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3.

아베노믹스는 실패하는가?

모두가 야심차게 달러 강세를 외치며 올해를 시작했지만, 정작 가장 강해진 통화는 달러가 아니라 바로 엔화다. 연초부터 시작된 일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는 달러대비 약 7%가까이 치솟았고, 동시에 니케이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그 원인으로 여러 이코노미스트들은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언급하기도 하고 시기적으로 일본 엔화가 강해지는 시즌이라는 설명을 꺼내지만 그 어떤것도 실제 원인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문제의 원인은 아베노믹스 자체가 실패했다는 것에 있다.

일반 대중들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무제한 돈풀기로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설명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보내는 동안, 일본의 경상수지는 단 한해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되려 막대한 흑자를 기록해왔다. 게다가 일본이 수출하는 제품들은 주로 가격의 영향을 적게 받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통화와 기업실적의 상관관계가 낮아야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니케이와 엔화의 상관관계는 주요 수출국 중 가장 높다. 무엇보다도 수출이 전체 GDP의 1/6도 안되는데다 고부가가치 상품이 주력인 일본산업이 단순히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나 때문에 20년째 불황이라는 1차원적인 설명에 설득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진짜 문제는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디플레이션에 있다.(환율은 그 부산물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일본 중앙은행이 경제를 죽일 만큼 통화량을 억눌렀기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통화량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리는데에 있다. 여기서 환율의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따라 변하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달러엔이 폭등할때 니케이가 같이 오르는 이유는, 싼 엔화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것을 예상해서가 아니라 통화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통화량이 좀처럼 늘고 있지 않다.

 
위는 지난 30년간 일본의 M2 증가율 추이를 나타낸 차트이다. 보다시피 아베노믹스가 시작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의 통화량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반등하고 있지 못하다. 95-05년에도 통화량이 현재 수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디플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앙은행의 조치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단기간에 신용경색을 성공적으로 막은 미국의 통화 증가율은 아래와 같다.
 
 
FED는 유래없는 강력한 조치로 폭락하던 M2 증가율을 다시 10%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이후 디플레이션의 위협이 감소하자 통화량을 안정시켜 현재 6-7%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차트상으로도 일본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왜 일본은행이 본원통화를 공격적으로 늘리는데도 불구하고 통화량이 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 BOJ의 양적 완화가 FED보다 더 공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GDP대비 기준) 미국인들과는 달리 일본인들이 돈을 유통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년간 그들의 삶이 이미 디플레에 맞게 변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 국민들은 집이나 주식같은 자산을 버리고 현금을 생명줄처럼 움켜쥐고 있다.(아래 표 참조, 빨간색이 일본)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일본 유권자에게 아주 나쁜 현상만은 아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집을 팔고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은 월세가 내려가니 기분좋은 일이고 더불어 엔화 강세로 해외여행 비용과 수입품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저렴해지니까. 월급이 오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미 일본 유권자의 60%는 55세 이상으로 미래에 받을 월급보다 현재 보유한 연금과 예금의 가치가 훨씬 크다. 아베와 BOJ가 아무리 떠들어도 60살의 노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주식을  살 리 없다. 오히려 낮아지는 은행 금리는 기대수명이 20년이나 더 남은 노인을 불안하게 만들어 저축의 역설을 가중시킬수도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오면 그들은 매년 더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며 더 작은 집으로 쫒겨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디플레를 더더욱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일본의 통화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본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이와 같은 구조에 진입했다. 아베 이전의 총리들이 바보라서 디플레를 퇴치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인플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아베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그가 성공하기 위해선, 그를 가장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아마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국수주의적인 언행과 정책을 펼처 국민들로 하여금 경제적인 고통으로부터 눈을 돌리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통화량은 국민들이 그 고통으로부터 주의를 떼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으로 일본 정치인들이 자국민에게 놀랄 만큼 잔인했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은 놀랄 만큼 그 고통을 감내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맞는 말이지만 현재의 일본은 파시스트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것이다.
 
