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대통령이 25년만에 한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트럼프는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메시지를 주지 않고도 감언이설을 늘어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을 뿐,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약속해 주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지 않았고 문재인은 트럼프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WSJ은 한국은 못 믿을 파트너라고 평했다.
* WSJ의 판단은 정확했다. 트럼프는 유사시 전략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포위망에 한국이 참여해 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 메시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이라는 문구에 함축되어 있었다. 촌뜨기들이 외교를 담당하는 통에 우리 정부는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이 문구를 공동 선언문에 포함해 발표했다가 후에 얼버무리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혼자 박수치는 추태를 부려 시선을 끈 한국 외교계의 개그담당 김현철 경제수석은 "공동 선언문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주어가 미국이므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2차 개그를 시도했다. 결혼식에서 주례는 신랑신부는 서로를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까? 라고 물었고 신랑은 큰 소리로 네! 라고 대답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 김현철은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신랑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답한 셈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는데 이 빌어먹을 해프닝은 우리에게서 너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의전은 개판과 굴욕의 연속이었다.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를 공항이나 청와대에서 맞이하는 대신 평택 미군기지에서 예방하는 파괴적 의전을 선보였다. 미군 기지는 국제법상 대사관 처럼 상대국의 관할지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아무 이유없이 아관파천식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니 이는 파격 보다는 파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또 한번 의전 굴욕을 당해야 했다. 사전 조율에서 트럼프의 dmz를 방문을 관찰시키지 못한 문재인은 정상회담 첫날, 떼를 써서 다음날 이른 아침에 일정을 잡았지만 트럼프는 기상상태를 핑계로 출발한 지 10분만에 돌아왔고 문재인은 꼭두 새벽부터 1시간이나 먼저 가서 기다리다 바람맞았다. 청와대는 국가 수반이 자국 영토에서 바람맞은 이 초유의 사건을 애써 축소하려고 들지만 이게 가려질 일인가. 유치원 선생님들도 소풍가기 전 날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는데 정말 실무자들이 안개때문에 대통령을 바람맞게 했다면 모가지를 날릴 일이다. 또 국회연설 일정이 촉박했다면 더 이른 시간에 미리 출발 했으면 될 것 아닌가. 바보 아니고서는 다 아는 일이다. 이는 결국 미국의 의중과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한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미국은 중지를 펼쳐 화답한 셈이다.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또 최소한의 성의와 함께.
* 유일한 성과라면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시일의 탄두 중량의 제한을 해제해 준 것과 미국의 전략무기를 판매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둘 모두 의미있는 선물이지만 25년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외교적 이벤트에 비해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마저 한국은 답례로 뭘 주지도 않았다. 강대국들도 돈주고도 못 구하는 미 전략무기를 판다는데 우리가 "사 주는" 것인가. 미국이 "팔아 주는" 것이지. 통상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가 기초 상식인 국제 외교계에서 파격을 거듭하는 천둥 벌거숭이 행보는 실제 선물에서도 들어난다. 국빈만찬 후 한국은 트럼프를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돌솥과 놋수저 세트를 선물했다. 반대로 미국의 국빈만찬에서 트럼프가 리바이스 청바지를 줬다면 어땠을까. 한 네티즌은 "금수저에게 돌과 놋은 신기할지도"라고 평했지만 우리나라 흙수저들도 집들이 선물로 돌솥과 놋수저 한짝을 받으면 얼굴을 붉힌다. 이번 정권을 마치 종교처럼 여기는 일부 20대 여성들은 이런 똥센스를 적극 옹호하는데 부디 그들이 결혼할 때엔 혼수로 혼과 얼이 가득 담긴 돌솥세트 하나 덜렁 받길 바란다. 참고로 지난 러시아 순방때는 18세기 조선 보검을 돌려준 푸틴에게 답례로 종로에서 산 대나무 낚싯대를 줬다. 이를 기획한 것이 탁현민이라는데 그는 이런 선물 고르는 센스로 어떻게 여중생을 꼬셔서 섹스를 했을까?
* 언론은 트럼프의 방일과 방한을 비교하며 우리가 대일 외교전에서 앞섰다는 정신승리에 눈물겨운 노력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정 반대다. 한국이 찬밥 신세라면 일본은 햅쌀밥이다. 지금 백악관의 실질적 퍼스트 레이디는 이방카지 멜라니아가 아니다. 이방카는 아버지 만큼이나 사회적 영향력과 인맥 자금력을 갖춘 유력 인사고 멜라니아는 영어도 잘 못한다고 놀림받는 트로피 와이프 아닌가. 이방카를 일본에서 2박 3일 일정을 소화한 반면, 한국에는 1박 2일 일정조차도 오지 않았다 . 그 시간에 그녀는 집에갔다가 나중에 인도로 향했다. 미일 관계는 가츠라-테프트 조약을 맺은 이래로 가장 가까운 데 비해, 미국에게 한국은 인도랑 묶어서 도매금으로 처리해야 하는 못믿을 파트너 일 뿐이다. 잘 웃지 않던 멜라니아가 자신을 환영하는 한국 여고생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고 한국 언론은 "급식외교의 쾌거"라는 손발 오그라드는 타이틀을 붙였는데, 기자들이야말로 급식이나 좀 더 처먹어라. 미국에선 입만 열면 발음 괴상한 모델이라고 조롱받고 일본에선 친딸도 아닌 이방카가 퍼스트 레이디 행세를 하는데 웃을 일이 뭐 있었겠나. 멜라니아가 웃다 입꼬리가 찢어지든 배꼽이 빠지든 이방카가 빠진 자리에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칠 기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 한일간 가장 다른 점은 회담 이후의 결과다. 미국의 이번 아시아 순방 아젠다는 두가지,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이었는데 트럼프의 정치적 목표는 아시아 국가들의 약속 보따리들을 모아 워싱턴에 풀어놓으며 지지율 반전을 노리는 것 이었다. 외교가 뭔지 모르는 급식들, 아니 이유식들은 정상회담 결과가 대통령끼리 만나 몇시간 쑥덕쑥덕 회의해서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두 정상이 만나기 전에 이미 구체적 합의가 끝나고 정상들은 발표만 하는 얼굴마담 역할만 하는 것이다. 일본은 트럼프의 두 의제에 대해 완벽하고 가장 적극적인 답을 내놓았다. 두 나라의 정치 외교 군사 기술 산업 등 각 분야의 관료 실무진들이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반면 한국은 무기분야 외에는 아무런 합의를 내지 못했다. 결국 국방부 외에는 미국과 제대로 소통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트럼프 국빈방문에 있어 대한민국의 외교는 또 한번 낙제점을 기록했고 그 책임은 강경화 장관과 외교부에 있다. 강 장관은 만찬메뉴 선정에서부터 인도-태평양 구상 해명 기자회견까지, 외교부의 손을 벗어나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고 투덜대지만 그건 애초에 본인이 비서 이상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모질이 촌뜨기 들에게 외교 상식을 가르치고 고삐를 죄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 일을 못하니 무능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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