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아 각하께서 콩밥이 잡숫고 싶으시구나
유권자들이 전과자인데다 여러 재판 중에 있는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그의 도덕성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에게 경제를 되살릴 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폭탄주와 계란말이를 제조하는 것 외에는 죄다 무능했던 전임자 덕에 그 허들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이 그 기대를 배신한다면 국민들은 가차 없이 그를 응징할 것이다. 지금 이재명은 아직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 여러 법적 절차들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권력을 쥔 그가 절차를 뒤바꿀 수 있듯 미래의 권력 역시 국민이 원한다면 도로 절차를 바꿔 그를 재판장에 세울 것이니까. 그의 죄를 결정하는 것은 법정에서의 증거가 아니라 재임 중의 성과이다. 그리고 여기에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부동산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공급 때문인지 투기적 수요 때문인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제 전자가 주원인이라는 데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지난 10년간 국회와 정부는 공급을 줄이는 정책들을 줄줄이 도입해 망쳐놓고선 그 실수를 무마하겠답시고 더욱 나쁜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이는 진보 측 정치인들 뿐 아니라 보수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한 대로 서울의 신축 공급은 크게 하락했고 이제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오른 매매가와 급격히 상승하는 월세, 큰 폭으로 줄어든 전세물량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공급 절벽을 마주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새 대통령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했다. 대장동과 백현동 사업으로 부동산 공급에 조예가 깊은 이재명이라면 더욱 그 적임자라고 믿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지난 정권의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했으며 이제 더 이상 조질 다주택자가 보이지 않자, 실수요자와 1주택자까지 조지기 시작했다. 아니 갈라치기를 할 생각이면 극소수만 때려야지 대다수 유권자들을 쥐어 패기 시작하면 어쩌나. 순수하게 무주택 가구는 전체 유권자의 1/3 뿐인데. 이번 대책 역시 악영향만 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도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주식시장
지난 정부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던 기재부 모피아들이 띨띨하게 변죽만 울리다 주가를 박살 내 놓은 덕에 주식시장 정상화는 너무나 쉬운 목표였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띨띨한 운동권 정치인들과 금융위 출신들이 아무 생각 없이 급경사에서 풀 악셀을 밟는 바람에 주가는 과도하게 달아올랐고, 거기에 리밸런싱에 나서야 할 국민연금의 손까지 묶어버렸다. 그렇게 주가가 정점에 이르른 순간, 난데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두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를 발표하며 "순이익이 왜 주주 꺼야 이 xxx아"를 시전하며 거하게 뒤통수를 쳤다. 주주환원인 줄 알았더니 호남환원, 노조환원이었더라. 대통령이 이재용과 최태원의 손을 붙잡은지 불과 한 달 만에 각 회사의 주가는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주가가 급격하게 변동할 때마다 잠시 시장을 멈춰 이성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서킷브레이커는 1999년 시행된 이후 총 15번 발동되었는데 그중 9번이 이재명 임기 1년에 몰려있다. 심지어 계엄이 터져도, 코로나로 사람이 죽어나도, 미국의 은행들이 파산해도 일어나지 않았던 2연타 서킷브레이커라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터뜨린 남자. 캬, 인생 그 자체가 레버리지인 남자, 이.재.명. 대통령부터 나서서 주식 리딩방을 이끄는 나라에 나약한 것들이 설자리는 없다 이거야. 모 증권사의 추정에 따르면 7월 중 반도체 주식에 투자한 개인 계좌 중 절반 이상이 손실구간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반도체 주식이 더욱 폭락했으니 리딩방 방장의 뽐뿌질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한 편의 느와르처럼 이 상처 입고 분노한 개미들은 곧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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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건 내 공이지만 폭락한건 투기꾼인 네 탓이란다 |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매우 뛰어난 행정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다. 술 취한 택시 기사처럼 세상만사 오만가지 사안에 일일이 끼어들지만, 그는 그 모든 분야를 아우를 정도로 세심하지도 꼼꼼하지도 못하다. 나는 이재명의 대범함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능력은 안타깝게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 둘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바카라에서 풀베팅으로 잭팟을 터뜨린 사람을 두고 훌륭한 투자자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대통령은 십수년이나 공급이 막힌 부동산을 정상화하는 일을 두고 연천의 계곡 정비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했는데, 5천 조가 넘는 수도권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을 다루는 일을 고작 월 매출 수천만 원에 불과한 계곡 상인들과의 기싸움에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제껏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다.(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서스펜스 드라마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두려운 것은 그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잡고 주식시장을 살리지 못하면 국민들은 그를 곱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그가 위기에 몰릴수록 그는 더욱 과감한 베팅으로 돌파하려 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개 그런 무모한 베팅의 끝은 좋지 않기 마련이지만, 어쨨든 우리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까지 함께 해야 한다. 마치 레버리지에 올라탄 개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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