 
 
*디플레에 빠진 다른 여러 케이스를 조사한 결과, 선진국의 경우 적정 통화량은 평균 6-8%수준이며 장기간 이 수준을 하회할 경우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

2016. 2. 13.

1998년 두 연구원의 대결, 그리고 18년 뒤.

 
 
위 기사는 오늘로부터 정확하게 18년전에 경향신문에 실린 1998년 2월 14일자 기사이다. 이미 알다시피, 98년부터 향후 10년간 주요 거주지역의 집값은 3배, 일부 인기 지역은 그 이상으로 폭등했다. 인구밀도가 다른 나라들을 두고 집값대비 GDP, 시가총액, 소득 등을 비교하는 일이 얼마나 멍청한 분석인지는 예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저 기사에서 언급한 두 연구원의 이후 다른 삶이다.
 
향후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한 감정평가연구소의 이성영 연구원은 자신의 전망과 다르게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주장을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로 바꿨다. 검색해 보니, 현재 그는 연구소를 나와, 토지정의시민연대, 토지 자유 연규소와 같이 '한국의 집값은 버블이다'라는 주장을 굳건한 신념으로 삼은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20년동안 꺼지지 않는 다면 그것이 버블이 아니다. 그러나 이성영 전 연구원은 "나의 전망이 틀렸다"라고 인정하기 보다 잘못된 주장을 정의로 승화하는 일에 남은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듯 하다. 사실 지식인일 수록 '내가 틀렸소'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어려운 법이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반면 당시 사회에 팽배했던 부동산 비관론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폈던(헤드라인부터 시작해서 기사본문의의 90%를 집값폭락으로 몰아간 해당 신문의 논조를 볼 때, 그는 낙관론에 가까운 견해를 피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규황 부사장은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를 거쳐 한국다국적의약산업 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현재 한국마사회의 사장이 되었다. 물론 대기업 산하의 경제연구소에 있던 그가 부동산 비관론을 주장하긴 어려웠겠지만, 어쨋거나 그는 전망이 맞는 쪽에 서 있었고, 그 결과 국가 산하기관의 수장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만약 이성영 연구원의 주장대로 집값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왔다면 저 둘의 삶은 서로 달라졌을 것이다. 디플레이션 아래서 삼성은 결코 현재의 위치에 이를 수 없을 것이고(14년전만 해도 삼성의 위치는 현격하게 낮았다. 2002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삼성 임원이 5년 안에 소니를 넘어서겠다고 말하자 전세계가 그를 비웃었다.) 이규황 부사장은 거듭되는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된 채 통닭집을 운영 했을지도 모른다. 반면 디플레이션이 왔다면 이성영 연구원의 삶은 매우 순탄 했을것이다. 안정적 직장을 가진 그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올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일본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디플레이션 아래에서는 정부로부터 고정급여를 죽을때까지 받는 공무원들이 최고의 승자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한국은행 공무원들이 나라를 디플레로 몰아넣고 싶어 안달이 난 이유가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2016. 2. 9.

북한은 왜 핵을 개발하는가.

남북문제를 다룬 글 중에서 북한을 미치광이 정권으로 해석하는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북한은 쿠바와 더불어 공개적으로 반미를 선언한 국가 중 유일하게 50년간 정치적 위기 없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공산권의 수장이던 소련은 붕괴했으며, 북한보다 더 많은 자원과 인구를 지닌 수많은 동구권 국가들은 정부가 교체되었다. 이는 북한이 매우 합리적으로 외교/군사 전략을 수행한 결과이며 이는 절대 미쳐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그들이 정신병자로 보인다면, 이는 미치광이로 보이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읽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감정적인 이유로 북한정권을 정신병자로 바라보는 글들은 카타르시스를 줄지 모르나, 실제 북한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그들이 핵을 개발한 동기를 이해해보자. 부시정권이 국제사회의 반발과 후세인 정권의 외교적 항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을 보며 그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된 나머지 두 나라-이란과 북한은 핵 개발을 재개했다. 미국의 우파들은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도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이를 지켜 본 북한은 핵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서방과 핵 협상에 나서는 동안에도 북한은 결코 핵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다.
 
