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정치인에게는 공과 과가 있다. 그리고 모든 유권자는 자신의 가치판단에 따라 그 항목들에 각기 다른 가중치를 매길 것이며 또 그 종합점수는 각기 다를 것이다. 따라서 나는 모든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한다. 심지어 통진당에서부터 대한애국당까지도. 하지만 특정 정치인을 우상화시키는 태도, 그것 하나 만큼은 절대적으로 배척해야한다. 왜냐하면 종교와 혼동하는 모든 정치는 결국 독재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평등을 외치며 왕을 몰아낸 프랑스 대혁명의 끝에 나폴레옹 황제가 들어선 아이러니를 보라. 모든 영웅 서사시의 마지막은 반드시 비극, 아니면 독재로 마무리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언급할 주제는 소수 신도들에겐 대단히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번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왜냐하면 이 비극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그 힘은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또 단언컨대 향후 몇몇에게 비슷한 운명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 누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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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친노계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당한 모욕과 측근-가족에 대한 비겁한 수사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했던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당신들이 기억하는 노무현은 그런 부당한 압력 앞에 굴종할 사람이었나. 아니, 내 기억은 그렇지 않다. 만약 자신과 가족에게 씌여진 혐의가 과장되었거나 거짓이었다면 그는 끝까지 싸움닭처럼 달겨들었을 것이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장기 아니었나. 물론 수사과정 속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의전 몇개에 상처받아 자살할 그런 나약한 사람인가. 그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포승줄에 묶여서도 판사를 노려볼,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그런 조잡한 의전이 아니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못내 괴로워했던 것은 그 혐의들이 대부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었던 형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막후에서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비리와 함께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이런 시아주버니의 활약을 본 권양숙 여사는 분발해서 70여억 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 중에는 약 2억원짜리 명품 시계도 받았는데 이는 국민 여론을 악화시킨 사건 중 하나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크게 격분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으나 그의 죽음으로 모두 묻혔다. 아, 혹시나 위의 혐의들이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어용지식인 유시민씨에게 가서 따지길 바란다.

 
시계는 받았지만 논두렁에 버린게 아니라 망치로 부쉈으니 "논두렁시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뇌썩남 유시민
아마도 노무현이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자신이 추구하던 정치가 이런 비리들로 퇴색할 것이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려고 했지만 자신이 존경했던 형은,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는 군사정권의 실세 친인척들과 아주 다르지 않았기에 그의 임기는 말년의 청와대가 늘 그랬듯이 이런저런 게이트로 덮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그의 날개를 꺾었다. 육사출신 정치인들과 공작정치들이 판을 치던 시절에 전두환 청문회에서 패기롭게 명패를 집어던지던 그가 고작 이명박을 두려워 했으랴. 또 그가 언제 조중동을 신경이나 썼나, 또 그가 언제 검사들에게 쫄기라도 했는가. 여론을 등에 업었을때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잇달은 측근비리로 여론은 변심한 연인의 뒷 모습보다도 더 차갑게 돌아섰고 결국 싸움닭 같았던 그는 그 꼿꼿한 모가지를 떨구고야 말았다. [일부 진보 논객은 검찰의 수사 태도를 물고 늘어지는데, 여론이 돌아선 이유는 노건평씨와 권양숙씨의 범죄행각 때문이지 검찰이 수사내용을 흘려서가 아니다. 2억짜리 시계가 논두렁이 아니라 망치로 부숴진 채 발견됐다면 여론이 뭐 달라졌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다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가. 직접적으로는 돈을 받고 돌아다니는 그의 형이, 그리고 그의 아내가 그네들의 사랑하는 노짱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다. 그들이 더러운 돈을 받지 않았다면 노 대통령이 자책할 일도 없었잖은가. 그 두번째 책임은 민정수석에게 있다. 정치 새내기들이나 두뇌에 미처 정교분리라는 개념을 탑재하지 못한 X사모들은 부정하겠지만,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측근비리가 없던 대통령은 단 한번도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 조직은 행정부 각료들 뿐 아니라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을 제도적으로 감시하는 직책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민정수석이다.

참여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은 바로 문재인이었다. 그는 이후 노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거쳤으니 그 비리들이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그가 설마 정계/언론계에 파다하게 돌던 루머를 혼자 모를 정도로 무능했겠는가. 그렇다면 왜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비리에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아마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고생한 동지의 친인척들이 어깨 좀 펴고 다닌다는데 거기에 모질게 한마디 하지 못한 그의 성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정"이야 말로 모든 비리의 어머니나 다름없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그 망할 두터운 정을 떠올려 보자. 만약 당시 문재인이 노건평씨나 권양숙에게 가서, 정 한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당장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에게 일러바치겠다고 일갈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하지 않아도 되었다. 불법을 알고도 눈을 감은 방임와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나태가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이나 다름없다.

또 하나, 그들의 공범이 있었으니 바로 참여정부의 각종 비리를 보고서도 종교적 신념으로 정부를 지지한 광신도들이다. 참여정부의 첫 측근비리는 임기 2년차 초반에 폭로되었는데, 노건평씨가 당시 대우건설 남상국사장의 인사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맹목적 지지자들은 그 해 봄 대통령의 친위정당에 표를 몰아주며 사실상 노건평씨에게 면죄부를 주었고, 거기서 자신감을 얻은 노건평씨는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4년 만에 몸값을 100배로 드높였다.(2008년 농협 세종증권 관련 29억원 수수, CAGR 315%!!!!). 만약 2004년 노사모들이 그 작은 비리에 분노했다면 훗날 봉하대군이 거하게 해먹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대통령의 나머지 가족들 역시 감히 부정한 돈을 받을 생각조차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의 대신 신앙으로 무장한 그 광신도들이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보라.

