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6.

주택시장에 대한 흔한 착각 두가지.

최근 정부의 새 부동산 정책에 관한 여러 논의를 지켜보며 사람들이 가지는 흔한 오해 두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1. 세입자에게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권한을 주는 것과 2. 분양가 할인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대중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이 둘은 모두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1. 전월세 계약을 2년 연장할 권한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최소 2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현재 당정은 2년이 만료된 뒤, 세입자가 2년 더 전월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법은 전세가격을 올려 갭투자자들의 주택구매를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서는 전세가격은 대체로 상승한다.(최근 CP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지만 이는 잘못된 소비자물가 바스켓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4년 간의 전세가격은 2년보다 높고, 향후 10년 간의 전세가는 4년 보다도 더 높다. 따라서 전세기간을 늘리면 세입자가 계약시 맡겨야 할 전세금이 올라간다. 그리고 전세금을 올리는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시장은 공평하다. 누구도 손해보는 계약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계약의 조항이 다른 한쪽에 불리하게 되어있다면 거래 상대방은 그 만큼을 보상해주어야 계약이 이루어진다. 앞서 정부가 고려하는 개정안에 따르면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권리는 세입자에게만 있다. 집주인은 2년 뒤 세입자를 붙잡고 싶어도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전세금을 빼줘야 한다. 하지만 권리는 공짜가 아니다.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권리를 주게 되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금융용어로 세입자는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옵션을 사게 되는 것이고, 집주인은 옵션을 팔면서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대개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지불될 것이다.


2. 분양가 할인은 공급을 줄이는가.

당연하다. 10억짜리 물건을 9억에 팔 사람은 소수고 그걸 5억에 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정부가 이 10억짜리 물건을 싸게 팔라고 강제하면 물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그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공급이 끊어진다. 이런 아주 단순한 원리를 부정하며 공급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든다. 1980-2000년에도 분양가는 크게 할인되어 판매되었지만 공급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그 시절의 이자율이 높았다는 것과 당시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못했다는 것.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짓기도 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선분양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과거 건설사들과 주택조합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집값을 미리 내고, 대신 조합과 건설사는 그 이자 만큼 조달비용을 아끼니 대신 집을 싸게 줄 수 있었다. 집을 다 짓고 분양하는 후분양을 추진할 경우 건설기간 동안 공사비를 조달해야해서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강 계산했을때 과거의 기준금리가 6-8%였다면 신축가격 100에 해당하는 분양가는 약 85-90정도가 된다. 따라서 1억짜리 집을 10% 싼 9천만 원에 선분양하는 것은 그냥 제값에 판 것이지, 싸게 분양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조달금리는 턱없이 낮으며 공사기간도 단축되었다. 그러니 과거처럼 신축아파트보다 15% 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하게 되면 조합과 시공사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분양을 안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늘 유무형의 비용을 동반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내게 수익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선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정말 거지같은 집을 지을 수도, 럭셔리한 고급주택을 지을 수도 있지만 분양받은 계약자는 설령 부실시공이라도 무조건 그 집을 인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많은 건설사들이 난립했기 때문에 아파트의 질이 A급에서부터 D급까지 다양했다. 따라서 분양가격은 이런 위험을 반영해서 낮게 측정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는 대형시공사들은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고, 심지어 고급 아파트의 경우 독자적 브랜드를 도입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앞서 말한 위험을 반영할 필요가 적어졌다. 그러니 분양가가 기존 신축보다 낮아져야 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두 정책은 모두 전세가격, 그리고 매매가격 모두를 상승시킬 것이다. 하지만 바보는 끝까지 바보 짓을 반복하니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처럼 바보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실거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서 집을 사기를 권한다.

댓글 7개:

  1. 선생님께서는 빌라에 대해서도 구매 포지션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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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물론 서울에 실거주하려는 사람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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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니요, 부족한 아파트 공급을 정부는 빌라의 공급으로 메우려고 할겁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파트의 부족으로 폭등하는거라 아파트 거주민들이 선택할 만한 고급빌라가 아니라면, 재개발 지역의 빌라여서 곧 아파트가 될 게 아니라면 반대합니다.

      상가 같은 상업용 건물도 아파트를 못 쫒아가거나 반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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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겠네요. 답변&분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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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빌라에 대한 의견도 저랑 정확하게 일치하십니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주차마저 어려운 빌라는 절대 구매하지 말아야죠 특히나 전세에 대한 부분은 PD수첩에도 나와있듯이 보증금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리스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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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국민은 이성적이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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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금융방면에서 일하셔서인지 글을 정말 일목요연하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상황을 이해하면 할수록 현 정부의 향후 움직임이 시장을 얼마나 더 양극화시킬지 두려움만 앞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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