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4.

트럼프, 멍청한 SNSer들을 누르다.

예상을 뒤엎는 선거결과와 함께 백인 진보층의 위선이 들어났다. 경합주, 혹은 민주당이 우세할 것으로 보였던 지역 중 진보 백인들이 주를 이룬 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주는 여론/통계조사와는 달리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두가지 뿐이다. 여론조사의 표본과 실제의 오차가 컷거나, 아님 그 표본이 거짓말을 했거나. 하지만 미국 대선은 가장 정교하면서도 방대한 통계와 백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론을 조사하기 때문에 전자의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나는 후자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고학력자인 북서부 백인들은 '나는 남부 촌뜨기 카우보이들과 다르다'라고 주장하며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투표장에 가서는 트럼프를 찍었다. 개표와 함께 들어난 그들의 민낯은 텍사스 카우보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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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나?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떠맡을 역할이 21세기에는 달라질 것을 암시한다. 미국은 세계 주요 국가 중 세율이 높은 편에 속하면서 가장 형편없는 복지 시스템을 가진 나라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국민의 세금을 각종 국제기구의 분담금과 군비에 쓰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국인들에게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라는 선민의식을 심어주며 과도한 부담을 강요했으나 이제는 이 모델에 한계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인들은 세계화라는 가치를 위해 손해보며 FTA를 맺는데 이골이 낫고 더이상은 자국 군대를 해외에 파병하는데 돈을 쓰고 싶지 않다고 외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오바마케어와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국제사회에 퍼붓는 비용을 줄이고 내국민에게 쓰겟다는 점에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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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많은 SNSer들이 주장하던 것 처럼 트럼프의 당선은 멍청함의 승리일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멍청한 것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공약이 무엇인지 거의 모른다.(불법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담장을 건설한다는 것 외에는) 트럼프 본인이 이해하고 세운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가 내세운 두 핵심 경제공약-재정지출 확대와 금융규제 철회는 지금 현대경제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처방이다. 대선결과에 비통해하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직업: 민주당원. 취미: 경제학)조차도 재정지출의 확대와 통화정책 지원을 강조해왔다. 더욱 웃긴건 트럼프를 얼간이 악마로 취급하던 SNSer들은 자기가 지지하던 힐러리의 공약에 대해선 더더욱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힐러리가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얼간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SNSer들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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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승리로 미국마저 극우의 나라가 되었나? 천만의 말씀. 미국은 본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국가이다. 카톨릭에서 파생한 근본주의자들이 기독교고 그중에서 더 극단적인 이들이 탄압을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은 국민의 40% 이상이 아직도 창조론을 믿고, 불과 15년전만 해도 유명 아이돌 소녀가 혼전순결을 지키겠다고 선언했으며(물론 안지켰지만) 미국의 43대 대통령은 아프간을 침공하며 이를 "십자군 전쟁"이라고 명명했다.(그러면서도 서방세계는 십자군전쟁을 일컫는 이슬람 용어인 '지하드'라는 단어를 범죄와 동의어로 취급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든 말든 살았든 죽었든 미국인들은 본디부터 근본적 극우 극단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으나 자신들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선민의식으로 이를 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참고로 북한, 시리아 등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더욱 온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트럼프의 승리가 전쟁을 불러올 것을 암시하는 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SNSer들의 무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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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대상을 한국인들로 한정해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수 있다.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투표를 안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 정치적 3무세대(무생각/무경험/무지식)의 오지랍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나는 바로 그 3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정치는 매우 복잡한 다차원의 방정식이다. 모든 경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 따위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을 서로 재보고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를 선택해야한다. 하지만 2030대는 정치를 단순하게 선과 악의 대결로 바라보려한다.(왜? 생각하기 귀찮고 아는것도 없고 공부하기도 싫으니깐) 그러니 각 후보의 공약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트럼프는 악, 힐러리는 선이라는 구도를 만든 뒤, 아하 하며 넘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겐 미 대선의 결과가 악당이 승리한 디즈니 만화영화의 결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유아들은 시청자 게시판 대신 sns를 뻘글들로 도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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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은 아주 다르다. 하지만 프로 SNSer들은 마치 모든 나라의 민주당은 선이요, 반대인 보수는 악마들의 집단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통계적으로 사람은 젊어서 민주당을 지지하다 나이들어 보수로 바뀌니,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은 나이들어 악마가 된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Die young - Ke$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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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한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나을까? 2년전 인터넷에 이자즈민 의원이 이민법을 발의한다는 잘못된 사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잘못 퍼진 적이 있었다. 한국인들의 반응은 미국 레드넥 백인들과 정확하게 같았다. (링크) 저당시 반대서명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근 트럼프를 욕했을 것이다. 이 어리석음과 역겨운 이중잣대에 어찌 침을 뱉지 않을 것인가. 퉤!

