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분양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모델하우스 앞에서 몇시간 씩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또 그렇게 몇백대 1의 경쟁률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청약자들을 보면서도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믿는 소수의 멍청이들이 있고 비극은 그들이 정책결정자들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글에서 나는 김수현을 머리가 나쁜 촌놈이라고 비난했는데(링크) 심지어 그랬던 나도 저 인간이 못돼 처먹기까지 한 줄은 몰랐다. 그는 과천의 한 재건축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단지는 그가 스스로 입안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간발의 차이로 피해갔다.
하지만 그렇게 못돼 처먹은 것은 김수현 하나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이상한 분양정책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2030대는 분양시장에 관심이 적어 넘기고 싶겠지만, 차근차근 따라와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제도야말로 저들이 노골적으로 당신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제도는 국민주택규모, 즉 약 35평 이하의 아파트의 분양은 100% 가점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가점제란 무주택기간, 자녀 수, 청약통장 보유기간 등등에 따라 종합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제도이다. 얼핏 듣기에는 합리적으로 들리겠지만 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어떤 사람이 가점이 높을까?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높다. 그들은 과거의 무주택기간도 길었고 자녀 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구는 소형이 아닌, 중대형 평수를 원한다. 그런데 왜 그들에게 소형평수를 우선배정한다는 것일까? 이 분양정책이 시행된 이후 각 신축단지의 24평 아파트는 거의 모두 486/586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훌쩍 큰 자녀를 하나나 둘을 둔 486가족은 결코 24평 아파트의 실수요자들이 아니다. 소형평형의 실수요자들은 2030대 신혼부부들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형아파트를 우선배정하는 괴상한 제도다. 심지어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으니 과거의 무주택 기간이 길었다면 청약점수가 높아 소형아파트를 가져갈 수 있다. 24평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32살의 신혼부부지만, 그 집을 분양받는것은 그들이 아니라 아이를 둘 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정책으로 대출을 모두 막았다. 따라서 미래소득은 많지만 당장 오늘의 자산은 적은 신혼부부는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고, 모아둔 돈이 좀 있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소형아파트를 싼값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청약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집은 당장 필요도 없는 40평 50평대 뿐인데, 게다가도 그들은 자본이 모자라 이런 집에 청약을 넣을 수도 없다. 즉 현재의 청약제도는 신축아파트를 죄다 4050대에게 몰아주는 제도나 다름없다.
이 개편안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김수현미가 미숙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했기에 곧 시정될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임대사업제도가 변하고 장기보유특공제도가 수정될 동안 이 괴상한 분양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이 개편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바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산 나는 2주택자가 될 테니 젊은 너희는 세입자로 들어와 살아라, 어디 젊은것들이 벌써부터 집을 가질 생각을 하냐, 세입자 신세도 겪어보고 그러는게 다 청춘이지. 너무나 조국스럽지 않은가. 저들이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조국을 쉴드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는 젊은이들에 대한 운동권세대의 착취다. 그리고 이런 착취를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최저임금제. 해고를 어렵게 만들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회사가 신규고용을 막고 기존 경력자들의 연봉을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링크) 저 운동권세대가 구축하려는 사회주의는 이상의 세계가 아닌,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처럼 소수의 당원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실제의 사회주의다. 사회주의의 이면을 꿰뚫어 본 조지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동물을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그리고 저 운동권 세대는 자신들에게 더더욱 평등한 분양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들은 이에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그 보다 큰 평형은 50%만 가점제, 나머지는 추첨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고 무주택 기간은 30살부터 세기 시작한다. 따라서 집이 없는 32살의 신혼부부보다 40살에 집을 산 1주택 42세의 운동권 가장이 가점이 훨씬 높다.
신혼부부라 신혼부부 특공부터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확실히 조건 자체가 말이 안되더군요.
답글삭제안그래도 출산율도 극악으로 떨어지는데 지원은 못할 망정 역으로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는.... 그런데 아이러니함은 30대가 현정권 지지도가 제일 높고 하하
답글삭제요즘 특정 세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써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답글삭제https://hugin00munin.blogspot.com/2017/07/20.html
헬철부지 글같은 거 읽고 반성도 하고 많이 배워갔는데, 요즘은 주인장님 스탠스가 모두까기에서 특정 세대의 무임승차를 규탄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셔서요.
저도 왜 그리 분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난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부터 비판해야합니다. 그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겠죠.
삭제조국의 과거 범죄행적과 그를 옹호하는 운동권세대들의 윤리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20대들의 지나친 눈높이나 혹은 재벌들의 반자본주의적 행태도 물론 문제지만, 저 운동권 세대의 잘못된 행보가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재벌이 개혁되어도, 또 20대들이 현실로 돌아와도 이대로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최저임금이 만원이 되면 헬철부지들이 헝그리해져도 어차피 일자리는 없고 재벌들이 주주 자본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해도 투자를 박살내는 상황에서는 생산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 비판의 화살이 이쪽에 집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쾌한 답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문재인 정권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결국 노조와 30~40대 경력자 등 일부 노동자들의 이권만 강해지는데, 이는 결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대 혁파는 자본가, 재벌, 노동자, 농민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내일모레면 40대이지만 정말 문제가 상당한것 같습니다. 의도적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아요. 선생님의 명석한 글로 더욱 가르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삭제작년에 결혼한 신혼부부라서 이번 정권 분양제도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젊을 때 돈없다고 부동산 공부 안한 걸 정말 반성중이구요.
답글삭제그나마 직장이 경기도권이라 서울 주택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인게 다행이긴 한데, 정말 집 알아보다 보면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 40%만 대출해주면 대체 집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건지... 소모재 중 소모재인 자동차도 100% 대출이 가능한 판국인데요.
늘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현행 분양제도는 1970년대 주택건설촉진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준용되고 있는 '국민주택'의 기준인 85제곱미터(전용25평)가 당시 1인당 적정거주면적 5평에 평균가구수 5명을 곱해서 25평이 되었다는 썰이있습니다. 지금시대의 사람들은 제 체감상 1인당 10평 정도의 면적을 기대하지 않나싶습니다. 말씀하신 역설적 현상이(대형평수가 필요한 40대들이 소형평수를 우선적으로 청약받는) 발생하는 것은 사실 정책입안자들이 반백년의 나이를 먹은 과거 기준을 현대사회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화시켜나가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긴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가 이미 넘었으므로 최근 주택가격상승은 온전히 다주택자의 투기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인간들에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만은.
답글삭제486 이라면 40대를 말하는건가본데 이른바 90년대에 등장한 용어인 386은 2천년대에 486이 되었고 지금은 586입니다. 40대 중에 그 세대 아무도 없어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사람은 최소 51세입니다.
답글삭제계속 눈팅하고 있는 학생이고 댓글도 몇개 남겼는데 확실히 열린사회를 만드는 조건은 추상적 선을 실현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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