북한은 GDP와 인적 자원의 1/3-1/4를 재래식 군사력에 투입하는 국가이다. 그들의 군사장비와 무기는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북의 1개 사단과 국군의 1개 사단의 전투력은 매우 다르다. 게다가 유사시 증원될 미군의 전력이나 절대 열세에 놓인 공군력을 감안하면 북한은 남한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 북한의 성인 남성 인구가 남한의 절반에 못 미치니 이론적으로 북한 남성은 남한보다 4배 이상의 복무기간을 짊어져야 한다. 거기에 여성들까지 동원되고 있다.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젊은 세대가 기술교육과 생산에 투입되는 대신 20대를 통째로 군복무로 보내고 있으니 사실상 경제개발을 담당할 인적 자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들 중 천연자원, 전력(북한의 GDP는 사실상 전력생산량에 연동되어 있다.)의 상당 부분은 군 전투력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이와 같은 구조 아래서는 결코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은 1960년대 중반까지 남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며 '공산권의 일본'이라는 찬사까지 들었지만 소련이 군사지원을 대폭 축소하자 GDP의 15% 이상을 국방비에 투자하게 되고, 70년대 말에는 남한에게 경제적으로 추월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휴전선 이북의 경제 체제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그 선을 따라 벌어진 생활수준의 차이다.(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보다 대북전단지 살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따라서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래식 군사력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군축에 나서면 미군은 물론이고, 남한을 상대로도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미 경제력도 뒤진 상태에서 남한보다 군사력까지 뒤진다면 북한의 체제는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재래식 군사력을 줄일 유일한 방법은 핵 미사일 뿐이다. 핵으로 전쟁억지력을 확보한 뒤, 복무기간을 줄이고 군의 편제를 축소하며 노후장비를 폐기하여 생긴 인적/물적 자원을 경제 개발에 투입하는 것 만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따라서 그들의 핵 개발은 남한도 미국도 심지어는 중국도 막지 못할 것이다. 거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핵실험을 거듭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항미원조 전쟁에서 함께 싸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북한은 언제든 자신의 제1 파트너를 중국에서 러시아로 교체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과거 아시아 공산주의 진영 내 리더쉽을 두고 경쟁을 벌인 국가들이며 이미 북한은 1960-70년대에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실제로 중국이 북한을 냉대하던 2015년 한 해 동안 북러 교역량은 4배가 증가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핵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순진하다.(따라서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락하여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전에 언급했듯이, 외교는 전략이고 전략에서는 지피지기가 중요하다. 자신의 바람과 상대의 동기는 분리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특히 극우파들)은 이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김씨 일가는 3대째 정신병자라는 1차원적 해석을 받아들인다. 그래서는 절대 대북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은 망하는가? -비관론에 대한 반박

2016년 새해 들어 가장 크게 폭락한 증시는 바로 상하이 지수였다. 중국의 성장률이 7%아래로 내려가자 많은 이코노미스트들과 칼럼니스트들은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세계 경제를 선도할 동력엔진으로 중국을 꼽던 그들의 전망은 왜 변화했으며 중국 경제는 실제로 문제를 안고 있는가?