2016. 11. 6.

박근혜와 멍청한 대중들

최순실과 그 관련자들은 엄정한 수사를 받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고 박근혜는 그에 따른 도덕적/법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처벌은 여기에 그쳐야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에 반대한다.

박근혜의 하야를 외치는 대중들은 현 정치시스템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멍청이들이거나 그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나쁜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인데,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된다는 것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앉히는 것 보다 더 나쁘다.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교체될때도 인수위를 만들어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마당에 지금 대통령이 사임하면 향후 몇달간 행정적 외교적 공백은 피할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마치 TV 드라마에서 마음에 안드는 출연자를 하차시키는 문제를 대하듯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충들은 이제껏 정치적 사안에 무관심하고 공부도 안했으며 고민도 안하다 난데없이 길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에 관한 아름다운 문구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가리려 한다. 드라마와 뉴스를 구별 못하는 이 멍청이들은 박대통령이 하야하여 TV에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최종결정권자가 없어진 대한민국 국정운영 시스템이 떠안아아 하는 것은 더 심각한 정치적 패닉 뿐이다.

이 바보들에게 상기시켜주자면, 이제까지 단 한번도 대통령의 측근이 비리와 권력남용 및 국정개입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군사정권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투사인 두 김씨 대통령의 아들들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수백억대의 돈을 받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이라고 불리며 동생의 임기 내내 뇌물을 받고 대통령의 특사에도 개입하다가 걸려 감옥에 갔고,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돈 받은 자신의 형을 옹호하고 힘없는 사장을 비난하여 자살시켰다. 이명박은 노무현과 정치적으로 정반대지만 그 비리는 닮아있다. 이명박의 형 이상득씨도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었고 이명박 본인 역시 BBK 내곡동 사저 등 온갖 정치적 개인적 비리에 휘말렸다.

그러나 양 김의 아들들은 다시 정치활동을 재개했고 친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는 쏙 빼놓고 그를 아름다운 기억들로 포장한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녹는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외치며 광화문으로 몰려들던 대중은 이명박의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허무맹랑하게 종결되었을땐 집에서 방바닥이나 긁으며 뒹굴다가 얼마 안가 박근혜를 찍었다. 그렇게 모든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줘 놓고서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 터지지 않을것을 기대했는가.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비리의 주인공이 무지렁이 여성이고 사이비 종교와 성적 추문이 연결되어 있어 참신한 충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비리와 국정개입이 용납되는건 아니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청와대에서 굿을 하든 기도를 하든 별 차이는 없다.(샤머니즘은 미개하고 기독교는 합리적이란 말인가) 그리고 헌법이 성적 자주권을 보장하는 한 미혼인 대통령이 과거에 어떤 성적 관계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성적으로 내용만을 두고 보면 과거에 지겹도록 반복된 비리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결국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과거의 비리를 척결하는데 무관심했던 국민들이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박근혜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핑계를 대듯, 지금 국민들은 자신의 무관심과 멍청함으로 초래된 국정비리의 모든 책임을 박근혜 하나에게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아래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와같은 재발할 것이며 여당이 아니라 다른 당이 집권해도 또 비리를 저지를 것이고 실제로 그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면 최순실, 우병우 등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엄정히 처벌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측근비리/전횡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것은 거리의 시위대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목표가 박근혜의 하야에 맞춰 혼란을 자초하면서 또다시 검찰이 권력층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이번 사태는 주인공만 바꾼 채 다시 재연될 것이다.

분노는 파괴적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그 파괴의 힘이 필요한 적도 있었고 앞으로도 필요할 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 측근의 전횡을 막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때고, 분노만으로는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냉철히 깨달아야 한다.

2016. 10. 23.

노무현 대통령은 왜 실패했는가.

그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면 성공하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대로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처참한 지지율 성적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조롱 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문제는 그와 그 보좌진들이 국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히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사람들은 집값을 잡아달라고 했지만, 우리 집값을 떨어뜨려 달란 말은 아니었다. 반미주의는 확산되었지만 동시에 미국으로의 교환학생-어학연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빈부격차를 줄여달라 했지만, 그러기 위해선 정권의 주 지지자들인 서울과 수도권 국민들의 부를 뺏어서 강원도로 이전해야 했다. 당연히 그것은 다수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일부 공업단지를 제외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평등과 분배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상에서 부유층을 마딱뜨려야하는 그들은 자신이 경제적 약자라고 생각했지만, 국가차원의 통계로는 그들 역시 강자에 속했다. 집값을 잡아달라 했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70%이상이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상속받을 예정인데 부동산의 전반적 하락을 누가 원하겠는가. 우리 집값은 오르고 (내가 사고싶은) 남의 집값은 빠지기를 원했던 바인데 거시정책이 어디 그렇게 작동하는가.

