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Markets and Economie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Markets and Economie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 3. 6.

시장의 비명, 그리고 병신된 이주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2번째로 높게 올라간 공포지수 VIX
지난 열흘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수도 없는 시장 전망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절대 다수는 금융시장 참가자가 아닌 사람들이 상상력을 가미해 쓴 것이고 나머지 중 또 대다수는 금융인이라고는 하나, 트레이딩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쓴 뇌피셜에 불과하다.(얼마나 많은 금융권 종사자들이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면 놀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국제 금융시장을 가까이 관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끽해야 주식이나 환율 몇개나 볼 뿐. 물론 나보다 더 열심히 트레이딩하는 사람들도, 나보다 실적이 더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은 한글로 글을 쓰지 않거나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나는 지금부터 설명할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글을 쓸만큼 한가한, 딱 그 경계에 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써볼테니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보다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 개인적 전망은 []로 따로 표시하겠다.

지난 글에서 금과 주식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했는데, 이는 신용경색의 대표적 징후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지 않을때엔 금이 오르고 채권금리가 내린다. 금이 내리면서 금리가 오른다면 경제(인플레)전망이 좋기 때문이라 주식이 오른다. 금이 빠지면서 주식이 하락하는데 채권금리가 내린다면? 역사적으로 그런 경우의 수는 딱 둘 뿐이었다. 하나, 금시장에 투기적 포지션이 과도하게 들어와 있었거나 둘, 유동성이 마르고 있을때.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첫번째 경우는 아니다.

두번째 신호는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부서지는 것이다. 대개 주식이 좋지 않으면 환율은 오르기 마련이다. 경제전망이 좋지 않으면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선방한다. 유가가 오를때 정유/화학주가 강세를 가는 등, 모든 금융자산 사이에는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투자자들은 이를 참고하여 투자를 한다. 그런데 지난 14일간 우리는 이들이 망가지는 것을 목격했다.

세번째 신호는 자본을 조달하면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은행은 판사보다 목수에게 더 비싼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우리가 아무리 일본에게 지지 않는다고 외쳐도 국제금융시장은 국민은행보다 미즈호은행에게 더 낮은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금융기관끼리도 1주간 융통하는 돈의 이자가 1달간 운용할 자금의 이자보다 낮다. 그리고 지난 12시간 동안 자금을 조달하는 프리미엄이 빠르게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이 모든 신호는 금융시장이 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비명소리나 다름없다. 그것도 연준이 50bp의 깜짝 인하를 단행하고 시장이 이달 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준의 가장 과감한 안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비명을 멈추지 못하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던 글과 같이 리만사태 이후 연준이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지 못한 적은 2011년을 제외하면 지금이 유일하다. 우리는 이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경제성장률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기업의 실적을 하향하는 사건은 주가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수익률이 다시 올라가 다시 매입할 환경이 조성되지만, 신용경색이 일어나게 되면 가치평가와 무관하게 무조건 팔아야 할 압력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천억 짜리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만약 무역분쟁이 터져 메모리 수요가 감소한다면, 생산업체의 목표주가를 낮추면 끝이다. 실적이 100에서 80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만원이 아니라 8천원에 사면 되지 뭐. 설령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해 7천원까지 간다고 해도, 버티거나 아니면 물타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금융시장이 붕괴하며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급격한 환매를 시작하면 펀드매니저는 무조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주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팔아야 한다. 심지어 주식이 저렴해 질 수록 사기는 커녕 더 많이 팔아야 하는 딜레마에, 그것도 잘 팔리는 가장 우량한 자산부터 팔아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한다. 삼성전자와 개잡주를 들고있는데, 개잡주가 하한가라 팔 수 없으니 우량한 삼성전자를 팔아서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것처럼. 이 단계에서는 가치평가와 미래 실적 예측은 아무 의미가 없다. 파산하느냐, 돈을 돌려주지 않고 고소당하느냐, 아니면 팔 것이냐의 기로에 있을 뿐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나는 현 상황이 금융위기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것 외에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던 상황에서 맞이한 신용경색이었고, 지난 10년 간의 경험 끝에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한계는 0%라는 가상의 선이 아니라 상상력과 중앙은행의 의지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금리가 더 인하될 지, 또 신용경색이 얼마나 더 강하게 발생할 지 모르겠지만 중앙은행은 우한코로나 환자들은 구하지 못해도 금융시장은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할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개입이 시작되어 신용경색은 피하더라도 주식의 부진은 한동안 멈추지 않는다. 중앙은행들이 돈을 더 풀기까지 주식시장은 5% 폭락했다, 금리인하 소식에 도로 상승했다가 또 나쁜 헤드라인 하나에 폭락하는 상황을 반복할 것이고, 또 이렇게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각 투자자들은 자산을 재평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좋은 자산이란 무조건 절대수익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변동성은 낮은데 투자수익률이 괜찮은 자산들이다. 거의 모든 투자자들은 이 기준에 따라 좋은 자산과 나쁜 자산을 구분한다. 허나 변동성은 순식간에 몇배로 커질 수 있는데 비해 투자수익률은 그러기 어렵다, 아니 현재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되려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기업가치가 변한 것도 아니고, 경제전망이 바뀌지 않아도 변동성이 커졌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좋은 기업이 하루아침에 나쁜기업으로 탈바꿈한다. 물론 투자자들도 바보가 아니니, 하루 이틀 혹은 1주와 같은 짧은 기간의 변동성만으로 자산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식의 급등락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한달 이상 이어질 경우 그들은 변동성을 새롭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은 2차 충격을 겪는다. [내가 이전 글에서 시장에 두번째 폭락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현재와 같은 수준에 이를 경우 이와 같은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점매수 기회를 노리는 사람은 1차가 아닌 이 2차 폭락기에 진입해야 한다. 저점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 1차 폭락에 진입하면 대개 2차 폭락을 못견디고 손절하게 되기 대문이다.

[나는 우한코로나가 스페인독감과 같은 치명적 재앙을 가져오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이나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높은 사망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리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포의 본질은 늘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치료제 제조가 임박하다곤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사망률이 뭐 한  2%에서 0.2%로 줄어들 뿐이다. 이는 의학적 관점에선 엄청난 발전일 지 몰라도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으로 확률을 계산하지 않기에 공포를 크게 경감하진 못할 것이다.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길은 백신을 맞아서 면역을 갖추는 것 뿐인데 현재 전문가들 중에 백신이 3달 안에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가. 시장의 공포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가장 불쌍한 투자자들은 연준의 깜짝 금리인하했다고 다음날 곧장 한국 주식을 매입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2차 폭락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더러 역대급으로 무능한 한국은행 총재를 둔 덕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신용경색을 일으킬 동안 한국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장으로 남았고, 또 동시에 환시개입으로 환율수준을 찍어누르기 때문에  해외중앙은행들이 공급한 유동성이 국내로 흘러들어올 루트도 막은데 동시에, 환율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국내 수출이 개선될 여지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 인구당 확진자 수가 세계 1위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주식시장은 박살나는데 중앙은행이 완화에 나서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국가의 미래를 거하게 말아먹은 케이스가 있다. 바로 옆 나라 일본. 이 블로그의 첫 포스팅(링크)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중앙은행장 하나가 어떻게 나라경제를 20년간 거덜냈는지 분석한 글이고 이를 작성한 지 자그마치 5년이나 흘렀는데, 놀랍게도 그 마지막 문단은 오늘날의 총재를 평가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의 주장과는 다르게 디플레이션 압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이미 디플레와 싸우기 시작했다. ........ 어쩌면 총재는 속으로 조직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는 잔다르크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장은 그를 시대착오적 돈키호테라며 조롱했다.


5년이 흘렀건만 같은 병신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병신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20. 3. 4.

쪼다를 위한 통화정책은 없다. (feat. 이주열)

비단 금융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기 마련이다. 때론 내가 투자한 회사 실적이 나빠져서 화를 내고, 실적이 잘 나와도 오너가 사고를 쳐서 주가가 빠지면 책상을 내려친다. 비오는 날 간신히 카톡택시를 잡아서 나갔더니 엉뚱한 사람이 이미 탑승해서 출발했댄다. 니미럴. 그 때마다 터져나오는 욕지거리를 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주열 씨에게 빡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비록 연준이 2008년 이후 최초로 기습적으로 금리인하를 감행했지만 나는 한국은행이 이를 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침에 부총재보가 주관하던 긴급회의를 총재가 이어받았을 때도 절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총재는 이미 두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했던 사람이고 나라짬밥을 오래 먹은 꼰대들의 행동패턴은 대체로 변하지 않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총재는 2월 14일에 열렸던 긴급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가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엇다. 바로 그 직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최초 한국인 사망자까지 나왔다. 따라서 온 시장은 2월 27일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존의 스탠스를 뒤엎고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DNA와 RNA의 차이도 모르는 총재는 그 믿음을 배신하고 우한코로나의 영향은 3월 중반에 곧 잦아들 것이라고 큰소리를 땅땅 치며 금리인하를 거부했다. 그 바로 다음날 부터 세계 경제는 패닉에 빠져 미국 주가가 5일간 18%나 곤두박질쳤으며 전세계 경제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랬던 인간이 연준이 긴급인하를 했다고 갑자기 인하를 한다고? 천만에. 늙은 개에겐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는 법이다.

이 추태는 한국은행이 오후 3시에 발표하기로 한 긴급회의 결과를 오후 3시 46분, 즉 한국거래소의 선물시장이 닫히고 나서 1분 뒤에 발표하기로 하며 정점을 찍었다. 왜 이주열은 자신의 결정을 시장이 닫힌 직후로 연기했을까? 그는 분명히 자신의 똥고집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알고 있었고 시장의 평가를 예감하고 있던 것이다. 다만 하룻밤이 지나면 파웰이 나 대신 뭔가 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에 일부러 장 끝난 직후로 발표를 미뤘을 뿐.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금융안정이다.*금융안정의 기본 원리는 시장이 과열상태라면 금리를 올려서 진정시키고, 시장이 패닉을 향해갈 때 금리를 내려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선제적 조치에 있다. 경제가 나빠진 뒤 내리고 좋아진 뒤 올릴 것이라면 중앙은행은 뭐하러 존재하는가? 통계청에서 GDP 발표하며 그냥 같이 하면 되지. 그리고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우한폐렴의 급격한 확산을 겪은 나라고 다른 모든 나라보다 먼저 시장불안을 겪은 나라다. 미국보다도 더 빨리 정보를 분석하고 여파를 관측했을텐데 총재는 경제학 박사학위도 없는 파웰이 행동에 나설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연히도 한국은행의 정례금리결정은 우한코로나가 대대적으로 발발한 직후였지만 총재는 아무것도 안했고 연준은 다음 미팅이 고작 2주 밖에 안 남았지만 손 놓고 스케줄을 기다리는 대신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금융불안을 대하는 두 중앙은행장의 차이는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짜파구리를 먹은 문재인과 긴급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만큼이나 달랐다.

첫 사망자가 나온 날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상반된 대응


그럼 왜 총재는 금리를 동결했을까? 아마도 그는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자신)의 고유 권한이고 금리인하는 자신이 결정해야지 행정부나 시장 혹은 외부변수에 떠밀려 인하를 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2월 14일의 긴급회의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은성수와 홍남기는 개념없는 총재의 자신감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지 알고 있었지만 책임을 지기 싫어 내버려뒀고, 우쭐한 총재는 당당하게 이후 이어진 "긴급해서 긴급회의는 했지만 긴급하지 않으니 금리를 인하할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바보의 비극은 바보 짓이 한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는 2월 14일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2월 27일에 똑같은 실수를 몇배 더 큰 강도로 저질렀으며, 드디어 오늘 판돈을 몇배로 키워 연준의 결정에 반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는 재능없는 도박꾼들이 손모가지를 날리는 전형적 패턴이다. 문제는 우리들의 손모가지가 저 할배 손에 달렸다는 거지.

결국 오늘의 긴급회의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의 상식적 예측과는 달리, 아마도 총재는 어떻게 해야 내 거듭된 실수들을 숨길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면피를 할지, 그리고 언제 발표를 해야 가장 욕을 덜 먹을지 고민하느라 가장 중요한 하루를 소비했을 것이다. 오늘의 회의는 한국의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총재의 체면, 그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애초에 발표시간을 오후 3시로 잡은 것도 주식시장 폐장시간이 3시 반으로 연기된 것을 까먹고 잡은 것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청와대의 존재 이유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권력으로 국민을 섬기기 위해서 존재한다.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 역시 총재의 권한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데에 있다. 하지만 총재는 반대로 자신의 권위를 위해 통화정책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보다. 금리를 올려야 할 때엔 올리지 못하고,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한 채 자신의 결정을 연준이 대신 해주길 바란다면 월급도 연준한테 줘야지.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주장했던 바지만 저런 총재가 존재하는 한 한국은행은 당장 폐지해도 될 조직이다. 아니, 폐지해야만 한다. 어차피 통화량 조절은 재경부에서 단기국고채 발행하면 되는 것이고 경제보고서와 전망은 KDI에게 위임하면 되고 통화증발은 어차피 조폐국이 하는 일이다. 금리결정도 연준에게 맡기고 쳐놀다 재경부에게 팔 비틀려 할 것이라면 애초에 한국은행을 없애고 업무를 분산하는게 낫지 않나. 대충 계산해보니 한국은행 제도를 폐지할 경우 무려 약 1억 장의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수 있는데!

