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9.

똑똑한 사람들이 왜 집을 사지 못하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하게 용트림을 하며 다시 랠리하기 시작한다. 지금쯤 과천에 처박혀 지네 집 시세를 찾아보고 낄낄대고 있을 김수현이나 그의 똥을 치우느라 금뱃지도 뺏기게 생긴 김현미도 아마 이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시장이든 전고점을 돌파할 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새 랠리를 반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복덕방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서열은 학력고사나 수능의 점수로 나뉘지 않는다. 행복만 성적순이 아닌게 아니라, 부동산도 성적순이 아니더라. 어째서 그런가.


크게 세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째, 그들은 자신을 과신한다. 내가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명문대학 재학/졸업생들 중, 개인투자 포트폴리오의 No.1 비중이 삼성전자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괴상한 잡주에 몰빵한 뒤 상폐, 쩜하, n토막 뭐 이런 용어들을 자주 쓰는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화내지 마라, 나도 그랬다.) 그들이 대한민국 최고 대표주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그를 뛰어넘을 더 훌륭한 회사를 고르려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는 계급이 없다. 아니 돈이 계급이다. 당신이 수많은 석박사를 거느린 이재용보다 훌륭한 회사를 찾을 능력이 있다면 당신의 자본이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수 없다.(알겠냐, 과거의 나야) 그들의 태도는 복덕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마주친 수많은 젊은 손님들은, 특히 안경을 끼고 얼굴이 희고 똑똑한 티가 날 수록, 저평가 우량주를 올바른 매수 타이밍에 사겠다고 이리저리 재고 잰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살지도 않는 그가, 그리고 복비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초짜가, 게다가 남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획 하고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쑬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미연준 금리가 어찌되고 무역전쟁 뭐시기 뭐시기 등, 집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수십가지나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모두 발생한다면 당신은 집을 사든 안 사든 어차피 망한다. 미래의 갈림길에서 한 쪽은 이래저래 망하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집이 없으면 괴롭고 있다면 편안한데 왜 망할때 덜 망하는 길을 택하나. 경제 전망에 따라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해야할 것은 다주택자들이지 그가 아니다. 김치가 먹고 싶으면 그냥 마트에 가서 사지, 향후 배추값의 전망과 고춧가루 가격 차트를 분석하나. 하지만 똑똑한 이들은 안정적 주거라는 기초적 욕구 앞에 온갖 생각들을 깔아놓는다. 빠지면 어쩌냐고? 그냥 들어가 살면되지. 뭐가 문제길래 그리 생각이 많나.


둘째, 그들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단기의 움직임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뿐이다. 장담컨대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짐 로져스도 HTS를 깔고 코스피 선물로 단타를 하면 손실을 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단기 전망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타를 할 수도 없고, 세금때문에 되지가 않는데 뭐하러 3달자리 1년짜리 전망을 하는가. 하지만 시험에서 한 개라도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삶을 살아온 그들은 그 짧은 단기전망조차도 틀릴까봐 걱정하며 결정을 주저한다. 오르는 시장에서 사자니,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보다 내가 바보 되는 것 같고  빠지는 시장에서 사자니, 내 뒤에 사는 사람이 나보다 더 싸게 살테니 내가 호구되는 것 같고. 이래저래 그는 결정을 미룬다. 이렇게 똑똑한 내가 바보가 될 수 없다는 그 두려움,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 그것이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게다가 [완벽하게 변곡점을 잡아내려 하지만 그럴]자신이 없는 그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신문에 나오는 대다수의 부동산 칼럼니스트들 중에서 등기를 여러번 쳐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선대인처럼 평생 등기소 한번 안 가본 샌님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망을 전망으로 둔갑시킨 유튜브 영상 몇개 보고 그들의 두치 혀(좀 짧으시더라)에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건다. 화이팅, 하지만 그들조차도 당신이 구독한 비디오 클립 몇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사러 간다. 집값 잡겠다고 큰소리치고 책까지 쓴 김수현도 청와대 월급과 책 인세를 모아 과천에 재건축을 샀지 않은가. 바보가 될 위험을 확실하게 없애는 길은, 결국 확실하게 바보가 되는 것 뿐이다.


