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참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자신이 병신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발끈하기 전에 적어놓고 외워라. 이 한마디를 기억하는것 만으로 당신의 인생의 다운사이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니까.
부동산에는 이런 병신들이 유난히 많다. 부동산시장은 경제학, 건축기술, 인구구조, 사회학, 주택정책, 통화정책 등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결합된 시장이라 거시적인 예측이 대단히 힘들다. 수십명의 전문가/박사를 보유한 건설연구원이나 KDI를 제외한다면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이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 사람이 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 어려우니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적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복덕방 아줌마와 말도 한번 안 나눠본 초짜들이 부동산 시장이 이리이리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자신이 시장을 바로잡을 일격필살의 비기를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아마 예전부터 봐 왔던 소수의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 자체가 그 병신들과 논쟁하며 똑같은 소리를 하는게 지겨워 아예 완성된 글을 올려놓고 링크만 달기 위해 만든것이다. 이 블로그의 첫 글(
링크)이 일본은행이 어떻게 디플레를 초래했는지를 분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그 멍청이들과 논쟁할 일이 없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 없이 내가 옳았다는 것을 시장 가격이 증명해주고 있으므로 굳이 초딩수준의 방구석 제갈량들과 진흙탕에 뒹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빗나간 전망을 고집하는 자존심 센 멍청이들의 전망은 곧 소망이 되고, 그 소망마저 무시당하면 분노하기 시작한다. 한 예로 1998년 역대급 부동산 저점에서 추가폭락을 전망하던 한 연구원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외치다 지쳐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 가입하지 않았나.(
링크) 문제는 이 키보드워리어들의 오랜 등신 짓은 결과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더욱 더 깊은 똥통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데에 있다.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그들이 그런 뻘짓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블로그 독자들이 그 멍청이들과 말을 섞는데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 방구석 여포들과 논쟁하는 대신 이 글의 링크를 떡 붙여넣고는 대화를 종료하시라. 당신의 시간은 그보다 가치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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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득세/보유세를 폭발적으로 올리면 집값이 잡힌다.
어느 시장이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거의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조난자에게 물을 팔 때 소비세를 붙여 봤자 가격과 수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금 부동산이 폭등하는 원동력은 공급절벽인데 거기에 세금으로 대응해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수급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부대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 한명의 세입자와 한명의 집주인이 있고, 갑자기 종부세가 부가되었다고 치자. 집주인은 부가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시켜려고 가격을 올리려 하겠지만, 빈 집이 존재할 경우 세입자는 전월세 비용을 올리는 대신 새 집을 매입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빈 집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노숙을 해야한다.(물론 집주인은 월세를 못받겠지만, 월세를 못받는것과 노숙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괴로울까?) 따라서 조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게 된다.
현실사회에서 한 집주인이 전월세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옆집 집주인과의 경쟁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집주인에게 공평하게 비용을 발생시키면 공급자끼리의 경쟁이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이처럼 수요곡선이 비탄력적인 경우 조세의 부과는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과정은 경제학에서도 쉽게 설명되어있으니 심심하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링크)
2. 전세를 없애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사라진다.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기고 필요가 사라지면 점차 소멸한다. 전세 역시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니즈를 만족시켜주기에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링크) 금융시스템이 미개한 나라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담보기반의 P2P대출이 바로 전세시스템이다. 전세시장은 또 하나의 금융시스템이나 다름없고 따라서 전세를 불법으로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는 이야기는 일부 금융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이는 시중은행들 중 약 절반을 강제로 도산시키면 집값이 잡힌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며 베이징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삼성동 지하에서 핵실험을 해도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다. 폭락하는게 집값 하나가 아니어서 문제지. 전세시스템을 없애면 된다는 말은 앞의 예시와 전혀 다를바가 없다. 수요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하면 집값이 잡힌다는 븅신같은 주장.
게다가 앞서 말했듯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에 필연적으로 전세시스템으로 덕을 보는 세입자의 피해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월세는 서울시 신축의 경우 약 1.8-2.5%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임대차 시장의 거의 70% 를 차지하는 전세시스템 덕인데 전세가 모두 소멸하고 월세로 전환된다면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크게 폭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자보다 세후 월세수익률이 높아져 돈 많은 자산가들이 예금을 빼서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니 집값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주택소유구조만 바뀌게 된다. 더 나쁜쪽으로. 임대소득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는 븅신은 1번을 다시 읽고 올것.
3.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면 부동산이 잡힌다.
주택을 공급하는데엔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부자들이다.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다주택 보유를 금지한다고 치자, 그러면 신규주택 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건설사에서 대치동에 새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무주택자가 많지 않으니 미분양을 염려해 사업을 포기할 것이다. 결국 얼마 안되는 무주택자들의 자본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경기도 변두리에나 짓거나 부실시공을 하다, 이윽고 주택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더 낡은 집의 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용적률제한, 분양권전매제한, 임대주택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것은 주택 공급을 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렇게 규제하면 집값이 잡힐것이라는 병신에겐 한가지 질문을 던져라. 그럼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주의국가 북한은 왜 남한보다 못사냐고.
4. 부동산 가격 하락은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적 문제다.
당신이 집이 없다고 해서 모든 서민들이 집이 없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약 58%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 자산의 약 70%는 부동산이다. 게다가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1인 가구 중 상당수가 독립한 자녀로 차후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의 폭락은 서민에게 이득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경제발전의 성과를 서민들의 나눠주는 가장 중요한 루트 중 하나지, 빼앗는 것이 아니다.
5.차후 창의적이고 멍청한 주장을 접하면 다시 업데이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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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부동산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 무슨 배짱으로 각종 괴랄한 정책을 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부동산시장과 정책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혜초스님의 왕오축국전이 발견된 둔황동굴의 나머지 문서 중 상당수는 당나라 시기에 작성된 복잡한 부동산 계약서였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가 인류 5천년 역사상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는 망상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당신이 진짜 제갈량이면 방구석에 있지 않고 천하를 다퉜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이 방구석 뭐시기들에게 감사해야한다. 그들이 모두 우리보다 똑똑했다면 나는 예전 그 가격에 집을 사지 못했을 것 아닌가. 김수현이 참여정부에서 븅신 짓을 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다면 현재 부동산이 이렇게 폭등하지 못했을 것이니, 이 얼마나 고마운 븅신들인가. 다시 한번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이 자애로우신 방구석 제갈량들과 고마운 븅신들에게 감사하며 잠들도록 하자. 부디 진화하지 마시고 오래오래 그따위로 남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