따라서 시민들이 사랑했던 서민의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은 그의 명예를 더럽힌 가족들, 민정수석을 비롯한 최측근, 그리고 그 광적 지지자들이 저지른 종합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있지만, 노무현을 좌절하게 만든 것은 바로 검사나 조중동이 아닌 바로 그들이다. 나는 그들의 범죄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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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이런 비극이 처음부터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내외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교육부의 미심쩍은 수의계약을 수백 억이나 따냈고 장녀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민을 떠났다. 게다가 국무위원 서열 1,2위인 대통령과 총리의 동생이 사이좋게 근무하는 한 선사는 해수부 산하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모든것을 감시했어야 하는 민정수석은 저 유명한 조국선생이다. 민정수석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똑같은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부패는 마치 돼지열병과도 같아서 빠르게 번진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었는데 그들을 누가 검증했는가. 바로 조국이다. 부패한 민정수석은 정에 따라 부패한 이들을 국무위원들로 앉히고 그 부패한 국무위원들은 그 망할 놈의 인륜에 따라 민정수석의 부패를 옹호한다. 그렇게 전임자 박근혜를 부패로 탄핵한 후 1년도 채 걸리지 않아 새 행정부 역시 부패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대통령의 부패한 측근들과 광신적 지지자들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을 보고 있다. 심지어 공이 있으니 과를 봐주자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공이 없는 사상 최악의 비리 공직자를 두고도 앞으로 공을 세울 것 같으니까 봐주자고 주장한다.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세상은 사법기관이 나의 반대자들만 후벼파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상관없이 죄가 있는 자를 심판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조국이고 나발이고 예수고 부처고 간에 죄가 있으면 심판을 받는 것, 우리는 그 간단한 상식이 지켜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상식을 무시하고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자신만만한 조국과 그 무리들은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며 그 범죄는 다시 여럿을 비극으로 몰아갈 것이다. 이 패거리들은 얼마나 더 진보의 얼굴에 분뇨칠을 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참여정부의 첫 측근비리가 집권 2년 차에 까발려졌듯이 박근혜의 첫 국정농단의 실마리도 집권 2년 차인 2014년에 터졌다. 당시 정윤회(최순실 남편)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의 국정에 개입한다는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되었는데 당시 묻지마 지지자들과 보수언론의 지원으로 이 사건은 묻히게 되었다. 이후 최순실의 비리와 국정농단이 14-16년에 집중되었으니, 만약 박사모들과 보수 언론들이 당시 그 사건을 간과하지 않았다면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일은 없었을 지 모른다. 그러니 문빠들이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근혜를 옹호하던 박사모들이 박근혜를 어떻게 감방에 보냈는지를 기억하라. 그대들이 사랑하는 후보를 보호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를 견제하는 것이란 사실 또한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계속해서 조국, 아니 조이코패스의 범죄를 옹호하고 그 수사를 막는다면 지연된 비극은 마치 연체된 사채빚 처럼 마구 불어나 언젠가는 당신들의 아이돌들을 비극의 심연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댓글 11개:

  1. 10년 좀 안되기 전부터 진보의 탈을 썼다는 것들이 어떻게보면 가장 원시적인 것에 파묻혀사는 것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원없이 보여줘서 그것들에 대한 정리가 확실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본모습을 보려면 권력을 쥐어주면 된다는 격언도 다시 떠오르네요. 권력을 잡은 본인들의 본모습과 권력을 가졌다는 대리만족을 가지고 사는 지지자들의 본모습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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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 답답합니다. 왜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구분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정치를 유일신앙처럼 대하고... 정치인이 썩었다고 생각했지만 썩은 국민들에게 합당한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해라', '그것도 능력이다'같은 말이 통용되고 진리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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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죄가 있으면 심판을 받는 것, 이 구문이 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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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압으로 3킬이나 해놓고 사람타령 하는 것도 참 구역질 나는 행위였죠. 그렇다고 유족들한테 제대로 사과하길 햇나. 농민대회 사망자 유족들은 소송 건 뒤에 명박가카때 가서야 승소하고 보상 제대로 받은걸 알 노슬람들이 얼마나 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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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포승줄에 묶이고서라도 판사를 노려볼.... 대단한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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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어제 광화문에 가보니 의외로 아이들 데리고 온 젊은 가족들도 많더군요. 민심은 믿바닥에서 서서히 뭔가 잘못 되누것을 알고 있는지도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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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읽을 때 마다 속이 시원한 글들 입니다.
    평소에 정치에 대한 큰 우려나 관심 없이 살아온 평범한 나같은 사람도 시국이 주는 분노감에 감정이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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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말씀 다 맞는데.. 저는 박근혜 정권과 현 정권이 딛고 서있는 정치지형이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박근혜는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몰락을 못막은 것이고,
    현재 문재인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호남이 견고하게 남아있는 이상 절대 몰락은 없을 것입니다.
    누가 공천을 받는지, 당선이 보장된 지역, 비례순번에 배치되는지 완벽히 컨트롤하기 때문에
    지령대로 행동할 친위대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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