셋째, 지나치게 눈이 높다. 또래끼리 모아놓고 친 시험에서 상위 5%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그들에게 상위 5%의 주거지가 주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으로 구매하는 것이고 자산은 소득 뿐 아니라 기간에 비례한다. 이건희의 작년 근로소득은 0이지만 그가 결코 우리보다 가난하다고 할수 있겠나. 과거 시험성적과 오늘의 소득이 상위 5%인 청년도, 평균적인 60살의 고졸 노동자보다 가난하다. 그러니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의 출발점이 결코 강남3구나 강북의 핫한 신축단지 일 수 없다. 나이, 학력, 계급장 뭐 다 떼고 붙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학 간판이 무슨 소용이 있나. 안타깝지만 당신이 못 사는건 버블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산이 모자라서다. 등기는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방법이 있으니 바로 대출이다. 미래의 소득은 보장되어있지만 현재의 자산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미래의 자산을 현재로 이연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이자를 낸다. 하지만 역사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그들의 소비지출** 때문에 젊은 고소득자들은 이자를 낼 돈이 없다고 항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지, 아니면 오늘날의 소비를 택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남들처럼 소비하면서 남들이 못 사는 지역에 등기를 치려는 것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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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위의 세가지 실수를 모두 저질렀다. 나는 투자자가, 또 트레이더가 하면 안되는 실수들을 모두 다 한번씩은 저지른 적 있으며 그에 따라 크게 잃고, 다치고 심지어 다른 커리어를 알아본 적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방심하면 또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부던히 경계하고 조심하고 노력한다.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부디 똑똑한 그대들도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비난의 화살을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세력이나 다주택자가 아니라 정부로 돌리길 바란다. 분노하는 대중들은, 심지어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감정의 노예가 되어 정부로 하여금 더욱 강력한 사회주의적 정책을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더욱 왜곡된 수급을 초래할 것이며 따라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시행한 약 2년 반 동안 강남구는 약 53% 상승했으며 마용성이 평균 43% 성장한 반면, 정부가 강제로 쓸데없이 집을 공급한 일산이나 남양주, 수지와 같은 서민 거주지역들은 한 자리수의 성장을 보이거나 되려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나 주식이 아닌 바로 내 국적인데 아래와 같은 현상은 반드시 날카로운 사회적 대립을 초래할 것이고, 그 손실을 고작 부동산 몇개가 만회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취임 후 아파트 가격 변화

*여자와 남자는 뇌가 다르게 발달되어 있다. 아늑한 주거지를 선정하는 본능은 여자들에게 더 발달되어있고 또 대부분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여성이다. 남성이 아무리 분석해도 신상 샤넬백의 적정가치를 알 수 없듯 부동산도 일부 그런 특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주택 대신 예금을 택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그들은 내가 저 YOLO들과 왜 같이 묶이냐며 발끈하겠지만, 예금금리가 자산 인플레(혹은 명목경제성장률)를 쫒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금을 한 것은 미래의 안정을 구매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금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다.

2019. 10. 1.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정치인에게는 공과 과가 있다. 그리고 모든 유권자는 자신의 가치판단에 따라 그 항목들에 각기 다른 가중치를 매길 것이며 또 그 종합점수는 각기 다를 것이다. 따라서 나는 모든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한다. 심지어 통진당에서부터 대한애국당까지도. 하지만 특정 정치인을 우상화시키는 태도, 그것 하나 만큼은 절대적으로 배척해야한다. 왜냐하면 종교와 혼동하는 모든 정치는 결국 독재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평등을 외치며 왕을 몰아낸 프랑스 대혁명의 끝에 나폴레옹 황제가 들어선 아이러니를 보라. 모든 영웅 서사시의 마지막은 반드시 비극, 아니면 독재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언급할 주제는 소수 신도들에겐 대단히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번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왜냐하면 이 비극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그 힘은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또 단언컨대 향후 몇몇에게 비슷한 운명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 누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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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친노계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당한 모욕과 측근-가족에 대한 비겁한 수사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했던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당신들이 기억하는 노무현은 그런 부당한 압력 앞에 굴종할 사람이었나. 아니, 내 기억은 그렇지 않다. 만약 자신과 가족에게 씌여진 혐의가 과장되었거나 거짓이었다면 그는 끝까지 싸움닭처럼 달겨들었을 것이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장기 아니었나. 물론 수사과정 속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의전 몇개에 상처받아 자살할 그런 나약한 사람인가. 그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포승줄에 묶여서도 판사를 노려볼,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그런 조잡한 의전이 아니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못내 괴로워했던 것은 그 혐의들이 대부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었던 형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비리와 함께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이런 시아주버니의 활약을 본 권양숙 여사는 분발해서 70여억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 중에는 약 2억원짜리 명품 시계도 받았는데 이는 국민 여론을 악화시킨 사건 중 하나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크게 격분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으나 그의 죽음으로 모두 묻혔다. 아, 혹시나 위의 혐의들이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어용지식인 유시민씨에게 가서 따지길 바란다.

