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4.

오만과 편견, 그리고 시기심.

가끔은 내가 너무 빛나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그 질투심에 눈이 멀어 나를 찌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가 빛날 수 있던건 다른 이들이 당연히 누리는 많은 것들을 가지지 못한 댓가라는 것을. 그리고 믿었던, 내가 아끼던 사람들이 내 목 뒤에 가시를 박아넣을수록 나는 더 많은 것을 잃어간다는 것을.

가장 가까운 동료로 여겼던 이가 내게 등을 돌렸다. 그것으로 그가 어떤 이득을 보았다면 차라리 납득하기 쉬웠으리라. 여긴 원래 그런 곳이니까. 하지만 그는 아무런 댓가없이, 오히려 내가 주는 지원과 호의를 포기하면서까지 내게 등을 돌렸다.

내가 그리도 미웠나보다.

2016. 7. 14.

잘못된 브렉시트 이야기

1. 브렉시트 평가절하하기-조진서 기자의 글(링크)

이 글의 핵심은 브렉시트의 여파가 어떨지도 모르는데다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때 코스피를 삿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략하게 경력을 찾아보니 글쓴이는 공대출신으로 스포츠 신문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MBA다녀와 경영관련 잡지에서 일하며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기고하고 있다. 내세울 경력이 외국계 신문사와 해외MBA등이라 그런지, 글의 서두를 '영국이 얼마나 잘난 나라인데 너희들이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냐?'라고 시작하고 수백수천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한 입으로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에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는 자신이 맞았단 증거로 영국 주식의 반등을 든다.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고 그와 같은 시장의 인식은 주식의 반등과는 무관하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위 차트는 GBPUSD환율 차트인데 브렉시트와 함께 파운드는 1주일만에 약 15%하락한 뒤 현재까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 전세계 시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차원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기다렸고 자산시장의 회복은 그 조치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식과는 달리 GBPUSD환율과 영국 국채금리는 브렉시트는 여전히 영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암시한다. 그럼 왜 주식시장과 다른 시장들은 반대로 움직일까?

그 답은 아마 기업들의 회계장부에 있을 것이다. 영국은 금융 뿐 아니라 무역에서도 막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자산이나 수익의 상당부분은 해외로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충격으로 통화가 크게 평가절하된다면 대차대조표의 해외자산으로부터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해외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정반대의 효과를 보겠지만 일반적으로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은 자산보다 부채의 환위험에 민감하니 헤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손익계산서에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파운드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고 동시에 주식이 반등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가 영국에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결론이다.

한 증권사 친구는 브렉시트 투표 직전 이뤄진 유로 2016의 예선경기에서 잉글랜드 팀이 이기자, 신난 영국인들이 유로존에 대해 거부감을 덜 가질 것이라며 주식을 샀다. 차라리 그 친구의 분석이 더 흥미롭지 않은가. 그 역시 돈도 벌었고.

*환위험이 헷지되어있지 않을 경우. 또 그 평가익을 당해 회계장부에 반영하는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


2. 20일이나 뒤늦은 브렉시트 이야기-장태민 칼럼(링크)

3주나 지난 신문을 유심히 읽어본 적이 있는가? 화장실에 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을때를 제외하면 그럴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톰슨 로이터 코리아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장태민이라는 사람은 그런 글을 쓴다. (게다가 돈을 받다니 더욱 놀랍다.) 이 사람은 보통 자기 sns에 올리기에도 창피한 개인적 소회들을 마치 시장 이야기인듯 엮어 쓰는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사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글은 역작 중의 역작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 브렉시트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한 시점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小史를 작성하다니, 마치 정보의 휘발성을 표현한 율리우스 포프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동안 시장은 1)재빠른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있었고 2)지난달의 부진을 불식시키는 강한 미 고용지표와 3)이로 인한 EM시장으로의 자금유입등이 이루어졌다. 근데 이제와서 브렉시트라니. 

그의 칼럼은 시기의 적절성 뿐 아니라 내용의 부실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각국은 일상적인 환율전쟁을 벌이면서 금리를 낮추곤 했다. 각국 정부 관료나 중앙은행 총재들은 '협력'을 다짐하면서 실제로는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라'는 원리에 충실하면서 통화가치 낮추기 등에 골몰했다."

2010-11년에는 각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환율을 올렸다. 디플레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명한 Fed를 제외한 모든 멍청이들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환율전쟁이라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지 않나, 2012년 이후 자신이 마주한게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라는 것을 깨달은 중앙은행들이 대거 인하에 나서자 환율전쟁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그럼 2014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해서 달러 강세를 주도한 Fed는 환율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의 경제만 회복하고 있는가? 


시장에 대해 잘못된 툴을 가지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브렉시트가 영국경제에 나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나 파운드화가 절하되며 환율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처럼 잘못된 툴에 기반하고 있다. 시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그의 이야기를 곡해해서는 안된다. 

2016. 7. 7.