제목을 쪼다를 위한 통화정책은 없다고 썼지만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쪼다가 하고 있다. 지금 그래서 한국은행 총재가 쪼다냐는 애기냐고? 그렇다. 국가정책과 미래, 그리고 통화정책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워 직무를 유기한 사람을 달리 뭐라고 부를까.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는 총재의 가오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믿는 분


*아니라고? 물가안정이라고? 그럼 어째서 물가는 11년째 한국은행의 목표수준을 하회하는가.


2020. 3. 1.

트럼프 긴급 기자회견

  • 뉴욕에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깼다. 어제 블로그에 썼던 것과 비슷한 내용을 친구에게 애기했더니, 분명 내가 이걸 보고 싶어할테니 깨운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뻔뻔한 멘트를 날리면서. 에휴. 한숨 내쉬다가 대충 졸며 듣다가 그제서야 미국에서 우한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 나라마다 전형적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 맺혀 죽은 귀신이고, 추운 지방에서 살던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는 강시(얼어죽은 귀신)가 있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은 그 문화권이 가진 가장 큰 두려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럼 미국 공포영화의 클리셰는 무엇일까? 바로 좀비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가장 큰 공포는 감염/전염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민족 이민자들로 시작한 미국은 필연적으로 병균과 바이러스의 용광로였으니까. 미국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에서는 정말 세계 모든 바이러스와 세균을 채취할 수 있었다고.
  • 그런 두려움을 지닌 나라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우한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했고 그 중 첫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별다른 공포가 없는 우리나라는 첫 사망자가 나와도 대통령이 짜파구리나 먹으며 히히덕대도 맞아죽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던 것은 자식을 잃은 한이었듯, 미국의 대통령을 갈아치울수 있는 것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다. 수 억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수십 조 원을 다루는 펀드매니저도 결국 감정에 휘둘리는 일개 사람일 뿐이고 그의 가장 근원적 두려움을 건드리는 일이 터진 것이다.
  • 자꾸 지난 전망을 수정해서 머쓱하지만 나는 이제 파웰 혼자서 시장을 구원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통화정책만 으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도 없고 수요의 반등도 없으며 무엇보다 시장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지울 수도 없다. 공포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행정부 뿐이다. 나는 트럼프가 그럴만한 카리스마와 능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를 확인할 때 까지 고통스러운 하락을 겪게 될 것 같다.
  • 비록 정제된 언어로 조심스럽게 언급하긴 했지만, 트럼프행정부는 한국의 일부 도시에 4급 여행경보를 걸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행금지령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노노재팬 이후 반년 만에 다시금 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는데 이 모든 일이 터지기 고작 몇일 전에 우한폐렴은 별 것 아니니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며 큰소리 땅땅 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혜안이 너무나 눈부시지 않은가! 세계 최고의 생물학 전문가들이 포진한 한국의 중앙은행은 코로나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2020. 2. 29.

trading the fear

S&P500 weekly in log scale
어쩌면 지난 10년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오늘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꼴딱 밤을 새웠다. 오늘 미국 주식이 반등하느냐, 아니면 그대로 고꾸라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략이 달라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포스팅에서 나는 이번 베어마켓이 지난 10년 중 top5안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정정한다. 이번 주 미 증시의 폭락은 절대값으로는 물론이고 로그스케일*로도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세번째로 가장 커다락 낙폭을 보였다. 이보다 더 큰 폭락이 나타났던 적은 금융시장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조차도 잘 알고 있는 IT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뿐이었다.
 
당신의 경력이 10년을 넘기지 않는다면 이제까지 익숙했던 투자패턴과 필승의 공식은 모두 잊어라. 역사적으로 드문 폭락이 시작될 때에는 지난 몇년간 지켜졌단 자산간의 코릴레이션이 모두 깨지고 시장은 당신의 상식을 벗어나 움직이게 된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폭락할 때 미국 테크 주식을 사면 좋다든지, 미국 주식은 코스피보다 아웃퍼폼 한다든지와 같은 상식이 모두 삐걱거리며 어긋나게 된다. 당신의 감을 믿지 말고 경험에 의존하지 마라. 당신이 리만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 이제부터의 시장은 당신이 겪었던 것과 매우 다르게 전개될 것이므로.
 
아마 이 블로그를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내가 지난 몇년 동안 세계 경제에 대해 별 다른 전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왜냐면 변곡점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분명히 변곡점에 있으며 지금이 12년 만에 처음 찾아온 민스키 모먼트인지, 아니면 흔하디 흔한 단기 베어마켓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결국 세계 중앙은행들과 정부가 금융/재정 정책을 공격적으로 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붕괴가 오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아마 리만을 다시 겪게 되겠지, 아멘) 현재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이들이 조만간 비명을 지르리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큰 순간에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은 아직 낙관론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뿐.
 
지난 몇년 간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시장이 두번째 패닉을 겪기 전 잠시 반등하곤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dead cat bounce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죽은 고양이를 떨어뜨리면 바닥에 부딛친 뒤 한번은 튕기겠지만 그게 고양이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아니듯이, 폭락하는 주가가 잠시 반등한다고 해서 그게 꼭 상승모멘텀이 살아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보면 바이러스보다 인간의 건강에 더 해로운 것은 경제불황이다. 부디 우리가 거기까지 가지는 않기를.
 
바이러스에 대한 시장의 패닉은 1/31 수준을 한참 넘어섰지만 그 뒤엔 보다 무서운 것이 숨겨져있다.
 
 
*일반적으로 지수는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니 차트를 절대값으로 단순비교하면 과거의 폭락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심지어 대공황시기의 다우존스의 폭락조차도 장기차트를 절대값으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보이니, 이러한 오류를 최대한 보정하기 위해 로그스케일 차트를 보기도 한다.   

2020. 2. 28.

한국은행이 울린 레드얼럿

오늘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총재를 보아하니 앞으로 3달간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크게 망가질 것 같다. 그의 이율배반적 태도와 언행은 현재 세계 금융시장이 처한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반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투자와 소비가 망가지는 것이 너무나 확실한데도 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총재는 이 전염병이 3월에 고점을 찍고 나아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여기에 지금 모든 금융시장이 애써 외면하려는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오늘의 기자회견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기자들을 회의실에 모으는 대신 미리 서면으로 질의를 받고 두 한국은행 직원이 대독하는 것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없었던 유튜브금통위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위화감을 느꼈으리라. 단일 사건으로는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금통위를 화상으로 진행해야 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위험하다면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외부행사와 모임을 취소할 것이며, 또 과연 그들이 투자에 나서겠는가. 또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그들의 경제활동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다. 그렇게 2월 한달간 경제는 박살이 났고 다음 3월은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1분기 중 2/3동안 충격은 이미 확정이니 이번 분기는 기존 예상치가 무의미할정도로 망가질 것이고 또 이 충격이 다음 분기까지도 이어질 지, 또 얼마나 오래갈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인데 총재는 바이러스 확산이 3월에 피크를 찍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요새는 한국은행이 감염내과 의사들이나 생물학 박사들도 뽑나. 총재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자신이 가장 인하하고 싶지 않을 4월에 멱살잡혀 강제로 인하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총재의 저런 한심한 모습이 현재 금융시장에 만연해있다는 데에 있다. 폭락은 대개 늘 아는 위험이 아니라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나.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할 때고. 지금 우리가 그렇다. 우한폐렴이 확산된 첫날부터 생물은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우리 문돌이 금융인들은 이 사태가 별게 아니라며 무시하곤 주식을 추천하기 바빴다. 확산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허둥대다가, 이제 중국에서 숫자가 잦아들자 다시 주식을 사들였다 중국 외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투매에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1월에 했던 똥개훈련을 2월에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이 바이러스의 지구적 확산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이 바보짓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대중이 생필품을 사들이느라 마트에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이를 반영해서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3일간 거의 10% 가까이 반등할 정도인데, 동시에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들은 게시판에서 저점매수를 기다리고 있고 실제로 다수는 이미 행동에 나섰다. 그렇게 외국인들이 지난 1주간 약 3조원어치 주식을 파는 동안 그 매물은 모두 개인이 받아갔다. 즉 바이러스와 세균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집단이,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사람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믿는 것이다. (현재 이와 같은 양상은 미국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주간 주식거래동향
개미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에 그랬으니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는 점. 과거는 미래예측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지표이니 그 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늘 과거와 현재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유념 해야한다. 미국 주식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약 5 거래일 동안 8%이상 하락한 경우는 모두 5번이 있었는데,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2011년 7월: 미국채 신용등급 강등 + 유럽위기
2) 2015년 8월: 중국 주식의 폭락 + 위안화 급격한 절하
3) 2018년 1월: 미국 10년 금리의 급격한 상승
4) 2018년 말  : 미중 무역분쟁 + 연준 금리인상
5) 현재

앞서 네 경우는 모두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되었거나 혹은 금융시장의 일시적 불균형, 예를들면 경제가 안 좋은데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오른다던지, 연준이 지나치게 금리를 올린다든지 등등 때문이었다. 그런 요소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주가가 빠지면 트럼프와 시진핑은 날을 세우고 싸우기보다 화해를 모색하게 되고 브렉시트를 이끄는 영국 총리는 요구조건을 완화한다. 또 연준은 금리인상 대신 인하를 고려하게 되며 올라간 시장금리는 자연스레 내려온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재의 위협은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는 주가폭락과는 상관없이 창궐할 것이며 경제나 통화승수 PER따위에 연동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판데믹이 어떻게 진행될 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굳이 위 네 사례와 비교한다면 1번에 가까울 것이다. 당시에 담보와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던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깎이고 나서 세계금융시장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물론 지나서 깨달은 건데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네 경우 중에서 그 1번의 폭락이 가장 심각했다.

당시에도 코스피는 리만 이전 고점을 넘어 무섭게 상승했으며 개미들은 조정이 와도 주식을 더 못사 안달이었다. 어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망가지고 기업전망이 좋지 못했는데도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20-30%대의 순이익 성장을 외쳤지만 그 허풍은 주가가 2170에서 두 달만에 1697까지 급락하며, KOSPI가 미국 주식을 앞서던 십여년 간의 황금기에 꽝 하고 종지부를 찍으며 끝이 났다. 그 이후로 코스피는 단 한 해도 미국 주식을 앞서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또 한번 대중들 사이에서 주식은 밀릴 때 사기만 하면 무조건 돈 번다는 맹목적 믿음이 만연해있고 그들은 그 신앙에 따라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트럼프가 아니며 브렉시트와도 같지 않고 파웰이 통제할 수도 없지 않은가. 사람들은 애써 이를 간과하려고 하지만 unknown unknown은 늘 도둑같이 닥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의 유튜브 금통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이 모든 모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수십 명의 기자들로 번잡했던 회의실은 휑하게 비워진 채 책상 하나 만이 떨떠름한 모습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었고, 거기에 더럽게 인기 없는 소극장의 공연에 억지로 끌려나온듯 한 세명의 직원은 멀찍이 떨어져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스탠딩 코미디는, 학위는 커녕 중학교 생물학도 다 까먹었을 우리 총재님께서 우한폐렴이 곧 수그러들 것이기 때문에 굳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를 빵빵 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우한폐렴 때문에 최초로 유튜브금통위를 열었지만 사실 별거 아니니깐 금리는 동결이라고 일갈하는 뒷북 이주열 총재

2020. 2. 22.