그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과잉투자이다.8 과거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때에는 중국의 막대한 생산설비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현재 성장세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자, 지나치게 확충한 공장들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과잉투자(공급)은 다른 말로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의 생산공장이다. 따라서 중국이 과도하게 생산설비를 확충했다는 말은 다시 말해 세계의 수요가 모자르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의 수요가 모자른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연준을 제외한 나머지 중앙은행들의 잘못된 통화정책에 있다.(링크) 즉 각국의 지나치게 경색적인 통화정책이 세계 수요의 위축을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경제가 과잉투자가 되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ECB와 BOJ를 필두로 나머지 중앙은행들은 과거 연준이 하던 완화적 통화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수요부족은 몇년 안에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년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2010-12년에 시행된 금리인상이 아니었다면 세계 경제는 진작에 소프트 패치를 극복하고 성장 궤도에 진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잘못된 믿음으로 위안화와 상해 주식에 대한 매도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자산에 대해 매도포지션을 취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위안화: 최근 헷지펀드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포지션은 바로 USDCNH(or NDF USDCNY)숏이다. 소로스도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이미 무너지고 있으며 위 포지션을 가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그는 두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 이상으로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달러를 보유한 국가이다.(최근 여러 하우스에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지만, 논리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이 외환보유고가 모자라 파산에 이를 가능성은 전혀 없다,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전에 모든 EM이 달러 부족에 시달려야 한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누적해왔을 뿐 아니라, 자본수지에서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중국의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전철을 밟을 리는 없다. 게다가 리만위기 이전에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던 글로벌 경제의 문제점은 바로 global imbalance(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미국은 적자를 기록하는 현상)였다. 그 필연적인 결과로 아시아 국가들은 지나치게 큰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무역에서 환율을 통해 상품가격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 따라서 최근 자본유출에 따른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이와같은 문제점을 경감시키는 셈이다.

상하이 주식: 예전에 밝힌 글에서 말했듯이, 지난 20년 평균에 비하면 현재 중국 주식의 PE는 결코 비싸지 않다. 많은 투자자들은 리만 전 6000을 기록한 상해지수가 현재도 3000선에 그치는 것을 보며 중국에 대한 비관론을 유지하지만, 그들은 상하이의 시가총액이 리만 전 수준을 회복했음을 간과하고 있다. 상해 지수가 낮은 이유는 신규기업들이 대거 편입된 영향 때문이지, 중국의 경제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하이얼 샤오미 알리바바 등 불과 5년 전만 해도 세계 무역시장에서 변방을 차지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많은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것을 보면 중국경제를 단순히 상해지수의 절대값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세계가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인간의 믿음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난 50년간 세계 경제에서 위상이 계속해서 낮아지던 영국의 칼럼니스트들이 더욱 그렇다.(구글에서 2005 China bubble로 검색하면 해당년도에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영국 경제지들의 기사를 찾아 볼 수 있다.) 겨울이 오고 나면 따듯해지는 봄이 오고,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날이 밝아지는 주기를 수십만년간 겪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이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세계GDP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낮아진 서구는 다시 부흥할 것이며 떠오르던 중국과 아시아는 도로 몰락할 것이라고 믿기 쉽다. 하지만 과잉 투자와 두 자리수의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을 매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1940년도에 미국 주식을 숏쳐야 한다고 주장해야 옳다. 그리고 우리는 1940년 이후 미국의 주식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성이 아닌 본능을 따르는 투자자는 파산할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중국의 그림자 금융과 높아진 중국의 인건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림자금융과 같이 투명하지 못한 금융시장의 문제점은 모든 EM가진 공통적인 문제들이다.(그렇기에 EM주식들이 싼 것이다) 또한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노동생산성이 개선되고 내수시장이 성장했다.

2016. 1. 30.

Fed의 인상 vs 전세계의 금리인하

작년 12월, 연준은 7년간의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고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주식, 채권, 상품, 외환시장은 큰 폭의 변동성으로 화답했고 2016년의 시작을 시끄럽게 열어 젖쳤다. 국내외의 경제지들과 기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관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경제가 실제로 회복 사이클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중심인 미국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지표는 바로 고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5.0%로 내려와 있으며 리만사태 이후 없어진 일자리보다, 새로 생긴 일자리가 더 많아졌다. 이에 따라 S&P주가지수는 리만 전 고점 수준보다 약 20%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적절한 정책이다.

