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8.

은수미는 무엇을 위해 기저귀를 입었나

이웃한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가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권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외세의 위협 때문이었다. 인접한 정치세력들은 늘 프랑스의 비옥한 농토를 탐냈고 서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프랑스는 끝없이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그 결과 국왕은 점차 강력한 상비군을 지향하게 되었고 이는 귀족 세력을 억누르는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외부의 위협은 내부의 저항을 잠재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치자들은 때때로 이를 내부 정치에 활용하기도 한다. 북한이 종종 미국과의 전쟁 위험을 드높이는 것이나 반대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 박정희나 신군부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던 것은 모두 내부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의 적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것이 비단 과거의 모습일까. 권력자들의 그런 비열한 시도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6년 2월 24일,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총 38명의 의원들은 장장 192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놓아 외쳤지만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민주당은 여당이 되었고 국회에서 어떤 법도 독자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180석의 의석도 확보했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21대 국회와 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그 누구도 테러방지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되려 테러방지법보다 훨씬 강력한 검열을 허용하는 n번방방지법 및 인터넷 검열감시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한때 자유를 외치던 이들이 등을 돌려 더욱 강력하게 자유를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촌극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거기에 통신 사업자가 검열하는 것은 개인 간의 메시지가 아닌 게시판과 오픈방 뿐이니 헌법 18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여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은 기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더 제한적인 형태의 감시였던 테러방지법을 반대했는가.

과거 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서며 장시간 연설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의원들 중에는 현 성남시장 은수미도 있었다. 그녀는 김광진 의원에 이어 3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서 10시간 18분에 걸친 연설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무명의 비례대표 의원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그 유명세를 몰아 이재명의 뒤를 이어 성남시 시장직에 당선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을 운전기사로 두고 자신의 선거캠프 인사들을 성남시 공공기관에 꽂아 넣은 데다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기밀을 전달받는 대신 한 경찰관의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 중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유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혐의들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전 국민의 통신을 감청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동안 조폭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장동을 지나던 그녀에게 다시금 묻겠다, 그날 당신이 입은 기저귀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냐고.*


*실제로 은수미 시장이 당시에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민주당의 끈질긴 노력을 상징하던 것이 기저귀였기에 은유적 의미로 명시하였다.    



  

댓글 21개:

  1. 백번 맞습니다. 저도 윤석열의 행태에 화도 나고 그에게 과연 표를 줘야할까 라는 의문을 가졌고 소수정당에 표를 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으나 이재명의 자유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기괴한 발언을 듣고 저 사람이 과연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윤석열에게 반드시 한표를 줘야할 것 같습니다.(ps.저도 백신을 2차까지 맞았지만 미접종자에게 이런식의 너무 긴축적인 방역패스를 시행할 경우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목소리를 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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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의 한계는 내버려두고 '내 의사를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관찰하는 힘이 바로 권력'이라는 발언 보고 놀랐네요... 민주주의는 대화가 기본 아닌가? https://www.mk.co.kr/news/politics/view/2021/12/110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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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게 권력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보통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네요... 저도 언노운 님의 말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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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30일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해 "합의되지 않더라도 해야 될 일을 강제하라고 권한이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적 정의라고 한 말도 아니고
      자기의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이랍시고 말했으니 문제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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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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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는 포스트 조선인과 한국인을 가르는 선거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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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금까지 이 정도로 부패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나 싶네요. 눈앞에서 시체가 썩어가는 느낌입니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공산주의식 발상을 가진 사람을 찍을 일은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엄청 골 때리는 선택이네요. 제가 요즘 느끼기에는 어느 쪽으로 가든 이 나라는 망할 것 같습니다. 단지 그 속도가 느리냐 빠르냐의 차이일 뿐이죠. 이번 투표는 엑소더스에 대비한 유예의 시간을 버느냐 그렇지 않느냐 딱 그 정도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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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황우여의 국회선진화법이 180석의 민주당에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여 줬 듯, 조국의 공수처는 차기 정부에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어떤 권력을 쥐여 줄 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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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대선이 답답하게 흘러가는군요
    이쯤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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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툭하면 하기 싫다, 이혼하자 이러는 사람이랑 못 지냅니다. 당 대표란 인간이 참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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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준석을 지금 쳐내기도 애매하고...
      윤석열은 리더십 시험을 많이 받고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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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들 본인 밥그릇에 한눈 팔려 대의를 잊고있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게 아닐까요?
      윤석열에 붙어있는 사람중에 간신 같이 안보이는 사람이 하나 없어보이며 윤석렬이 대선주자가 된 가장 큰 이유는 60-70의 복수심 때문인데 그 복수심에 사람 뽑고나니 가족 리스크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가 빵빵 터져나오는거 같습니다.

      조국을 그렇게 증오했던 젊은 세대들이 비슷한 이슈로 나왔을 때 지지하라고 하는게 더 웃긴모양세이고.. 차악을 고르기 위해 윤석열에 가야한다로 밀고 있지만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습니다.

      이준석도 적당히 당대표로서 희생 하는면도 보여야 하는데 너무 난 잘못없다로 가니 뭉쳐지지 않는것도 있습니다만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조수진의 실책이죠. 몇번이나 항명했으니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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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준석이 또 사퇴한것과는 별개로 이건 조수진의 실책을 넘은 망동이죠. 당무우선권은 후보에게 있는거지 후보측 인사들에게 있는건 아닙니다.

      또한 윤석열 측이 이준석의 행동을 백날 비난해봐야 의미없는 일입니다. 이준석이 원래 저런 캐릭터라는걸 알았다면 그에 맞는 전략을 준비했어야죠.

      장기를 두면서 차가 왜 대각선으로 움직이지 못하냐고 불평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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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조수진 의원의 과잉 충성은 물론 잘못됐지만, 자신이 뽑힌 니즈를 파악 못하는 이준석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정치인으로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당 대표는 정말 절실한 정권 교체가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함은 정말 화납니다. 저는 왕을 지키는 포가 멍군 자리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을 이야기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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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않든 포기하는 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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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리고 주인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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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최근 여러사태를 보면서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단 한명만 막아야한다는 절대적인 전제를 생각한다면 결론은 심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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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주식시장에서는 찢재명 테마주가 상한가를 가네요
    슬픕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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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 진짜 윤석열 좋게 봐주고 싶어도 말하는 거와 인재랍시고 영입하는 사람들 수준 보면 참담합니다. 다된 밥에 재를 뿌려도 정도껏 뿌려야지 이건 뭐... 그와중에 이준석은 자기 정치에 열올리며 자기 몸값 키우려고 당대표가 오만데서 자기 잘났다고 말싸움 걸고 최고위원 조수진은 굳이 안만들어도 될 논란 일으키면서 당대표를 뒷담? 까고
    아주 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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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석열이 대통령 되어도 우파 문재인 시즌 2가 될 게 뻔하고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180석과 지선까지 다 잡아먹어 무소불위의 사회주의 포퓰리스트가 될 게 뻔하고...
      나라의 앞날이 참 어둡네요..
      좋게 생각하면 좌파 10년 겪고 나라 망하기 직전가면 완전히 대가리들 깨져서 정상으로 돌아오려나요?
      답은 언제든지 해외에서도 살 수 있는 자유를 가지는 것 밖에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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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윤석열 보고 문재인 시즠2라는 사람이 제일 이해가 안감. 윤석열이 문재인처럼 빨갱이에 환장을 하나 아니면 사회주의자 마냥 죄다 평등하게 만들겠다고 설치기를 하나 아니면 멀쩡한 원자력 발전소 때려 부수겠다고 설치기를 하나. 대체 어디가 문재인 시즌2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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