우한폐렴(2)

  • 지난 글(링크)에서 나는 두 가지 예측을 했다. 하나는 우한폐렴의 확산 속도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때와는 달리 인플루엔자였던 신종플루에 가깝다고 본 것이고 두번째는 시장의 공포의 절정이 해외에서 첫 사망자가 나올 때라고 본 것이다. 현재 우한폐렴 확진환자는 총 77,816명으로 메르스나 사스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고 해외 첫 사망자는 2월 1일 필리핀에서 나왔다. S&P의 저점이 1월 31일이니 얼추 맞춘 셈이다. 굳이 자화자찬을 꺼내는 것이 방정맞아 보이겠지만 전망이 맞았을 때 재빨리 자랑하는 것은 금융인의 필수 스킬 중 하나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 하지만 미국이나 상해의 주식과는 달리 코스피는 그때로부터 고작 1.5% 밖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한국의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주가도 함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방역을 한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감염이 없을 수가 없고 직선거리로는 우한과 베이징보다 베이징과 서울이 더 가깝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과도하게 걱정하지 말고 대외활동을 권장한 탓에 개인 단위의 방역도 느슨해졌다가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다시 강화되었다. 한국의 상황은 당분간 악화될 것이다. 
  • 19일 이후로 3일간 한국의 확진자 수는 매일 2배씩 늘어 오늘 오후 433명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확산속도는 중국의 초기 확진자 증가세와 매우 유사하다. 비록 중국의 인구가 우리보다 약 27배 더 많지만 아주 초기단계서의 모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첫 확진자가 타인을 감염시키는 속도는 모수가 5천만이든 14억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감염자 한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인구밀도에 달렸는데, 대구의 인구밀도는 중국 우한의 약 2.5배, 서울은 약 15배 가량 되니 훨신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모델을 만들어본 것도 아니고 논문은 읽은 것도 아니지만 짐작컨대 적어도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0.01%도 안되는 단계에서는 전체 인구수의 차이가 확산속도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확진자 수는 당분간 중국의 추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 만약 위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확진자 수는 24일 오후 기준 약 600명에 이르를 것이고 이달 말 약 2500-3000에 도달할 것이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 2월 18일이고 평균 잠복기를 2주로 계산한다면 이런 추세는 3월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마 그 뒤로는 중국처럼 우리도 둔화되지 않을까. 반면 사망자의 수는 의료시설 캐파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라 중국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크다.
  •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에서의 확진자 수는 이미 크게 둔화했고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어 최초로 2년 연속 큰 폭의 적자재정을 편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를 살펴보아도 전세계의 우한폐렴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는 늘 시장의 낙관론이 최고조에 이르렀을때 비관론에 귀 기울여야하고 비관론자들이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를때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솔직한 생각으로는 우리는 아직 그 어느 극단에도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coronavirus 검색어 추이


국내 트렌드를 반영하는 네이버의 검색빈도


2020. 2. 1.

비합리적 공포, 우한독감, 정치 그리고 시장.

 
1.약 3년 반 전, 메르스가 창궐하던 시기에 이런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공포라는 감정은 애초에 합리적일 수 없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공포가 비합리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다만 두려움을 호소하는 무리와 이성적일 것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진영이 뒤바뀌었을 뿐. 광우병,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로 대중이 국가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공포에 빠졌을 때 너의 불안감은 결코 비합리적이지 않다며 위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그들을 계몽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도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지 않겠는가. 저들의 기나긴 노력 끝에 대중은 국가시스템을 본능처럼 의심하고, 음모론을 맹신하며, 마치 조건반사 훈련이 된 파블로프의 개 처럼 보도자료 네글자가 찍힌 하얀 종이를 보면 패닉으로 반응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마치 가득 찬 성냥통처럼 대중은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다.
 
2. 먼저 나는 방역과 바이러스의 전문가가 아님을 밝힌다. 그런 나의 단견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우한독감은 사스나 메르스보다 더 큰 공포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스나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긴 했지만 전파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사스는 총 8천여 명을 감염시켰고 메르스는 약 1,600명의 환자를 만들었지만, 현재 우한독감은 확진자만 벌써 11,374명에 이른다.
  •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의 경우 첫 확진자가 나타난 뒤 5개월 간 한국에서만 약 74만 명이 감염되었다. 물론 인플루엔자는 코로나와 아예 다른 바이러스지만 현재까지 진행 경과만 놓고 보면 우한코로나는 신종플루와 같은 확산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 일부는 방역이 뚫린건 아닌지 의심하던데, 애초에 방역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 방역의 가장 첫번째 원칙은 사람이나 가축의 이동 통제 아닌가. 하지만 정부는 중국인 입국자에 대해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방역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단 것인가. 뚫렸다는 것은 막긴 했다는 것이다. 막은 적이 없는데 뚫릴 수도 없다. 우한독감 바이러스는 그냥 한국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걸어들어온 것 뿐이다. 참고로 미국은 2월 2일부로 중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잠정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 Johns Hopkins CSSE에서 발표하는 발병자현황(링크)을 보면 발달된 방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확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4시간 전에 비해 홍콩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미국 독일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에서 확진자가 증가했다. 그리고 필리핀 인디아 스웨덴 스리랑카에서 새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잠복기가 1-2주에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1주간은 통제되지 않은 상태서 확산된 확진자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는 방역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의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비전문가이기에 위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SARS때와는 달리 훨씬 더 강력하게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확산이 더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사스환자들의 수를 넘어서지 않았나. 그리고 대중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것은 병의 치사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무서운 병"에 걸릴 확률이라는 점이다. 사스로 죽은 사람은 고작 70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수십억을 호가하던 홍콩의 부동산과 시총 수천조를 자랑하던 항셍지수가 폭락했던 것을 기억하자.

3. 문재인정부는 우한독감을 대하며 방역은 물론이고 정치적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자신들이 야당에서 비판할 때 박근혜가 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춘절 기간에 대통령은 휴가를 종료하고 복귀하지도, 과거 포항 지진사태처럼 발빠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도, 중국입국자들을 막아들라는 국민여론과 소통하지 않았다. 비선실세에 대한 의혹이 차올랐을때 박근혜가 개헌카드를 던졌듯 우한독감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을 외쳤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구체적인 대책 없이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세월호의 선장 이준석의 마지막 방송을 떠올렸다. 불필요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그 한마디를.

결정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은 다음의 두가지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
  • 우한교민들을 격리수용할 후보지가 천안에서 아산과 진천으로 변경하는 혼선이 있었는데 세 후보지는 모두 충청도였다.
  • 평택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으며 정부의 능동감시가 실패해서 발생한 6번째 확진자의 딸이 태안의 어린이 집 교사였고, 경기도 남부권에 거주하는 확진자의 아내와 아들 역시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딸은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이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대표적 swing votes 지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충청도는 전라도보다 인구가 많지만 의석 수나 사회/정치적 영향력은 그에 못미치기 때문에 모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인구밀도가 낮지도 않고 물류의 중심지라 이상적인 격리지역도 아닌 충북에서 후보지를 골랐다는 사실에 충청 유권자들은 분개할 것이다. 그들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공약을 이행하는데 시큰둥하자 배신감에 보수권에 대거 표를 던젔던 경험이 있다. 이번 사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가 좀 더 침착했더라면 박근혜가 사드를 자신의 지지층인 경북 성주에 배치했던 것처럼 자신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배치했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첫 후보지 천안을 강행했어야 한다. 격리지역 1개가 충청도에서 나오는 것과 후보지 3개 모두 충청도에서 나온 것은 아주 다르니까. 민주당은 충청을 잃었다.

인구 밀집지역인 경기 남부 역시 의석도 많은데 정당별 손바뀜이 잦은 지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젊은 육아 부부들이 많아 커뮤니티를 통한 의견 결집과 전파가 매우 빠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가장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머니들인데 마침 6번째 확진자가 그 공포를 확산시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포는 원래 다 비합리적인 법이다. 하지만 이제 능동감시자에 어린이집 교사가 최소 둘이나 포함되었으니 경기남부 xx맘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마음놓고 기대할 수 만은 없게 되었다. 백명의 적 보다 더 뼈아픈 것은 한명의 배신자인 법인데. 중국에 보낼 마스크를 경기 남부의 어린이집으로 돌렸더라면 지지율의 손실을 최소로 막을 수 있었으리라.

 4. 금융시장의 반응은 강력하고 또 즉각적이었다. 우한독감이 이슈가 된 이후 외국인들이 7 영업일간 약 1.4조의 주식을 팔아치우자 코스피는 약 6.5% 하락하고 달러원 환율은 1190원을 넘어섰다. 금요일 밤에 미국 주식이 또 한차례 폭락했으니 여의도와 광화문의 월요일 아침은 꽤나 분주할 것이다. 2017년과 같은 반도체 수퍼사이클을 다시 한번 기대하던 한국 증시는 예상 외의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있다. 난 아직 우한독감으로 인한 최악의 시점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와 같다.
  •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악재가 터지는 것은 단기에 잦아들기 힘들다. 미국-이란 전쟁이야 트럼프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만 우리가 바이러스에게 퍼지지 말아달라고 빌 수도 없지 않은가.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의 무지이다.
  • 세계 금융시장이 기대하던 낙관론은 중국과 한국의 경기반등에 기반한 부분이 컸는데 지금 우한독감이 그 희망의 핵심을 강타하고 있다. 사망자수가 전혀 증가하지 않더라도 물류와 인구 이동의 통제는 1분기의 각종 경제데이터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퍼질때와 구글트렌드 추이를 비교하면 아직은 두려움의 초기단계로 보인다.   
대중의 공포는 중국 밖, 특히 서구 국가에서 사망자가 나올 때 정점을 찍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무관심했듯) 매스 미디어의 주 소비층인 유럽과 북미 사람들에겐 멀고 기이한 나라, 동아시아에서 사람이 죽는 것과 우리 이웃이 죽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장 낙관적이어야 할때는 모두가 비관적인 순간이다. 다만 그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





*박근혜와 달리 문재인은 청와대는 왜 충성도가 높아 표 이탈이 적을 전남에 격리지역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엔 이것이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여당 수뇌부와 핵심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했기 때문에 정부가 당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공수처법/울산선거개입 등등의 이슈로 국회의 지원이 절실한 청와대 입장에서는 당을 설득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1. 격리캠프를 전남에 설치해서 표의 손실을 최소화하지 못했고, 2. 격리장소를 민주당의 지역구인 천안으로 밀어붙이지도 못한 채 패닉하며 가까운 충북에서 후보 둘을 고르는 커다란 실수를 범한 것이라 생각한다.  

2019. 12. 16.

12.16 부동산 대책 평가: 문은 닫혔다.

* 문은 닫혔다. 이제 무주택자가 집을 살 길은 없어졌고 비강남 사람들이 강남에 입성할 방법도 사라졌다. 앞으로 계층이동은 불가능하며 안타깝게도 이제 당신은 복덕방 앞을 지날 때마다 자신의 노동력이 저 자본재 앞에서 얼마나 하찮게 절하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욕하지 마라. 나 역시 그 중 하나 일테니까. 이제까지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10년 동안 집을 사지 못할 것이고, 이제부터 무택자들의 고민은 (집을)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세를 택할지 월세를 택할지가 될 것이다. 아멘.

* 이번 정책은 헌법의 선을 넘나드는 것 처럼 보일만큼 과격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하나, 대출을 죄고, 둘, 세금을 올리는 것. 하지만 앞서 17번의 부동산대책을 통해 이 둘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돈이란 물과 같아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쪽으로 흐르게 되어있기에, 정부가 고가주택 수요자의 대출을 죄어도 다른 곳에서 자본이 들어와 균형을 맞출 것이다. 여러 시장 중에서 부동산에서만 유동성을 퍼 내려는 것은, 한강변 반포대교에 앉아 열심히 물을 퍼내면 딱 그 부근만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세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보유비용을 높이나 그 실질적 부담은 늘 세입자들이 지게 되어있다. 지금도 홍콩, 싱가포르, 런던, 맨하탄의 부동산은 모두 월세가 모기지 대출금리보다 비싸 월세보다 매매가 유리하지만, 세금과 매매비용 때문에 목돈 가진 부자들만이 집을 사고 월급쟁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한다. 부자들은 그 월세에서 세금을 내고 나머지 수익으로 더욱 부자가 된다.

* 이번 조치로 월세와 전세가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또 매매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일부 무주택자들은 해당 조치들을 반기고 집값이 빠질 꿈에 부풀어있던데, 이는 헛된 바람으로 끝날 것이다. 멍청이들이 멍청한 짓을 더 세게 하는데 똘똘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거의 미친짓 아닌가. 만약 당신에게 아직도 집을 살 여력이 있다면 하늘과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곧장 달려가 사라.

* 오늘의 모든 조치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 아래에서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그 나쁜 머리를 굴려가며 희망적인 상황을 가정해보지만, 미팅의 룰을 아무리 바꿔도 퀸카가 당신에게 먼저 대쉬할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전제 아래 오늘의 조치는 다음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 15억 이상 고가주택 대출 전면 금지
    => 매매가 막힌 실거주자들이 전세로 들어가며 전세가를 올릴 것이고, 이는 갭투자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 9억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 전세자금 대출 금지
    => 전세입자들은 월세로 전환할 것이니 월세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고, 세후 월세수익률이 은행이자보다 높으니 은행권의 예금을 빨아들일 것이다.
  • 임대등록한 주택도 2년 거주 해야 양도세 비과세
    =>임사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시기가 2년 늦어짐.
  •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가중
    =>집값이 종부세보다 열배씩 오르는데 양도세까지 물어가며 파는게 바보. 세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
  • 조정지역 내 대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한시적 배제
    => 이번 대책 중 딱 둘밖에 없는 유인책이지만, 양도세를 50%가 아닌 40%만 매긴다고 신나서 집 팔 멍청이는 없다.
* 오늘의 정책에는 뭔가 새로운 대책을 고심해 본, 그런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었다. 38페이지에 달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보도자료는 이미 봤던 정책과 이미 들었던 대책들을 짜깁기했을 뿐이고, 그 행간에는 깊은 짜증과 원망 그리고  분노가 담겨있었다. 마치 구몬수학이 어려워 풀리지 않는다고 연필을 부수는 바보 덤보처럼, 권한은 많은데 머리는 나쁜 행정부의 무능한 수장들은 한 편의 개그콘서트의 꽁트 캐릭터들마냥 심각한 얼굴로 무게를 잡고 있었지만 그 아래 사무관들 조차 뒤에서 그들을 비웃고 있었으리라. 본인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이명박근혜의 잃어버린 9년이 부동산 상승 이야기였던가.

