 지역 부동산에 집중할 때, 복부인들은 코웃음을 치며 강남으로 몰려가곤 한다. 아마 이 부분이 부동산과 주식이 가장 다른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오늘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개미들은 자신의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서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HTS를 켜고 매수를 누른다.

셋. 레버리지.

부동산은 자동으로 레버리지가 되는 상품이다. 갭투자를 하든, 아니면 은행 대출을 끌어 쓰든. 설령 100% 현금으로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래의 소비를 줄여 자금을 끌어다 부동산을 사기에 그들의 현금흐름을 보면 사실상 어느정도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주식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극도로 경계한다. 게다가 소비를 줄이지도 않는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벌었다고 쓰고, 터지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쓴다. 왜냐면 애초에 그 돈은 날려도 죽지 않을 돈이었으니까.(날리면 죽을 돈을 주식에 박은 투자자는 이미 다 죽었겠지.) 따라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제약을 뚫고 주식투자에 성공해도 그들의 인생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집값이 두배 뛰면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두 자산의 실적이 인생에 미치는 민감도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전혀 하지 않은 주식에 돈을 넣으면서, 투자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한 기업이 자동차를 만들면서 노력의 거의 대부분을 백미러 디자인과 에어백 색상에 할애한다면 결과가 좋을 수 없지 않은가. 심지어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투자하면서 자본을 적게 배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지 못하는 한계이다. 추가: 게다가 그들은 적은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터무니없이 큰 수익을 꿈꾸기 때문에 삼성전자같은 우량주가 아닌 이상한 잡주나 비트코인 같은 부실한 버블자산을 매입한다. 모두가 얌체같이 적은 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기 때문에 그런 대박이 가능한 자산들의 밸류에이션은 터무니 없이 높다. 로또의 기대값을 떠올려보라.(링크) 그래서 그들은 늘 버블의 끝자락에 뛰어드는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넷. 장기보유.

삼성전자를 한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장기보유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부동산이 폭등하기 시작한 201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강남 부동산을 사든, 삼성전자를 사든 실적의 차이는 거의 없었겠지만 내 주변에서 그때 삼성전자를 사서 지금까지 들고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사람은 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에 특히 돈을 벌고 있을 때에는 시장의 작은 물결까지 다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오를때 팔았다, 살짝 빠지면 더 사서 쫒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 아이작 뉴턴도 못한 일을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부동산은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세금과 부족한 유동성, 그리고 높은 거래비용은 사람들을 강제로 장기투자자로 만들어준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장기투자가로 변모할 때는 대부분 물렸을 때 뿐이다. 만약 강남아파트 ETF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ETF에 투자하는 개미들은 필연적으로 단타에 나설 것이기에 그들의 실적은 아파트 보유자들보다 현저하게 낮을 것이다. 거래빈도와 장기실적은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는, 특히 sns에는 부동산으로 번 돈을 폄하하는 젊은 자본가들이 많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건 누구나 한다, 그렇게 큰 돈을 깔고 앉아있는 것은 사실상 손해다, 그 시절에 레버리지로 삼성전자 주식만 샀어도 강남 부동산 만큼 벌었다, 등등. 하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았고, 삼성전자를 사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에 돈을 깔아둔 것 보다 못한 수익을 냈고 따라서 누구나 쉽게 버는 돈을 벌지도 못했다. 십수년 간 회사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투자에 나서며 깨달은 것은 투자란 마치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 물살을 거슬러 가는 것 보다 해류를 따라 가는 것이 훨씬 쉽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주식보다 부동산으로 훨씬 큰 돈을 벌었고 이는 물결이 어느 방향으로 치고 있는지를 암시한다. 펠프스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류를 거슬러 가 볼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쩌면 평범한 투자자일 뿐이니 그저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해류를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언제고 물살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기에 우리는 그에 대해 오감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 글은 그에 대한 작은 고찰이다.

삼성전자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 34평의 지난 5년간 실적 비교

2019. 11. 10.