 
시계는 받았지만 논두렁에 버린게 아니라 망치로 부쉈으니 "논두렁시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뇌썩남 유시민
아마도 노무현이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자신이 추구하던 정치가 이런 비리들로 퇴색할 것이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려고 했지만 자신이 존경했던 형은,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는 군사정권의 실세 친인척들과 아주 다르지 않았기에 그의 임기는 말년의 청와대가 늘 그랬듯이 이런저런 게이트로 덮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그의 날개를 꺾었다. 육사출신 정치인들과 공작정치들이 판을 치던 시절에 전두환 청문회에서 패기롭게 명패를 집어던지던 그가 고작 이명박을 두려워 했으랴. 또 그가 언제 조중동을 신경이나 썼나, 또 그가 언제 검사들에게 쫄기라도 했는가. 여론을 등에 업었을때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잇달은 측근비리로 여론은 변심한 연인의 뒷 모습보다도 더 차갑게 돌아섰고 결국 싸움닭 같았던 그는 그 꼿꼿한 모가지를 떨구고야 말았다. [일부 진보 논객은 검찰의 수사 태도를 물고 늘어지는데, 여론이 돌아선 이유는 노건평씨와 권양숙씨의 범죄행각 때문이지 검찰이 수사내용을 흘려서가 아니다. 2억짜리 시계가 논두렁이 아니라 망치로 부숴진 채 발견됐다면 여론이 뭐 달라졌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다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가. 직접적으로는 돈을 받고 돌아다니는 그의 형이, 그리고 그의 아내가 그네들의 사랑하는 노짱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다. 그들이 더러운 돈을 받지 않았다면 노 대통령이 자책할 일도 없었잖은가. 그 두번째 책임은 민정수석에게 있다. 정치 새내기들이나 두뇌에 미처 정교분리라는 개념을 탑재하지 못한 X사모들은 부정하겠지만,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측근비리가 없던 대통령은 단 한번도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 조직은 행정부 각료들 뿐 아니라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을 제도적으로 감시하는 직책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민정수석이다.

참여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은 바로 문재인이었다. 그는 이후 노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거쳤으니 그 비리들이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그가 설마 정계/언론계에 파다하게 돌던 루머를 혼자 모를 정도로 무능했겠는가. 그렇다면 왜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비리에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아마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고생한 동지의 친인척들이 어깨 좀 펴고 다닌다는데 거기에 모질게 한마디 하지 못한 그의 성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정"이야 말로 모든 비리의 어머니나 다름없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그 망할 두터운 정을 떠올려 보자. 만약 당시 문재인이 노건평씨나 권양숙에게 가서, 정 한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당장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에게 일러바치겠다고 일갈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하지 않아도 되었다. 불법을 알고도 눈을 감은 방임와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나태가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이나 다름없다.

또 하나, 그들의 공범이 있었으니 바로 참여정부의 각종 비리를 보고서도 종교적 신념으로 정부를 지지한 광신도들이다. 참여정부의 첫 측근비리는 임기 2년차 초반에 폭로되었는데, 노건평씨가 당시 대우건설 남상국사장의 인사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맹목적 지지자들은 그 해 봄 대통령의 친위정당에 표를 몰아주며 사실상 노건평씨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거기서 자신감을 얻은 노건평씨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4년 만에 몸값을 100배로 드높였다.(2008년 농협 세종증권 관련 29억원 수수, CAGR 315%!!!!). 만약 2004년 노사모들이 그 작은 비리에 분노했다면 훗날 봉하대군이 거하게 해먹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대통령의 나머지 가족들 역시 감히 부정한 돈을 받을 생각조차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의 대신 신앙으로 무장한 그 광신도들이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보라.

