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4.

대한민국의 외교, 예견된 개차반의 향연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거의 동시에 일본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었다. 심지어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대한민국 건국 사상 최초로 영공을 침범하기까지 했다. 여기서 더 막장인 것은 그 직후에 한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이다.
  • 함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당한 일본은 러시아 뿐 아니라, 한국이 독도 상공에서 공격적 조치를 취한데 대해 항의했다.
  • 러시아는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부인했으며 되려 한국 전투기들이 위험한 비행으로 위협을 가했다고 한국을 비난했다.
  •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공망을 농락했으며 그 지점은 정확하게 최근 고조된 한일간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독도였다.
  • 한국에 방문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청와대와의 공식회담 전, 야당 대표인 나경원 대표와 단독회담을 가졌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내가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책이 딱 두개가 있다. 하나는 부동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외교. 약 2년 전에 썼던 세편의 글(링크1, 링크2, 링크3)에서 나는 어떻게 대북, 대일, 대중 외교가 망가지고 있는지 지적했고 대한민국의 외교라인을 전부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지전능하신 통역사 강경화가 외교부의 수장으로 남아있는것 처럼 대한민국의 외교적 현실은 여전히 처참하다. 아래와 같이 과거의 글에 썼던  문구를 오늘의 글에 그대로 옮겨도 될 만큼.

(모두 위 링크 글에서 발췌)
1. 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수준 이하다. 외교부 인턴만도 못한 현실인식을 가졌는데 어렵게 꼬인 국제문제를 다룰 능력이 있을 턱이 없고, 그런데도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끝없이 나서니 패닉하며 갈팡질팡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2. 유엔 봉사기구에서 잡일하다 외교부 장관이 된 강경화 장관은 외국 정상들과 전화통화와 방문일정을 잡는 비서역할만 할 뿐, 실질적 외교 채널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신 냉전시대에 한국은 가장 위험하면서 취약한 고리로 전락했다. 외교전의 처참한 패배다.

3. 그들의 한심한 현실감각을 보여주는 일화가 또 하나 있다. 지난 7월, 베를린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고 청와대는, "사드문제에 대해 차갑던 시진핑을 문재인 대통령이 '끈질기게 설득'하여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그 때, 김현철 보좌관이 손뼉을 쳐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김 보좌관은 “회담이 끝날 때 중국과의 관계가 풀려가는 것을 보고 경제문제도 풀리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고 해명했다.......문제는 시큰둥한 시진핑을 붙잡고 앉아서 자기 주장만 반복하는걸 '끈질긴 설득'으로 보는 청와대의 외교전략 수준과 단호히 친북으로 돌아선 시진핑의 태도를 '전향적'이었다고 해석하는 그들의 아마추어적 현실인식 수준이다. 이 무의미한 회담은 기본적 외교 에티켓도 모르는 촌뜨기가 환각에 빠져 상대 정상에게 결례를 범하는 것으로 개그의 대미를 장식했다.

4.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는 이기적으로 굴면서 다른나라보고 도덕교과서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미국은 인도주의적으로 우리를 도와야만 하고, 중국은 더 강한데도 남한을 존중하며 알아서 기어야하고 일본은 남한이 기분나쁠때 마다 계속 자존심 굽혀가며 사과해야 한다고 한다. 타인의 이익과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지능의 문제일까 극단적 편협함의 문제일까.

5. 아마추어들이 삼삼오오 앉아 자화자찬하며 셀카를 sns에 올리고 있는 동안, 일본은 멀어지고 미국은 안보 영수증을 청구했으며 북한은 우리의 코앞에 중지를 내밀었고 중국은 남한 기업의 팔을 비틀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드라마 미실에서 주연을 맡은 고현정이 이런 대사를 했다. "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래선 안됩니다" 우리의 외교라인도 마찬가지다, 얼른 다 잘라라.

 6. (2017년 11월 트럼프의 방한 당시)의전은 개판과 굴욕의 연속이었다.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를 공항이나 청와대에서 맞이하는 대신 평택 미군기지에서 예방하는 파괴적 의전을 선보였다. 미군 기지는 국제법상 대사관 처럼 상대국의 관할지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아무 이유없이 아관파천식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니 이는 파격 보다는 파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또 한번 의전 굴욕을 당해야 했다. 사전 조율에서 트럼프의 dmz를 방문을 관찰시키지 못한 문재인은 정상회담 첫날, 떼를 써서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일정을 잡았지만 트럼프는 기상상태를 핑계로 출발한 지 10분만에 돌아왔고 문재인은 꼭두 새벽부터 1시간이나 먼저 가서 기다리다 바람맞았다. 청와대는 국가 수반이 자국 영토에서 바람맞은 이 초유의 사건을 애써 축소하려고 들지만 이게 가려질 일인가.......이는 결국 미국의 의중과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한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미국은 중지를 펼쳐 화답한 셈이다.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또 최소한의 성의와 함께.