너희는 죽창가 나는 덴노 헤이카

나루히토 천황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이낙연 총리
이낙연 총리는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식에 참석하여 그를 덴노 헤이카(천황 폐하)라고 부르고 일본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일본어로 문답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베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베는 그의 친서를 그 자리에서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외교적 관례에 따르면 정상 간의 친서는 그 자리에서 열어보는 것이 관례라고 하는데 아베는 한국과 정상회담을 열 생각이 없음을 강하게 표현한 셈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정상회담 요구가 거절당하자 즉석에서 아베에게 요청해 즉흥적으로 열린 11분 간의 대담.
 
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병신외교의 종주국이라고 불릴 수 없다. 아베의 강력한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베의 옷깃을 잡으며 예정에 없던 정상회담을 요구했다. 그 결과 소파 위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약 11분간 대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사진으로 남겨 줄 기자들 조차 없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찍어서 언론에 배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산케이 신문을 통해 협의되지 않은 사진을 무단으로 올렸다며 한국 측에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고 한다.
 
캬. 병신외교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이 이길수도 없는 상대를 있는 힘껏 빡치게 해놓고 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는 모조리 다 토착왜구라고 몰아붙이며 국민들에게 죽창가를 뿌린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일한 우방 미국에게는 지소미아를 폐기하겠다며 자해공갈을 펼친다. 결국 고립무원에 빠진 정부는 남몰래 일본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외교부 실무자를 일본에 여러번 보내다 안되니 통역장관을 보내보기도 하고 결국 국가의전서열 2위인 총리가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다, 대통령이 직접 대화좀 하자고 애원하는 것. 이게 바로 병신 외교의 진수다.
 
정부와 여당 지지자들은 우리보다 일본의 타격이 더 심하다며 애써 정신승리를 부르짖지만, 만약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정부가 저렇게 매달리는지 설명해 보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자리에 일본은 아베의 짤막한 조의를 전달했을 뿐, 친서를 보내지도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거절당했는데도 정상들 모인 자리서 애기좀 하자고 옷깃을 붙잡는 것은 장삼이사들의 대화법이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상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이런 행동을 보며 배를 잡고 웃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의 고위급들이 외교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고 한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외교란, 대화를 할 생각도 없는 상대에게 줄 것도 없으면서 그저 붙잡고 끈질기게 내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기적이 일어나 상대가 굴복하고 천하를 갖다바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비슷한 일이 2017년 7월에도 벌어졌기 때문이다.(링크) 당시 사드 문제로 한중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끈질긴 태도로 설득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내놓았다며 자평했는데 아마 외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얼마나 한심한 지 머릿속에 쉬이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 내 주장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자폐아들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끈질긴 것이 아니라 멍청한 것이다. 그리고 저 멍청함의 대가는 그를 뽑은 국민들의 몫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던 시진핑은 아직도 사드제제를 해제하지 않았고 한국 연예인들은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 못하다. 일본이 원하는 징용공문제에 대한 해답를 내지 않는 한 아베는 문재인과 정상회담을 열지 않을 것이다. 매달려도 소용없다. (이 운동권 무리들이 젊은 시절 어떻게 연애를 했는지 안봐도 뻔하다.)
 
국민들에게 죽창가를 부르짖으면서 본인은 덴노 헤이카(천황폐하)를 외치는 그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더니 아베 총리의 소매를 붙잡고 예정에도 없던 대담을 구걸하는 대통령. 김포와 인천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비행기는 다시금 한국 관광객들로 가득 차있고 no japan을 외치던 소비자들은 11월 일본차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예전에 읽었던 한 연구조사에서 한국인들의 지능지수가 유대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렸나 보다, 두 번째가 아니라 두 자리라고 했던가. 

부동산, 어디까지 오르나

내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었다. 이제 서울 부동산의 공급은 끝났다. 청약로또를 바라보며 분양가상한제를 외치는 이 머리 나쁜 사이코패스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연할 것이고 저들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나는 거기에 일말의 동정도 하지 않겠다. 남의 재산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이들에게 응당한 댓가가 돌아가는 것 뿐이지 뭘. 이제 뭐가 남았는가? 그래 너희들 하자는 대로 다 해보자.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망치는 당신들을 나는 지지한다.