따라서 시민들이 사랑했던 서민의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은 그의 명예를 더럽힌 가족들, 민정수석을 비롯한 최측근, 그리고 그 광적 지지자들이 저지른 종합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있지만, 노무현을 좌절하게 만든 것은 바로 검사나 조중동이 아닌 바로 그들이다. 나는 그들의 범죄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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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이런 비극이 처음부터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내외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교육부의 미심쩍은 수의계약을 수백 억이나 따냈고 장녀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민을 떠났다. 게다가 국무위원 서열 1,2위인 대통령과 총리의 동생이 사이좋게 근무하는 한 선사는 해수부 산하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모든것을 감시했어야 하는 민정수석은 저 유명한 조국선생이다. 민정수석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똑같은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부패는 마치 돼지열병과도 같아서 빠르게 번진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었는데 그들을 누가 검증했는가. 바로 조국이다. 부패한 민정수석은 정에 따라 부패한 이들을 국무위원들로 앉히고 그 부패한 국무위원들은 그 망할 놈의 인륜에 따라 민정수석의 부패를 옹호한다. 그렇게 전임자 박근혜를 부패로 탄핵한 후 1년도 채 걸리지 않아 새 행정부 역시 부패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대통령의 부패한 측근들과 광신적 지지자들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을 보고 있다. 심지어 공이 있으니 과를 봐주자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공이 없는 사상 최악의 비리 공직자를 두고도 앞으로 공을 세울 것 같으니까 봐주자고 주장한다.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세상은 사법기관이 나의 반대자들만 후벼파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상관없이 죄가 있는 자를 심판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조국이고 나발이고 예수고 부처고 간에 죄가 있으면 심판을 받는 것, 우리는 그 간단한 상식이 지켜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상식을 무시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자신만만한 조국과 그 무리들은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며 그 범죄는 다시 여럿을 비극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 패거리들은 얼마나 더 진보의 얼굴에 분뇨칠을 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참여정부의 첫 측근비리가 집권 2년 차에 까발려졌듯이 박근혜의 첫 국정농단의 실마리도 집권 2년 차인 2014년에 터졌다. 당시 정윤회(최순실 남편)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의 국정에 개입한다는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되었는데 당시 묻지마 지지자들과 보수언론의 지원으로 이 사건은 묻히게 되었다. 이후 최순실의 비리와 국정농단이 14-16년에 집중되었으니, 만약 박사모들과 보수 언론들이 당시 그 사건을 간과하지 않았다면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일은 없었을 지 모른다. 그러니 문빠들이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근혜를 옹호하던 박사모들이 박근혜를 어떻게 감방에 보냈는지를 기억하라. 그대들이 사랑하는 후보를 보호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를 견제하는 것이란 사실 또한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계속해서 조국, 아니 조이코패스의 범죄를 옹호하고 그 수사를 막는다면 지연된 비극은 마치 연체된 사채빚 처럼 마구 불어나 언젠가는 당신들의 아이돌들을 비극의 심연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2019. 9. 26.

주택시장에 대한 흔한 착각 두가지.

최근 정부의 새 부동산 정책에 관한 여러 논의를 지켜보며 사람들이 가지는 흔한 오해 두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1. 세입자에게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권한을 주는 것과 2. 분양가 할인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대중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이 둘은 모두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1. 전월세 계약을 2년 연장할 권한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최소 2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현재 당정은 2년이 만료된 뒤, 세입자가 2년 더 전월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법은 전세가격을 올려 갭투자자들의 주택구매를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서는 전세가격은 대체로 상승한다.(최근 CP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지만 이는 잘못된 소비자물가 바스켓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4년 간의 전세가격은 2년보다 높고, 향후 10년 간의 전세가는 4년 보다도 더 높다. 따라서 전세기간을 늘리면 세입자가 계약시 맡겨야 할 전세금이 올라간다. 그리고 전세금을 올리는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시장은 공평하다. 누구도 손해보는 계약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계약의 조항이 다른 한쪽에 불리하게 되어있다면 거래 상대방은 그 만큼을 보상해주어야 계약이 이루어진다. 앞서 정부가 고려하는 개정안에 따르면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권리는 세입자에게만 있다. 집주인은 2년 뒤 세입자를 붙잡고 싶어도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전세금을 빼줘야 한다. 하지만 권리는 공짜가 아니다.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권리를 주게 되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금융용어로 세입자는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옵션을 사게 되는 것이고, 집주인은 옵션을 팔면서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대개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지불될 것이다.


2. 분양가 할인은 공급을 줄이는가.