7. 통상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가 기초 상식인 국제 외교계에서 파격을 거듭하는 천둥 벌거숭이 행보는 실제 선물에서도 들어난다. 국빈만찬 후 한국은 트럼프를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돌솥과 놋수저 세트를 선물했다. 한 네티즌은 "금수저에게 돌과 놋은 신기할지도"라고 평했지만 우리나라 흙수저들도 집들이 선물로 돌솥과 놋수저 한짝을 받으면 얼굴을 붉힌다. 참고로 지난 러시아 순방때는 18세기 조선 보검을 돌려준 푸틴에게 답례로 종로에서 산 대나무 낚싯대를 줬다. 이를 기획한 것이 탁현민이라는데 그는 이런 선물 고르는 센스로 어떻게 여중생을 꼬셔서 섹스를 했을까?

8.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 마치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상복에 관한 의전을 두고 자신의 목숨과 가문의 미래를 걸고 싸운 것 처럼, 외교의 승패는 의전으로 나타난다. 바로 그 의전에서 우리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9. 왕족의 권력 다툼을 다루는 한 인기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왕이 자기 자신을 왕이라고 주장해야한다면 그는 왕이 아닌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스스로 홀대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 홀대받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내실없는 회담에 별 관심도 없는 중국에게 매달려서 억지로 방중 스케줄을 잡은 외교 실무진의 잘못이다. 더욱이 노영민 주중대사의 이력을 보면 95년 환경운동으로 경력을 시작 한 뒤 단 한번도 외교에서, 그와 비슷한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은 적이 없다. 이런 사람에게 맡길 정도로 어디 외교가 쉬운 일인가. 안보와 외교가 현 정부의 지지율을 갉아먹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얼른 다 잘라라.


어리버리한 고문관 이등병도 2년이 지나고 나면 말년병장이 되어 짬밥으로 신참 소대장 정도는 주무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정부의 외교라인은 그 이등병이 말뚝박아 부사관이 될 만한 시간동안 여전히 고문관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무능의 대명사인 강경화가 외교부의 수장인데다 주중대사는 중국어를 못하고 주일대사는 일본어를 못하며 주미대사로는 반미의 아이콘인 문정인이 거론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동맹구도는 북중러 vs 한미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부 각료나 관계자들은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고 "재수없는 백인 기병대 대장 같다"고 했고 대통령부터 나서서 면전에 대고 동맹이 아니라고 못박은 일본을 비하하며 토착왜구를 운운하며 동맹국의 손에 침을 뱉고 면상에 중지를 내밀었다. 그 가운데 우리의 주적인 북한은 남한이 갖다바치는 쌀을 거절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을 모욕하며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사이좋게 손에 손잡고 영공을 넘었다. 이걸 외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세기의 대결로 손꼽혔던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기억하는가. 그 인간과 기계가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격전에서 이세돌은 4국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뒀고 이는 인간이 알파고에게 마지막으로 이긴 대국으로 남아있다. 그 대국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한 것은 78수였지만 알파고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패배를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161수를 두고 난 뒤였다. 바둑이나 체스의 고수들은 패배가 확정되기 수십 수 전부터 자신의 유불리를 깨닫는다. 대마가 죽고 나서야 자기가 패배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저능아거나 초보자들 뿐이다. 우리가 이렇게 사면초가에 몰린 것은 이미 한참 전에 함부로 던진 악수 이후로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외교 저능아들은, 그리고 외교를 처음 해보는 촌뜨기들은 아무도 한국을 편들어주는 이 없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묘수를 두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그저 위기일 뿐이다.

앞서 글에서 언급한 민정수석 조국, 아니 ㅈ조다구치 렌야(발음주의)께서는 이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친일파라며 21세기 신 매카시즘, 아니 조카시즘(발음주의)을 선도하기 위해 불철주야 스마트폰을 쥐고 트윗질을 하고 계시다. 거기에 외교는 처음이지만 (daum댓글에 따르면)신의 한수를 마구 두시는, 외교가의 숨겨진 고스트 바둑왕 강경화님께서는 대내외의 비판과 무시에 굴하지 않고 고문관을 넘어 실제로 국민들을 고문하기 위해 일본 무역분쟁 와중에도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셨다. 매카시즘과 고문관이 만나면 아우슈비츠나 시베리아 굴라크, 관타나모 수용소가 탄생한다. 그게 우리가 향하는 미래다.

