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9.

똑똑한 사람들이 왜 집을 사지 못하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하게 용트림을 하며 다시 랠리하기 시작한다. 지금쯤 과천에 처박혀 지네 집 시세를 찾아보고 낄낄대고 있을 김수현이나 그의 똥을 치우느라 금뱃지도 뺏기게 생긴 김현미도 아마 이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시장이든 전고점을 돌파할 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새 랠리를 반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복덕방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서열은 학력고사나 수능의 점수로 나뉘지 않는다. 행복만 성적순이 아닌게 아니라, 부동산도 성적순이 아니더라. 어째서 그런가.


크게 세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째, 그들은 자신을 과신한다. 내가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명문대학 재학/졸업생들 중, 개인투자 포트폴리오의 No.1 비중이 삼성전자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괴상한 잡주에 몰빵한 뒤 상폐, 쩜하, n토막 뭐 이런 용어들을 자주 쓰는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화내지 마라, 나도 그랬다.) 그들이 대한민국 최고 대표주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그를 뛰어넘을 더 훌륭한 회사를 고르려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는 계급이 없다. 아니 돈이 계급이다. 당신이 수많은 석박사를 거느린 이재용보다 훌륭한 회사를 찾을 능력이 있다면 당신의 자본이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수 없다.(알겠냐, 과거의 나야) 그들의 태도는 복덕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마주친 수많은 젊은 손님들은, 특히 안경을 끼고 얼굴이 희고 똑똑한 티가 날 수록, 저평가 우량주를 올바른 매수 타이밍에 사겠다고 이리저리 재고 잰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살지도 않는 그가, 그리고 복비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초짜가, 게다가 남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획 하고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쑬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미연준 금리가 어찌되고 무역전쟁 뭐시기 뭐시기 등, 집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수십가지나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모두 발생한다면 당신은 집을 사든 안 사든 어차피 망한다. 미래의 갈림길에서 한 쪽은 이래저래 망하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집이 없으면 괴롭고 있다면 편안한데 왜 망할때 덜 망하는 길을 택하나. 경제 전망에 따라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해야할 것은 다주택자들이지 그가 아니다. 김치가 먹고 싶으면 그냥 마트에 가서 사지, 향후 배추값의 전망과 고춧가루 가격 차트를 분석하나. 하지만 똑똑한 이들은 안정적 주거라는 기초적 욕구 앞에 온갖 생각들을 깔아놓는다. 빠지면 어쩌냐고? 그냥 들어가 살면되지. 뭐가 문제길래 그리 생각이 많나.


둘째, 그들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단기의 움직임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뿐이다. 장담컨대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짐 로져스도 HTS를 깔고 코스피 선물로 단타를 하면 손실을 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단기 전망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타를 할 수도 없고, 세금때문에 되지가 않는데 뭐하러 3달자리 1년짜리 전망을 하는가. 하지만 시험에서 한 개라도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삶을 살아온 그들은 그 짧은 단기전망조차도 틀릴까봐 걱정하며 결정을 주저한다. 오르는 시장에서 사자니,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보다 내가 바보 되는 것 같고  빠지는 시장에서 사자니, 내 뒤에 사는 사람이 나보다 더 싸게 살테니 내가 호구되는 것 같고. 이래저래 그는 결정을 미룬다. 이렇게 똑똑한 내가 바보가 될 수 없다는 그 두려움,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 그것이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게다가 [완벽하게 변곡점을 잡아내려 하지만 그럴]자신이 없는 그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신문에 나오는 대다수의 부동산 칼럼니스트들 중에서 등기를 여러번 쳐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선대인처럼 평생 등기소 한번 안 가본 샌님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망을 전망으로 둔갑시킨 유튜브 영상 몇개 보고 그들의 두치 혀(좀 짧으시더라)에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건다. 화이팅, 하지만 그들조차도 당신이 구독한 비디오 클립 몇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사러 간다. 집값 잡겠다고 큰소리치고 책까지 쓴 김수현도 청와대 월급과 책 인세를 모아 과천에 재건축을 샀지 않은가. 바보가 될 위험을 확실하게 없애는 길은, 결국 확실하게 바보가 되는 것 뿐이다.


셋째, 지나치게 눈이 높다. 또래끼리 모아놓고 친 시험에서 상위 5%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그들에게 상위 5%의 주거지가 주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으로 구매하는 것이고 자산은 소득 뿐 아니라 기간에 비례한다. 이건희의 작년 근로소득은 0이지만 그가 결코 우리보다 가난하다고 할수 있겠나. 과거 시험성적과 오늘의 소득이 상위 5%인 청년도, 평균적인 60살의 고졸 노동자보다 가난하다. 그러니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의 출발점이 결코 강남3구나 강북의 핫한 신축단지 일 수 없다. 나이, 학력, 계급장 뭐 다 떼고 붙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학 간판이 무슨 소용이 있나. 안타깝지만 당신이 못 사는건 버블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산이 모자라서다. 등기는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방법이 있으니 바로 대출이다. 미래의 소득은 보장되어있지만 현재의 자산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미래의 자산을 현재로 이연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이자를 낸다. 하지만 역사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그들의 소비지출** 때문에 젊은 고소득자들은 이자를 낼 돈이 없다고 항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지, 아니면 오늘날의 소비를 택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남들처럼 소비하면서 남들이 못 사는 지역에 등기를 치려는 것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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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위의 세가지 실수를 모두 저질렀다. 나는 투자자가, 또 트레이더가 하면 안되는 실수들을 모두 다 한번씩은 저지른 적 있으며 그에 따라 크게 잃고, 다치고 심지어 다른 커리어를 알아본 적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방심하면 또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부던히 경계하고 조심하고 노력한다.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부디 똑똑한 그대들도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비난의 화살을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세력이나 다주택자가 아니라 정부로 돌리길 바란다. 분노하는 대중들은, 심지어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감정의 노예가 되어 정부로 하여금 더욱 강력한 사회주의적 정책을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더욱 왜곡된 수급을 초래할 것이며 따라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시행한 약 2년 반 동안 강남구는 약 53% 상승했으며 마용성이 평균 43% 성장한 반면, 정부가 강제로 쓸데없이 집을 공급한 일산이나 남양주, 수지와 같은 서민 거주지역들은 한 자리수의 성장을 보이거나 되려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나 주식이 아닌 바로 내 국적인데 아래와 같은 현상은 반드시 날카로운 사회적 대립을 초래할 것이고, 그 손실을 고작 부동산 몇개가 만회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취임 후 아파트 가격 변화