현대카드와 회현동 LP판 아재들 -자기의 이득이 정의인줄 아는 사람들



*    현대카드가 음악과 관련한 상품들을 파는 Vynyl & Plastic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매장을 오픈하자, LP판매의 메카인 회현동의 상인들이 출동하여 시위를 벌였다. (현대카드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겠지만)대기업이 영세상인들의 영역에 진입하여 그들 생계에 타격을 주니 그들이 분노하는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이익일 뿐 정의가 아니다. 시대가 몇번이고 변화하는 동안 소비자들에게 더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소비자들은 저런 문화공간을 잃어야 하는가? 저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우리가 LP판들을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가? 효율성이 낮은 사업과 산업은 더 효율적인 사업에 밀려나기 마련이다. 그래야 사회 전체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처음 가게를 열 즈음, 전차와 승용차 택시가 도입되며 수많은 인력거꾼들은 직업을 잃었다. 왜 그들은 인력거꾼들이 몰락하는것을 방치하고 값싼 전철과 택시를 이용하여 출퇴근했는가. 그들이 다시 일당 10만원을 지불하고 출퇴근시 인력거를 이용한다면, 나 역시 20%더 비싼 값에 LP들을 구매하겟다.


*    그들은 결국 자기 밥그릇을 위해 피켓을 든 것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밥그릇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현대카드를 비 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을 먹여 살리는것이 정의라고 설파하는 것이다. 사실 정의를 외치는 수많은 주장들이 이처럼 이기적이다. 집값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집이 필요한데 현재의 비용을 지불하기 싫으니 나를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투기꾼들이다. 집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부가 집에 달렸기 때문에 재산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자산가들이다. 가난한 이는 돈을 더 달라며 복지를 외치고 부유한 이는 돈이 아깝다며 덜 주겟다고 항변한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나는 그런 이기심을 미워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뱃속을 불리는 일이 정의라고 믿는 머저리들을 경멸한다.


*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 영세상인들의 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기업들의 과오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은 세계 2위인데 비해(1위 미국) 서비스업 생산성이 형편없이 낮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들이 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제로 묶여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정서가 대기업들의 서비스업 진출에 부정적인 이유는 제조업에서 그들이 보인 횡포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제철, 전자제품 등 수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로 통폐합되는 과정은 순수하게 시장의 경쟁을 통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정경유착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이 과정속에서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고, 그 종업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신세계가 치킨체인점에 진출하면 동네치킨을 운영하던 사장님을 높은 몸값과 복지를 주며 스카웃할거라고 기대하는 대신, 그 집을 망하게 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의 통폐합과정에서 실제로 그들은 그랬다. 그러니 저 회현동 LP가게 사장들도 똑같은 두려움을 지닌 것이리라.

2016. 6. 29.

파리와 이스탄불, 그리고 한국인들의 이중성.





파리와 브뤼셀에서 테러가 일어났을땐 sns에 온갖 추모글과 사진을 올려대던 사람들이 터키에서 테러가 일어나자 이에 무관심으로 대응한다. 결국 터키 테러에 대한 추모는 연관검색어에도 올라오지 않는다. 유럽의 백인들이 십수명 죽은건 가슴 찢어지는 비극인데,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혹은 다마스커스에서 아랍인들이 죽어가는 것은 그저 지구촌 소식 칸에 주기적으로 업뎃되는 남의 이야기 일 뿐이다. 그들에게 파리와 이스탄불은 수성과 토성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이다. 여기에 어찌 저열한 인종주의가 없다고 할 수 있겟는가. 인간이 다른 이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추도하는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이 선별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그것은 나찌나 다름없다. 나찌는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사이코패스들이 아니다. 다만 특정 부류의 사람들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나는 머저리들이 인지하지도 못하고 저지르는 범죄와, 그들이 내보이는 가식 그리고 싸구려 논리에 역겨움을 느낀다. 이에 침을 뱉으리.

2016. 6. 27.

철딱서니 없는 금융 당국자들

경제주체들, 상황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 -한국은행 총재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불안해하거나 성급하게 행동할 필요 없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침착한 대응 필요. -금융위원장

브렉시트가 터진 후, 주말 내내 고심한 정책당국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국제 금융시장도, 대형 펀드 매니저들도, 다른 중앙은행들도 향후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자국경제상황도 똑바로 파악 못하는 아시아 변방의 당국자들이 상황판단을 이미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돈은 고작 3조원 뿐.

경제고위관료들이 현 경제상황에 대해 저토록 편한 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은, 올바른 경제정책을 시행할 인센티브 전혀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손해를 보지만, 중앙은행 총재는 4년째 인플레 타겟를 하회하고 경제전망을 수정해도 국회에 나가 몇마디 욕 먹는것으로 끝난다. 국회의원들은 경제가 나빠지면 당선에 실패하지만 남대문 공무원들의 연금은 꼬박꼬박 지급된다.

역대 가장 매파적이면서 가장 오랫동안 금리를 내린 현 한은총재는 외부기관들이 금리정책에 대해 이리저리 훈수를 두자 '통화정책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생각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세계모두가 불안해하며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는 동안 알맹이 없는 립서비스로 시장을 진정시킬거라고 믿는 저 두사람을 보며, 공무원들은 통화정책에 대해 가장 고민 안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철부지들을 정녕 어찌할꼬. 

