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9.

북한은 왜 핵을 개발하는가.

남북문제를 다룬 글 중에서 북한을 미치광이 정권으로 해석하는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북한은 쿠바와 더불어 공개적으로 반미를 선언한 국가 중 유일하게 50년간 정치적 위기 없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공산권의 수장이던 소련은 붕괴했으며, 북한보다 더 많은 자원과 인구를 지닌 수많은 동구권 국가들은 정부가 교체되었다. 이는 북한이 매우 합리적으로 외교/군사 전략을 수행한 결과이며 이는 절대 미쳐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그들이 정신병자로 보인다면, 이는 미치광이로 보이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읽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채, 감정적인 이유로 북한정권을 정신병자로 바라보는 글들은 카타르시스를 줄지 모르나, 실제 북한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그들이 핵을 개발한 동기를 이해해보자. 부시정권이 국제사회의 반발과 후세인 정권의 외교적 항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을 보며 그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된 나머지 두 나라-이란과 북한은 핵 개발을 재개했다. 미국의 우파들은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도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이를 지켜 본 북한은 핵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서방과 핵 협상에 나서는 동안에도 북한은 결코 핵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다.
 
북한은 GDP와 인적 자원의 1/3-1/4를 재래식 군사력에 투입하는 국가이다. 그들의 군사장비와 무기는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북의 1개 사단과 국군의 1개 사단의 전투력은 매우 다르다. 게다가 유사시 증원될 미군의 전력이나 절대 열세에 놓인 공군력을 감안하면 북한은 남한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 북한의 성인 남성 인구가 남한의 절반에 못 미치니 이론적으로 북한 남성은 남한보다 4배 이상의 복무기간을 짊어져야 한다. 거기에 여성들까지 동원되고 있다.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젊은 세대가 기술교육과 생산에 투입되는 대신 20대를 통째로 군복무로 보내고 있으니 사실상 경제개발을 담당할 인적 자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들 중 천연자원, 전력(북한의 GDP는 사실상 전력생산량에 연동되어 있다.)의 상당 부분은 군 전투력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이와 같은 구조 아래서는 결코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은 1960년대 중반까지 남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며 '공산권의 일본'이라는 찬사까지 들었지만 소련이 군사지원을 대폭 축소하자 GDP의 15% 이상을 국방비에 투자하게 되고, 70년대 말에는 남한에게 경제적으로 추월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휴전선 이북의 경제 체제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그 선을 따라 벌어진 생활수준의 차이다.(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보다 대북전단지 살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따라서 북한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재래식 군사력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군축에 나서면 미군은 물론이고, 남한을 상대로도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미 경제력도 뒤진 상태에서 남한보다 군사력까지 뒤진다면 북한의 체제는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재래식 군사력을 줄일 유일한 방법은 핵 미사일 뿐이다. 핵으로 전쟁억지력을 확보한 뒤, 복무기간을 줄이고 군의 편제를 축소하며 노후장비를 폐기하여 생긴 인적/물적 자원을 경제 개발에 투입하는 것 만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따라서 그들의 핵 개발은 남한도 미국도 심지어는 중국도 막지 못할 것이다. 거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핵실험을 거듭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항미원조 전쟁에서 함께 싸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북한은 언제든 자신의 제1 파트너를 중국에서 러시아로 교체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과거 아시아 공산주의 진영 내 리더쉽을 두고 경쟁을 벌인 국가들이며 이미 북한은 1960-70년대에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실제로 중국이 북한을 냉대하던 2015년 한 해 동안 북러 교역량은 4배가 증가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핵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나 순진하다.(따라서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락하여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전에 언급했듯이, 외교는 전략이고 전략에서는 지피지기가 중요하다. 자신의 바람과 상대의 동기는 분리해서 이해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특히 극우파들)은 이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김씨 일가는 3대째 정신병자라는 1차원적 해석을 받아들인다. 그래서는 절대 대북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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