* 당신이 만약 40을 넘지 않았다면 다음의 글을 꼭 읽기 바란다. (링크)

2019. 11. 24.

세 수퍼스타들의 몰락

나는 다음의 세 수퍼스타가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지난 5년간 가장 사랑받아온 업종/회사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소 과감한 주장처럼 보이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진 않을 것이다.

1. 쿠팡

한국의, 아니 아시아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하지만 그들은 영업 전략을 잘못세웠기 때문에 망할 것이다. 이마트나 롯데의 수익을 멱살잡고 끌어내릴 정도로 공격적인 할인정책을 펼쳤지만 애초에 이런 전략이 통하려면 1.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이라 경쟁자들보다 비용이 낮거나 2. 자본이나 규모가 월등하게 커서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지만 쿠팡은 둘 다 갖추지 못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점이 그들의 유일한 장점이나 지난 3년간 그들의 손실은 매출에 비례해서 늘어난 것을 보면 쿠팡은 그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애초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본인들은 아마존이 목표라고 하지만 아마존의 수익 절반 이상은 클라우드에서 나오는데, 쿠팡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제쳐놓고 되려 아마존의 사업 중 가장 돈 안되는 물류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그마저도 훨씬 다양한 경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모회사나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이마트나 롯데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 10년 뒤 쿠팡은 골드뱅크 처럼 한때를 풍미했던 회사로 기록 속에 이름만 남을 것이다. 물류계의 돈키호테여 안녕.


2. 테슬라

내가 테슬라에 탑승해 본 것은 불과 몇번 뿐이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테슬라는 신박해보이는 패션을 파는 회사고, 샴페인 좌파들의 도덕적 우위로 타는 액세서리 카,  그 뿐이라는 것. 나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완전히 대체할거라는 데에 극히 회의적이지만(그만한 발전/축전/송전 능력을 갖춘 나라는 몇 없다. 게다가 탈원전과 전기자동차는 양립할 수 없다) 설령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해도 그 미래는 테슬라의 것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결국 규모의 경제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치킨게임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겨우 연 50만대를 찍어내기 시작한 기업이 수십년간 매년 1000만대 가까이 생산해 온 TOP5와 단가/유통망/비용최적화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나 휴대폰과는 달리 기계분야에서 국가간, 기업간의 역전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 분야야 말로 경험과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동력원은 다이슨 같은 청소기 업체도 뛰어든다고 선언할(도로 취소했지만) 정도로 기술적 장벽이 낮은데 비해 나머지 파트들은 전통적인 기계공업의 영역으로 후발주자가 그렇게 쉽게 역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투자만 때려박는다고 그게 되는 것이었다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거의 절반은 중국이 먹었어야 했다. 그 규모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GM이나 폭스바겐, 도요타지 테슬라는 아닐 것이다. 테슬라가 연 2-5만대 정도만 생산하며 셀럽들의 진보 코스프레용 세컨, 혹은 써드카로 쓰일 땐 그 조악한 품질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누적생산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서며 중산층들이 일상용 차로 테슬라의 핸들을 잡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 생각에는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이 200만대를 넘어서면 품질관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량으로 생산할 수록 일정한 수준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또 차량이 노후화 되면 진짜 품질수준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테슬라가 픽업트럭을 공개하며 방탄성능을 테스트 한답시고 창문에 쇠공을 던지자 유리가 퍽 하고 부서지는 사건이 발생하여, 당일 주가가 폭락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 대한 내 전망이 암울한 근본적 원인은 (그닥 쓸모도 없는) 미약한 방탄성능에 있지 않다. 기존에 양산모델들의 기본적 품질관리도 안되면서 꿈같은 차를 남들과 같은 가격에 출시하겠다는 그 과대망상에 있다. 전기모터의 토크로 굴릴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그렇게 싼 방탄소재를 개발했다면 테슬라는 승용차가 아니라 방산업체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 차가,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야심을 뒷받침하는 것이 과학인지 망상인지 5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실 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길은 완성차 제조를 그만두고 특허료나 걷는 것이었는데 그 마저 포기했으니 테슬라의 미래는 아예 없다.


3. 바디프랜드 (외 안마의자 생산업체들)

앞의 두 회사가 수익도 못 내면서 희망만 신나게 파는데 비해 안마의자 생산자들은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으니 같은 선 상에 두는 것이 어색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안마의자 생산업체들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안마의자의 경제성에 있다. 안마의자는 최소 2.1제곱미터, 설치 후 집안의 가구배치나 동선을 고려한다면 최대 약 5제곱미터, 약 1.5평의 면적을 잡아먹는다.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조만간 9억을 돌파할 것이고 이들의 평균 면적을 국민주택규모(84m2)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안마의자를 사는 가구의 집값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평당 약 3500만원이다. 따라서 안마의자를 놓으려면 약 5250만원(1.5평x3500만원)의 주택가격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연 3% 금리로 펀딩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150만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집값이 폭등할 수록 이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택수급은 소형보다 대형에서 두드러질 것인데, 안마의자를 편하게 두고 쓸 대형아파트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마의자의 수요도 곧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과거에도 중산층이 이런 대형 사치재를 집안에 들여놓은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90년대의 피아노였다. 당시 1기 신도시와 함께 대형평수 아파트들이 대거 공급되자 대형평수 프리미엄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집안에 피아노를 한 대쯤 들여놓는 것이 중산층의 필수조건처럼 여기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imf 이후 집값이 폭등하자 큰 면적을 차지하는 피아노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각 가정은 이 사치품을 팔아치우기 바빴다. 안마의자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을까.

2019. 11. 23.

위기를 아기다리 고기다리 는 사람들에게

망하지 않는 나라경제를 배아프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현금보유자들. 그들은 경제가 안좋은데 집값이 오르는게 말이되냐, 미국도 버블이다, 곧 꺼진다, 다 망할거다. 그 때가 되면 내 모아둔 이 현금다발로 자산을 마구 사들여 부자가 되겠노라며 세계와 경제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나는 이들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에 대해 각기 분석이 다를 수 있고 만약 그들이 맞다면 경제가 붕괴할 때 매수자로 나서 시장의 고통을 줄여줄 것이니까.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 저런 사람이 많은 것은 아마도 IMF의 기억 때문일 것이고, 또 그 경험이 얼마나 처절했고 고통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적어도 향후 5년간 우리나라 경제에 IMF같은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없다. 위기가 오더라도 다른 방식과 형태로 올 것이다.

일례로 2008년과 2011-13년 그리고 2019년을 비교해 보자. 세 시기 모두 한국 경제가 각기 다른 이유로 위기를 겪었지만 여러 자산가격의 움직임은 IMF 때와 확연히 달랐고 심지어 서로도 달랐다. 먼저 외환위기는 국내에 달러가 모자라니 정부가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원화금리를 올려 국내 기업들이 원화를 조달하지 못해 도산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모든 자산들의 가격이 엇비슷하게폭락했다, 위기가 진정되자 곧 반등했다. 반면 2008년에는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던 터라 우리나라엔 제한적 영향만을 미쳤고(어디까지나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특히나 외국 자본의 비중이 미미했던 주택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하지만 그 이후 공급부담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13년에는 계속된 금융규제로 통화량 증가량이 명확히 디플레에 빠진 일본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며 광복이래 처음으로 디플레를 겪느라 주식과 주택시장이 모두 저점을 찍다, 이후 경제부총리 최경환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로 반등했다. 2018년 말부터 우리가 현재까지는 정부가 괴상한 정책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박살내면서도 통화정책과 재정확대로 성장률을 뒷받침하느라 주식과 주택이 정확하게 정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1998년 이후 겪은 모든 슬럼프는 결코 똑같지 않았다.

하지만 1998년의 악몽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는 투자자는 모든 위기가 IMF사태와 똑같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억에 의존해서 투자했던 이들은 모두 상처를 입어야 했다. 2008년에 서울 주택을 산 사람은 98년 과는 달리 금융위기가 진정되고도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손실을 겪어야 했고 2013년 혹은 2019년에 주식을 산 사람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이는 마치 심장마비를 혹독하게 겪은 환자가 심장약을 잔뜩 쌓아두고 이후 몸이 안좋을 때마다 원인과 상관없이 심장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다. 독감에 걸려도, 저혈압이 와도, 간경화가 오거나 차에 치여도 심장약만 집어먹는데 효과가 있을리가 있나. 군의관이 아픈 환자에게 빨간약만 줄창 처방하듯 저들 역시 모든 위기에 한가지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수익이 왜 나지 않는지 갸우뚱하고 있다.


현금 보유자들이 기대하던 팡파레가 터지려면 자산들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리가 급등해야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은 자주 벌어지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예는 708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스테그플레이션이나 우리나라가 겪었던 외환위기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가 no inflation을 수년째 겪는데 스테그플레이션은 환상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리만의 붕괴 이래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제가 나빠지자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최소 세번, 똥개훈련하듯 경험했으니 앞으로도 네번 다섯번 여섯번, 혹은 그 이상도 벌어질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최소한 liquidity crunch라는 단어는 구글트렌드 20위 안에 들지 않을 것이다. 주식이 50% 이상 폭락하고 GDP 성장률이 연간 마이너스를 찍는 것을 경기 사이클의 종료라고 본다면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긴 사이클에 놓여있다. 뭐 이미 최장기록을 경신하기 직전이지만.

보병에게 최악의 지옥을 선사했던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프랑스인들은 독일인들이 쳐들어왔던 진격로에 거대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인류가 구축한 역사상 최강의 방어선은 이를 주도한 국방장관의 이름을 본 따 마지노 요새라고 불렀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독일군은 그 선을 우회해서 5주 만에 파리를 점령했고 결국 땅굴 에 짱박혀 있던 정예 80만의 프랑스 제2집단군은 아무것도 못한채 항복하고 말았다. "지난 번에 독일군이 여기로 왔으니 또 이곳으로 오겠지, 오기만 해봐라"며 중얼거리던 그들에게서 또 한번의 외환위기를 기다리는 현금 보유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역사는 늘 반복되지만 항상 똑같은 얼굴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전쟁 시작하자마자 한달여만에 파리가 털릴동안
지하에서 포커나 치다 항복하러 나온 80만 명의 프랑스 제2집단군

2019. 11. 22.

토착왜구 문재인

내 예상과는 달리 정부는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영업자들의 대가리가 퍽퍽 깨져 나가는데도 소주성을 밀어붙여 여러 사람 소주병을 기울이게 하던, 이 노빠꾸 상남자가 빠꾸를 하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어렵다던 사시까지 붙은 사람이 설마. 일부는 불경스럽게 그를 북한의 간첩으로 의심하지만 절대 그럴리 없다. 진짜 간첩이라면 간첩이 아닌 척을 하지 저렇게 대놓고 북한에 매달리겠는가. 불현듯 한가지 의심이 뇌리를 스친다. 혹시 문재인이 일본의 간첩은 아닐까. 놀랍게도 그렇게 가정하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이 말도 안되는 대일 대중 대북 외교도, 부동산도, 그리고 경제정책도.

먼저 대일외교를 보자. 지난 2015년 일본 정부는 위안부에 관한 과거 잘못을 시인하고 약 100억 원의 기금을 위안부치유재단에 출연하기로 했지만 당시 문재인 대표는 그 사과에 진심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만나보지도 않은 니혼진들의 혼네(진심)를 어찌 그리 잘 알까. 그랬던 그는 징용공 문제를 다룰땐 일본에게 보상금을 한국과 반반씩 출연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마저도 거절당했다. 일본이 100% 내는 안에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반대하고 대신 반반씩 더치페이 하자는 이 남자. 뭔가 의심스럽지 않나? 게다가 그 제안을 내놓기 바로 몇달 전, 정부는 위안부재단의 해산을 발표했는데, 그로 인해 생존해 계신 46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 일본에게 배상이나 사과를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2017년 당시에는 생존 피해자들은 총 47명이었지만 지난 1월 28일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46명으로 줄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균나이 91세에 달하는 일제의 전쟁피해자들이 보상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박탈한 자, 문재인. 그는 왜 그랬을까.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을 자국 관함식에 초청한 중국

돌이켜 보면 그의 대미 대중 대북 외교 모두 이렇게 일본에게 이로운 쪽으로 움직였다. 일본과의 무역분쟁에서 행여나 미국이 한국의 편을 들까봐 지소미아 파기라는 카드를 꺼내서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게 만들었고, 사드배치 이후 유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중국이 한국을 실컷 때리면서 일본과 친해지도록 만들었다. (일본군은 중일전쟁에서 약 2천만 명의 중국인을 죽였는데 이 어려운 것을 문재인이 해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북한에게 삶은 소대가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한없이 퍼주는 호구를 자처하며 모든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북한을 경계하도록 만들었지 않은가. 심지어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격언을 거슬러, 허허 웃으면서도 김정은을 빡치게 만들어 올해만 총 12번의 북 미사일 발사를 뽑아내는 쾌거를 이뤄냈다.(투수 문재인 대통령=홈런 제조기) 그 덕에 각종 비리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 아베의 지지율은 북한 헤드라인이 뜰 때마다 펑펑 뛰었다. 아베를 위한 폭죽을 쏘아올린 남자.