그게 싫다고? 그럼 하루라도 빨리 저들을 다 잘라라.

2019. 7. 19.

혼이 비정상인 병신외교 옹호론자들

*일단 토착왜구라는 단어의 사용을 멈춰야 한다. 영어에도 정확하게 매치되는 단어가 있다. Japs. 이는 상당히 모욕적인 인종차별이기 때문에 만약 외신이 청와대와 언론이 이런 용어를 지속적으로 쓴다는 것을 보도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커다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산케이 신문이 만약 "조센징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라고 보도한다면 이를 번역해 읽은 미국인들은 과연 누구를 비난할까?

* 죽도록 쳐맞은 민족에게 중요한 것은 어쩌다 맞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세상에 쳐맞다 죽을뻔 하기까지 했는데 그걸 잊어버리는 바보는 없다. 개새끼나 쥐새끼같은 짐승들도 쳐맞았다는 사실은 기억한다. 하지만 동물은 자기가 맞게 된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 그러니 제발 사람새끼같이 행동하자. 또 쳐맞기 전에.

* ufc선수 김동현 옆집에 두 형제가 살고있었다. 어느날 동생이 물었다. "형 아빠랑 옆집 아저씨랑 싸우면 누가이겨?" 형이 대답한다. "아빠가 이기지!!", 동생은 다시 "진짜? 그 아저씨 종합격투기 대회서 28전 22승이라는데??"라고 반문하자 형은 역정을 내며 빼액 소리를 지른다. "야 그럼 넌 아빠가 쳐맞았으면 좋겠냐?? 넌 아빠아들 아니냐?? 이 호로새끼야"

지금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마주하는 감정적 애국주의자들의 태도가 이와 정확하게 같다. 아빠가 김동현과 맞붙어서 이길 수 있는지의 문제는 내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는지와 아예 무관한 문제다. 현재의 무역분쟁도 마찬가지다.

* 애초에 무역분쟁에서 한국의 승산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현실감각이 결여됐다는 증거이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는 엇비슷해서 만만해 보일 지 몰라도 인구가 두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일본의 GDP규모는 우리의 3배가 넘는다. 게다가 이 GDP는 딱 한 해동안 창출된 부가가치지 누적의 개념이 아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의 근로소득보다 올해 내 월급이 더 크지만 그렇다고 내가 더 부자는 아니듯 누적 수치를 봐야한다. 대충 1960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GDP를 보면 일본은 우리보다 6배가 더 크다. 게다가 그 이전 우리가 가내수공업으로 낫과 호미나 만들던 시기에 항공모함과 비행기를 만들던 일본의 격차를 고려하면 전체 누적 값은 6배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일본은 총 무역액이 GDP의 30%에 불과한 내수중심의 국가지만 우리는 이 비율이 70%가 넘는 무역중심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즉 일본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게다가 수출지향적 국가가 내수중심의 국가와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이게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진심인가? 차라리 그냥 김동현과 맞장을 뜨자.

* 많은 사람들이 수출제한이 지속될 경우 일본측에도 크나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택도 없는 소리. 일본에는 거의 타격이 없다. 물론 해당원료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은 다소간에 영향이 있겠지만 전체 경제에서 그들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대표적 예로 삼성전자가 수입하는 불화수소는 일본에서 Stella Chemifa와 모리타 화학공업이 만드는데 모리타는 상장사도 아니고 Stella Chemifa는 도쿄 주식거래소에서 거래되는 2139개 상장사 중 982위 규모의 작은 회사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체의 0.0072%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불화수소 자체는 그들 매출비중 중 상대적으로 일부에 불과하고. 반면 우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상장사 중 1위(시총비중 21%)인 삼성전자의 가장 주력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삼성전자와 모리타 화학공업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삼성이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 두 기업간의 문제인가. 정부와 정부의 대결이지. k리그의 랭킹 1위가 프리미어 리그의 1000등 보다 실력이 위니까 한국축구의 수준은 영국에 견줄 만 하다는 정신나간 주장을 우리는 그대로 믿고 있다.