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득표한 지역[빨간색] 문재인이 득표한 지역[초록색]                                                              우: 분양가 상한제 실시 지역
(투표 좀 잘하지 그랬어요 강남거주민님들)
하지만 그런 악당들은 소수고,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이 부동산 폭등이 정책실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부노선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정부는 절대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현재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김수현, 김현미, 박원순 등. 80년대 운동권/좌파였던 그들은 대학생 시절부터 고수해 온 친북적 성향을 단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8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 남이나 북이나 독재자 아래서 자유가 없기는 매한가지고 북한이 더 잘 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북한이 빈민국으로 전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버린 적이 없었지 않았는가. 그럴 사람들은 전부 전향했지. 무려 35년동안이나 그릇된 신념을 품으면서도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인데 그런 그들이 서울 부동산이 고작 두 배 올랐다고 자신들의 정책 실수를 인정할까?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고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저들은 결코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노빠꾸 상남자들 킵고잉. 캬.

그렇다면 부동산은 얼마까지 폭등할까?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바뀌려면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해야 한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설령 그런 일이 벌어져도 개정된 법들을 다시 다 되돌리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엔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린다. 즉 현재의 주택부족은 2027년까지 100% 확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사막에서 조난당한 사람에게 생수 한 병을 100만원에 팔면서 적정가격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중산층들은 고통스러운 경주를 시작해야한다. 5년 전만 해도 강남의 중형평수 소형단지를 알아보던 사람들은 작년에 마용성으로 임장을 다녀야 했고, 이제는 마용성도 놓치고 태어나 처음 들어본 지역들의 부동산을 기웃거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에 먼저 순응하고 눈을 낮춰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해야만 한다.(전에 작성한 글에서 말했듯, 당신이 40을 넘지 않았다면 인내도 좋은 선택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그래도 예측이 우리의 일이니 간단한 계산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경기도에 공급하는 신혼주택단지와 2기 3기 신도시가 서울의 집값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먼저 가장 먼저 완공될 GTX-A가 들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산해보겠다. 서울의 25평 대신 용인 수지, 일산 등의 25평에 사는 것은 어느정도 값어치를 가질까? 어려울 게 없는 간단한 계산이니 직접 해보기를 권한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의 집을 비교하는 사람들의 평균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소득을 시급 만원으로 잡자. 그리고 수도권으로 이사가게 되면 평균 출퇴근 시간이 약 45분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1.5시간. 따라서 25평의 주 수요자인 맞벌이 가정은 둘이서 합해 하루에 3시간을 통근에 쓰게 되는 것이다. 시급 만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3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GTX요금 4천원을* 더하면 4만 6천원(30,000+4,000x2명x2왕복). 그리고 한달 30일 중 약 27일(휴일에도 서울로 외출할 수 있으니)동안 이 비용을 낸다고 계산하면 그들은 약 월 124.2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1년이면 약 1,490만원이 되고 이를 매매가격의 월세수익률 4.5%로 나누어주면 3.31억, 여기에 서울거주 프리미엄 20%를 감안하면 3.97억, 거의 4억에 가까운 금액이 나온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당 기회비용   : 10,000
통근시간 증가       : 1.5시간(왕복)
GTX 통근비용       :   8,000 (왕복)
평균 가구원 수      :      2명
하루 가구 지출      : 46,000 [(10,000*1.5+8,000) x 2]
월 비용(27일)        :    124.2만원
연 비용(12달)        : 1,490.4만원 (A)
월세수익률(신축) :       4.5%       (B)
매매가격 환산       : 33,120만원 (A)/(B)
서울 프리미엄20%: 39,744만원

