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7.

블라인드 결혼은 어떤가?

블라인드 채용이 인기다. 서류의 스펙으로 사람을 뽑는 일은 그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며 이 스펙은 업무 능력과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비슷한 발상으로 블라인드 결혼을 제안한다.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배경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징역 5년이하의 형사법으로 다스려서 모든 만남이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데이트, 더 나아가 블라인드 결혼이 될 수 있도록 규제해야한다. 일을 시키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데에 블라인드 방식이 맞면, 훨씬 더 다양한 차원의 감정적 교감이 있어야 하는 연애와 결혼에서야말로 더 올바른 방식이 아니겠는가.

모든 젊은이들이 상대의 학력, 집안, 직업, 소득, 나이 등을 일체 모르고 데이트를 한 뒤 결혼을 결정한다면 블라인드 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차별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졸이 박사과정생과 결혼하고, 생활보호대상자의 아들이 삼성가의 사위가 되며, 농촌총각이 회계사와 가정을 꾸리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억대연봉자와, 그리고 40살 골드미스가 21살 군 미필 청년과 이어진다니 마치 꿈만 같은 세상이 벌써 도래한 것 같다. 아, 외모도 하나의 조건이 될 테니 모두 복면을 쓰고 데이트하다 서로 결혼식 첫날밤에 공개하는 것으로 하자.

현실적으로 위의 정책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먼서도 사람들을 더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정보를 가리고 숨긴다고 사람들은 그 배경에 무관심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딴 여러 방법으로 상대의 배경을 유추하는데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느라 시간을 쓸 것이다. 게다가 차후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나중에 다 알게될 정보들이라면 차라리 첫 만남에서 서로 다 공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극소수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불이익을 받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전체가 정보의 불충분으로 인한 손해를 보는게 더 나쁘니까. 지금 블라인드 결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채용도 마찬가지다.

2017. 8. 6.

집값이 빠진다고 그들이 집을 살까?

인터넷 댓글을 보면 부동산 폭락을 원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은데 인터넷에서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 네티즌 중 젊은층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다면 그들이 집을 살까? 3년전엔 금리는 그대로에 대출은 거의 두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었고 집은 지금보다 30-40% 쌋다. 그런데도 그때 집을 안 산 사람들이 이제와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투덜대는 걸 보면 답은 명확하다. 두번째 기회를 주어도 그들은 집을 사고 충실히 이자를 갚는 삶을 사는 대신,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다니고 차를 사고 멋진 옷을 입는데 돈을 소비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는건 아니지만 누구나 자기가 살 수 있는 집이 있다. 월세를 내고 집에 살 것인지(reside), 아니면 비슷한 금액의 은행이자를 내고 집을 살 것인지(purchase)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었다. 다주택자들은 전자를 가능하게 만들고 최경환은 후자가 가능한 조건을 마련해줬다. 이번 정부와 부동산 악플러들은 저 둘을 싸잡아 욕하며 종교적 구호처럼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 헛된 믿음이 결실을 맺을 수록 자신들이 집에 사는 것도, 집을 사는 것도 어려워지는 현실을 마주할 것이다. 결국 모든 규제의 희생과 부담은 사회의 가장 아래쪽 약자들이 지는 법이니까.

2017. 8. 3.

8.2대책 평가: 내집마련의 꿈이여 안녕


*   이제 보통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목돈을 상속받지 않고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출의 문턱이 높아져 주택 가격의 40%밖에 대출을 안해주는데 누가 어떻게 집을 사겠는가? 애초에 집값의 60%나 되는 돈을 들고 있던 사람이라면 3년전에 대출을 거의 받지 않고 살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빚을 내고 사겠는가? 그동안 집을 당장 사라고 주장했는데,(링크) 이젠 이런 조언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못 살테니까. 현재 전세를 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전세에 주저앉을 것이고 집을 이미 삿던 사람은 갭투자를 활용해 계속해서 주택 수를 늘려갈 것이다. 그리고 물론 빈부격차도 확대될 것이다.