부동산을 보자. 문재인 정부는 서울을 폭등시키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보이는데 혹시 일본처럼 버블을 만들어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을 만드려는 것이 아닐까. 도쿄의 평균 부동산 가격은 80년대 말까지 5년간 약 3배 폭등한 뒤 버블이 꺼지며 폭락했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2.5년간 강남의 부동산은 평균 약 50% 이상 뛰었으니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있는 힘껏 집값을 위로 쥐어 짜려는 것 처럼 보인다. 정책실패? 동네 중졸 복덕방 아줌마까지도 우려하는 것을 사시까지 붙으신 인권 변호사께서 어디 모르시겠는가. 떽.

경제정책을 보자. 소주성으로 요약되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우리 제조업의 급격한 침체를 가져왔는데 세계 무대에서 한국 제조업의 가장 큰 경쟁자가 누구인가. 바로 일본이다. 한국의 제조업이 몰락할 때 가장 크게 웃는 것은 바로 저 일본이다. 소주성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도 거의 없고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소주성에 대한 고집을 놓지 않았다.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

셜록 홈즈는 말했다, "모든 가능성을 소거했을 때 남는 것이 답이다. 그것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현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이 대한 다른 가능성들을 모두 소거 하고 나면 두 가지 결론만 남는다. 이 정부가 단체로 병신이거나, 아니면 간첩이거나. 돌이켜보면 아마도 우리 영민하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국을 조진 윤석렬 역시 문재인의 손에 임명된 사람이다. 혹시 조국이 민정수석 시절에 눈치없이 일본을 향해 죽창을 들자고 말한 것이 문재인의 눈에 거슬렸고, 그래서 그를 어거지로 법무부 장관에 앉혀 만신창이를 만든 것 아닐까. 일식을 좋아하시는 가카께서 딸까지 일본의 극우계 대학에 유학보낸 것도 모르고, 청와대 한켠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킥킥대고 있었을 조국을 떠올리니 문득 눈치없는 그가 가련하게 느껴진다. 부디 콩밥 맛있게 잡수시길.

2019. 11. 14.

당신은 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지 못하나(수정)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선 밝히자면 나는 주식투자로 목돈을 만든 사람들을 존경하고 또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수도 없이 주식에 투자를 했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다. 나 만큼이나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내 친구들이나 주변인들에게도 주식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에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간혹 한 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중 대부분은 리딩방이나 개설해서 사기치는 양아치들이고 나머지 중 다수는 손실을 숨기고 수익만 자랑하는 허풍선이들이다.

내 비금융권 친구들은 여의도의 주식쟁이들이라면 영화에서 보듯 뭐 기가막힌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돈을 버는 줄 알고 있던데, 미안하지만 우리 금융권 사람들 만큼 주식을 못하는 집단도 드물다. 도대체 우리가 주식을 잘 못한다면 누가 주식을 잘하겠는가. 행여나 한 둘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주식과 달리 부동산시장에는 누구나 부자가 되지 않는가. 당신이 주식투자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데에는 분명한 네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자본시장의 왜곡.

예전 글에서 여러번(링크 링크 링크) 지적했다시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왜곡되어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성장성이 주가로 곧장 연동되지 않는다. 애초에 당신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도 고작 3-5%밖에 보유하지 않은 이건희-이재용이 회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왜 당신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를 온전히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가 예정된 그룹들은 예외없이 승계 전 주가가 폭락했다 승계 이후 반등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고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기업을 지배하는 변태적 구조가 지속되는 한 오너는 기업을 망칠 동기가 있으니까. 한 교수는 이를 자본주의가 아닌 재벌사회주의라고 불렀고(링크) 나는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우리나라가 만약 미국의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 재벌 오너들은 감방에서 여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제대로 기업가치를 분석해 보기 위해서는 회계장부를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 대형 유명기업들의 회계장부도 엉망인데 중소기업들은 오죽할까. 1980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출범한 이후 이런 일이 계속해서 벌어졌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다만 여기에 더 구체적으로 적지 못할 뿐.

둘. 전문성의 결여.

개미 투자자들은 늘 공매도 세력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개미들이 돈을 못버는 이유는 병신같은 주식을 병신같은 타이밍에 샀기 때문이지 공매도 때문이 아니다. 증권쟁이는 하루 내내 밥 먹고 주식을 분석하는 것이 생업이다. 여의도와 광화문에 저능아 등신들만 모아둔 것이 아닌 이상, 회사 갔다 데이트 하고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영화보고 술도 먹다 남는 시간에 (엉터리 숫자도 간간히 껴 있는)기업재무보고서와 그럴싸 한 인터넷 까페 글 몇개 읽는다고 기관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더 어리석은 일이다. 반면 부동산과 비교해 보자. 여러 이유로 기관은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기 어렵고 세제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무엇보다도 새들이 적절한 장소를 찾아 둥지를 틀고 곰이 굴을 파듯, 우리의 본능은 적절한 주거지를 골라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그리고 이 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앞선다.) 좋은 부동산을 골라내는 데엔 숫자로 점철된 보고서보다 우리의 본능이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 유명 투자자들이나 기관들이 특정 지역 부동산에 집중할 때, 복부인들은 코웃음을 치며 강남으로 몰려가곤 한다. 아마 이 부분이 부동산과 주식이 가장 다른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오늘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개미들은 자신의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서 남들보다 앞설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HTS를 켜고 매수를 누른다.

셋. 레버리지.

부동산은 자동으로 레버리지가 되는 상품이다. 갭투자를 하든, 아니면 은행 대출을 끌어 쓰든. 설령 100% 현금으로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래의 소비를 줄여 자금을 끌어다 부동산을 사기에 그들의 현금흐름을 보면 사실상 어느정도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주식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극도로 경계한다. 게다가 소비를 줄이지도 않는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벌었다고 쓰고, 터지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쓴다. 왜냐면 애초에 그 돈은 날려도 죽지 않을 돈이었으니까.(날리면 죽을 돈을 주식에 박은 투자자는 이미 다 죽었겠지.) 따라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제약을 뚫고 주식투자에 성공해도 그들의 인생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집값이 두배 뛰면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두 자산의 실적이 인생에 미치는 민감도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전혀 하지 않은 주식에 돈을 넣으면서, 투자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한 기업이 자동차를 만들면서 노력의 거의 대부분을 백미러 디자인과 에어백 색상에 할애한다면 결과가 좋을 수 없지 않은가. 심지어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투자하면서 자본을 적게 배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지 못하는 한계이다. 추가: 게다가 그들은 적은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터무니없이 큰 수익을 꿈꾸기 때문에 삼성전자같은 우량주가 아닌 이상한 잡주나 비트코인 같은 부실한 버블자산을 매입한다. 모두가 얌체같이 적은 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기 때문에 그런 대박이 가능한 자산들의 밸류에이션은 터무니 없이 높다. 로또의 기대값을 떠올려보라.(링크) 그래서 그들은 늘 버블의 끝자락에 뛰어드는 실수를 반복하기 쉽다.

넷. 장기보유.

삼성전자를 한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장기보유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부동산이 폭등하기 시작한 201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강남 부동산을 사든, 삼성전자를 사든 실적의 차이는 거의 없었겠지만 내 주변에서 그때 삼성전자를 사서 지금까지 들고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사람은 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에 특히 돈을 벌고 있을 때에는 시장의 작은 물결까지 다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오를때 팔았다, 살짝 빠지면 더 사서 쫒아가야지 라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심지어 아이작 뉴턴도 못한 일을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부동산은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세금과 부족한 유동성, 그리고 높은 거래비용은 사람들을 강제로 장기투자자로 만들어준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장기투자가로 변모할 때는 대부분 물렸을 때 뿐이다. 만약 강남아파트 ETF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ETF에 투자하는 개미들은 필연적으로 단타에 나설 것이기에 그들의 실적은 아파트 보유자들보다 현저하게 낮을 것이다. 거래빈도와 장기실적은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는, 특히 sns에는 부동산으로 번 돈을 폄하하는 젊은 자본가들이 많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건 누구나 한다, 그렇게 큰 돈을 깔고 앉아있는 것은 사실상 손해다, 그 시절에 레버리지로 삼성전자 주식만 샀어도 강남 부동산 만큼 벌었다, 등등. 하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았고, 삼성전자를 사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에 돈을 깔아둔 것 보다 못한 수익을 냈고 따라서 누구나 쉽게 버는 돈을 벌지도 못했다. 십수년 간 회사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투자에 나서며 깨달은 것은 투자란 마치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 물살을 거슬러 가는 것 보다 해류를 따라 가는 것이 훨씬 쉽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나 역시 주식보다 부동산으로 훨씬 큰 돈을 벌었고 이는 물결이 어느 방향으로 치고 있는지를 암시한다. 펠프스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류를 거슬러 가 볼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쩌면 평범한 투자자일 뿐이니 그저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해류를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언제고 물살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기에 우리는 그에 대해 오감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 글은 그에 대한 작은 고찰이다.

삼성전자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 34평의 지난 5년간 실적 비교

2019. 11. 10.

부동산, 어디까지 오르나

내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었다. 이제 서울 부동산의 공급은 끝났다. 청약로또를 바라보며 분양가상한제를 외치는 이 머리 나쁜 사이코패스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연할 것이고 저들은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나는 거기에 일말의 동정도 하지 않겠다. 남의 재산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이들에게 응당한 댓가가 돌아가는 것 뿐이지 뭘. 이제 뭐가 남았는가? 그래 너희들 하자는 대로 다 해보자.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망치는 당신들을 나는 지지한다.

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가 득표한 지역[빨간색] 문재인이 득표한 지역[초록색]                                                              우: 분양가 상한제 실시 지역
(투표 좀 잘하지 그랬어요 강남거주민님들)
하지만 그런 악당들은 소수고,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이 부동산 폭등이 정책실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부노선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 정부는 절대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현재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김수현, 김현미, 박원순 등. 80년대 운동권/좌파였던 그들은 대학생 시절부터 고수해 온 친북적 성향을 단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8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 남이나 북이나 독재자 아래서 자유가 없기는 매한가지고 북한이 더 잘 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북한이 빈민국으로 전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버린 적이 없었지 않았는가. 그럴 사람들은 전부 전향했지. 무려 35년동안이나 그릇된 신념을 품으면서도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인데 그런 그들이 서울 부동산이 고작 두 배 올랐다고 자신들의 정책 실수를 인정할까?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고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저들은 결코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다. 노빠꾸 상남자들 킵고잉. 캬.

그렇다면 부동산은 얼마까지 폭등할까?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 바뀌려면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해야 한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설령 그런 일이 벌어져도 개정된 법들을 다시 다 되돌리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엔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린다. 즉 현재의 주택부족은 2027년까지 100% 확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사막에서 조난당한 사람에게 생수 한 병을 100만원에 팔면서 적정가격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 아파트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중산층들은 고통스러운 경주를 시작해야한다. 5년 전만 해도 강남의 중형평수 소형단지를 알아보던 사람들은 작년에 마용성으로 임장을 다녀야 했고, 이제는 마용성도 놓치고 태어나 처음 들어본 지역들의 부동산을 기웃거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에 먼저 순응하고 눈을 낮춰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해야만 한다.(전에 작성한 글에서 말했듯, 당신이 40을 넘지 않았다면 인내도 좋은 선택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그래도 예측이 우리의 일이니 간단한 계산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경기도에 공급하는 신혼주택단지와 2기 3기 신도시가 서울의 집값을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먼저 가장 먼저 완공될 GTX-A가 들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역산해보겠다. 서울의 25평 대신 용인 수지, 일산 등의 25평에 사는 것은 어느정도 값어치를 가질까? 어려울 게 없는 간단한 계산이니 직접 해보기를 권한다. 먼저 서울과 수도권의 집을 비교하는 사람들의 평균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소득을 시급 만원으로 잡자. 그리고 수도권으로 이사가게 되면 평균 출퇴근 시간이 약 45분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1.5시간. 따라서 25평의 주 수요자인 맞벌이 가정은 둘이서 합해 하루에 3시간을 통근에 쓰게 되는 것이다. 시급 만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3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GTX요금 4천원을* 더하면 4만 6천원(30,000+4,000x2명x2왕복). 그리고 한달 30일 중 약 27일(휴일에도 서울로 외출할 수 있으니)동안 이 비용을 낸다고 계산하면 그들은 약 월 124.2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1년이면 약 1,490만원이 되고 이를 매매가격의 월세수익률 4.5%로 나누어주면 3.31억, 여기에 서울거주 프리미엄 20%를 감안하면 3.97억, 거의 4억에 가까운 금액이 나온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당 기회비용   : 10,000
통근시간 증가       : 1.5시간(왕복)
GTX 통근비용       :   8,000 (왕복)
평균 가구원 수      :      2명
하루 가구 지출      : 46,000 [(10,000*1.5+8,000) x 2]
월 비용(27일)        :    124.2만원
연 비용(12달)        : 1,490.4만원 (A)
월세수익률(신축) :       4.5%       (B)
매매가격 환산       : 33,120만원 (A)/(B)
서울 프리미엄20%: 39,744만원

