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이 인기다. 서류의 스펙으로 사람을 뽑는 일은 그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며 이 스펙은 업무 능력과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비슷한 발상으로 블라인드 결혼을 제안한다.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배경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징역 5년이하의 형사법으로 다스려서 모든 만남이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데이트, 더 나아가 블라인드 결혼이 될 수 있도록 규제해야한다. 일을 시키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데에 블라인드 방식이 맞다면, 훨씬 더 다양한 차원의 감정적 교감이 있어야 하는 연애와 결혼에서야말로 더 올바른 방식이 아니겠는가.
모든 젊은이들이 상대의 학력, 집안, 직업, 소득, 나이 등을 일체 모르고 데이트를 한 뒤 결혼을 결정한다면 블라인드 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차별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졸이 박사과정생과 결혼하고, 생활보호대상자의 아들이 삼성가의 사위가 되며, 농촌총각이 회계사와 가정을 꾸리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억대연봉자와, 그리고 40살 골드미스가 21살 군 미필 청년과 이어진다니 마치 꿈만 같은 세상이 벌써 도래한 것 같다. 아, 외모도 하나의 조건이 될 테니 모두 복면을 쓰고 데이트하다 서로 결혼식 첫날밤에 공개하는 것으로 하자.
현실적으로 위의 정책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먼서도 사람들을 더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정보를 가리고 숨긴다고 사람들은 그 배경에 무관심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딴 여러 방법으로 상대의 배경을 유추하는데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느라 시간을 쓸 것이다. 게다가 차후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나중에 다 알게될 정보들이라면 차라리 첫 만남에서 서로 다 공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극소수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불이익을 받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전체가 정보의 불충분으로 인한 손해를 보는게 더 나쁘니까. 지금 블라인드 결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채용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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