* 일본 역시 청나라와 러시아를 꺾고 난 뒤 아시아 최강이라는 국뽕에 취해 미국에게 덤볐다가 미친듯이 쳐맞았다. 하기사, 왜 아니겠는가. 전 유럽을 휩쓴 나폴레옹의 그랑드 아미를 쳐발랐던 러시아도 물리치고 오천년 동아시아의 패자 청나라까지도 이겼는데. 전함의 크기가 국력을 상징하던 시절, 일본이 1941년에 진수한 야마토전함은 만재배수량 7만2천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전함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미국 앞에서 그저 깡통 덩어리에 불과했다. 심지어 천황의 아들들이 태평양의 조그만한 섬들에서 보급을 받지 못해 차례차례 굶어죽어갈 때 미군은 군용식량을 너무 많이 생산해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그냥 항복한 일본인들에게 줘버렸다. 그제서야 일본은 자신이 얼마나 무모한 싸움을 시작했는지 깨닫고 철저하게 미국에게 복종하는 것을 외교의 첫번째 수칙으로 삼았다. 그들은 70여년 전에 리틀보이와 팻맨까지 쳐맞아가며 배운 교훈을 절대 잊지 않는다. 고이즈미와 아베가 부시와 트럼프에게 얼마나 저자세로 나섰는지를 보라. 하지만 미국도 바보가 아니기에, 일본이 왜 저렇게까지 자존심을 버려가며 굴종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근데 한국은 모른다. 한국인들만 모른다.

* 일본제국의 전쟁사를 보면 우리가 농담으로 숨은 독립운동가라고 부르는 일본군 지휘관이 있다. 바로 무다구치 렌야. 그는 1942년 버마를 넘어 인도로 진입해서 영국을 압박한다는 작전을 구상했는데 문제는 이것이 10만에 이르는 대병력을, 현지인은 물론이고 동물들도 다니기 어려운 험지를 통해 보급도 없이 이동시키겠다는 망상에 기반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전문가인 히로히토 천황조차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지 되물었지만 그는 밀어붙였고 결국 예상한대로 식량이 떨어지자 "일본인은 원래 초식이기 때문에 길가의 풀을 먹으면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게다가 그 와중에 기생을 끼고 술판을 벌여 지휘통제마저 엉망이 되었다. 그 결과 인도차이나 반도를 방어할 소중한 병력을 모두 소모시켜 연합군의 진격을 앞당기고 대한민국의 해방에 기여했다. 망상에 기반한 우발적 전쟁의 결과는 이토록 참혹하다.

그의 임팔 작전은 현재 우리의 무역전쟁과 매우 흡사하다. 대한민국은 자신의 망상에 기반해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인들이 일본관광을 끊고 유니클로를 안 사면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겠지? 캬. 거기에 트위터와 페북에 일본의 전쟁범죄를 올리면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한 아베와 일본인들은 별수없이 스미마셍을 연발할거야. 이야 신난다." 순수 보병만으로 정글을 뚫고 아삼 지방에 진공하고, 더 나아가 인도를 해방시켜 영국에게 막대한 타격을 줄 상상을 펼치던 렌야 역시 딱 우리만큼 신났을 것이다. 교수 시절부터 관종으로 유명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간밤 본인의 sns에 무역전쟁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는데 현실인식은 물론이고 그 비장함이나 반대자 들을 불충한 이로 몰아가는 방식까지 임팔작전을 몰아붙이던 렌야와 똑 닮았다. 이 조국 수석은, 아니 조다구치(발음주의) 렌야 상께서는 과거 국민을 가재, 게, 붕어에 비유하며 그들이 사는 개천을 따듯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해서 빈축을 샀는데 이젠 따듯한 것을 넘어 우릴 끓는 물로 몰아넣고 있다. 그가 이끄는 우리의 미래는 해물탕이다.

무다구치 렌야가 지휘하던 제 15군 병사들은 임팔 작전이 실패한 뒤 지독한 영양실조와 풍토병을 겪어가며 철군을 시작했다. 이동수단도, 보급도, 제대로 된 지휘체계도 없는 그 지옥같은 밀림에서 살아남는 것은 순전히 현지인들이나 심지어 적군의 자비에 달린 일이었다. 현재 우리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나는 일본의 추가제제가 없다면 현재 조치만으로는 우리 경제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적인 일본의 의지나, 중재자인 미국에게 달린 것이다. 우리는 짐짓 의연한 태도로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계란으로 바위를 존나 세게 치면 바위도 다칠 수 있다는 류의 주장을 펼치지만 한국이 일방적으로 상처입힐 수 있는 일본인은 BTS 팬들 뿐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2019. 7. 18.

