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26.

현 20대는 "가장" 힘든가? -헬조선의 헬철부지들

굳이 자세한 뜻을 풀이해주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헬조선. 그리고 그 단어를 만들어 낸 20대들은 자신들이 모든 대한민국 국민 중 가장 고통스러운 세대라고 주장한다. 그들 주장의 허구와 내재된 유아성, 그리고 그 위험성을 분석해 보자.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단군이래 최고스펙을 갖췄는데도 취직이 어렵다.
2. 그러니 자산을 축적하기가 어렵다.
3. 따라서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과 육아가 힘들다.
4. 이 모든게 사회구조 탓이며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5. 따라서 이런 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정당하다.

자 ,1번부터 시작해보자. 그들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건 사실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세대가 취업 당시에는 선배/부모에 비해 최고스펙을 갖추지 않았던가. 1인당 GDP가 장기적으로 늘 최고값을 경신하는 것 처럼 구성원들의 능력이 경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들이 고 스펙을 가지게 된 것은 본인의 노력 뿐 아니라 부모 세대가 자식의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 투자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5060대, 그 꼰대세대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낀 데서 나온 것이다. 이 투자는 교육 뿐 아니라 의식주와 같은 생활 수준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다. 20년 전만 해도 잘난 서구문물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 햄버거는 이제 싸구려 패스트푸드로 전락했고, 먹고 입는 것 만을 보면 이제 서울의 1020대들과 뉴욕 런던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렇게 현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저숙련 노동집약적 직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해당 분야 산업들은 노인 빈곤층, 혹은 동남아시아 등의 EM에서 온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부모 세대가 배곪고 노예같이 일했다고 나까지 그래야 하느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지금은 윤리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보는 것이다. 핵심은 기업이 20대가 원하는 연봉을 줄 만큼 그들의 생산성이 높지 않기에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 산업은 저숙련 노동자와 고임금 대졸자들을 둘다 필요로 하는데 현재 20대들은 대부분 교육에 거액을 투자하고 높은 생활 수준을 누려온 결과 저숙련 노동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구인난과 대졸자들의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했다. 노동시장이 폐쇄된 완전 경쟁시장이라면 노동집악적 산업의 임금이 오르거나 대졸자들이 굶어죽기전 요구임금을 낮춰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고 20대는 취업대신 고임금 고숙련 노동자인 부모세대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2. 따라서 이들은 자산을 축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역대 20대가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시대는 없었다. 게다가 자산을 축적하기 힘든건 그들의 높은 소비성향 때문이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해외여행객 수를 보면 1990년에 연 150만명에 불과했던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16년 현재 2,238만명으로 15배나 증가했다. 어떤 이는 이러한 통계를 일부 상류층의 이야기로 평가절하하려고 하겠지만 1년 출국자 수가 인구의 40%가 넘는다는 것은 일부의 이야기일 수 없다.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과 소비성향이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보자. 90년대 이전만 해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잘 받기 위해서는 개인적 친분이 필요할 정도로 금융서비스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것이었지만 이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고 선진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식문화를 즐기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자산 축적을 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3. 연애가 힘들다는건 개소리고 결혼이 힘든건 성비 불균형 때문이며 출산육아가 힘든건 소비성향이 높아서이다. 현 20대는 역대 가장 연애를 많이 하는 세대다. 첫경험 연령이 낮아지는 것이나 결혼전 성관계 파트너 횟수만 봐도 이전 세대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결혼이 힘든건 8090년대에 광범위하게 벌어진 여아낙태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게 벌어진 탓이다. 출산과 육아는 과거가 더 힘들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젠 아이를 낳고 나면 조리원에도 가야하고 산모는 살도 빼느라 고생해야하고 애를 영어유치원에도 보내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누리던 문화적 생활 수준을 영위하느라 힘든 것이다.

4.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사회, 혹은 윗 세대 때문이라고 불평하지만 이는 모두 본인이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만약 본인들에게 저런 선택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사회라는 변명을 한다면 그들은 먼저 자신의 자유 의지를 부정해야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게 바로 저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우리가 미성년자에게 법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미성숙한 판단 능력을 가진 이에게 성인의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무가 없다면 권리도 없다. 현 20대들은 이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본인들이 내린 결정의 책임을 사회, 혹은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저들을 미성숙하다고 부르는 핵심 이유다.

