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4.

잘못된 브렉시트 이야기

1. 브렉시트 평가절하하기-조진서 기자의 글(링크)

이 글의 핵심은 브렉시트의 여파가 어떨지도 모르는데다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때 코스피를 삿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략하게 경력을 찾아보니 글쓴이는 공대출신으로 스포츠 신문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MBA다녀와 경영관련 잡지에서 일하며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기고하고 있다. 내세울 경력이 외국계 신문사와 해외MBA등이라 그런지, 글의 서두를 '영국이 얼마나 잘난 나라인데 너희들이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냐?'라고 시작하고 수백수천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한 입으로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에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는 자신이 맞았단 증거로 영국 주식의 반등을 든다.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고 그와 같은 시장의 인식은 주식의 반등과는 무관하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위 차트는 GBPUSD환율 차트인데 브렉시트와 함께 파운드는 1주일만에 약 15%하락한 뒤 현재까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전세계 시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기다렸고 자산시장의 회복은 그 조치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식과는 달리 GBPUSD환율과 영국 국채금리는 브렉시트는 여전히 영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암시한다. 그럼 왜 주식시장과 다른 시장들은 반대로 움직일까?

그 답은 아마 기업들의 회계장부에 있을 것이다. 영국은 금융 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막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자산이나 수익의 상당부분은 해외로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충격으로 통화가 크게 평가절하된다면 대차대조표의 해외자산으로부터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해외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정반대의 효과를 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은 자산보다 부채의 환위험에 민감하니 헤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손익계산서에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파운드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고 동시에 주식이 반등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가 영국에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결론이다.

한 증권사 친구는 브렉시트 투표 직전 이뤄진 유로 2016의 예선경기에서 잉글랜드 팀이 이기자, 신난 영국인들이 유로존에 대해 거부감을 덜 가질 것이라며 주식을 샀다. 차라리 그 친구의 분석이 더 흥미롭지 않은가. 그 역시 돈도 벌었고.

*환위험이 헷지되어있지 않을 경우. 또 그 평가익을 당해 회계장부에 반영하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


2. 20일이나 뒤늦은 브렉시트 이야기-장태민 칼럼(링크)

3주나 지난 신문을 유심히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화장실에 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을때를 제외하면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톰슨 로이터 코리아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태민이라는 사람은 그런 글을 쓴다. (게다가 돈을 받다니 더욱 놀랍다.) 이 사람은 보통 자기 sns에 올리기에도 창피한 개인적 소회들을 마치 시장 이야기인듯 엮어 쓰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사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글은 역작 중의 역작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 브렉시트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한 시점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小史를 작성하다니, 마치 정보의 휘발성을 표현한 율리우스 포프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동안 시장은 1)재빠른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있었고 2)지난달의 부진을 불식시키는 강한 미 고용지표와 3)이로 인한 EM시장으로의 자금유입등이 이루어졌다. 근데 이제와서 브렉시트라니. 

그의 칼럼은 시기의 적절성 뿐 아니라 내용의 부실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각국은 일상적인 환율전쟁을 벌이면서 금리를 낮추곤 했다. 각국 정부 관료나 중앙은행 총재들은 '협력'을 다짐하면서 실제로는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라'는 원리에 충실하면서 통화가치 낮추기 등에 골몰했다."

2010-11년에는 각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환율을 올렸다. 디플레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명한 Fed를 제외한 모든 멍청이들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환율전쟁이라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지 않나, 2012년 이후 자신이 마주한게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라는 것을 깨달은 중앙은행들이 대거 인하에 나서자 환율전쟁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럼 2014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해서 달러 강세를 주도한 Fed는 환율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경제만 회복하고 있는가? 


시장에 대해 잘못된 툴을 가지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나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나 파운드화가 절하되며 환율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처럼 잘못된 툴에 기반하고 있다. 시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그의 이야기를 곡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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