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양 사의 합병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삼성물산의 지분을 7%정도 보유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국내 언론은 헷지펀드를 맹 비난하며 삼성의 입장을 옹호했지만 상식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쪽은 삼성과 언론들이다.
삼성물산은 건설/상사가 주력인 회사고, 제일모직은 의류업에 특화된 회사이다.(제일모직이 건설관련 매출이 있지만 대다수가 계열사로부터 나온다) 삼성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상식적으로 이렇게 업종이 크게 다른 두 회사가 합병하며 큰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런 논리라면 나이키와 애플도 합병해야하고 맥도날드와 샤넬도 합병하는 것이 더 나을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불분명하다'라고 밝혔으며 국내 증권사들 역시 삼성일가의 보유지분 분석에 집중할 뿐 두 회사가 더 나은 우량기업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능아가 아닌 이상 이번 합병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재용 한사람을 위한 합병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부당한 이득을 본다면 다른 누군가는 부당한 손해를 보게 되어있는데, 이들은 바로 삼성물산의 주주들이다. 이재용(과 삼성일가)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지난 5년간 가격중 가장 낮은 수준에 대거 인수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는 (자본기준)5조짜리 회사를 가지고 14조짜리 회사를 사는 마법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아래 차트를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위 그래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비율이고, 빨간색 선은 합병당시 주가교환 비율이다. 오너일가가 삼성물산의 주식을 거의 역대 최저점까지 끌어내려 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제일모직의 주가는 미친 수준으로 뛰었다. 주가는 장부가의 4배였고, P/E비율은 200%를 넘어 거의 IT버블기 닷컴주식 수준이다. 별것 없는 옷만드는 회사가 말도 안되는 고가에 거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용이 보유한 제일모직이 삼성의 다른 알짜 회사들을 헐값에 사들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법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시장의 상식과 자본주의의 원칙에는 어긋난다.
이에 반발하여 삼성물산의 3대 대주주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며 주주의 당연한 권리다. 참고로 엘리엇의 두 산하 펀드는 아르헨티나가 파산 위험에 인접했을 때, 그들의 채권을 싸게 매입한 뒤 채무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제 값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투자를 감행했다. 돈을 빌렸으면 값는게 당연한 이치인데, 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깡패와 싸워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재벌의 횡포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과 경제지들은 삼성의 편을 들고있다. 단순히 기자의 양심을 팔아 광고주의 이득을 우선하는 짓에서 그친다면, "먹고살기 힘든가 보다"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날강도나 다름없는 합병을 막는 주주를 "도덕성"운운 하며 비난하다니, 이쯤 되면 정말 미쳤거나 아니면 자본주의가 뭔지 모를정도로 무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계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시장을 이해하려면 매경/한경 같은 경제지를 보라'고 한다지만, 내 후배들에겐 좀처럼 그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물론 모르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글자의 무덤같은 쓰레기들을 읽는데 시간을 쓰라는 말을 꺼내기 미안해서 그렇다.
합병은 명백하게 이재용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창업한 오너 일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이 일궈낸 회사를 계속 본인 가문의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욕구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상속세의 축소와 대주주의 횡포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감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날이 올까요?
답글삭제동시에 이뤄지거나, 아니면 경쟁력에서 밀려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삭제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네요 참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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