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여당 성향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 |
2022. 3. 6.
문재인이 쏘아올린 선거참사
2022. 3. 3.
사전투표하세요
지난 총선 이후 나는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유권자와 후보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고, 또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타인의 마땅한 권리를 억압하는, 일종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권리를 함부로 윽박지르며 억압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 결과가 정치공학적으로 불리할지라도.
하지만 나는 사전투표에 나서는 것이 마땅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약 80% 이상의 유권자들이 반드시 투표에 나가겠다고 답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그보다 늘 10%가량 낮다. 인간은 늘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니까.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실천할 수 있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쯤 멋진 전문직에 몸짱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의지를 선거 당일의 당신이 배신할 가능성이 더더욱 크다. 산술적으로도 매일 20만 명의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린다면 선거 당일 약 115만 명의 유권자들이 자가격리 중일 것이고 그중 실제로 투표에 나설 생각이었던 85만 명의 유권자들의 마음은 지금과 사뭇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오랜 시간 트레이딩을 해오는 동안 내 전망은 수도 없이 틀렸으며 때때로 손절하고자 했던 자산이나 포지션을 제때 버리지 못했고 트레이딩의 원칙을 너무나도 많이 어겼다. 따라서 나는 3월 9일의 나 자신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사전투표에 나설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전투표를 꺼리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권했다.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당신의 의지보다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러 야당 지도부의 분노가 더 크다고. 그리고 선거에서 질 경우 우리가 겪을 후폭풍보다 그들이 겪을 고난이 더 클 것이다. 그런 그들이 사전투표를 택하지 않았는가.
사전투표하세요.
2022. 2. 26.
코리안 싸이코
하지만 우리가 두 발을 디딛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곳은 그 매트릭스가 아니지 않은가. 북한이 남한의 영토를 포격하고 우리의 땅에서 시민과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며 중국이 대만의 방공지역을 매일같이 침범하는데다 러시아의 탱크가 키예프를 향해 돌진하는 바로 이 현실이다.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도덕과 당위가 아닌 철과 피 뿐이다. 인류의 역사가 늘 그랬듯이. 그리고 그런 세계에 사는 정상인의 눈에 운동권들의 저런 현실인식은 미친사람의 절규처럼 들린다.
코리안 싸이코. 그리고 진짜 비극은 그 앞에 노스가 아닌 사우스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22. 2. 7.
평창 여자아이스하키 팀을 떠올리며
지난 2018년.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성급한 대화에 나섰고 그 첫 희생양은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었다. 처음에는 공동 응원단과 올림픽 공동 입장만을 계획했지만 청와대의 누군가가 더 큰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과 북의 선수를 한 팀으로 묶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제안은 빠르게 현실화되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선언한 직후 남한은 북에 단일팀에 대한 제안을 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는 청와대의 발표로 최종 확정되었다.
개막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팀 스포츠에 새로운 선수들을 편입하라는 주장은 얼핏 들어도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이념이 현실을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념은 미사일을 불상의 발사체로 증거인멸을 증거 보존으로, 그리고 전과 4+범을 유능한 대통령 후보로 둔갑시키곤 하는데 불과 23명의 어린 선수들의 꿈을 찢어놓는 것쯤이야. 엔트리에서 탈락한 한 선수가 용기를 내어 그와 같은 결정의 부당함을 알렸지만 청와대는 각하의 권위로 그들의 목소리를 침묵시켰고 그 결과 선수들은 이름조차 낯선 외지인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이 떠밀리듯 빙판에 올라야 했다. 청와대는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공정이라 말했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유로 챌린지에서 3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2위, 세계 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 A에서 2위에 오르며 착실하게 성적을 쌓아가고 있었고, 또 임진경 선수와 박윤정 선수는 한국 팀에 합류하기 위해 원래의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으로 귀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조국은 그녀들을 이념의 제물로 바쳤다. 결국 한국은 8개 국가가 참가한 대회에서 전패를 기록하며 개최국이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고야 말았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릇된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젊은 선수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미래를 유린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비극에 눈을 감고 다수는 허황된 평화쇼와 내셔널리즘에 한껏 취해 있었다. 거의 전 연령에서 국민들은 이념과 쇼를 위해 선수들의 꿈을 앗아간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념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국민들의 허가를 받은 문재인 정부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우리는 그 선수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처음에는 천안함과 연평도의 유족이, 그리고 현역에서 복무하던 젊은 남성들이, 그리고 집을 찾던 신혼 부부들이, 그리고 구직서를 들고 회사를 오가던 취준생들이, 그리고 저소득 노동자들이, 그리고 자영업자가, 그리고 세입자들이, 그리고 곧 온 국민들이 평창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이념이라는 싸구려 독주에 한껏 취한 불량배들은 자신들의 의도는 선했노라고 국민들을 윽박질렀고 좌파 언론인들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구세력의 책동, 혹은 낡은 반공주의의 잔재라는 낙인이 찍힌 채 불태워졌던가. 하지만 그 희생자들의 명단에 청와대와 민주당 권력자들의 이름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들의 상처를 외면하던 국민들이 같은 정치인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뒤통수를 맞는 것을 본 그 어린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치즘에 저항하던 한 목사의 시를 나지막이 읊지 않았을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누군가가 이 정부가 어디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냐고 물을 때 우리는 마땅히 한때 해맑게 웃던 그녀들의 얼굴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 2018년 평창 여자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 전) |
2022. 1. 28.