*여자와 남자는 뇌가 다르게 발달되어 있다. 아늑한 주거지를 선정하는 본능은 여자들에게 더 발달되어있고 또 대부분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여성이다. 남성이 아무리 분석해도 신상 샤넬백의 적정가치를 알 수 없듯 부동산도 일부 그런 특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주택 대신 예금을 택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그들은 내가 저 YOLO들과 왜 같이 묶이냐며 발끈하겠지만, 예금금리가 자산 인플레(혹은 명목경제성장률)를 쫒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금을 한 것은 미래의 안정을 구매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금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다.

댓글 20개:

  1. 삼성전자가 잘나가는 건 알지만, 삼성전자에 투자한다고 그 성장률만큼 이윤을 얻을 수 있어요? 국내 주식시장은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아니라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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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당성향은 예전보다 나아지는 편 아닌가요? 주식도 황제주였다가 액분하고... 어차피 기업성장은 주가에 반영되지요. 코스톨라니의 개와 산책하는 사람 비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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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동의합니다 이에 관해서 예전의 포스팅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제대로 감시조차 안되는 중소기업들은 삼성과 비교도 안되게 엉망이기 때문이죠. 그나마 삼성이 덜 더럽습니다.

      https://hugin00munin.blogspot.com/2015/06/blog-post_2.html?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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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첫 번째 파트에 삼성전자 관련해서 훌륭한 회사를 사는것이 옳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은데 틀린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삼성전자 같은 회사의 주가는 정보가 너무나 빨리 반영되기 때문에 자금력도 정보력도 떨어지는 개인이 이익을 얻기가 어려운 종목일거라고 생각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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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6개월간 개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집한 주식 top25개 전부 두자릿수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평균 -29.8%) 반면 삼성전자는 약 5% 상승했고요. 기간을 1달 3달 1년으로 해도 마찬가지고 적어도 제 기억엔 개미들의 포트폴리오가 삼전을 아웃퍼폼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소형주는 내가 정보에서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부터 깨어나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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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맞네요.. "오빠 신축아파트 아니면 기분 다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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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페이지 전체에 드래그가 막혀있는 탓에 댓글로 링크해주신 글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댓글만이라도 드래그나 복사가 가능하도록 설정을 바꿔주실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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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댓글에선 어떻게 푸는건지요?... 제가 익숙치가 않아서 불편을 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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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년 6월 '주식의 적은 누구인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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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많은 폭락론자들이 인구감소와 일본의 예를 들면서 폭락을 부르짖는데, 혹시 이에 대해선 어떤 반박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이전 포스팅에서 풀어주신게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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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그 첫 페이지 세번째쯤 글인 "집, 당장 사라.-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믿는 이들의 오류"를 참조해주세요.

      제가 드래그를 막아놓으니 링크로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 있어 대신 제목을 명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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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향후 주식 투자는 대형주 위주로 가는게 좋을까요? 어느 산업쪽이 전망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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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 그건 본인이 생각하셔서 하셔야죠 이분 웃긴분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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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쎄요.. 남의 말 듣고 주식하지 말란게 제 지론이라 저도 조언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우리나라 주식의 경우 제조업 외엔 별 성장성이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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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솔직함과 겸손함까지 가지셨네. 실제로도 그러신가요?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 읽다 보면 어떤 분인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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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에서는 잘난척 하다 코도 깨지고 뭐 그렇게 집에 들어와서 반성하며 글쓰고 그렇게 살고 있는 그냥 평범한 아즈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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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멋지세요 네이버블로그가 아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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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 위에 언급하신 "집, 당장 사라" 글은 2015년 5월에 작성하셨었군요, 거의 4년 전 글인데 통찰력이 상당하셨던 것 같습니다.

    2. 저는 글에서 언급하신 "안경을 끼고 얼굴이 흰" 캐릭터에 가까운데요, 부동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주변의 온도만 보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의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고 가격은 무조건 우상향할 것이라는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부동산 시세는 조금 과열되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무주택자가, 자신이 갖고있는 돈과 대출이 허락하는 한에서 가장 서울 요지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좋은 생각일까요?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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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서울의 집값은 과거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그 가격이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죠. 사막에 불시착한 조난자에게 생수 한병을 오십 만원에 팔면서 그에게 이 물이 싸고 비싼지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현 정부는 시민들을 사막으로 몰아넣고 서울의 아파트를 희귀한 생수 한병으로 만들었습니다. 현 정부가 바보짓을 계속하는 한, 계속해서 폭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겨우 절반 지났을까요.

      서울 부동산이 실질가격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한 적도 있습니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명목가격이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입니다. 제 블로그에 부동산에 관해 쓴 글을 모두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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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십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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