그런데 왜 다른 나라들은 디플레를 우려하며 금리를 인하하고 있을까? 그 답은 바로 통화량에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내리며, 대출을 규제하거나 양적 완화를 실시하는 모든 이유가 바로 이 통화량을 간접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본원통화와 그 배수인 통화승수로 구성된다.(Mb x m) 쉽게 말하면 1-본원통화와 2-신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이유는 경제 위기로 2번(신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때 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1번(본원통화)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왜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데 나머지 나라들은 금리를 인하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승수는 6분기 연속 반등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시스템이 디레버리징의 추세를 마무리하고 새로이 신용을 공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연준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본원통화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 반면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타 지역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신용이 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본원통화를 공급해도 통화량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ECB는 더 강력한 양적 완화를 실시해야하며, 지난 금요일 BOJ의 공격적 조치는 올바른 정책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는 달리, 다른 모든나라는 통화승수가 줄어들고 있을까? 그 답은 2010-12년의 잘못된 통화정책에 있다.* 2008/09년,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각 국 정부는 지출을 급격히 늘리며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당시 명목금리는 최저수준으로 내려왔지만,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급락하여 실질금리가 충분히 낮아지지 못하거나, 되려 올랐는데 이에 연준은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장기실질금리를 낮춰 경제를 부양했다. 하지만 이듬해 신용경색에서 벗어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되는 것 처럼 보이자 다시한번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과거 일본의 장기침체 사례를 연구한 버냉키는 아직 미국경제가 회복 가능한 탈출속도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했지만 이는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미국의 상하원이나 월가에서조차 거센 공격을 받았다.  

통화정책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연준의 돈풀기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주장들을 내놓으며 자국 중앙은행들에게 금리를 올릴 것을 주장했고, 그 결과 Fed를 제외한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이 시기에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로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일시적으로 높게 찍힌 것이지, 경제회복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는데 섣부르게 금리를 인상하여 전세계가 디플레이션 충격에 빠졌던 것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당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난하고 있다.

즉, 미국은 2010-12년에 거의 유일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은 중앙은행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견실하게 회복단계에 진입 할 수 있었고, 다른 모든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나서야 뒤늦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 Fed가 양적완화를 거듭 실시하자 사람들은 연준이 하이퍼인플레를 일으키려 한다며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다가오는 디플레의 충격을 그나마 줄여준 거의 유일한 중앙은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맞고 나머지가 틀렸다. 이제 대부분의 미국 경제지표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 적절한 시점임을 증명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디플레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불과 5년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거라고 주장한 멍청이들이 맞을지 아니면 지난 15년간 세련된 통화정책을 시행한 연준이 맞을지 두고 볼 일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규제에 있다. 리만사태의 원인이 지나친 레버리지에 있다고 본 당국들은 바젤III, 도드 프랭크법과 같은 금융규제를 도입하여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제한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을 죄게 되고 그 결과 초저금리 아래서도 신용의 공급이 부진한 것이다.

2016. 1. 4.

Molecular Sciences Between Human Relationship


대부분의 경우 원자는 홀로 존재하는 것 보다 다른 원자와 결합을 형성하여 존재할 때 훨씬 더 안정적이다. 따라서 두 원자가 만나게 되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당겨 점점 더 가까워 지지만, 반대로 원자간의 거리 r이 지나치게 가까워지게 되면 급격하게 반발력이 발생해 상대를 밀어내게 된다. 따라서 이 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 평형을 이루는 점을 계산하여 서로의 상태가 가장 안정적인 원자 사이의 "적절한 거리" r을 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홀로 놓여지면 고독과 불안의 상태에 휩쓸린다. 따라서 그는 누군가를 향해 사람과 사람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그 거리가 지나치게 좁아지면 어떤 관계든 반드시 강한 반발력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적절한 거리가 존재하며, 홀로 존재하는 한 어떤 이는 누군가를 위하여 그 간격을 찾아 헤메는 기나긴 시간들과 외로운 밤을 지새우게 된다. (2008.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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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와 같은 경험들이 반복되면 내가 다른 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보편적인 거리 r을 체득하게 된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그 거리를 거듭된 실패와 상처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 슬픈 거리를 내가 잊지 않기를.

2016. 1. 2.

과잉과 결핍

우리는 하나의 결핍을

다른 하나의 과잉으로 메우려 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과잉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결핍이 무엇인가 살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