*   정부가 세금 폭탄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실제 거주하는 집 1채 외에 나머지 집들을 임대주택으로 신고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몇몇 요건만 충족시키면 되려 집을 1채 갖고 있는 사람보다 세금을 더 절약할 수 있다. 그들은 몇년동안 소비하는 대신 이자를 내고 마음편히 발뻗고 잘 시간에 발품을 팔아 집을 매입하고 놀고먹을 시간에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런 제도를 몰라서 집을 투매할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   원래 집을 팔 계획이 있던 사람들은 내년 3월 31일 전에 집을 팔 것이고 이 물량이 단기적 안정을 가져올 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이 8.2대책은 집값을 더 끌어올릴 것이다.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재건축을 더 어렵게 하거나, 재건축 조합의 실질 부담을 늘린다. 결국 이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부자가 아닌 무주택자들과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인데, 이 둘이 바로 재건축 사업의 수요와 공급의 주체들 아닌가.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에게 어퍼컷을 날렸으니 재건축 사업은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좌초할 것이고 서울의 주택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   김현미 장관을 비롯, 계획 입안자들은 서울시의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통계를 기만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링크) 서울시의 집 수는 총 360만 호인데 주택은 대략 375만호로 주택보급률은 96% 밖에 안된다. 이 중 실제로 완전히 노후화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나 퇴거가 이루어진 집 들을 감안하면 실제 주택보급률은 더욱 내려간다. 여기에 주택의 감가상각을 40년으로 잡으면 매년 2.5%의 집들이 살기 싫은 낡은 집으로 전락한다.  즉 매년 9만호의 집을 추가로 지어야 적어도 공급부족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지난 10년동안 주택건설이 9만호를 넘었던 해는 단 두 해 뿐이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악화되고 있다.

*   세입자들에게 더 암울한 얘기를 하자면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쁘다. 한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사실상 80년의 한국과, 90년 그리고 2010년의 한국은 아주 다른 나라이다. 다시말해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 수준으로 먹고 입고 즐기면서도, 저녁만 되면 지은지 15년된 하노이의 아파트나 30년 된 짐바브웨의 콘크리트 더미로 돌아가 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구연한이 아직 한참 남은 아파트의 주민들도 재건축을 원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가상각은 더욱 크다.

*   이게 다 최경환 때문이다? 그가 시행한 정책은 1)대출의 문턱을 낮춰주고 2)재건축을 용이하게 해줘 과열지역의 공급을 늘린뒤,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대출받아 집을 살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그 때가 가계가 집을 사기에 가장 쉬운 시기였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최경환이 그당시 시행했던 정책을 지금 되돌리자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아예 못사게 되지 않았는가. 애초에 다주택자들은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어 갭투자를 하면 됐고, 부자들은 굳이 은행에 갈 필요가 없으니 이 정책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최경환이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집을 살 문을 열어줬는데, 그 문을 통과하는 대신 먹고 입고 노는데 돈을 써버린 사람들과 집값이 더 폭락하는데 베팅한 실수요 무주택자 투기꾼들이 이제 와서 초이노믹스를 탓한다. 그들이 인터넷 댓글에서 서로의 주장을 정당화하며 기분 좋게 정신승리를 할 지 몰라도 내집마련의 꿈을 스스로 걷어찬 것은 부지의 사실이다.

*   일부 사람들은 어쨋거나 최경환이 가계부채를 늘리고 집값을 올려놓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가격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국민소득, 삼성전자 주가, 그리고 한국 미술품 경매가 모두가 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게 다 최경환 한사람의 공이라면 그는 되려 구국의 영웅이 아닌가. 이는 경제의 견고한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등이지 인위적 집값 띄우기도 아니고 버블은 더더욱 아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30년째 집값은 버블이라고 목놓아 울어대는 이들의 대류에 합류하든가.