이와같은 대중의 모순적 요구를 읽어내지 못한 단순함의 한계가 노무현 정권의 실패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2016. 9. 28.

김영란 법이 정말 경제를 망치나?

절대 그렇지 않다. 조폭들을 단속해서 감방에 쳐 넣으면 인근 철물점과 공구점, 병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보호비를 뜯기던 상인들의 가처분 소득은 늘어난다. 거시적으로는 사회의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인다. 따라서 조폭들을 단속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기는 커녕 긍정적 영향을 준다.

공무원집단과 기자들은 김영란법의 폐혜를 강조하며 요식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국민을 겁박한다. 그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뇌물/향응/접대 촉진법이라도 도입해야 한단 말인가. 거시경제를 책임진 재경부장관까지 나서서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펴는걸 보면 이 집단이 고하를 막론하고 얼마나 얻어먹는 일에 중독되어있는지 짐작이 간다.

김영란법은 3만원 이상의 밥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사먹으라는 것이다. 요식업계가 그리 걱정된다면 자기 돈을 내고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모두가 그렇게 하면 요식업계의 수익도 줄지 않을 것이며 사회정의도 구현할 수 있다. 부득불 꼭 남의 돈으로 호사를 누리겠다고 주장하는 저들의 행태를 보니, 이제껏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기 밥은 자기 돈으로 사먹는게 당연한 줄 모르는 이들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역겨운 기분을 달래기 위해 또한번 침을 뱉는다.

퉤.

2016. 7. 24.

오만과 편견, 그리고 시기심.

가끔은 내가 너무 빛나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그 질투심에 눈이 멀어 나를 찌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가 빛날 수 있던건 다른 이들이 당연히 누리는 많은 것들을 가지지 못한 댓가라는 것을. 그리고 믿었던, 내가 아끼던 사람들이 내 목 뒤에 가시를 박아넣을수록 나는 더 많은 것을 잃어간다는 것을.

가장 가까운 동료로 여겼던 이가 내게 등을 돌렸다. 그것으로 그가 어떤 이득을 보았다면 차라리 납득하기 쉬웠으리라. 여긴 원래 그런 곳이니까.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댓가없이, 오히려 내가 주는 지원과 호의를 포기하면서까지 내게 등을 돌렸다.

내가 그리도 미웠나보다.

2016. 7. 14.

잘못된 브렉시트 이야기

1. 브렉시트 평가절하하기-조진서 기자의 글(링크)

이 글의 핵심은 브렉시트의 여파가 어떨지도 모르는데다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때 코스피를 삿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략하게 경력을 찾아보니 글쓴이는 공대출신으로 스포츠 신문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MBA다녀와 경영관련 잡지에서 일하며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기고하고 있다. 내세울 경력이 외국계 신문사와 해외MBA등이라 그런지, 글의 서두를 '영국이 얼마나 잘난 나라인데 너희들이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냐?'라고 시작하고 수백수천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한 입으로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에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는 자신이 맞았단 증거로 영국 주식의 반등을 든다.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고 그와 같은 시장의 인식은 주식의 반등과는 무관하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위 차트는 GBPUSD환율 차트인데 브렉시트와 함께 파운드는 1주일만에 약 15%하락한 뒤 현재까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전세계 시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기다렸고 자산시장의 회복은 그 조치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식과는 달리 GBPUSD환율과 영국 국채금리는 브렉시트는 여전히 영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암시한다. 그럼 왜 주식시장과 다른 시장들은 반대로 움직일까?

그 답은 아마 기업들의 회계장부에 있을 것이다. 영국은 금융 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막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자산이나 수익의 상당부분은 해외로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충격으로 통화가 크게 평가절하된다면 대차대조표의 해외자산으로부터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해외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정반대의 효과를 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은 자산보다 부채의 환위험에 민감하니 헤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손익계산서에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파운드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고 동시에 주식이 반등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가 영국에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결론이다.

한 증권사 친구는 브렉시트 투표 직전 이뤄진 유로 2016의 예선경기에서 잉글랜드 팀이 이기자, 신난 영국인들이 유로존에 대해 거부감을 덜 가질 것이라며 주식을 샀다. 차라리 그 친구의 분석이 더 흥미롭지 않은가. 그 역시 돈도 벌었고.