주식의 적은 누구인가(II), 그리고 뒤늦은 삼프로tv 후기
굳이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아마 지금쯤이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의 디스카운트가 어떻게 우리의 자본시장을 망가뜨리는지 모두들 깨달았을 것이다. 불행히도 작년에 이루어진 상당수의 IPO들이 신규회사의 상장이 아닌 기존 상장사들이 사업부문을 분할해 상장시킨 회사들이었고 오늘 첫 거래를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단행하여 화룡점정에 올랐다.
거의 대부분의 오너들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와 같은 기형적 지배 구조에서는 물적분할을 택해야 남의 자본을 조달하면서도 오너들이 지배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오너들이 너무나 적은 자본으로 너무나 많은 의결권을 가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불과 5%의 주식을 소유하고도 회사의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내릴 수 있는 오너는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를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게 된다. 내가 회사에서 100억을 빼돌려도 그중 내 손실은 5억에 불과하니까. 대부분의 비용은 생면부지인 나머지 95%의 투자자들이 지는 셈이다. 지난 몇십 년간 마치 클리셰처럼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던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구조, 기형적인 합병비율은 모두 오너들이 투자자들의 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자행되었고 최근 유행하는 물적분할은 강세장에 알맞은 또 다른 배임/횡령기법에 불과하다.*
이전에도 여러차례 주장했듯(링크) 모두가 외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누군가가 5%의 지분으로 51%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어떻게 나머지 95%가 온전히 인정받겠는가. 따라서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이런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아니고서는 계속해서 잘못된 인센티브와 왜곡된 자본의 배분을 재촉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투자자들이 지게 된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할인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짓누를 것이다.
* * *
지난달 방영되었던 삼프로tv의 세 대선후보 인터뷰는 이를 대하는 명백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으로 이재명 후보가 주가조작 세력과 대기업의 갑질 등 강자의 횡포나 불법을 근절해야 한다고 대답했다면 윤석열 후보는 자본시장의 제도를 정비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고, 안철수 후보는 한국 기업들이 선진분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셋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안 후보의 인터뷰였고 솔직하게 말해 윤 후보의 인터뷰는 끝까지 듣기가 괴로울 정도로 지루했지만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윤석열 후보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오너들이 알짜배기 사업을 연달아 물적분할로 내놓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너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사실상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쳤던 수많은 사건들이 모두 불법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합법이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당시 미비했던 자본시장법의 틈새를 찾아 그를 이용한 것 아닌가. 이런 조건에서는 사법적 통제와 감시를 강화한다고 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앨 수 없으며 오너들은 계속해서 주주들의 자본을 약탈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잘못된 자본의 배분을 촉발하는 구조는 개선하도록 룰을 고치는 수밖에 없다. 아니고서는 언젠가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것이고, 현대차는 전기차 사업부를 신설해 분할할 것이다.
스포츠 시합을 뛰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해당 종목의 규칙을 들여다보는 것은 무척이나 따분하고 지루한 일이다. 농구의 3초 룰, 축구의 오프사이드, 야구의 보크 등.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스타 선수들의 시원시원한 플레이지 따분하고 복잡한 룰북이나 규정이 아니다. 하지만 메시나 스테픈 커리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이 필요하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플레이어가 아닌 심판이고 그가 합리적인 규제와 제도를 마련한다면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한 것이다. 혁신과 발전은 민간과 기업의 몫이고, 정부가 경제성장이나 주식시장의 가격목표를 정하는 것은 계획경제 시절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미국의 테크산업은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과 혁신을 견인했지만 이게 어디 당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나 트럼프가 해당 분야에 선구자적 안목을 가지고 육성한 덕분이었던가. 반면 그 경쟁자인 중국은 국가가 주도하여 자본과 인력을 해당 산업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혁신을 이끌던 창업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감옥에 가고 성장의 결실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독점하였다. 지난 몇 년 간 미국보다 중국처럼 변한 것이 비단 코스피 뿐일까.