*   주택가격 상승의 책임은 시민들 자신에게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는 것은 마치 비트코인을 트레이딩하듯 100에 사서 150에 팔려는 것이 아니라, 집을 가지고 있으면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이게 은행이자보다 낫기 때문이다.(전세도 다른 루트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집값 상승의 원인은 그만한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 때문이고, 이는 그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뤄진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더 작은 집에서 살던가 아니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굳이 투기지역에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는 길을 택했다. 예를 들어 압구정에서 사는 대신 대중교통으로 1시간 떨어진 수락산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면 1/6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더 비싼 월세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를 "시장에 의한 가격 결정"이라고 부른다.

*   그래서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반년도 안돼 오를 것이다. 이 대책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을 뿐 이에 대한 공급계획은 전혀 없다. 사람들이 용산, 성동,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데 2시간도 더 떨어진 지방에 짓겠다는 대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국가의 정책은 국민의 수요를 만족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를 제멋대로 틀겠다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고 바로 그들이 비난하는 적폐세력과 군사정권의 방식이다. 수요를 끌어내리려면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하니 불가능하고, 공급은 하기 싫으니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의 욕망을 거스른 정부의 정책은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마치 군사정권들이 아무리 억압하고 때려도 결국에는 무너졌던 것 처럼.

2017. 7. 26.

현 20대는 "가장" 힘든가? -헬조선의 헬철부지들

굳이 자세한 뜻을 풀이해주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헬조선. 그리고 그 단어를 만들어 낸 20대들은 자신들이 모든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고통스러운 세대라고 주장한다. 그들 주장의 허구와 내재된 유아성, 그리고 그 위험성을 분석해 보자.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단군이래 최고스펙을 갖췄는데도 취직이 어렵다.
2. 그러니 자산을 축적하기가 어렵다.
3. 따라서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과 육아가 힘들다.
4. 이 모든게 사회구조 탓이며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5. 따라서 이런 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정당하다.

자 ,1번부터 시작해보자. 그들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건 사실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세대가 취업 당시에는 선배/부모에 비해 최고스펙을 갖추지 않았던가. 1인당 GDP가 장기적으로 늘 최고값을 경신하는 것 처럼 구성원들의 능력이 경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들이 고 스펙을 가지게 된 것은 본인의 노력 뿐 아니라 부모 세대가 자식의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 투자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5060대, 그 꼰대세대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낀 데서 나온 것이다. 이 투자는 교육 뿐 아니라 의식주와 같은 생활 수준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20년 전만 해도 잘난 서구문물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 햄버거는 이제 싸구려 패스트푸드로 전락했고, 먹고 입는 것 만을 보면 이제 서울의 1020대들과 뉴욕 런던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렇게 현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저숙련 노동집약적 직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해당 분야 산업들은 노인 빈곤층, 혹은 동남아시아 등의 EM에서 온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부모 세대가 배곪고 노예같이 일했다고 나까지 그래야 하느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금은 윤리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보는 것이다. 핵심은 기업이 20대가 원하는 연봉을 줄 만큼 그들의 생산성이 높지 않기에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 산업은 저숙련 노동자와 고임금 대졸자들을 둘다 필요로 하는데 현재 20대들은 대부분 교육에 거액을 투자하고 높은 생활 수준을 누려온 결과 저숙련 노동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구인난과 대졸자들의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했다. 노동시장이 폐쇄된 완전 경쟁시장이라면 노동집악적 산업의 임금이 오르거나 대졸자들이 굶어죽기전 요구임금을 낮춰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고 20대는 취업대신 고임금 고숙련 노동자인 부모세대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2. 따라서 이들은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역대 20대가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시대는 없었다. 게다가 자산을 축적하기 힘든건 그들의 높은 소비성향 때문이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해외여행객 수를 보면 1990년에 연 150만명에 불과했던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16년 현재 2,238만명으로 15배나 증가했다. 어떤 이는 이러한 통계를 일부 상류층의 이야기로 평가절하하려고 하겠지만 1년 출국자 수가 인구의 40%가 넘는다는 것은 일부의 이야기일 수 없다.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과 소비성향이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보자. 90년대 이전만 해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잘 받기 위해서는 개인적 친분이 필요할 정도로 금융서비스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것이었지만 이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고 선진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식문화를 즐기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자산 축적을 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3. 연애가 힘들다는건 개소리고 결혼이 힘든건 성비 불균형 때문이며 출산육아가 힘든건 소비성향이 높아서이다. 현 20대는 역대 가장 연애를 많이 하는 세대다. 첫경험 연령이 낮아지는 것이나 결혼전 성관계 파트너 횟수만 봐도 이전 세대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결혼이 힘든건 8090년대에 광범위하게 벌어진 여아낙태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게 벌어진 탓이다. 출산과 육아는 과거가 더 힘들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젠 아이를 낳고 나면 조리원에도 가야하고 산모는 살도 빼느라 고생해야하고 애를 영어유치원에도 보내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누리던 문화적 생활 수준을 영위하느라 힘든 것이다.

