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

8.2대책 평가: 내집마련의 꿈이여 안녕


*   이제 보통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목돈을 상속받지 않고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출의 문턱이 높아져 주택 가격의 40%밖에 대출을 안해주는데 누가 어떻게 집을 사겠는가? 애초에 집값의 60%나 되는 돈을 들고 있던 사람이라면 3년전에 대출을 거의 받지 않고 살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빚을 내고 사겠는가? 그동안 집을 당장 사라고 주장했는데,(링크) 이젠 이런 조언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못 살테니까. 현재 전세를 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전세에 주저앉을 것이고 집을 이미 삿던 사람은 갭투자를 활용해 계속해서 주택 수를 늘려갈 것이다. 그리고 물론 빈부격차도 확대될 것이다.

*   정부가 세금 폭탄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실제 거주하는 집 1채 외에 나머지 집들을 임대주택으로 신고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몇몇 요건만 충족시키면 되려 집을 1채 갖고 있는 사람보다 세금을 더 절약할 수 있다. 그들은 몇년동안 소비하는 대신 이자를 내고 마음편히 발뻗고 잘 시간에 발품을 팔아 집을 매입하고 놀고먹을 시간에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런 제도를 몰라서 집을 투매할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   원래 집을 팔 계획이 있던 사람들은 내년 3월 31일 전에 집을 팔 것이고 이 물량이 단기적 안정을 가져올 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이 8.2대책은 집값을 더 끌어올릴 것이다.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재건축을 더 어렵게 하거나, 재건축 조합의 실질 부담을 늘린다. 결국 이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부자가 아닌 무주택자들과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인데, 이 둘이 바로 재건축 사업의 수요와 공급의 주체들 아닌가.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에게 어퍼컷을 날렸으니 재건축 사업은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좌초할 것이고 서울의 주택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   김현미 장관을 비롯, 계획 입안자들은 서울시의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통계를 기만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링크) 서울시의 집 수는 총 360만 호인데 주택은 대략 375만호로 주택보급률은 96% 밖에 안된다. 이 중 실제로 완전히 노후화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나 퇴거가 이루어진 집 들을 감안하면 실제 주택보급률은 더욱 내려간다. 여기에 주택의 감가상각을 40년으로 잡으면 매년 2.5%의 집들이 살기 싫은 낡은 집으로 전락한다.  즉 매년 9만호의 집을 추가로 지어야 적어도 공급부족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지난 10년동안 주택건설이 9만호를 넘었던 해는 단 두 해 뿐이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악화되고 있다.

*   세입자들에게 더 암울한 얘기를 하자면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쁘다. 한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사실상 80년의 한국과, 90년 그리고 2010년의 한국은 아주 다른 나라이다. 다시말해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 수준으로 먹고 입고 즐기면서도, 저녁만 되면 지은지 15년된 하노이의 아파트나 30년 된 짐바브웨의 콘크리트 더미로 돌아가 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구연한이 아직 한참 남은 아파트의 주민들도 재건축을 원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가상각은 더욱 크다.

*   이게 다 최경환 때문이다? 그가 시행한 정책은 1)대출의 문턱을 낮춰주고 2)재건축을 용이하게 해줘 과열지역의 공급을 늘린뒤,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대출받아 집을 살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그 때가 가계가 집을 사기에 가장 쉬운 시기였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최경환이 그당시 시행했던 정책을 지금 되돌리자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아예 못사게 되지 않았는가. 애초에 다주택자들은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어 갭투자를 하면 됐고, 부자들은 굳이 은행에 갈 필요가 없으니 이 정책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최경환이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집을 살 문을 열어줬는데, 그 문을 통과하는 대신 먹고 입고 노는데 돈을 써버린 사람들과 집값이 더 폭락하는데 베팅한 실수요 무주택자 투기꾼들이 이제 와서 초이노믹스를 탓한다. 그들이 인터넷 댓글에서 서로의 주장을 정당화하며 기분 좋게 정신승리를 할 지 몰라도 내집마련의 꿈을 스스로 걷어찬 것은 부지의 사실이다.

*   일부 사람들은 어쨋거나 최경환이 가계부채를 늘리고 집값을 올려놓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가격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국민소득, 삼성전자 주가, 그리고 한국 미술품 경매가 모두가 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게 다 최경환 한사람의 공이라면 그는 되려 구국의 영웅이 아닌가. 이는 경제의 견고한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등이지 인위적 집값 띄우기도 아니고 버블은 더더욱 아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30년째 집값은 버블이라고 목놓아 울어대는 이들의 대류에 합류하든가.

*   주택가격 상승의 책임은 시민들 자신에게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는 것은 마치 비트코인을 트레이딩하듯 100에 사서 150에 팔려는 것이 아니라, 집을 가지고 있으면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이게 은행이자보다 낫기 때문이다.(전세도 다른 루트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집값 상승의 원인은 그만한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 때문이고, 이는 그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뤄진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더 작은 집에서 살던가 아니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굳이 투기지역에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는 길을 택했다. 예를 들어 압구정에서 사는 대신 대중교통으로 1시간 떨어진 수락산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면 1/6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더 비싼 월세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를 "시장에 의한 가격 결정"이라고 부른다.

*   그래서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반년도 안돼 오를 것이다. 이 대책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을 뿐 이에 대한 공급계획은 전혀 없다. 사람들이 용산, 성동,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데 2시간도 더 떨어진 지방에 짓겠다는 대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국가의 정책은 국민의 수요를 만족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를 제멋대로 틀겠다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고 바로 그들이 비난하는 적폐세력과 군사정권의 방식이다. 수요를 끌어내리려면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하니 불가능하고, 공급은 하기 싫으니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의 욕망을 거스른 정부의 정책은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마치 군사정권들이 아무리 억압하고 때려도 결국에는 무너졌던 것 처럼.

댓글 2개:

  1. 새로운 글이 없어 기존 글 복습중인데 정말 명문입니다 선생님 좋은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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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주행 중인데 감동입니다.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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