집값에 대한 전망 그리고 소망

전망
오늘 한국은행은 25비피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제 시장은 연내 추가로 한차례의 인하를 반영하고 한국은행이 경기전망을 크게 내린 것을 감안하면 시장의 기대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이는 서울 신축 주택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다. 가장 최근인 6월 21일 발표된 주택금융공사의 10년 보금자리론 금리는 2.40%인데 오늘 금리결정 이후 10년 금리가 약 5비피 하락했고 미 연준 등 중앙은행들이 추가 완화를 단행한다면 이 금리는 더욱 내려갈 것이다. 즉 주택 구매자의 대출금리가 서울 주요지역의 신축아파트 월세율(매매가의 약 2.3-2.5%)을 다시한번 하회한다는 것이고  세입자들은 또다시 신중한 마음으로 주택구매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일부는 월세입자의 수가 얼마나 되겠으며 또 LTV 40% 대출규제로 신규수요가 유입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분석은 애초에 틀렸다. 서울 내 평균 전세가율은 약 66%로 대부분의 세입자는 대출을 풀로 받으면(40%) 자신이 사는 주택을 살 수 있다. 주택구매는 여전히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게다가 효율적 자본배분의 차원에서 봐도 이전에 주식이나 펀드 채권과 같은 타 재테크 상품에 묶여있던 돈을 빼서 집을 사는 것도 타당하다. 특히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올해 수익률만 두고 보면 한국의 거의 모든 자산이 집과 채권을 제외하고는 마이너스인데, 이제 채권/예금의 수익률은 1%초반에 불과하다. 그들이 집 말고 도대체 무엇을 사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주택구매는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많은 이들이 1.국가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2. 전세가가 오르지 않는 점을 근거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들의 전망은 일견 합리적이고 타당하나 모두 틀렸고, 앞으로 틀렸음이 증명될 것이다. 먼저 한국의 향후 경제전망은 똥망이지만 경제상황은 수요에만 영향을 준다. 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측 상황이 더욱 나쁘다. 왠만큼 심한 경기 불황이 오지 않고서야 12월 24일 밤에 강남의 가장 핫한 클럽의 테이블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것 처럼, 특정 재화의 가격은 전반적 경기상황 뿐 아니라 그 공급에도 달려있다. 그리고 앞으로 서울시 내에서는 신축아파트의 공급을 찾기란 크리스마스 이브날 자정에 홍대 거리에서 빈방 찾기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세가격은 안정적인가? 이는 공급절벽의 시점이 2년 뒤이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이 미래 모든 시점의 기대치를 반영하는데 비해 전세가격은 향후 2년간의 기대치만을 반영한다. 딱 2년만. 정부가 만약 2년 뒤부터 아파트를 점차 부숴버리겠다고 협박을 해도 2년간 전세가격은 변하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우산을 들고 나갈지 말지 고민할 때, 내일의 날씨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 처럼(내일 아침에 고민해도 되니까) 오늘 시점에 2년 이후의 수요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고민은 2년 뒤 전세를 재계약할때 고민하면 된다. 채권이나 이자율상품을 거래해 본 사람은 아마 다 이해할 것이다. 시장의 2년 금리가 10년뒤 30년뒤 금리를 반영하지 않는 것 처럼, 현재 전세가는 향후 10년 30년간의 공급에 별 관심이 없다. 현재 전세가가 안정적인 이유는 향후 2년간 공급이 안정적이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 공급은 미래에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물량을 모두 끌어온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자 주요 지역의 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앞다투어 허가신청을 냈다. 아직까지 허가를 받지 못한 단지들은 앞서 언급한 규제들로 인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2021년이 끝나고 나면 그 뒤로는 공급 스케줄이 텅텅 비게 된다. 오늘의 전세가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미래의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장마철을 앞두고 오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산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같다.
 
애초에 내가 예측했던 주택가격 상승 목표는 이미 2018년 초에 달성했지만,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현 정부의 멍청한 정책은 공급을 끊어 기대 상승수준을 높였다(링크). 그리고 이 멍청함은 이번 정권의 마지막까지 이어질 것이다. 상승 타겟을 섣불리 정하지 마라.
 
소망
고등학교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시장의 효율성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나온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대중들은 부동산 시장을 논할 때에는 경제학 책을 슬그머니 덮고 확성기를 꺼낸다. 무주택자들은 서울, 특히 강남의 집값을 잡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이 본인에게 이롭기 때문에(혹은 시기심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지 그게 정말 국가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주택자들이 사실상 집값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백날 설명해줘도 그들은 듣지 않고 다주택자들에게 대한 징벌적 세금을 때리라며 울부짖는다. 그건 정의가 아니라 멍청하면서도 이기적인 분풀이 일 뿐이다.
 
그래. 그럼 나도 이기적인 소원 하나를 빌어 보리라.
 