따라서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용이한 강동이나 영등포, 혹은 관악구의 25평 아파트의 가격보다 4억 이상 저렴해야 GTX-A노선의 아파트들은 비교우위를 가지는 셈이다. 현재의 가격을 보면 동남권을 대체할 용인수지의 25평 가격이 대략 3.9억, 서북권을 대체할 일산/고양의 25평 가격이 약 2.5-2.7억으로 아직 4억의 차이에 미치지 못한다. 즉 GTX가 들어서는 지역의 집값을 훨씬 더 떨어뜨려야 서울의 수요를 분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당의 텃밭의 집값을 폭락시켜 서울의 집값을 잡는다는 정책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2,3기 신도시 계획들은 서울의 수요를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니 서울의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권의 물량은 계산에 넣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서울시의 주택 수급상황은 지난 30년간 가장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링크) 따라서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주택시장은 2006/07년보다 과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매매 비율은 지난 저점을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아래 그림)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 2022년에 정권이 교체되어 2027년에 수급부담이 해소되기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수급부족에도 불구하고 아주 보수적으로 향후 전세가 상승률이 지난 1년 평균 수준(1.5%)이라고 감안하면 2027년의 전세가격은 현재보다 약 12.65% 상승할 것이며 전세/매매 비율이 지난 저점에 도달하려면 매매가격이 현재보다 약 75% 오를 것이다. 아멘.
전세/매매 비율 변화

수식만 보면 학을 떼는 물리울렁증 환자조차도 아는 공식, F=ma를 낳은 근대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 하지만 그런 천재 조차도 런던의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전재산의 거의 전부를 날리고 말았다. 마크 파버의 분석에 따르면 뉴턴은 18세기 당시 대표적 버블이었던 남해회사에 비정상적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는 1720년 초, 회사의 주가가 뛰기 전 주식을 매입해서 불과 3개월 만에 두배 가까이 차익을 보고 매도했다. 하지만 그의 추천으로 주식을 샀지만 팔지 않았던 친구들이 더 큰 수익을 보자, 초조해진 그는 전재산을 들고 상투를 잡았다. 얼마간 더 오르던 회사의 주가는 곧 폭락을 시작하게 되고 뉴턴은 거의 파산상태에 몰려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만다. 그가 잠시마나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가 파산하기까지는 1720년 2월부터 11월 말까지, 고작 1년도 걸리지 않았다.이후 그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런 저런 수치를 들어 집값의 미래를 가늠해보지만 서울에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밀려나는 사람들의 공포와 시장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멍청이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내가 젊은 날을 부동산에 베팅한 것은 내 영민함을 믿어서가 아니라 저들의 멍청함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천재 뉴턴은 자신이 거인의 어깨에 서 있었기 때문에 멀리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인용하자면 나는 저 멍청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노라고 답하리라. 멍청이들 화이팅!

뉴턴의 남해 주식 투자 시점































*이마저도 너무 낮아 GTX 운용은 대부분 적자가 될 것이다.
**이는 내 독창적인 분석이 아니라 다른 여러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임을 밝힌다.
***혹자는 리만 전 금융버블기보다 더 과열될 수 있느냐고 묻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주택/주식시장을 보라.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진 지 수년이 지났다.

2019. 10. 9.

똑똑한 사람들이 왜 집을 사지 못하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하게 용트림을 하며 다시 랠리하기 시작한다. 지금쯤 과천에 처박혀 지네 집 시세를 찾아보고 낄낄대고 있을 김수현이나 그의 똥을 치우느라 금뱃지도 뺏기게 생긴 김현미도 아마 이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시장이든 전고점을 돌파할 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새 랠리를 반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복덕방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서열은 학력고사나 수능의 점수로 나뉘지 않는다. 행복만 성적순이 아닌게 아니라, 부동산도 성적순이 아니더라. 어째서 그런가.


크게 세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째, 그들은 자신을 과신한다. 내가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명문대학 재학/졸업생들 중, 개인투자 포트폴리오의 No.1 비중이 삼성전자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괴상한 잡주에 몰빵한 뒤 상폐, 쩜하, n토막 뭐 이런 용어들을 자주 쓰는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화내지 마라, 나도 그랬다.) 그들이 대한민국 최고 대표주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그를 뛰어넘을 더 훌륭한 회사를 고르려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는 계급이 없다. 아니 돈이 계급이다. 당신이 수많은 석박사를 거느린 이재용보다 훌륭한 회사를 찾을 능력이 있다면 당신의 자본이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수 없다.(알겠냐, 과거의 나야) 그들의 태도는 복덕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마주친 수많은 젊은 손님들은, 특히 안경을 끼고 얼굴이 희고 똑똑한 티가 날 수록, 저평가 우량주를 올바른 매수 타이밍에 사겠다고 이리저리 재고 잰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살지도 않는 그가, 그리고 복비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초짜가, 게다가 남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획 하고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쑬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미연준 금리가 어찌되고 무역전쟁 뭐시기 뭐시기 등, 집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수십가지나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모두 발생한다면 당신은 집을 사든 안 사든 어차피 망한다. 미래의 갈림길에서 한 쪽은 이래저래 망하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집이 없으면 괴롭고 있다면 편안한데 왜 망할때 덜 망하는 길을 택하나. 경제 전망에 따라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해야할 것은 다주택자들이지 그가 아니다. 김치가 먹고 싶으면 그냥 마트에 가서 사지, 향후 배추값의 전망과 고춧가루 가격 차트를 분석하나. 하지만 똑똑한 이들은 안정적 주거라는 기초적 욕구 앞에 온갖 생각들을 깔아놓는다. 빠지면 어쩌냐고? 그냥 들어가 살면되지. 뭐가 문제길래 그리 생각이 많나.


둘째, 그들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단기의 움직임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뿐이다. 장담컨대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짐 로져스도 HTS를 깔고 코스피 선물로 단타를 하면 손실을 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단기 전망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타를 할 수도 없고, 세금때문에 되지가 않는데 뭐하러 3달자리 1년짜리 전망을 하는가. 하지만 시험에서 한 개라도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삶을 살아온 그들은 그 짧은 단기전망조차도 틀릴까봐 걱정하며 결정을 주저한다. 오르는 시장에서 사자니,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보다 내가 바보 되는 것 같고  빠지는 시장에서 사자니, 내 뒤에 사는 사람이 나보다 더 싸게 살테니 내가 호구되는 것 같고. 이래저래 그는 결정을 미룬다. 이렇게 똑똑한 내가 바보가 될 수 없다는 그 두려움,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 그것이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게다가 [완벽하게 변곡점을 잡아내려 하지만 그럴]자신이 없는 그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신문에 나오는 대다수의 부동산 칼럼니스트들 중에서 등기를 여러번 쳐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선대인처럼 평생 등기소 한번 안 가본 샌님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망을 전망으로 둔갑시킨 유튜브 영상 몇개 보고 그들의 두치 혀(좀 짧으시더라)에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건다. 화이팅, 하지만 그들조차도 당신이 구독한 비디오 클립 몇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사러 간다. 집값 잡겠다고 큰소리치고 책까지 쓴 김수현도 청와대 월급과 책 인세를 모아 과천에 재건축을 샀지 않은가. 바보가 될 위험을 확실하게 없애는 길은, 결국 확실하게 바보가 되는 것 뿐이다.


셋째, 지나치게 눈이 높다. 또래끼리 모아놓고 친 시험에서 상위 5%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그들에게 상위 5%의 주거지가 주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으로 구매하는 것이고 자산은 소득 뿐 아니라 기간에 비례한다. 이건희의 작년 근로소득은 0이지만 그가 결코 우리보다 가난하다고 할수 있겠나. 과거 시험성적과 오늘의 소득이 상위 5%인 청년도, 평균적인 60살의 고졸 노동자보다 가난하다. 그러니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의 출발점이 결코 강남3구나 강북의 핫한 신축단지 일 수 없다. 나이, 학력, 계급장 뭐 다 떼고 붙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학 간판이 무슨 소용이 있나. 안타깝지만 당신이 못 사는건 버블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산이 모자라서다. 등기는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방법이 있으니 바로 대출이다. 미래의 소득은 보장되어있지만 현재의 자산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미래의 자산을 현재로 이연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이자를 낸다. 하지만 역사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그들의 소비지출** 때문에 젊은 고소득자들은 이자를 낼 돈이 없다고 항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지, 아니면 오늘날의 소비를 택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남들처럼 소비하면서 남들이 못 사는 지역에 등기를 치려는 것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          *         *
 

내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위의 세가지 실수를 모두 저질렀다. 나는 투자자가, 또 트레이더가 하면 안되는 실수들을 모두 다 한번씩은 저지른 적 있으며 그에 따라 크게 잃고, 다치고 심지어 다른 커리어를 알아본 적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방심하면 또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부던히 경계하고 조심하고 노력한다.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부디 똑똑한 그대들도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비난의 화살을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세력이나 다주택자가 아니라 정부로 돌리길 바란다. 분노하는 대중들은, 심지어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감정의 노예가 되어 정부로 하여금 더욱 강력한 사회주의적 정책을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더욱 왜곡된 수급을 초래할 것이며 따라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시행한 약 2년 반 동안 강남구는 약 53% 상승했으며 마용성이 평균 43% 성장한 반면, 정부가 강제로 쓸데없이 집을 공급한 일산이나 남양주, 수지와 같은 서민 거주지역들은 한 자리수의 성장을 보이거나 되려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나 주식이 아닌 바로 내 국적인데 아래와 같은 현상은 반드시 날카로운 사회적 대립을 초래할 것이고, 그 손실을 고작 부동산 몇개가 만회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취임 후 아파트 가격 변화

*여자와 남자는 뇌가 다르게 발달되어 있다. 아늑한 주거지를 선정하는 본능은 여자들에게 더 발달되어있고 또 대부분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여성이다. 남성이 아무리 분석해도 신상 샤넬백의 적정가치를 알 수 없듯 부동산도 일부 그런 특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주택 대신 예금을 택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그들은 내가 저 YOLO들과 왜 같이 묶이냐며 발끈하겠지만, 예금금리가 자산 인플레(혹은 명목경제성장률)를 쫒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금을 한 것은 미래의 안정을 구매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금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다.

2019. 9. 26.

주택시장에 대한 흔한 착각 두가지.

최근 정부의 새 부동산 정책에 관한 여러 논의를 지켜보며 사람들이 가지는 흔한 오해 두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1. 세입자에게 전월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권한을 주는 것과 2. 분양가 할인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대중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이 둘은 모두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다.

1. 전월세 계약을 2년 연장할 권한은 집값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최소 2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현재 당정은 2년이 만료된 뒤, 세입자가 2년 더 전월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법은 전세가격을 올려 갭투자자들의 주택구매를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서는 전세가격은 대체로 상승한다.(최근 CP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지만 이는 잘못된 소비자물가 바스켓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4년 간의 전세가격은 2년보다 높고, 향후 10년 간의 전세가는 4년 보다도 더 높다. 따라서 전세기간을 늘리면 세입자가 계약시 맡겨야 할 전세금이 올라간다. 그리고 전세금을 올리는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시장은 공평하다. 누구도 손해보는 계약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계약의 조항이 다른 한쪽에 불리하게 되어있다면 거래 상대방은 그 만큼을 보상해주어야 계약이 이루어진다. 앞서 정부가 고려하는 개정안에 따르면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권리는 세입자에게만 있다. 집주인은 2년 뒤 세입자를 붙잡고 싶어도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전세금을 빼줘야 한다. 하지만 권리는 공짜가 아니다.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권리를 주게 되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금융용어로 세입자는 2년 뒤 계약을 연장할 옵션을 사게 되는 것이고, 집주인은 옵션을 팔면서 그만큼의 프리미엄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대개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지불될 것이다.


2. 분양가 할인은 공급을 줄이는가.