당연하다. 10억짜리 물건을 9억에 팔 사람은 소수고 그걸 5억에 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정부가 이 10억짜리 물건을 싸게 팔라고 강제하면 물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그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공급이 끊어진다. 이런 아주 단순한 원리를 부정하며 공급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든다. 1980-2000년에도 분양가는 크게 할인되어 판매되었지만 공급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그 시절의 이자율이 높았다는 것과 당시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못했다는 것.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짓기도 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선분양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과거 건설사들과 주택조합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집값을 미리 내고, 대신 조합과 건설사는 그 이자 만큼 조달비용을 아끼니 대신 집을 싸게 줄 수 있었다. 집을 다 짓고 분양하는 후분양을 추진할 경우 건설기간 동안 공사비를 조달해야해서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강 계산했을때 과거의 기준금리가 6-8%였다면 신축가격 100에 해당하는 분양가는 약 85-90정도가 된다. 따라서 1억짜리 집을 10% 싼 9천만 원에 선분양하는 것은 그냥 제값에 판 것이지, 싸게 분양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조달금리는 턱없이 낮으며 공사기간도 단축되었다. 그러니 과거처럼 신축아파트보다 15% 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하게 되면 조합과 시공사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분양을 안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늘 유무형의 비용을 동반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내게 수익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선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정말 거지같은 집을 지을 수도, 럭셔리한 고급주택을 지을 수도 있지만 분양받은 계약자는 설령 부실시공이라도 무조건 그 집을 인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많은 건설사들이 난립했기 때문에 아파트의 질이 A급에서부터 D급까지 다양했다. 따라서 분양가격은 이런 위험을 반영해서 낮게 측정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는 대형시공사들은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고, 심지어 고급 아파트의 경우 독자적 브랜드를 도입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앞서 말한 위험을 반영할 필요가 적어졌다. 그러니 분양가가 기존 신축보다 낮아져야 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두 정책은 모두 전세가격, 그리고 매매가격 모두를 상승시킬 것이다. 하지만 바보는 끝까지 바보 짓을 반복하니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처럼 바보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실거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서 집을 사기를 권한다.

누구를 위해 연금은 매수를 누르나

와. 도대체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를 앞서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그저 조용히 이 랠리를 즐기고 싶다만 뭔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주식을 병들게 한 것이 정치였는데, 주가와는 달리 정치는 점점 악화되니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3영업일동안 매일 주식을 사들였고, 그 금액은 이달 들어서만도 벌써 2.5조가 넘어갔다. 역대 30일간 사들인 금액으로 보면 역대 최대치를 찍었으니 국민연금의 이런 매수행테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해 연금은 매수를 누르는 것일까.

모든 금융사들은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인다. 고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득을 우선하는 행위는 그 경중에 상관없이 심각한 처벌을 받는다. 최근 여의도에서 몇몇 직원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선행매매를 했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들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두번 다시 금융시장에서 잡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짓을 아무리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몇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는데 올해 국내주식비중을 줄인다던 국민연금은 갑자기, 난데없이, 뜬금없이 폭풍같은 매수주문을 내며 시장의 팔자 호가를 뜯었다. 그 배경에 대해 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목표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더 사야 했다"고 답하지만, 매매 행태와 종목을 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대단히 어렵다. 그들이 그런 비정상적 매매에 나선 것은 최근 부진한 정권의 지지율이나 일본을 상대로 펼치는 자존심대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입자의 이익보다 다른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는 것을 수도 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당장 현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이력부터 보면 금융쪽에서 일한 경력이 단 한줄도 없다. 심지어 비슷한, 덧셈뺄셈이라도 해 본 경력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그는 평생 계산기 한번 두드려 본 적 없고 회계장부의 각 항목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억지로 국민연금의 연관고리를 찾으라면 그가 국민연금 본부가 이전한 전주시 덕진구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는 점, 그것 단 하나 뿐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4-5위 수준의 대형 기금으로 운용자산이 600조가 넘는데,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탑 펀드매니저들은 아무리 적어도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삶을 누린다.  하지만 그들과 경쟁하는 국민연금은 인구가 꼴랑 65만 명 밖에 안되는 전주시에, 그것도 도심에서 20분 넘게 떨어져 있는 외곽 깡촌에 쳐박혀있다.

그렇다고 돈은 잘 주나. 그럴리가 있나. 이 펴엉등한 나라에서. 장담컨대 아마 그들이 경쟁하는 헷지펀드에서 일하는 비서의 연봉이 더 높을 것이다. 돈도 안주는데다 깡촌에 쳐박혀있는데 우수인력이 거기에서 일하고 싶을 리가 없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하자 막대한 수의 운용역이 우르르 빠져나가 인력충원에 크게 애를 먹지 않았나. 심지어 전주가 고향인 사람도 전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데 누가 거기로 따라가나. 남은 사람들과 새로 충원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의도나 광화문으로 이직하는데 실패하고 업계에서 헷지펀드 비서만큼의 연봉도 못 받는 사람이다. 당신의 연금은, 그리고 노후는 이런 사람들의 손에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연금을 전주로,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로 이전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국민의 노후를 망가뜨린 보상으로 김성주는 세계 4대 연금의 이사장 자리를 맡았다. 축하한다. 당신의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렸다.