나는 분양가상한제가 선분양 뿐 아니라 후분양에도 적용되길 바란다. 박원순 시장이 계속해서 재건축 단지마다 아파트 1개 동을 남겨놓는 기괴한 정책을 펼치길 바라며 한강변의 층고제한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현재 진행되는 모든 재건축은 좌초하고 서울의 주택공급은 사실상 끊어진다. 재건축 단지마다 1개 동을 문화유산으로 남기면 신규 공급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한강변의 층고제한 역시 공급을 줄여 내가 보유한 한강뷰 신축 아파트들의 시장가치를 높일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정책이 결국 무주택자들에게 불리하고(링크) 국민 전체의 후생을 떨어뜨리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난했지만(링크) 무주택자들부터 신나서 이 정책을 지지하는데 내가 왜 이타적이어야 하는가? 그래 내가 바보같았다. 반성한다. 나도 당신들처럼 이제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 그리고 강력한 재산세를 지지한다. 당신들이 그토록 내 집값을 올리고 싶어하는데 내가 마다한다는게 웬말인가. 이제 신축 아파트는 일요일 점심시간의 붐비는 백화점의 푸드코트에서 빈 테이블 찾기마냥 잡기 어려워 질 것이고 적어도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서울 내 신규아파트의 공급은 연평균 10,000세대가 넘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면, 나 역시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 하자.

2019. 7. 7.

sns 신진사대부들의 병신외교

과거 명청 교체기와 구한말에 조선의 외교가 절름발이로 전락한 이유는 바로 힘도 없으면서 명분만 따졌기 때문이다. 명을 도와 청을 물리치거나 대한제국을 유지할 힘이 있는지 자문해야 할 외교담당자들과 위정자 그리고 국내 여론은 열강들 사이에서 한줌 값어치도 안되는 명분에 집착하다 한심한 자충수만을 거듭했고 그 결과 민족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현실을 외면하고 사대부들이 둘러앉아 명분만 논하는 병신 짓을 병신외교라는 고유명사로 부르기로 하자.
 
이 병신외교의 말로는 다 똑같았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오랑캐 무리들의 기세가 날카롭지만 그들을 덕으로 가르치고 교화한다면 결국 알아서 부끄러움을 깨닫고 물러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뜬구름 잡는 신선놀음을 하다 저세상으로 떠나 진짜 신선을 만났다. 19세기에는 태국이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인도차이나 반도의 완충지대로 남아 독립을 유지한 데 비해 고종이 다스리던 조선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사이에 뜬금없이 제국선언을 했다가 강제로 합병당했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것이 청, 러시아, 일본이었고, 이 힘의 균형이 조선이 독립국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유일한 이유였는데 그 마당에 갑자기 황제선언이라니 희극 아닌가. 이 "대제국"은 수립 8년만에 외교권을 빼앗기고 13년만에 도로 왕으로 강등당한다. 남의 역사라면 크게 웃겠건만 우리의 이야기라 못 웃을 뿐이다.
 
그 후손인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기계처럼 되뇌이면서도 그 말의 뜻을 곱씹어보지 않는 듯 하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외교노선은 병신외교에 가까우니까, 아니 그 자체니까. 한국인인 나는 일본이 매년 매번 천황 명의로 사죄하면서 총리가 새로 취임할 때마다 3.1절에 서울의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무릎꿇고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기를 바란다. 아니 아예 전 일본 국민들에게 3.1운동 서사시 백일장을 열어 매년 1등 작품들을 암송시키고 전범기업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징용 노동자들 후손들에게까지 나눠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는가?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외교라면 하나, 우리가 뭘 원하는지를 자각하고 둘, 상대의 입장을 파악한 뒤 셋, 그 차이를 조율할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병신 외교는 1번에서 멈춘다. 내가 뭘 원하는지 이게 왜 정당한 지 우리끼리 모여서 허구한 날 지지고 볶는게 외교의 전부라고 믿는다. 왜 우리가 명에 보은해야하는지, 그리고 왜 대한제국이 독립국으로 남아야하는지 한반도 유생들끼리 모여 백날 명분을 따지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청에게는 늙은 말 한필보다 값어치가 없고 일본제국에겐 대포 한방보다 못한 헛짓거리에 불과한데.
 
