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Vh2I2HabjEM
사전투표를 앞두고 아버지와 식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정부의 국정철학은 스탈린이 다스리던 소비에트 연방에 가깝다고. 제1공화국에서 태어나 정치가 폭력과 너무나도 가깝게 맞닿아있던 시기를 살아오신 아버지는 그런 험한 말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된다며 나를 나무라셨지만 나는 이들의 행태를 다른 순화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국민을 의도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을 달리 뭐라고 부르겠는가.
다른 나라들의 확진자 증가 추이는 이미 1월 초중순에 정점을 찍었지만 한국의 코로나 환자는 아직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매일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사망하고 있다. 갑자기 한국에서 코로나가 악화된 주된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역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찍기 전에 방역조치를 완화할 경우 확진자들의 수가 지수적으로 폭증했고 이런 패턴은 한국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친여당 성향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 |
지난 총선 이후 나는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유권자와 후보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고, 또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타인의 마땅한 권리를 억압하는, 일종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권리를 함부로 윽박지르며 억압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 결과가 정치공학적으로 불리할지라도.
하지만 나는 사전투표에 나서는 것이 마땅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약 80% 이상의 유권자들이 반드시 투표에 나가겠다고 답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그보다 늘 10%가량 낮다. 인간은 늘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니까.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실천할 수 있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쯤 멋진 전문직에 몸짱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의지를 선거 당일의 당신이 배신할 가능성이 더더욱 크다. 산술적으로도 매일 20만 명의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린다면 선거 당일 약 115만 명의 유권자들이 자가격리 중일 것이고 그중 실제로 투표에 나설 생각이었던 85만 명의 유권자들의 마음은 지금과 사뭇 다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오랜 시간 트레이딩을 해오는 동안 내 전망은 수도 없이 틀렸으며 때때로 손절하고자 했던 자산이나 포지션을 제때 버리지 못했고 트레이딩의 원칙을 너무나도 많이 어겼다. 따라서 나는 3월 9일의 나 자신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사전투표에 나설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전투표를 꺼리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권했다.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당신의 의지보다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러 야당 지도부의 분노가 더 크다고. 그리고 선거에서 질 경우 우리가 겪을 후폭풍보다 그들이 겪을 고난이 더 클 것이다. 그런 그들이 사전투표를 택하지 않았는가.
사전투표하세요.
하지만 우리가 두 발을 디딛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곳은 그 매트릭스가 아니지 않은가. 북한이 남한의 영토를 포격하고 우리의 땅에서 시민과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며 중국이 대만의 방공지역을 매일같이 침범하는데다 러시아의 탱크가 키예프를 향해 돌진하는 바로 이 현실이다.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도덕과 당위가 아닌 철과 피 뿐이다. 인류의 역사가 늘 그랬듯이. 그리고 그런 세계에 사는 정상인의 눈에 운동권들의 저런 현실인식은 미친사람의 절규처럼 들린다.
코리안 싸이코. 그리고 진짜 비극은 그 앞에 노스가 아닌 사우스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성급한 대화에 나섰고 그 첫 희생양은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었다. 처음에는 공동 응원단과 올림픽 공동 입장만을 계획했지만 청와대의 누군가가 더 큰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과 북의 선수를 한 팀으로 묶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 제안은 빠르게 현실화되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선언한 직후 남한은 북에 단일팀에 대한 제안을 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는 청와대의 발표로 최종 확정되었다.
개막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팀 스포츠에 새로운 선수들을 편입하라는 주장은 얼핏 들어도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이념이 현실을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념은 미사일을 불상의 발사체로 증거인멸을 증거 보존으로, 그리고 전과 4+범을 유능한 대통령 후보로 둔갑시키곤 하는데 불과 23명의 어린 선수들의 꿈을 찢어놓는 것쯤이야. 엔트리에서 탈락한 한 선수가 용기를 내어 그와 같은 결정의 부당함을 알렸지만 청와대는 각하의 권위로 그들의 목소리를 침묵시켰고 그 결과 선수들은 이름조차 낯선 외지인들과 호흡을 맞춰볼 새도 없이 떠밀리듯 빙판에 올라야 했다. 청와대는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공정이라 말했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유로 챌린지에서 3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2위, 세계 선수권대회 디비전 1그룹 A에서 2위에 오르며 착실하게 성적을 쌓아가고 있었고, 또 임진경 선수와 박윤정 선수는 한국 팀에 합류하기 위해 원래의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으로 귀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조국은 그녀들을 이념의 제물로 바쳤다. 결국 한국은 8개 국가가 참가한 대회에서 전패를 기록하며 개최국이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고야 말았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릇된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젊은 선수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미래를 유린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비극에 눈을 감고 다수는 허황된 평화쇼와 내셔널리즘에 한껏 취해 있었다. 거의 전 연령에서 국민들은 이념과 쇼를 위해 선수들의 꿈을 앗아간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념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국민들의 허가를 받은 문재인 정부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우리는 그 선수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처음에는 천안함과 연평도의 유족이, 그리고 현역에서 복무하던 젊은 남성들이, 그리고 집을 찾던 신혼 부부들이, 그리고 구직서를 들고 회사를 오가던 취준생들이, 그리고 저소득 노동자들이, 그리고 자영업자가, 그리고 세입자들이, 그리고 곧 온 국민들이 평창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이념이라는 싸구려 독주에 한껏 취한 불량배들은 자신들의 의도는 선했노라고 국민들을 윽박질렀고 좌파 언론인들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구세력의 책동, 혹은 낡은 반공주의의 잔재라는 낙인이 찍힌 채 불태워졌던가. 하지만 그 희생자들의 명단에 청와대와 민주당 권력자들의 이름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들의 상처를 외면하던 국민들이 같은 정치인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뒤통수를 맞는 것을 본 그 어린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치즘에 저항하던 한 목사의 시를 나지막이 읊지 않았을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누군가가 이 정부가 어디서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냐고 물을 때 우리는 마땅히 한때 해맑게 웃던 그녀들의 얼굴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2018년 평창 여자아이스하키팀 (남북단일팀 구성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