나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윤석열의 인터뷰를 미치도록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꼈던 것은, 물론 그의 답답한 눌변도 한몫했겠지만, 그가 선수가 아닌 심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관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그리고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올바른 룰과 공정한 심판이다. 득점은 민간이 하면 되는 것이다. 자산이 오르든 빠지든, 코스피가 5천을 가든 2천을 가든 잘못된 투자를 한 사람은 실점을 할 것이고 올바른 투자를 한 사람은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부는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치고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려줄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상대의 변칙 플레이를 막을 룰과 심판이다. 나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또 윤석열의 모든 공약들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간에 적어도 다음 정부는 자본시장에 대해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심판이 나타나기를 원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요약한 것이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2021. 12. 26.
아시아의 미래 5. 러시아의 진격, 주춤하는 NATO, 그리고 숨죽인 아시아.
한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당연히 일본이다(링크).* 그리고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일감정의 근원이 70여 년 전의 식민 지배에서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당시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식민통치로 인한 조선인 사망자는 몇이나 될까? 거의 대부분의 조선인 희생자는 태평양전쟁으로 발생했으며 그 숫자는 7만-12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시 조선 인구수가 총 2500만 명이었으니 전체 인구의 약 0.4%가 사망한 셈이다. 반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전쟁으로 소련은 인구의 10-13%에 달하는 2500만 명이 사망했다. 연일 외신을 수놓는 푸틴의 공격적인 대외전략을 이해하려면 러시아인들의 깊은 트라우마부터 이해해야 한다.
| 2차세계대전 후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나토의 대립 |
| https://m.news1.kr/articles/?2714778#_enliple |
|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전개 |
| https://www.nato.int/nato_static_fl2014/assets/pdf/2021/6/pdf/210611-pr-2021-094-en.pdf |
*그러나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일본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기도 전 소련군은 한반도에 진군하여 조선 전역을 점령할 수도 있었지만 미군의 요청에 따라 진군을 멈추고 38선 이남을 미국에 할애하기로 합의했다. 19세기 러시아가 안정적인 부동항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에 영향력을 투사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전략적 양보였다.
***나이팅게일이 활약한 크림전쟁, 2차 세계대전의 세바스토폴 공방전 등을 떠올리면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드물다.
2021. 12. 18.
은수미는 무엇을 위해 기저귀를 입었나
이웃한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가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권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외세의 위협 때문이었다. 인접한 정치세력들은 늘 프랑스의 비옥한 농토를 탐냈고 서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프랑스는 끝없이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그 결과 국왕은 점차 강력한 상비군을 지향하게 되었고 이는 귀족 세력을 억누르는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외부의 위협은 내부의 저항을 잠재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치자들은 때때로 이를 내부 정치에 활용하기도 한다. 북한이 종종 미국과의 전쟁 위험을 드높이는 것이나 반대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 박정희나 신군부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던 것은 모두 내부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부의 적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것이 비단 과거의 모습일까. 권력자들의 그런 비열한 시도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6년 2월 24일,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총 38명의 의원들은 장장 192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놓아 외쳤지만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민주당은 여당이 되었고 국회에서 어떤 법도 독자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180석의 의석도 확보했다. 당시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21대 국회와 지자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당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그 누구도 테러방지법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되려 테러방지법보다 훨씬 강력한 검열을 허용하는 n번방방지법 및 인터넷 검열감시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한때 자유를 외치던 이들이 등을 돌려 더욱 강력하게 자유를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촌극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거기에 통신 사업자가 검열하는 것은 개인 간의 메시지가 아닌 게시판과 오픈방 뿐이니 헌법 18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여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은 기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더 제한적인 형태의 감시였던 테러방지법을 반대했는가.
과거 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서며 장시간 연설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의원들 중에는 현 성남시장 은수미도 있었다. 그녀는 김광진 의원에 이어 3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서 10시간 18분에 걸친 연설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무명의 비례대표 의원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그 유명세를 몰아 이재명의 뒤를 이어 성남시 시장직에 당선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을 운전기사로 두고 자신의 선거캠프 인사들을 성남시 공공기관에 꽂아 넣은 데다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기밀을 전달받는 대신 한 경찰관의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 중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유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혐의들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전 국민의 통신을 감청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동안 조폭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장동을 지나던 그녀에게 다시금 묻겠다, 그날 당신이 입은 기저귀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냐고.*
*실제로 은수미 시장이 당시에 성인용 기저귀를 착용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민주당의 끈질긴 노력을 상징하던 것이 기저귀였기에 은유적 의미로 명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