이는 미숙아의 방식이다. 신생아는 원하는게 생기면 그것이 충족될 때 까지 운다. 울고 울고 또 운다. 엄마가 혹은 아빠가 줄 때 까지 운다. 하지만 세상은 엄마나 아빠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니기에 성장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고 상대가 뭘 원하는지 파악한 뒤 전략을 세운다. 아무리 미숙한 어린아이도 완구점에 가서 "오등은 자에 이 변신로봇을 원하노라, 이 로봇을 만든 것은 나같은 어린아이에게 제공하기 위함이었으니 이 메가트론은 나에게 주어짐이 마땅하다"라며 명분을 논하지 않는다. 아군인 엄마 앞에서 울면서 무력을 투사하거나 명절에 받은 세벳돈을 주고 사거나 아니면 훔치기라도 한다. 하지만 과거 한국의 병신외교는 6세 아이만도 못한 행태를 반복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병신외교로는 변신로봇조차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아니라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일본이 왜 사과를 해야하는지 명분을 논하지 어떻게 사죄를 받을지 방법론을 논하지 않는다. 아베가 잘못했고 일본이 치사하고 이런 도덕적 평가만 가득하고 희망과 전망을 범벅한 비정상적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이게 병신외교를 펼치던 조선 사대부들과 무엇이 다른가. 거기에 가방끈 긴 병신외교 옹호론자들이 국제법이네 보편적 인권이네 하며 명분을 강화시키고 있다. 중화사상의 핵심 교리가 성리학이었던 것 처럼 국제사회의 새 윤리는 인권이다. 하지만 그런 도덕은 힘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된 일종의 사치재이지 만국의 움직임을 제어할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조선의 사대부들이 힘도 없는 주제에 성리학을 들먹이며 청나라의 팔기군이 멈추기를 바랐던 것 처럼 sns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한국의 21세기 신진사대부새끼들도 인권을 들먹이면 일본이 겁이 나 깨갱하며 사과할 줄 안다. 인조반정의 개국공신들이 대청 강경발언들을 늘어놓고 청의 경고를 무시하다 적의 반격이 국경을 넘자 헐레벌떡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 처럼, 강제징용 판결 이후 8개월 간 우리는 일본 외교가의 소통채널을 무시하면서 심지어 외교부 장관 까지 나서서 "일본이 보복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다 수출제한조치가 나오자 그제서야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이래도 우리가 펼치는 것이 병신 외교가 아니라고?
 
현실을 돌아보자. 2차 세계대전의 도죠 히데키 내각은 황군을 천황의 아들들이라며 치켜세웠지만 보급을 무시해 총 250만 명의 전사자 중 100만 명 이상이 굶어서 죽었을 정도로 자국민 목숨을 소모품처럼 대한 인간백정 정권이었다. 그 역사를 긍정하는 일본인은 소수 극우들 뿐이고 그들도 내부에서는 한국의 박사모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평화헌법으로 태어난 현재 일본 정부는 헌법 이전 정부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이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그나마 조선인들이라 한국 법정으로 온 것이지 일본 국적의 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모두 일본 내에서 같은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일본인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국가가 저지른 일들로 인해 70년째 죄책감을 가지고 사는 것에 대해, 그리고 아무리 사과를 하고 배상을 해도 끝나지 않는 거듭되는 과거사 논쟁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의 멱살을 잡고 인간백정 정권을 지지한 이들의 후손이 어찌 그러냐고 일갈하고 싶지만 지금 우리는 그게 안되는 현실세계의 정치를 논하는 것이다.)
 
게다가 함께 일본을 압박해주길 바라는 서구의 동맹국들은 다들 일본이 저지른 전과를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한국의 입장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일본계 자국 시민권자들을 몇년 간이나 격리시키고 구금한 적이 있으며 흑인 노예, 인디언 원주민들에 대한 과거사 및 경제적 보상 논쟁을 마주하고 있다. 영국은 식민지 통치기에 끔찍한 범죄들을 저지른 전력이 있으며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뱅골에서 의도적으로 기아를 촉발해 수백만 명을 굶겨죽였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당연히 프랑스나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처럼 적극적으로 해외식민지를 운영한 나라들이나 독일 소련처럼 20세기 들어 적극적 팽창정책을 펼친 나라들, 심지어 폴란드 그리스 터키 처럼 우리가 희생자리고 생각했던 나라들 조차 누군가에겐 전쟁범죄의 가해자로 등재되어있다. 그들이 이런 범죄를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새로 써 낸 인권이라는 멋지고 폼나는 낱말 하나 만으로 그들이 우리에게 백지수표나 국제사법재판소의 전권 위임장을 던저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만약 진심으로 그러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열강들이 식민지를 평화롭게 나눠먹는 자리였던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해서 쫒겨난 고종 수준의 인식을 가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역사로 타인을 재단하니 서구의기준에서 이 문제를 보자. 나치 합병의 첫 희생자들은 체코나 폴란드가 아니라 바로 오스트리아다. 물론 당시 오스트리아와 도이칠란드의 합병 찬성 여론은 90%가 넘었고 나치 당원 비율도 오스트리아 높았다. 하지만 전후 오스트리아는 빠르게 피해자로 둔갑하고 중립국 선언을 했다. 그들의 눈엔 조선은 어떤가? 조선은 2차 세계대전은 물론 1차 세계대전도 훨씬 전인 1910년에 일본과 합병한 나라지 식민지가 아니었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자원병을 모집하자 지원자가 수백대 일에 달했고(출세길이 몇 없었으니까) 일부 조선인 출신 고급장교들은 연합군 포로를 학대한 죄로 전범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자 조선인들은 갑자기 스스로를 식민지로 낮추고 모든 전쟁범죄에서 피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분명 조선인의 전쟁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한 사회 지도층들이 무수히 존재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해방 대한민국(및 북한)의 건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우리는 그들을 "친일파"로 구분짓고 나머지 한국인들과 분리했지만 그건 우리의 논리고 제 3자의 시각에서는 그냥 다 한국인들이다. 그들이 만약 극동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선인들 명단을 보여주며 "이들은 분명 조선인이고 이들의 전쟁참여를 독려한 한국인들도 건국에 참여했다. 그럼 대한민국 정부도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않은 것 아닌가" 라고 물으면 우리는 아마 "에이 그건 일부 친일파들의 비행이에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이 바로 현 일본 정부의 변명이다. "이는 일부 군국주의자들의 소행이었다"
 