4.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사회, 혹은 윗 세대 때문이라고 불평하지만 이는 모두 본인이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만약 본인들에게 저런 선택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사회라는 변명을 한다면 그들은 먼저 자신의 자유 의지를 부정해야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게 바로 저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우리가 미성년자에게 법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미성숙한 판단 능력을 가진 이에게 성인의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무가 없다면 권리도 없다. 현 20대들은 이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본인들이 내린 결정의 책임을 사회, 혹은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저들을 미성숙하다고 부르는 핵심 이유다.

5. 따라서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들의 목적은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전가할 희생자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재정의 배분을 요구하고, 본인에게 투자하는 대학등록금이 비싸단 이유로 정부에게 보조금을 요구하면서 대학생 유흥비, 핸드폰 요금 지출, 배낭여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사회 구조는 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잘못되어 있다.

20대들에게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많다. 그들은 이미 사회 권력구조에 적응한 3040대와는 달리 성차별 노동시장의 왜곡 일상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아직 본인이 성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 못하다. 박근혜 탄핵에 앞서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개진했으면서도 투표율은 여전히 최저를 찍었고, 현 세대의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지금 "우리땐 더 힘들었어"와 같은 꼰대류 잔소리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너보다 힘든 사람 많으니 불평하지 마라"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너희들처럼 남들도 다 힘드니까 네 밥값은 너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즉 성숙한 민주사회의 구성원 노릇을 하라는 얘기다. 아니면 닥치고 참정권을 내놓던가.

2017. 7. 22.

환각제 먹은 조세정의

저들이 외치는 바에 따르면 납세자의 거의 절반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교육받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소득 절반을 내는게 조세 정의라고 한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면 이걸 어떻게 정의라고 부르겠는가? 요새 대마초 LSD등 향 정신성 약물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데 생각보다 복용자들이 많은게 틀림없다.

2017. 7. 18.

정신병자도 대학교수를 하는 나라, 싱가포르.

비록 독재와 언론탄압으로 "서방의 북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분명히 훌륭한 복지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이다. 얼마나 복지가 좋은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에게 대학교수라는 직책을 맡기기까지 했다. 그 수혜자는 놀랍게도 한국인인 신장섭이란 사람인데 오늘 이재용 재판의 증인으로 불려나와 자신의 정신지체를 뽐내 많은 금융인들의 동정심을 얻었다. 각박한 경쟁으로 휴머니즘이 사라져가는 오늘, 이런 이에게도 교수라는 직업을 준 싱가포르의 복지시스템에 찬사를 보내며 가슴아픈 그의 장애를 돌아보도록 하자.