따라서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강동이나 영등포, 혹은 관악구의 25평 아파트의 가격보다 4억 이상 저렴해야 GTX-A노선의 아파트들은 비교우위를 가지는 셈이다. 현재의 가격을 보면 동남권을 대체할 용인수지의 25평 가격이 대략 3.9억, 서북권을 대체할 일산/고양의 25평 가격이 약 2.5-2.7억으로 아직 4억의 차이에 미치지 못한다. 즉 GTX가 들어서는 지역의 집값을 훨씬 더 떨어뜨려야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당의 텃밭의 집값을 폭락시켜 서울의 집값을 잡는다는 정책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2,3기 신도시 계획들은 서울의 수요를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니 서울의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권의 물량은 계산에 넣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서울시의 주택 수급상황은 지난 30년간 가장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링크) 따라서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주택시장은 2006/07년보다 과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매매 비율은 지난 저점을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아래 그림)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 2022년에 정권이 교체되어 2027년에 수급부담이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수급부족에도 불구하고 아주 보수적으로 향후 전세가 상승률이 지난 1년 평균 수준(1.5%)이라고 감안하면 2027년의 전세가격은 현재보다 약 12.65% 상승할 것이며 전세/매매 비율이 지난 저점에 도달하려면 매매가격이 현재보다 약 75% 오를 것이다. 아멘.
전세/매매 비율 변화

수식만 보면 학을 떼는 물리울렁증 환자조차도 아는 공식, F=ma를 낳은 근대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 하지만 그런 천재 조차도 런던의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재산의 거의 전부를 날리고 말았다. 마크 파버의 분석에 따르면 뉴턴은 18세기 당시 대표적 버블이었던 남해회사에 비정상적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는 1720년 초, 회사의 주가가 뛰기 전 주식을 매입해서 불과 3개월 만에 두배 가까이 차익을 보고 매도했다. 하지만 그의 추천으로 주식을 샀지만 팔지 않았던 친구들이 더 큰 수익을 보자, 초조해진 그는 전재산을 들고 상투를 잡았다. 얼마간 더 오르던 회사의 주가는 곧 폭락을 시작하게 되고 뉴턴은 거의 파산상태에 몰려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만다. 그가 잠시마나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가 파산하기까지는 1720년 2월부터 11월 말까지, 고작 1년도 걸리지 않았다.이후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런 저런 수치를 들어 집값의 미래를 가늠해보지만 서울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밀려나는 사람들의 공포와 시장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멍청이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내가 젊은 날을 부동산에 베팅한 것은 내 영민함을 믿어서가 아니라 저들의 멍청함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천재 뉴턴은 자신이 거인의 어깨에 서 있었기 때문에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인용하자면 나는 저 멍청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노라고 답하리라. 멍청이들 화이팅!

뉴턴의 남해 주식 투자 시점































*이마저도 너무 낮아 GTX 운용은 대부분 적자가 될 것이다.
**이는 내 독창적인 분석이 아니라 다른 여러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임을 밝힌다.
***혹자는 리만 전 금융버블기보다 더 과열될 수 있느냐고 묻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주식시장을 보라.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진 지 수년이 지났다.

2019. 11. 9.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2

불특정 다수에게 글쓴이의 주장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그건 글을 잘 못썼다는 반증이다. 그 글도 마찬가지다. 다시 읽어보니 그냥 지우고 새로 쓰고 싶지만 여러 답글까지 달려있으니 놔두고 다만 몇가지를 보충해서 다시 정리해 보려고 한다.
 
*          *          *

답글 중에 한 의사로 추정되는 분이 답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셨다. "의사의 진료는 단순한 지식의 적용이 아니라 인간의 오감을 동원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따라서 이를 AI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오래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대체하게 될 것은 쉽고 단순한 작업들일 것이다." 이것이 가장 흔한 통념이겠지만, 난 정확하게 반대로 생각한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그분의 주장대로 의사는 오감을 사용해서 진료를 한다. 밀다가 갑자기 저항이 감소하는 느낌, 촉감, 밀다가 연부조직 아래로 뼈가 만져지는 감각 등.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측정은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인간이 조직을 만지며 "부드럽다" "피부가 마르고 거칠다" 와 같은 감각에 의존할 때, 기계는 피부의 표면거칠기가 타 피부조직보다 x% 높다, 환자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압력이 xx PSI로 평균치의 1.97SD에 해당한다, 등 수치화 된 데이터를 소숫점 수십자리까지 뽑아낼 수 있다. 간단하게 인간 의사가 맨손과 고무줄만 가지고 환자의 혈압을 측정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가 평생 혈압측정만 해왔다고 해도, 그는 중국산 싸구려 혈압측정기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진료기록들의 DB를 구축한다면 현대의 로봇의사는 인간의사 보다 더 정확한 촉진, 청진, 시진을 수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 구현비용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이다. 알파고 같이 수천 억원을 투자해서 로봇의사를 하나 생산하느니, 그냥 의대를 설립하고 양질의 의사들을 육성하는게 훨씬 싼데 뭐하러 로봇의사를 만드나. 다시 말하지만 인간 뇌의 우수성은 효율성에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로봇의사의 생산비용을 낮출 것이다. 만약 1대의 로봇의사의 비용이 수백억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그는 어떤 의사를 가장 먼저 대체할까? 존스 홉킨스 대학의 최고 심장외과 의사? 아니면 저어기 강원도 산골에서 할머니들 감기약 지어주시는 김선생님. 당연히 전자 아닌가.  AI와 기술의 발달은 고숙련 고임금 노동자를 가장 먼저 대체할 것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최고 심장외과의 K씨는 이전까지는 전세계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수술로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지만 그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진 로봇의사들이 십수대 등장하면 다른 의사들과 똑같은 평범한 환자의 진료를 시작해야한다. 물론 연봉도 깎일 것이고.