2016. 6. 26.

엿같은 테러와의 전쟁

자신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정부들을 무너뜨려놓고 어찌 난민이 없길 바라는가. 그들은 민중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하나, 그렇다면 왜 그리도 많은 민중들이 IS에 가입하는가. 남의 나라 정부가 정의롭지 못하다며 그를 갈아치우기 위해 수많은 폭탄과 탄약을 퍼부은 이들이 난데없이 타국의 간섭을 거부하기위해 EU에서 탈퇴한다는 쇼를 벌인다.

테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쟁을 일으킨 국민들이 테러를 비호하는 것에 조소와 경멸을 보낼 뿐이다. 남의 집에 벙커 버스터를 터뜨려 가족들을 몰살시킨 이가, 그 친척들이 자신의 도시에 폭탄을 터뜨렸다고 비난한다. 민간인을 타겟으로 하는 테러는 더럽다고 욕하지만, 어디 전쟁의 포탄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는가. 당장 youtube에서 검색해봐도 테러보다 수십배 더 많은 민간인 살상 현장들을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군인보다 몇배 더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 싸이코패스 같은 이기심이 너무나 역겹고 적과 내 가족을 증오와 죽음으로 몰아가는 너의 무식이 너무도 혐오스럽다.

살인자들이 살인자를 욕하는 그 광기에 침을 뱉으리.

2016. 6. 25.

Brexit

으레 그렇듯이, 시장에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잊어버리고 싶은(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사건들이 터지곤 한다. 바로 오늘의 브렉시트가 그랬다. 평화롭게 시작했던 아시아의 아침은 곧 패닉으로 뒤덮혔고 화면의 모든 차트와 상품가격들은 발작하듯 요동쳤다. 계좌의 손익보다도 더 큰 마음의 충격을 받았을 트레이더들은 멍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으리라. 불면의 밤을 보낸 런던/뉴욕의 친구들에게는 몇시간이 더 지나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    많은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도 아니니 시장이 금새 회복할 것이라고 말한다.(나 역시 진심으로 그러길 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브렉시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지 않은 미국의 2년 금리는 20bps나 하락했는데, 나는 적어도 지난 3년간 이런 충격을 본 적이 없다. 만약 모두가 대비하고 있었다면 왜 이런 쇼크가 오는가? 미국 이자율 시장은 또한번의 리세션을 예고하고 있었고, 이와같은 충격은 간신히 반등하던 레버리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주말동안 준비해 둔 시장 안정책을 내놓을텐데, 만약 조치들이 시장의 패닉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으면 폭락은 오늘 하루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여로모로 지금의 사건은 2011년 여름과 닮아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영국의 EU탈퇴 모두 제도적으로 대비할 틈이 없던 상황에서 그 여파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터졌으며, 마침 경제는 매우 취약한 지점에 있었다. 하지만 리만사태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리만은 근 10년간의 낙관론이 무너진 사고였고 은행시스템이 붕괴했다. 브렉시트는 그정도로 걱정할 사건은 아니다.

*    브렉시트가 더 충격적인 점은 조현증 환자마냥 분열된 영국의 맨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불과 2년전 스코틀랜드인들에게 UK에 남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던 잉글랜드인들은 EU를 떠나기로 결정했고, 잔류를 원하던 스코틀랜드인들은 UK에 속한 죄로 EU에서 같이 방출되었다. 북아일랜드인들과 뉴햄프셔인, 런던에 거주하는 삼십대의 화이트칼라는 교외 농장에서 일하는 오십살의 블루칼라와 너무도 달랐다. 스코틀랜드인은 잉글랜드에 분노하고있고, 그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총리는 사임했다. 이제 스코틀랜드의 이탈을 어찌 막을 것인가. 그리고 불과 30년 전까지 소총과 사제폭탄으로 독립을 외치던 아일랜드인들이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United" Kingdom의 시대는 끝났다.

*     흥미롭게도 영국의 통합과 분열의 역사는 그들의 흥망성쇠와 수명을 같이했다. 약 300여년 전 잉글랜드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통합한 뒤, 그들은 전 세계를 제패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뤄냈다. 그리곤 제국을 유지할 힘을 잃게되자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시도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현상은 영국 뿐 아니라 전 유럽의 문제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분열했던 지역인 유럽(한때 독일은 약 1500여개 공국으로 쪼개져 있었다.)에서 크고작은 나라들이 이리저리 뭉쳐 (상대적으로) 소수의 근대국가들로 다시 태어나자 그들은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현재 21세기에 그들은 미국과 아시아의 부상에 밀려 점차 세계무대의 주연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분열이 시작됐다. 그렉시트와 브렉시트 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날까? 우리는 아마 EU에서 국가들이 이탈하는 것 뿐 아니라 국가에서 지방이 이탈하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가 그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 뒤를 카탈루냐, 바스크, 롬바르드 등이 따르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21세기는 분열의 시대가 될 것이며 잉글랜드인들은 오늘 그 첫 총성을 쏘아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