그는 재판에서 삼성물산 합병 뒤에 주가가 15%정도 반등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이득이었으며 국민연금의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건희가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삼성물산의 주가는 고점에서 5.5만원이 폭락한 뒤 합병직후 고작 2만원 반등했다.(그리고 이후 계속 폭락했다) 일단 왜 건설회사가 옷만드는 회사와 합병했는가라는 질문은 접어두기로 하자. 그건 이 장애우에게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니까. 안타까운 일은 신장섭씨는 30% 폭락과 15%반등 중 어떤것이 더 큰 쪽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아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숫자의 대소를 헤아리는 능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분은 적어도 만3세 미만의 지적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만약 한국에 살았다면 분명 보이스 피싱의 희생자가 되었을 것이다. 5.5만원을 주고 2만원을 받는 것을 이익이라 생각하는 지능을 가졌으니까. 이런사람이 먹고 살 수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시스템이 참 대단하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삼성 오너 역시 다시 평가할 팔요가 있다. 저런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증언을 부탁한 것은 이재용측 변호인이었는데 알고보니 그동안 그는 삼성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이재용은 지분도 거의 없으면서 수백조짜리 회사를 거져 먹으려고 하는 금융범죄자인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런 선행을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감동스럽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장섭씨 논리에 따르면 자신이 구속되고 나서 삼성전자가 1년도 안되어 2배로 뛰었으니, 그가 삼성의 수장이 되어 주주들에게 가장 잘한 일은 구속됐다는 것 아닌가. 영어의 몸이 되어 불편한 와중에도 주주들과 국민들에게 재벌이 회사에 끼치는 영향이 어떤지 온몸으로 강조해준 그의 희생정신이 참으로 놀랍다.

혹자는 신장섭이 학자로써의 기본적 양심을 잊고 명명백백한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을 했다고 분개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부패했기로소니 어찌 -30%보다 +15%가 좋다라고 주장하겠는가. 사람들이 그 말같잖은 소리를 믿어줄거라고 기대하든, 아니면 본인이 진실로 그리 믿든 그는 분명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장애인을 돌봐준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이재용이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2017. 7. 9.

Stay foolish. Stay leveraged.

최근 몇달간 금융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새롭게 업데이트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빚을 내고 자산을 사라. 그보다 더 좋은 투자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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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이 터진 이래 수많은 비관론이 대두했지만 지난 10년의 성취를 보자.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에 거의 도달했으며 유럽과 일본은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고 아시아 및 다른 EM의 경제들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태생적으로 음울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자산시장의 랠리를 놓쳐 배아픈 놀부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주식시장이 현재 버블 상태이며 고통스러운 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경고하지만 그들과 그들의 말을 들은 투자자들은 조만간 하나하나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다. 

저 곰탱이(bear: 비관론자)들의 논리는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리만 직전과 비슷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아직 매우 싸다. 왜냐하면 내 기준에서 리만 이전의 경제는 버블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 주택시장 버블때문에 일어났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역대 수많은 버블의 사례를 보면, 한번 버블이 꺼지고 나면 가격이 다시 버블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짧게는 십수년(나스닥), 길게는 수십년(유가)이 걸렸다. 어떤 상품은 수백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튤립) 그러나 미국 부동산이 2007년 최고치를 회복하는데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현재는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하고 있다. 따라서 진짜 버블기를 찾아 그 시절의 주식과 현재를 비교해보자. 큰 거품은 대체로 상품가격의 베어사이클에 온다. 왜냐하면 상품시장은 보통 12-18년을 주기로 반복되는데, 불사이클에서는 중앙은행이 높게 찍히는 cpi를 잡느라 금리를 높게 유지해 좀처럼 버블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블이라고 부를 수 있던 시기는 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였고 당시의 주식 밸류에이션은 현재보다 크게 두배가량 더 높았다.

성경에 이르길,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것이 아주 똑같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약세론자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될 것이라 믿으며 또 한번의 침체가 임박했다고 믿겠지만 가라앉고 있는 것은  그들의 통장 잔고이다. Stay foolish. Stay leveraged. 빚을 내라. 그리고 자산을 사라. 그리하지 않으면 당신은 수십년을 기다려야 다음 버블사이클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