이와 같은 일들이 산업혁명 시대에도 존재했다. 남들보다 시력이 두배 좋은 측량기사나 근력이 두배나 강한 건설노동자들은 각자의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누렸지만, 광학장비의 발달과 기중기 등의 개발은 그들이 누리던 독점적 지위를 없애버렸고, 그들의 소득은 평범한 노동자들보다 그저 약간 더 나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제 기계가 육체노동시장의 엘리트들에게 불러온 변화를 이제 AI가 지식노동시장에 가져올 것이다. 나는 트레이더지만 AI가 등장한다고 해서 금새 나를 대체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연봉이 훨씬 높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나 헷지펀드 트레이더들을 먼저 대체하겠지. 금융 뿐 아니라 의사나 법률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번면 저소득층이 받을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 보자. 키오스크자체는 기술적으로 이미 20세기 후반에 완성되었지만 그 후 수십년이 지나도록 온전히 도입되지 않았다. 이 기계가 보편화 된 것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미국의 최저임금을 올려 인건비가 장비값보다 비싸지고 난 후 부터였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하지만 미국에서는 실업자가 늘어나기는 커녕 감소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기계보다 인간을 쓰는게 싼 일자리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숙련 저소득 노동자일 수록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는 것이 쉽다.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맥도날드에서 해고된 P군은 쉽게 도미노 피자의 배달부로 재취업할 수 있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뒤) 해고되지 않고 남은 맥도날드의 노동자들은 생산성의 향상으로 임금이 올라가 더 많은 피자를 시켜먹어 도미노 피자의 수요는 늘어났다. 이런 연쇄 과정은 산업혁명 이래 200년간 이어진 변화고 그 결과 하층 노동자들의 삶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러다이트는 분명히 틀렸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신종 러다이트들을 보고 있다. 저소득 육체 노동자들은 AI와 자동화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소득 지식 노동자들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AI테마주를 검색하고 있지만, 기업이 비싼 AI를 도입한다면 이는 몸값 비싼 고소득자를 대체하기 위함이지, 싸구려 노동자들을 갈아치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저소득 육체 노동자들도 다수 해고되겠지만, 그들은 금새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패티를 뒤집는 데에 별 다른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듯, 그들은 또 그저 그런 저숙련 노동을 필요로하는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세상에는 기계보다 싼 일자리가 많으니까.

*          *          *

하지만 그 의사분이 주장한 대로 우리는 로봇의사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사람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 우리는 단순히 병의 진단과 처방 뿐 아니라 정신적인 위로를 함께 받는다. 본인이 큰 병에 결렸거나, 혹은 그런 가족을 둔 사람이라면 의사의 따듯한 말들-괜찮아요, 곧 나을 겁니다, 이런 인간적인 위안과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알 것이다. (로봇의사에게 이런 위안 기능까지 넣는다면 개발비용은 훨씬 더 비쌀 것이다.) 마찬가지로 AI가 나보다 투자실적이 더 낫더라도 내 상사들이 나를 AI로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손실이 커도 AI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불러서 항의할 수는 없지 않은가. AI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인간이고 그는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온전히 AI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