이런 펀드의 실적이 좋을리 없다. 국민연금은 먼 미래에 돌려주겠다며 국민에게서 600조의 돈을 걷어간 뒤 계산해보니 나중에 못 돌려주겠다며 돈을 더 내놓으라고 겁박하는데, 이를 보면 사회면에서 숱하게 읽은 연인에게 사기당한 사례가 떠오른다. 처음엔 더 큰돈으로 돌려주겠다며 한푼 두푼 삥땅치다 점점 큰 금액을 뜯어가는 그런 비극적인 결말의 이야기들. 상식적으로 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하면 없애버려야지 왜 돈을 더 붓나.

며칠 전 검찰은 삼성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도와준 혐의로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연금이 가입자의 이익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은 명명백백히 처벌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폭락하는 지지율 대신 주가를 올리는 짓이나 국회에 의석 수 한두 개 늘리겠다고 가입자들의 미래를 망치는 짓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아니, 재벌의 경영승계는 수십 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국민연금을 망치는 짓은 매시매분매초 벌어지는 비극이다. 어제부터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멈췄는데 아니나다를까 한국 주식은 여지없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빈자리는 우리 가여운 개미들이 메우고 있다.

정치논리로 국민들의 노후를 망치는 악당들이 있을 곳은 전망 좋은 사무실이 아니라 깜방이다.

당장 가라.




2019. 9. 22.

현재의 이상한 분양제도: 486들의 착취

또다시 분양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모델하우스 앞에서 몇시간 씩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또 그렇게 몇백대 1의 경쟁률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청약자들을 보면서도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믿는 소수의 멍청이들이 있고 비극은 그들이 정책결정자들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글에서 나는 김수현을 머리가 나쁜 촌놈이라고 비난했는데(링크) 심지어 그랬던 나도 저 인간이 못돼 처먹기까지 한 줄은 몰랐다. 그는 과천의 한 재건축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단지는 그가 스스로 입안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간발의 차이로 피해갔다.

하지만 그렇게 못돼 처먹은 것은 김수현 하나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이상한 분양정책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2030대는 분양시장에 관심이 적어 넘기고 싶겠지만, 차근차근 따라와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제도야말로 저들이 노골적으로 당신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제도는 국민주택규모, 즉 약 35평 이하의 아파트의 분양은 100% 가점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가점제란 무주택기간, 자녀 수, 청약통장 보유기간 등등에 따라 종합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제도이다. 얼핏 듣기에는 합리적으로 들리겠지만 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어떤 사람이 가점이 높을까?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높다. 그들은 과거의 무주택기간도 길었고 자녀 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구는 소형이 아닌, 중대형 평수를 원한다. 그런데 왜 그들에게 소형평수를 우선배정한다는 것일까? 이 분양정책이 시행된 이후 각 신축단지의 24평 아파트는 거의 모두 486/586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훌쩍 큰 자녀를 하나나 둘을 둔 486가족은 결코 24평 아파트의 실수요자들이 아니다. 소형평형의 실수요자들은 2030대 신혼부부들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형아파트를 우선배정하는 괴상한 제도다. 심지어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으니 과거의 무주택 기간이 길었다면 청약점수가 높아 소형아파트를 가져갈 수 있다. 24평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32살의 신혼부부지만, 그 집을 분양받는것은 그들이 아니라 아이를 둘 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정책으로 대출을 모두 막았다. 따라서 미래소득은 많지만 당장 오늘의 자산은 적은 신혼부부는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고, 모아둔 돈이 좀 있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소형아파트를 싼값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청약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집은 당장 필요도 없는 40평 50평대 뿐인데, 게다가도 그들은 자본이 모자라 이런 집에 청약을 넣을 수도 없다. 즉 현재의 청약제도는 신축아파트를 죄다 4050대에게 몰아주는 제도나 다름없다.

이 개편안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김수현미가 미숙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했기에 곧 시정될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임대사업제도가 변하고 장기보유특공제도가 수정될 동안 이 괴상한 분양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이 개편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바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산 나는 2주택자가 될 테니 젊은 너희는 세입자로 들어와 살아라, 어디 젊은것들이 벌써부터 집을 가질 생각을 하냐, 세입자 신세도 겪어보고 그러는게 다 청춘이지. 너무나 조국스럽지 않은가. 저들이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조국을 쉴드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는  젊은이들에 대한 운동권세대의 착취다. 그리고 이런 착취를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최저임금제. 해고를 어렵게 만들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회사가 신규고용을 막고 기존 경력자들의 연봉을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링크) 저 운동권세대가 구축하려는 사회주의는 이상의 세계가 아닌,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처럼 소수의 당원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실제의 사회주의다. 사회주의의 이면을 꿰뚫어 본 조지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동물을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그리고 저 운동권 세대는 자신들에게 더더욱 평등한 분양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들은 이에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그 보다 큰 평형은  50%만 가점제, 나머지는 추첨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고 무주택 기간은 30살부터 세기 시작한다. 따라서 집이 없는 32살의 신혼부부보다 40살에 집을 산 1주택 42세의 운동권 가장이 가점이 훨씬 높다.