*환위험이 헷지되어있지 않을 경우. 또 그 평가익을 당해 회계장부에 반영하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


2. 20일이나 뒤늦은 브렉시트 이야기-장태민 칼럼(링크)

3주나 지난 신문을 유심히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화장실에 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을때를 제외하면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톰슨 로이터 코리아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태민이라는 사람은 그런 글을 쓴다. (게다가 돈을 받다니 더욱 놀랍다.) 이 사람은 보통 자기 sns에 올리기에도 창피한 개인적 소회들을 마치 시장 이야기인듯 엮어 쓰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사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글은 역작 중의 역작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 브렉시트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한 시점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小史를 작성하다니, 마치 정보의 휘발성을 표현한 율리우스 포프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동안 시장은 1)재빠른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있었고 2)지난달의 부진을 불식시키는 강한 미 고용지표와 3)이로 인한 EM시장으로의 자금유입등이 이루어졌다. 근데 이제와서 브렉시트라니. 

그의 칼럼은 시기의 적절성 뿐 아니라 내용의 부실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각국은 일상적인 환율전쟁을 벌이면서 금리를 낮추곤 했다. 각국 정부 관료나 중앙은행 총재들은 '협력'을 다짐하면서 실제로는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라'는 원리에 충실하면서 통화가치 낮추기 등에 골몰했다."

2010-11년에는 각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환율을 올렸다. 디플레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명한 Fed를 제외한 모든 멍청이들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환율전쟁이라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지 않나, 2012년 이후 자신이 마주한게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라는 것을 깨달은 중앙은행들이 대거 인하에 나서자 환율전쟁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럼 2014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해서 달러 강세를 주도한 Fed는 환율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경제만 회복하고 있는가? 


시장에 대해 잘못된 툴을 가지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나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나 파운드화가 절하되며 환율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처럼 잘못된 툴에 기반하고 있다. 시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그의 이야기를 곡해해서는 안된다. 

2016. 7. 7.

현대카드와 회현동 LP판 아재들 -자기의 이득이 정의인줄 아는 사람들



*    현대카드가 음악과 관련한 상품들을 파는 Vynyl & Plastic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매장을 오픈하자, LP판매의 메카인 회현동의 상인들이 출동하여 시위를 벌였다. (현대카드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겠지만)대기업이 영세상인들의 영역에 진입하여 그들 생계에 타격을 주니 그들이 분노하는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이익일 뿐 정의가 아니다. 시대가 몇번이고 변화하는 동안 소비자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소비자들은 저런 문화공간을 잃어야 하는가? 저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우리가 LP판들을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가? 효율성이 낮은 사업과 산업은 더 효율적인 사업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래야 사회 전체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처음 가게를 열 즈음, 전차와 승용차 택시가 도입되며 수많은 인력거꾼들은 직업을 잃었다. 왜 그들은 인력거꾼들이 몰락하는것을 방치하고 값싼 전철과 택시를 이용하여 출퇴근했는가. 그들이 다시 일당 10만원을 지불하고 출퇴근시 인력거를 이용한다면, 나 역시 20%더 비싼 값에 LP들을 구매하겟다.


*    그들은 결국 자기 밥그릇을 위해 피켓을 든 것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밥그릇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현대카드를 비 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을 먹여 살리는것이 정의라고 설파하는 것이다. 사실 정의를 외치는 수많은 주장들이 이처럼 이기적이다. 집값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집이 필요한데 현재의 비용을 지불하기 싫으니 나를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투기꾼들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부가 집에 달렸기 때문에 재산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자산가들이다. 가난한 이는 돈을 더 달라며 복지를 외치고 부유한 이는 돈이 아깝다며 덜 주겟다고 항변한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나는 그런 이기심을 미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뱃속을 불리는 일이 정의라고 믿는 머저리들을 경멸한다.


*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 영세상인들의 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기업들의 과오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은 세계 2위인데 비해(1위 미국) 서비스업 생산성이 형편없이 낮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들이 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제로 묶여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정서가 대기업들의 서비스업 진출에 부정적인 이유는 제조업에서 그들이 보인 횡포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제철, 전자제품 등 수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로 통폐합되는 과정은 순수하게 시장의 경쟁을 통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정경유착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이 과정속에서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고, 그 종업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신세계가 치킨체인점에 진출하면 동네치킨을 운영하던 사장님을 높은 몸값과 복지를 주며 스카웃할거라고 기대하는 대신, 그 집을 망하게 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의 통폐합과정에서 실제로 그들은 그랬다. 그러니 저 회현동 LP가게 사장들도 똑같은 두려움을 지닌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