우리의 미래가 과거와 다르길 바란다면 오늘의 전략이 달라야 한다. 위와 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외교를 해보자. 우리에겐 일본을 굴복시킬 힘이 없으며 서구열강들이 무상으로 우리를 도와 일본의 팔을 비틀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현재 전략은 수정되어야한다. 먼저 우리의 목적을 재정립해야 한다. 배상인가? 사과인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은 외환보유고의 약 1/4가 넘는 금액의 용역과 물품을 제공했고 일본은 지난 70년간 최소 8번 이상의 사과를 했다. 따라서 사과와 배상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일본은 무엇을 원하는가? 그들은 정상국가로 나아가고 또 경제력 만큼의 정치력을 인정받길 원한다. 특히 UN을 개편해서 상임이사국 중 하나가 되기를 꿈꾸고 있지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동맹국 한국이다. 그들은 우리 만큼이나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한국이 원할 때마다 배상을 하고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ATM이나 ARS가 될 생각은 없다. 지난 2015년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 측의 요구로 "비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합의"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목표와 우리의 목표가 겹치는 부분을 찾아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로 정상국가의 외교이므로 우리는 한국의 전략적 목표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일본의 우선순위를 파악한 후 협상에 나서야 한다. 물론 손익계산서를 작성해서 이득이 된다면 무력도 투사할 수 있도록 현실적 준비도 갖추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에서 마지막 외교적 승리는 거의 천년도 전인 1차 여요전쟁이었다. 거란의 소손녕이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하자 겁에 질린 고려 지도부는 땅을 주더라도 휴전을 하자고 제의하지만 이에 반대한 서희는 혼자 적진으로 걸어들어가 담판을 짓고 강동 6주까지 얻어서 돌아온다. 병신외교술을 추종하는 sns사대부들은 서희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주장하여 명분싸움에서 이겼다고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거란의 진짜 침공 목적은 주적인 송과 고려의 연대를 끊는 것이지 땅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 관계 재정립을 대가로 영토를 받아낸 것이다.
 
명분을 논하는 일은 편안하고 달달하다. 현실이 열악할 수록 더욱 그러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강남의 아파트를 살수 있는지 논하는 일 보다 내가 강남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논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쉬운 것과 같다. 하지만 이제 병신외교 매뉴얼은 휴지통에 넣고 영구히 삭제하자. 우리는 한국인의 시각 뿐 아니라 일본의 시각과 제 3자의 시각을 모두 가르쳐야 하며 그 시각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현재 sns의 신진사대부 무리는 "이야 토착왜구 많네"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우리의 눈이 국수주의에 머물기를 바라지만 나와 이해관계가 반대인 적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지능의 문제이지 나라사랑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소손녕이 우리의 역사인식 처럼 서희와의 담판 후 요의 황제에게 돌아가 "고려가 고구려 후예라는데요"라며 명분하나 때문에 땅 까지 주고 빈손으로 회군한 병신이었다면 목이 뎅겅 잘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그는 공신의 칭호를 받고 이후로도 계속 중책을 맡았다. 실제로 그는 병력과 물자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송과 고려의 동맹을 파기시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명장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국제외교가 명분 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 병신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외교는 조선 사대부들이 아니라 고려의 서희에 가까워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신채호 선생님께서 기르는 구관조마냥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짹짹거릴 것이 아니라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뭐 새대가리같은 신진사대부들은 저 주문을 읊으면 자동으로 괜찮은 미래가 올 거라고 믿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