2019. 9. 21.

(故)고바우 영감

첫 연재가 언제 어디부터였는지 매체마다 주장이 조금씩 엇갈리긴 하지만 이 고바우 영감이 대한민국의 최장 시사만화라는 데에는 아무 이견이 없다. 무려 1만 4139회에 걸치는 그의 만평은 한국의 살아있는 근대사 그 자체였고 민주화의 역사가 그랬듯이 고바우 영감 역시 수많은 풍파를  겪어야 했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단연코 경무대 똥통사건일 것이다. 경무대는 청와대의 전신으로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채, 조선이나 일제 총독부의 신민으로 살아오던 사람들에게 경무대는 뭐 경복궁이나 다름없지 않았겠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가 전주이씨 양녕대군파였는데. 그리고 1957년 그 권력구조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사건이 터진다.

슬하에 자녀가 없던 이승만은 부통령 이기붕의 아들 이강석을 양자로 입적한다. 친부는 부통령이요, 양부는 대통령이니 그에게 두려울 것이 무어가 있으랴. 그는 경찰서의 헌병을 폭행하기도 하고 아무런 자격 없이 서울대 법대에 편입하려 드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던 중 그를 닮은 한 빈손의 백수 청년이 이강석을 사칭하며 경주에 나타나 온갖 접대와 향응, 그리고 금품까지 받고 다니다 적발되어 검거된 것이다. 본디 해프닝으로 끝날 사건이었지만, 아무런 공식직함도 없이 단지 대통령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온갖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자 민심은 흉흉해진다.

경무대의 권위를 팔고 다닌게 과연 대통령 아들 하나 뿐일까. 그리고 거기에 상처받고 다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지금에도 그럴진대 그 시절엔 훨씬 더했을것이다. 그러자 고 김성환 화백은 자신의 만평에서 똥을 치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무대에 출입하는 사람은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촌철살인을 날리다 연행되어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수도 없이 이런 저런 만평들을 통해 시민을 대신하여 권력자들에게 독설을 날렸다. 서슬 퍼런 박정희때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나가던 신군부 시절까지도. 대머리였던 전두환을 문어에 비유하기도 했으니 그는 무척이나 고달프게 살아왔을것이다. 그 당시 정권의 탄압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벌금으로 도대체 얼마를 냈는지 나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고 하니 기개는 물론이고 꽤나 유쾌하기까지 한 화백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랬던 그가 지난 9월 8일 향년 8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생전 최초로 등록문화재(제538호)에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 현대언론사에서 그의 공을 기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대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함께 역사가 되어버린 고 고바우 영감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9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고바우 영감, 하늘의 별이 되다’ '김성환 화백 회고전'을 개최한다. 위에 올린 경무대 똥통 외에도 "아니 이사람 어떻게 살아남은거야?" 싶은 촌평들이 많으니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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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대가 청와대가 되고, 20세기가 21세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두마리 봉황이 가지는 힘은 막강하다. 민주화의 두 영웅, 김영삼과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도 약속이나 한듯 똑같이 막후에서 실세로 활동하며 돈을 받다 구속되었고 노무현과 이명박은 그들의 아들대신 형들이 돌아다니며 뇌물을 챙겨 먹다 유죄선고를 받았다. 심지어 박근혜는 가족이 없자 친구를 불러 비선실세를 맡겼다가 탄핵되지 않았나.