5. 따라서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들의 목적은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전가할 희생자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한푼도 내지 않으면서 재정의 배분을 요구하고, 본인에게 투자하는 대학등록금이 비싸단 이유로 정부에게 보조금을 요구하면서 대학생 유흥비, 핸드폰 요금 지출, 배낭여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사회 구조는 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잘못되어 있다.

20대들에게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많다. 그들은 이미 사회 권력구조에 적응한 3040대와는 달리 성차별 노동시장의 왜곡 일상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아직 본인이 성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 못하다. 박근혜 탄핵에 앞서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개진했으면서도 투표율은 여전히 최저를 찍었고, 현 세대의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지금 "우리땐 더 힘들었어"와 같은 꼰대류 잔소리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너보다 힘든 사람 많으니 불평하지 마라"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너희들처럼 남들도 다 힘드니까 네 밥값은 너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즉 성숙한 민주사회의 구성원 노릇을 하라는 얘기다. 아니면 닥치고 참정권을 내놓던가.

댓글 5개:

  1. 서울대 대나무숲에 이 글이 올라왔더군요.
    선생님을 보고 50대 진보대학생이다, 민주당 찍었다 이런 댓글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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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청년 실업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선택이었지만 최저임금제의 폭등과 엄격한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구조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대다수의 청년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비정규직 알바를 전전하거나 창업을 해야죠.

      저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결코 20대에게 이롭지 않을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선거에서 20대는 문재인에게 압도적 표를 던졌습니다. 먹어봐야 똥인줄 아는, 아니 퍼먹으면서도 아직도 똥인줄 모르는 철부지들을 어찌할까요. 이전의 취업난도, 현재의 취업난도 본인의 선택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일 뿐입니다. 문재인을 찍지 않은 극소수의 20대들은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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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생님 말씀대로 그들이 헬철부지이기 때문에 그런 정책에 동조하는거죠 ㅋㅋ
      본문에 그들이 적게 일하고(주52시간) 많이 버는(최저임금 상승) 것처럼 보이는 정책을 지지하는 이유가 나와있네요.
      애초에 최저임금 1만원이 철저한 계산을 통해 나온 값이었습니까? 그냥 최저임금 상승을 상징하는 구호 같은거 아니었나요? 그런 구호는 박근혜때부터 민주노총에서 외쳤을 텐데 그 단체가 (진짜 약자인) 청년, 비정규직을 어떻게 대하는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최저임금의 급상승이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대선 당시에 투표권도 없었지만 좀 억울하긴 하네요.

      이렇게 말하면 헬철부지들은 최저임금 받고 일한 적이 없어서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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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실 물가상승을 훨씬 상회하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박근혜때부터 시행된거긴 합니다. 근데 문재인이 거기에 풀악셀을 밟은 셈이고요. 제 세대를 포함해서 현재의 20-40대는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과 저희에게 민주주의는 그냥 그 전 세대가 선물처럼 안겨준, 공짜 권리나 다름없죠. 그래서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고민을 크게 하지 않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처럼 이승만의 부정선거에 대항하여 4.19혁명을 이룩한 주역들이 수십년이 지닌 지금 민주당만은 안된다며 드러누운것을 보세요. 그들은 이승만을 몰아낸 후 어떤 혼란이 있었는지 기억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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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eedom is not free"는 명언입니다. 저 또한 자유를 거저먹었지만요.
      그래서인지 진짜 민주화 세력인 YS, DJ의 은퇴 이후로 민주주의가 후퇴한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 민주화를 갈망했던 넥타이부대가 지금 가장 보수적인 세대가 된 것에도 이유가 있겠죠.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것을 제외하고요.

      여기서 가처분소득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데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각종 경제지표는 좋지 않은데 가처분소득만 늘어날 수가 있어요?
      예전 글에서 최경환때 국민소득, 주가 등이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최경환이 구국의 영웅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가처분소득이 서울 집값 오른만큼 올랐다면 문재인이 구국의 영웅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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