당연하다. 10억짜리 물건을 9억에 팔 사람은 소수고 그걸 5억에 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정부가 이 10억짜리 물건을 싸게 팔라고 강제하면 물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그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공급이 끊어진다. 이런 아주 단순한 원리를 부정하며 공급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든다. 1980-2000년에도 분양가는 크게 할인되어 판매되었지만 공급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두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그 시절의 이자율이 높았다는 것과 당시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 검증되지 못했다는 것.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짓기도 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선분양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과거 건설사들과 주택조합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집값을 미리 내고, 대신 조합과 건설사는 그 이자 만큼 조달비용을 아끼니 대신 집을 싸게 줄 수 있었다. 집을 다 짓고 분양하는 후분양을 추진할 경우 건설기간 동안 공사비를 조달해야해서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강 계산했을때 과거의 기준금리가 6-8%였다면 신축가격 100에 해당하는 분양가는 약 85-90정도가 된다. 따라서 1억짜리 집을 10% 싼 9천만 원에 선분양하는 것은 그냥 제값에 판 것이지, 싸게 분양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조달금리는 턱없이 낮으며 공사기간도 단축되었다. 그러니 과거처럼 신축아파트보다 15% 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하게 되면 조합과 시공사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분양을 안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선택권을 가지는 것은 늘 유무형의 비용을 동반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내게 수익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선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정말 거지같은 집을 지을 수도, 럭셔리한 고급주택을 지을 수도 있지만 분양받은 계약자는 설령 부실시공이라도 무조건 그 집을 인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많은 건설사들이 난립했기 때문에 아파트의 질이 A급에서부터 D급까지 다양했다. 따라서 분양가격은 이런 위험을 반영해서 낮게 측정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는 대형시공사들은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고, 심지어 고급 아파트의 경우 독자적 브랜드를 도입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앞서 말한 위험을 반영할 필요가 적어졌다. 그러니 분양가가 기존 신축보다 낮아져야 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두 정책은 모두 전세가격, 그리고 매매가격 모두를 상승시킬 것이다. 하지만 바보는 끝까지 바보 짓을 반복하니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 처럼 바보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실거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서 집을 사기를 권한다.

누구를 위해 연금은 매수를 누르나

와. 도대체 한국 증시가 세계 증시를 앞서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그저 조용히 이 랠리를 즐기고 싶다만 뭔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주식을 병들게 한 것이 정치였는데, 주가와는 달리 정치는 점점 악화되니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배경에는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3영업일동안 매일 주식을 사들였고, 그 금액은 이달 들어서만도 벌써 2.5조가 넘어갔다. 역대 30일간 사들인 금액으로 보면 역대 최대치를 찍었으니 국민연금의 이런 매수행테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해 연금은 매수를 누르는 것일까.

모든 금융사들은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인다. 고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득을 우선하는 행위는 그 경중에 상관없이 심각한 처벌을 받는다. 최근 여의도에서 몇몇 직원들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선행매매를 했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들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두번 다시 금융시장에서 잡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짓을 아무리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몇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는데 올해 국내주식비중을 줄인다던 국민연금은 갑자기, 난데없이, 뜬금없이 폭풍같은 매수주문을 내며 시장의 팔자 호가를 뜯었다. 그 배경에 대해 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목표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더 사야 했다"고 답하지만, 매매 행태와 종목을 보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대단히 어렵다. 그들이 그런 비정상적 매매에 나선 것은 최근 부진한 정권의 지지율이나 일본을 상대로 펼치는 자존심대결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입자의 이익보다 다른 정치적 목적을 우선하는 것을 수도 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당장 현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이력부터 보면 금융쪽에서 일한 경력이 단 한줄도 없다. 심지어 비슷한, 덧셈뺄셈이라도 해 본 경력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그는 평생 계산기 한번 두드려 본 적 없고 회계장부의 각 항목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억지로 국민연금의 연관고리를 찾으라면 그가 국민연금 본부가 이전한 전주시 덕진구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는 점, 그것 단 하나 뿐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4-5위 수준의 대형 기금으로 운용자산이 600조가 넘는데,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탑 펀드매니저들은 아무리 적어도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삶을 누린다.  하지만 그들과 경쟁하는 국민연금은 인구가 꼴랑 65만 명 밖에 안되는 전주시에, 그것도 도심에서 20분 넘게 떨어져 있는 외곽 깡촌에 쳐박혀있다.

그렇다고 돈은 잘 주나. 그럴리가 있나. 이 펴엉등한 나라에서. 장담컨대 아마 그들이 경쟁하는 헷지펀드에서 일하는 비서의 연봉이 더 높을 것이다. 돈도 안주는데다 깡촌에 쳐박혀있는데 우수인력이 거기에서 일하고 싶을 리가 없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하자 막대한 수의 운용역이 우르르 빠져나가 인력충원에 크게 애를 먹지 않았나. 심지어 전주가 고향인 사람도 전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데 누가 거기로 따라가나. 남은 사람들과 새로 충원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의도나 광화문으로 이직하는데 실패하고 업계에서 헷지펀드 비서만큼의 연봉도 못 받는 사람이다. 당신의 연금은, 그리고 노후는 이런 사람들의 손에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국민연금을 전주로,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로 이전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국민의 노후를 망가뜨린 보상으로 김성주는 세계 4대 연금의 이사장 자리를 맡았다. 축하한다. 당신의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렸다.

이런 펀드의 실적이 좋을리 없다. 국민연금은 먼 미래에 돌려주겠다며 국민에게서 600조의 돈을 걷어간 뒤 계산해보니 나중에 못 돌려주겠다며 돈을 더 내놓으라고 겁박하는데, 이를 보면 사회면에서 숱하게 읽은 연인에게 사기당한 사례가 떠오른다. 처음엔 더 큰돈으로 돌려주겠다며 한푼 두푼 삥땅치다 점점 큰 금액을 뜯어가는 그런 비극적인 결말의 이야기들. 상식적으로 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하면 없애버려야지 왜 돈을 더 붓나.

며칠 전 검찰은 삼성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도와준 혐의로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연금이 가입자의 이익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은 명명백백히 처벌받아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폭락하는 지지율 대신 주가를 올리는 짓이나 국회에 의석 수 한두 개 늘리겠다고 가입자들의 미래를 망치는 짓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아니, 재벌의 경영승계는 수십 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국민연금을 망치는 짓은 매시매분매초 벌어지는 비극이다. 어제부터 국민연금의 매수세가 멈췄는데 아니나다를까 한국 주식은 여지없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빈자리는 우리 가여운 개미들이 메우고 있다.

정치논리로 국민들의 노후를 망치는 악당들이 있을 곳은 전망 좋은 사무실이 아니라 깜방이다.

당장 가라.




2019. 9. 22.

현재의 이상한 분양제도: 486들의 착취

또다시 분양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 오후에 모델하우스 앞에서 몇시간 씩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또 그렇게 몇백대 1의 경쟁률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청약자들을 보면서도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믿는 소수의 멍청이들이 있고 비극은 그들이 정책결정자들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글에서 나는 김수현을 머리가 나쁜 촌놈이라고 비난했는데(링크) 심지어 그랬던 나도 저 인간이 못돼 처먹기까지 한 줄은 몰랐다. 그는 과천의 한 재건축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단지는 그가 스스로 입안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를 간발의 차이로 피해갔다.

하지만 그렇게 못돼 처먹은 것은 김수현 하나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이상한 분양정책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2030대는 분양시장에 관심이 적어 넘기고 싶겠지만, 차근차근 따라와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제도야말로 저들이 노골적으로 당신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제도는 국민주택규모, 즉 약 35평 이하의 아파트의 분양은 100% 가점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가점제란 무주택기간, 자녀 수, 청약통장 보유기간 등등에 따라 종합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제도이다. 얼핏 듣기에는 합리적으로 들리겠지만 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어떤 사람이 가점이 높을까?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높다. 그들은 과거의 무주택기간도 길었고 자녀 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가구는 소형이 아닌, 중대형 평수를 원한다. 그런데 왜 그들에게 소형평수를 우선배정한다는 것일까? 이 분양정책이 시행된 이후 각 신축단지의 24평 아파트는 거의 모두 486/586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훌쩍 큰 자녀를 하나나 둘을 둔 486가족은 결코 24평 아파트의 실수요자들이 아니다. 소형평형의 실수요자들은 2030대 신혼부부들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형아파트를 우선배정하는 괴상한 제도다. 심지어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으니 과거의 무주택 기간이 길었다면 청약점수가 높아 소형아파트를 가져갈 수 있다. 24평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32살의 신혼부부지만, 그 집을 분양받는것은 그들이 아니라 아이를 둘 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정책으로 대출을 모두 막았다. 따라서 미래소득은 많지만 당장 오늘의 자산은 적은 신혼부부는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없고, 모아둔 돈이 좀 있는 42살의 운동권세대가 실수요자도 아니면서 소형아파트를 싼값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신혼부부가 청약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집은 당장 필요도 없는 40평 50평대 뿐인데, 게다가도 그들은 자본이 모자라 이런 집에 청약을 넣을 수도 없다. 즉 현재의 청약제도는 신축아파트를 죄다 4050대에게 몰아주는 제도나 다름없다.

이 개편안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김수현미가 미숙해서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했기에 곧 시정될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임대사업제도가 변하고 장기보유특공제도가 수정될 동안 이 괴상한 분양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이 개편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바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의도는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산 나는 2주택자가 될 테니 젊은 너희는 세입자로 들어와 살아라, 어디 젊은것들이 벌써부터 집을 가질 생각을 하냐, 세입자 신세도 겪어보고 그러는게 다 청춘이지. 너무나 조국스럽지 않은가. 저들이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조국을 쉴드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는  젊은이들에 대한 운동권세대의 착취다. 그리고 이런 착취를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최저임금제. 해고를 어렵게 만들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회사가 신규고용을 막고 기존 경력자들의 연봉을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링크) 저 운동권세대가 구축하려는 사회주의는 이상의 세계가 아닌,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처럼 소수의 당원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실제의 사회주의다. 사회주의의 이면을 꿰뚫어 본 조지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동물을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그리고 저 운동권 세대는 자신들에게 더더욱 평등한 분양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들은 이에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그 보다 큰 평형은  50%만 가점제, 나머지는 추첨
**1주택까지는 청약의 우선순위를 유지할 수 있고 무주택 기간은 30살부터 세기 시작한다. 따라서 집이 없는 32살의 신혼부부보다 40살에 집을 산 1주택 42세의 운동권 가장이 가점이 훨씬 높다.

2019. 9. 8.

희망의 가격

로또를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춰야 상금을 지급하는 로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바보같이 비싼 상품이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800만분의 1보다 더 작은데*, 이 바늘구멍을 뚫고 당첨되었을 경우의 상금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서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수령액은 매출액의 1/3로 줄어들게 된다. 수학적으로 1천원짜리 한 장의 기대값이 약 333원인 셈이니, 로또는 내재가치의 3배나 되는 증권이나 다름없다.

물론 적정가치의 10배 100배에 팔리는 주식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주식들은 애초에 내재가치를 계산하기 어렵지 않은가. 게다가 잡주는 일시적으로 폭등하기도 하지만 결코 과대평가 수준에 장기간 머물수 없다. 하지만 로또의 기대값은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확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정 가격의 세배라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보다 더 안정적으로 더 비싼 상품을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바보들만이 로또를 산다고 생각했다. 아니고서야 누가 이렇게 비싼 프리미엄을 내고 이걸 사나. 아무리 얼빠진 동네 바보라도 "돈놓고 돈먹기, 천원 내고 삼백원 먹기"라고 외치는 야바위꾼의 테이블에 앉지는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난 10여년간 나는 이 업계의 수백억대의 자산가들이나 명문대 박사학위를 사진 영재들이 로또를 사는 것을 보았다. 나보다 더 돈이 많은 사람도,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도 로또를 산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희망을 필요로 하고 부자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으스대며 수억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며 늘 부족함을 느낀다. 사람은 원래 만족을 모르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게다가 수입이 큰 만큼 지출도 크기에 가족들을 위해 이런 저런 비용을 모두 빼고 남는 돈도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나면 오늘의 나를 위한 돈은 몇 푼 안남게 된다. 당신의 연봉이 5천이든, 5억이든, 50억이든, 다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정, 연봉 50억은 솔직히 장담 못하겠다.) 해가 진 뒤 우리 직장인들의 삶은 다 비슷하다. 연봉 5천의 김과장은 3호선을 타고 연신내로 돌아갈 터이고, 연봉 5억의 대니 킴은 포르쉐를 몰며 타워펠리스로 향하겠지만 집에 도착한 그들은 똑같이 윗집 남편, 아내 친구 남편, 딸내미 반장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당하고, 비교하며 좌절한다. 서른살이 넘으면 삶의 테두리가 어느정도 선명해지고 자신의 미래도 적당히 그려지지 않는가. 그 추세에서 벗어나려면 한 번의 모험을 해야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다. 무섭다. 따라서 작은 비용으로 삶을 바꿔줄 희망을 찾게 된다. 그 마음 만큼은 부자도 똑같지 않을까.

게다가 로또는 그런 희망을 독점한 유일한 상품이다. 천원의 소비로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심지어 개폭등할 알트코인을 찾았다고 해도, 고작 천원어치를 사면 당신의 미래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뭐 친구들에게 술 한번 사고 정말 운좋으면 좋은 시계도 하나 살수 있겠지. 천원으로는 이젠 컵라면이나 김밥한줄도 사먹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 돈으로 로또를 한장 사면 수십억 어치 상금을 받을 꿈에 부풀어 한주를 지낼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나. 국가는 이런 극단적 페이아웃 구조를 지닌 상품들을 사행성이라는 명목으로 금지하면서도 뒤돌아서 열심히 복권을 판다. 하기사 담배도 인삼도 그리고 카지노도 마찬가지지. 로또는 그렇게 희망을 독점하고 있다.