그리고 이제 우리는 현 정부의 실세들도 그 전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이 제작한 허접한 제품 수백억 원어치를, 심지어 수의계약으로 사줬지 않은가. 인터넷에 올라온 그 코딩교재는 왠만한 학교의 전기과 2,3학년정도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아무나 저런 허접한 물건을 국가에 수백억 납입할 수 있다면 나부터 회사를 때려치겠다. 게다가 한투증권 PB는 민정수석의 아내가 부탁하자 별 실적도 없는데도 그녀의 집에 들락날락거리며 하드를 교체해주고 심지어 경상북도 영주까지 따라갔다. 먼저 PB는 그런걸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저걸 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다. 나와 부모님, 그리고 친척들도 PB를 이용하는데, 조국이 부동산을 뺀 전재산을 저 PB에게 맡겨도 매니저가 영주까지 따라가주지 않는다. 결국 우린 경무대의 똥을 치워도 엣헴엣헴 거리고 다니던 1957년보다 그닥 나아지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언론들은 사안을 대할때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좌파와 우파로 나뉜다. 그들의 시시비비는 정의가 아닌 진영으로 갈린다. 만약 고 김성환 화백이 자유당 정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오늘의 권력형 비리를 보면, 또 진영논리로 이를 감싸는 자칭 "시사만화가"들의 모습을 본다면 과연 고바우 영감은 뭐라고 했을까? 그 빈자리를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고 서글퍼하는 것이 나 하나는 아니니라.





조국의 권력비리를 대하는 한 시사만화가의 만평

촛불 그리고 언더독.


어제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거기엔 나이 그윽한 어르신들보다 앳된 학생들이 많았고 팜플렛과 촛불을 나눠주던 운영진 모두 내 조카보다도 어린 청년들이었다. 돌이켜 보면 입학부터 졸업까지 매 학년의 가을은, 그것도 저렇게 청명한 날씨의 가을 밤은 내게 몇 없던 소중한 날이었는데 저 젊은이들은 그 소중한 하루를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데 쓰기로 한 것이다. 처음으로 사랑을 속닥거릴 시간에, 혹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번화가를 거니는 대신 아크로폴리스에 나오기를 택한 저들의 하루는 나같은 아즈씨나 할배의 고루한 하루와 결코 같지 않다.

폭력으로 점철된 학창 시절을 겪은 나는, 그리고 나의 선배 세대는 불평등에 익숙하다. 선생은 기분이 나쁘다고 패고, 선배는 담배를 내놓으라며 패던, 뭐 그런 시대였다. 그래서 우리는 권위에 굴복하는데에 익숙하다. 그러니 민정수석이면, 또는 여당 핵심인사면 어느정도 불법을 저질러도 뭐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던 것이 우리세대의 노예같은 도덕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런 불평등을 거부하며 자란 세대고, 또 그런 구시대를 끝내겠다고 약속한 것은 바로 조국을 포함한 운동권 세대들이다. 그리고 그 운동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이 청년들은 배웠던대로 곧바로 일어섰다. 마치 1987년의 그들과도 같이.

잡과 집을 빼앗긴 세대는 이제 젊음마저 빼앗겼다. 배나오고 다 늙어서 이제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팔팔정이나 찾아 헤메는 486들은 아직도 지들이 젊은줄 알고 20대들이 못배워먹어서 우경화되었다며 무시한다. 하지만 젊음은 그대들의 사유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의 역시 그대들의 전유물이 될수 없다. 조국이고 우병우고 문재인이고 박근혜고 간에, 불법을 저지르면 빵에 가고 비도덕적인 짓을 하면 욕을 처먹는 것이 상식이고 정의다. 그게 당신들이 주장한 바 아니었나.

나는 금수저로 곱게 자랐지만, 우리 아버지는 시골 깡촌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달걀을 먹어 보는게 꿈 이었던 소년이었다. 어린시절 우리 집에서 일하던 파출부 아주머니는 한글은 물론이고 숫자도 못 읽어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전화번호 좀 눌러달라고 부탁하던 분이셨지만 그녀의 아들은 명문대 공과대학을 졸업해서 오늘 날에도 유명한 대기업에 재직중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회사에 와서 아들뻘 되는 이들의 커피잔을 닦고 화장실의 휴지를 치우시지만 그녀의 아들은 외국계 회사의 임원으로 해외지사를 오가고 있다. 내 대학 동기 중 하나는 21세기에도 가끔 전기가 끊기는 오지에서 독학으로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한, 이번달 학비를 내기위해 아버지가 농기계를 팔아야하는 흙수저였지만 그는 의대로 편입했으니, 아마 지금쯤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언더독들에게 열광한다. 조국의 자식이 당연히 조민이 되는 그런 세상은 우리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다.

 
광장에 앉아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저 아이들이 맞이할 내일은 그런 언더독들의 세상이기를 바란다. 내가, 그리고 저들이 믿는 진정한 평등한 세상은 오늘 같이 시원한 가을날 밤, 장관의 아들과 파출부의 아들이 서울대의 강의실에 나란히 앉아 '야 우리 중간고사 끝나면 같이 미팅나가지 않을래'라며 키득키득 웃는 그런 날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