공급이 제한적인 독점시장의 가격은 늘 균형점을 넘어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렇게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3배의 프리미엄이 붙어도 불티나게 팔리는 로또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난히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고 나면 불꺼진 업무지구 내 조그만한 한 편의점에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대형 금융사의 등기이사도 청소부도 계산대 앞에 나란히 서서 서로 어색한 눈인사를 나눈 뒤 들뜬 마음으로 여섯개의 숫자를 세심하게 고른다. 누구는 사랑하는 이의 생일을 찍을 것이고, 누구는 자신만의 행운의 숫자를 떠올릴 것이다. 아마 그 숫자들 만큼이나 당첨금을 어떻게 쓸지 그 꿈도 다양하겠지. 그렇게 제냐 수트와 아식스 츄리닝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들뜬 마음으로 각자의 꿈을 한장씩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 순간 만큼은 모두가 평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희망의 값어치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소중한 법이니까. 부자에게도, 또 빈자에게도.



*1/45C6=8,145,060

2019. 9. 1.

2020년 예산안 평가, 홍남기의 MB화(★★★★☆)

지난 29일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513조 5천억원으로 확정하여 오는 9월 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예년보다 약  9.3% 늘어난 규모로 R&D, 에너지(환경) 그리고 SOC투자지출을 대폭 늘렸다. 나는 과거 포스팅에서 경제불황이 온다면 한국은 과거 리만사태때보다 더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링크), 만약 국회에서 이 예산이 통과된다면 그 예측은 빗나갈 것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재정정책은 어디다 쓰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많이 쓰는 지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지, 정부가 기가막힌 사업에 돈을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바보같은 사업에 돈을 퍼부어도 그 돈을 벌어들인 약싹빠른 사업가들은 현명하게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케인즈경은 아예 땅을 파서 돈을 묻으라 했다.) 따라서 순수하게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정부의 재정적자 폭만 보면 되지, 구체적 예산안을 뜯어볼 필요는 없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도 적자재정은 GDP의 약 1.6-1.9%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는 가장 공격적 재정지출이 될 것이다.

이 공은 마땅히 홍남기에게 돌아가야할 것 같다. 지난 국회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그는 내년도 예산안의 첫자리가 "5"가 될 것이라며 언질을 주긴 했지만, 그가 실제로 가져온 숫자는 대범하게 500조 선을 훌쩍 넘긴 513.5조였다. 나는 그를 무색무취의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홍남기를 재평가해야할 것이다. 그는 MB와 강만수 못지 않게 공격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다.

재정건정성에 집착하는 일부는 방만한 예산을 지적하며 국가부채수준을 운운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은 세가지 이유에서 틀렸다. 첫째,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논할 때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은 경제가 건강할 때 관리하는 것이지 위기상황에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올해 발표되는 모든 데이터는 단 한가지도 빠짐없이 지난 10년 이래 가장 심한 경기침체를 예고하는데 지금 부채비율을 운운하는 것은, 마치 트럭에 치여 피를 줄줄 흘리는 응급환자를 두고 혈중 콜레스트롤 수치가 높으니 살을 빼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나중에 따지자. 둘째, 한국의 공공부채는 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더라도 약 GDP의 70%선으로 선진국이나 OECD평균에 비하면 그닥 높지 않다. 다시말하지만 국가부채가 낮은 나라는 탄자니아나 북한, 고조선같은 나라들이 가장 낮다. 우리가 1998년에 겪었던 사태는 달러표시 부채의 상환이 문제였지 그 당시에도 정부는 원화표시 부채를 갚는 데엔 아아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셋째, 재정건전성을 대하는 대중의 기본 시각은 부채가 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존재한다. 폐쇄된 시스템 아래서는 한 사람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다. 내가 은행에서 백만원을 빌린다는 것은, 누군가 은행에 백만원을 예금했다는 것과 같다. 즉 한국의 대외부채/자산이 같다면 현재 우리가 진 빚은 지금 살아있는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 것이지, 우리들의 후손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폴 크루그먼의 글을 추천한다.(링크) 부채는 결코 악이 아니다.

물론 좋아하기는 아직 이를 수 있다. 국회는 이 수퍼예산을 반드시 반대할 것이고, 특히나 재정건전성에 변태적으로 집착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예산안을 축소하려고 들 것이다. 현재 여야는 세가지 이슈, 1. 조국 임명 2. 선거법 3. 내년 예산안 대립하고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1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2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야의 합의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양보할 카드는 바로 3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예스맨에 불과한 줄 알았던 홍남기가 이런 공격적인 예산안을 준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앞서 그는 차기 총리로까지 거론되는 김현미의 분양가상한제를 유예시키는 등, 경제부총리로서의 목소리를 점차 내고 있는데 부디 현 정부가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 애초에 우리가 청와대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은 것은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바라기 때문 아니었던가.


[다만 별을 4개만 준 것은 세입계획에서 법인세의 감소를 가계에 대한 약 8.1조의 세수 증가로 채웠기 때문이다. 가장 효율적인 확장적 예산은 감세안을 동반한 공격적 적자예산이라고 생각한다.]

2019. 8. 24.

☆경축☆ 분양가 상한제 시행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기뻐하는 이들을 보고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분양가상한제는 분명 재건축 진행중인 소유주들에게 고통이다. 하지만 많은 무주택자들이, 혹은 비강남 거주자들이 분양가상한제를 박수치며 찬성한다. 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장대호가 희생자를 보고 "죽을 짓을 했다"라며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듯 저 대중들 역시 자신의 사이코패스짓을 정당화하고 있다.

나같은 다주택자들에게 이 분양가상한제는 어마어마한 호재다. 이 제도는 주택공급을 철저하게 틀어막아 가격폭등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왜 저 대중들이 이 제도를 반기는지 알 수 없지만, 저들이 사이코패스들처럼 미쳐 날뛰는데 나혼자 반대하고 열 내봤자 결국 내 손해다. 그래서 나는 겸허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했다. 소수의 재건축 조합원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기뻐하는데 뭐 다 좋은일이라는 것 아닌가. 저들은 기분이 좋고 나는 부자가 되어 좋고.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내 친구들과 후배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남는다. 그래서 다시한번 분상제를 비난하는 글을 남긴다.

현 정부가 발표한 모든 부동산정책은 서울의 공급을 옭죄어왔다. 용적률제한, 기부채납, 임대주택의무화, 한강변 층고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그리고 분양가상한제. 용적률을 600%에서 300%으로 낮추면 6천세대를 지을 땅에 3천세대 밖에 못 짓는다. 기부채납은 간단히 집을 지을 땅에 공원이나 학교를 짓는 정책이고 임대주택은 주택의 효율적 배분을 망가뜨린다. 한강변 층고제한은 한강조망 아파트의 수를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말이 초과이익이지, 이익이 없어도 세금을 걷어가는 이상한 제도로 재건축사업을 막는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제도다. 현재 승인된 재건축사업의 분양이 끝나고 나면 이제 서울에는 신축아파트 공급은 없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매년 서울의 신축아파트 입주는 연평균 5천세대를 넘지 않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가 집값 상승을 야기하지 않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것인데 이 정책은 문제의 원인분석부터 예상파급효과까지 잘못되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현재 신축 아파트들은 실제 시세보다 약 10-25% 저렴한 가격에 분양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선분양으로 인한 위험을 짊어지는데에 대한 보상도 있긴 하지만 매번 경쟁률 1:1을 크게 넘어서는 분양실적들을 보면 현재도 분양가가 크게 디스카운트되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분양가가 fair value라면 대부분의 아파트는 미분양 나야 한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의 주장과 머리나쁜 사이코패스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신축분양은 시세를 올리는 역할을 하기는 커녕 반대로 주변 아파트 시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이 신축분양이 막힌다는데에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약 20% 할인된 분양가를 추가 20% 할인할 것이라고 한다(아니면 굳이 분양가상한제를 왜 하겠나). 하지만 세상에 손해보며 사업을 벌일 호구는 없다. 조합은 재건축을 하며 신축아파트를 지어 팔며 공사비를 충당하는데, 애초에 10억짜리 집을 6.4억에 팔아야한다면 조합은 3.6억의 현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재건축에 나서겠는가. 이미 HUG의 할인된 분양가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어 공급부족을 야기했는데(링크) 이제 이 효과는 극악으로 치닫는다. 실제로 내가 지켜보는 몇몇 재건축/재개발 희망 단지들은 아예 계획을 접었다. 이 현상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해당 단지의 주민들이 인테리어 공사를 보면 된다. 좌절한 구축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대대적 수리다. 거시적으로 서울 내 공급의 폭락을 수치로 보고 싶다면 건설주의 KOSPI대비 퍼포먼스를 보라. 시장은 늘 정직하다.


서울 내 아파트들의 준공년도별 수

재건축 없이 서울의 주택수급환경이 얼마나 악화될지 수치로 확인하자. 보다시피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는 1988-2004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보통 20년이 지나면 구축아파트로 분류하는데 올해가 2019년이니 20세기에 지은 아파트들은 모두 구축이 되는 셈인데, 이 물량이 무려 97만채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저 차트에서 빨간선 왼쪽의 집들은 모두 21세기 한국인의 생활수준에 맞지 않는 개발도상국 시대에 지은 집들인 셈이다. 당장 향후 몇년만 보자. 재건축에는 아무리 빨라도 5년이 소요되니 2024년 기준에서 건축연한 40년을 넘은 아파트들은 모두 27만 4천 채로 전체의 17.5%나 차지한다. 그리고 서울 내 신축아파트의 실질가격 상승을 막으려면 이 물량을 모두 소화해줘야 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공급실적은 처참하다.

인허가가 없다면 미래의 공급도 없는데, 2017년의 인허가물량이 준공되고 나면 이후에는 지독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는 저 2017년에 인허가를 신청한 74,984채의 조합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이고 그를 본 이웃의 다른 재건축 조합원들은 체념한채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데, 이제 재건축 조합은 정부가 미래 분양가를 얼마로 후려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도 싸워야한다. 이제 미래의 주택공급은 서울시내 요지에 멍청이들과 호구가 500-1000가구씩 모여사는 곳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다.

특히 2030대들이여. 이 부동산정책이 자신의 인생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마라. 설문조사를 보면 이 무주택세대들은 잘못된 부동산정책들을 그 누구보다도 충실히 지지했다. 정부는 그 바보장단에 맞춰 장구를 두드린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65층으로 재건축하지 않으면, 또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을 500%로 올리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지역에 등기를 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물려받을 재산이 없다면 더더욱. 게다가 서울의 요지에 아파트가 모자른 것이지, 수도권의 아파트와 서울내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공급은 충분하다. 포르쉐를 모는 것이 이동권이 아니고 수퍼모델과 섹스를 하고 캐비어를 먹는 것이 기본권에 속하지 않듯 요지의 신축 아파트에 사는 것은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나에게 2호선 역세권 5분거리의 신축을 달라, 조망과 부대시설도 함께"라는 요구는 그 누구도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심지어 당신의 부모조차도 그럴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 그 책임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인데, 자신의 실패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칼을 꺼낸 강서구PC방 살인사건의 범인처럼 당신들은 성실하게 살아온,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 전부인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칼날을 휘두루고 있다. 문제는 그 상흔이 자신들에게도 미친다는 것이다. 2030대들과 무주택자들이 김현미의 집권 첫날부터 그녀의 정책에 반발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지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했다면 서울의 집값은 현재 수준에 도달 할 수 없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파생이든 뭐든 나는 정책을 예상하고 분석해서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사람이지 정책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수의 2030대들과 무주택자들 그리고 현 정부가 계속해서 실기할 것이라고 믿어 부동산에 투자했고 (조국과는 달리) 그에 따른 폭탄같은, 하지만 수익에 비해서는 미미한 세금을 내고 전세입자들에게 싸게 전세를 준 한낱 임대사업자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들과 후배들이 올라가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 앞에서 좌절하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공감하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술자리를 마무리 하고 돌아서면 또다시 대중이 저 미친 정책을 지지하며 또다시 좌절의 턱을 높이는 것을 목도한다. 나도 지쳤다. 될대로 돼라. 나는 사이코패스들이 한 방에 모여 존재하지도 않는 부동산 작전세력을 처단하겠노라며 서로를 베고 찌르는 칼부림의 향연에서 빠지련다. 그래 실컷 찔러라. 잘한다. 잘한다.


*시장원리대로만 보면 분양신청자는 늘 근처 구축아파트를 매매로 살 수 있는 옵션과 분양에 참여할 옵션, 두가지 선택지를 가진다. 따라서 신축아파트의 가격이 적절하다면 특정 날짜에 근처 매매시장의 몇배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져나올 때 구매자들이 모두 분양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지난 몇년간 서울의 분양시장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소수에게만 기회를 주는 1순위 분양만으로도 1:1의 경쟁률을 크게 넘어섰는데 이게 분양가가 매우 저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