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0.

살인자들의 선거법

사전투표를 앞두고 아버지와 식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정부의 국정철학은 스탈린이 다스리던 소비에트 연방에 가깝다고. 제1공화국에서 태어나 정치가 폭력과 너무나도 가깝게 맞닿아있던 시기를 살아오신 아버지는 그런 험한 말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된다며 나를 나무라셨지만 나는 이들의 행태를 다른 순화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국민을 의도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을 달리 뭐라고 부르겠는가. 

 

다른 나라들의 확진자 증가 추이는 이미 1월 초중순에 정점을 찍었지만 한국의 코로나 환자는 아직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매일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사망하고 있다. 갑자기 한국에서 코로나가 악화된 주된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역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찍기 전에 방역조치를 완화할 경우 확진자들의 수가 지수적으로 폭증했고 이런 패턴은 한국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방역을 거듭 완화한 이 조치는 그간 정부가 밝혀온 가이드라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 추이가 꺾일 경우, 혹은 치명률이 현격하게 낮고 병상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사망자의 숫자가 낮게 유지될 경우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1월 16일 확진자의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넘어 5천 명에 근접하는데도 정부는 첫 번째 완화조치를 내놓았으며 약 한 달 뒤 확진자의 숫자가 20배가 늘어나 10만 명을 돌파했는데도 두 번째 방역완화에 나섰고 그로부터 3주도 안되어 확진자가 30만에 달하는데도 다시 한번 방역지침을 대폭 완화했다. 심지어 세 번째 방역 완화는 역대 최대 사망자를 기록한 날 발표되었다, 그것도 본디 3월 13일까지 예정되어 있던 방역지침을 전례 없이 앞당겨서. 하필이면 선거가 불과 1주일 남은 그 시점에.  
지난 세 달간 정부가 급박하게 갈아치운 방역정책 덕에 코로나 환자는 세계 1위로 폭증했고 전체 세계 인구 중 불과 0.7%에 불과한 나라에서 확진자 수는 세계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라고? 위중증/사망자의 수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이대로라면 인구의 0.1%가 매달 죽어나갈 텐데 위드 코로나의 목표가 이런 것인가? 아 자랑스러운 K-ill 방역. 즉 명백하게 방역정책의 목적은 코로나 관리에 있지 않았다. 되려 확진자 수를 황급히 늘리기 위해 취하는 조치로까지 보이기도 한다.

어째서인지 정부가 내놓은 모든 방역지침들은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망자가 폭증하는데도 방역지침을 완화한 것은 자영업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선거를 불과 2주 앞두고 그들에게 몇백만 원의 지원금을 살포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거 당일 기준 약 185만 명의 확진자들이 격리되어 투표권이 일부 제한되었는데 사전투표를 꺼리던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의 투표율 역시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바이러스는 사망률이 높은 노인층, 다시 말해 야권 성향이 가장 강한 유권자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투표소를 오가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살인자의 선거법. 스탈린스러운 이들의 선거전략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노영민 비서실장은 재작년 여름 시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시 집회 주동자들을 두고 살인자들이라며 소리 높여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 일일 사망자는 최대 6명을 넘지 않았고 확진자들의 수는 고작 300명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방역조치 완화로 일일 확진자 수는 천 배나 많은 3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의 수 역시 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한 1월 16일이래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들은 무려 3336명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코로나 사망자 412명의 약 8배에 달하는 숫자이다. 이제 노영민과 기모란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를 주도한 너희들의 면상에 이렇게 소리치겠다. 너는 살인자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죽도록 방치한 살인자들이다. 그래, 너희는 나치나 스탈린 같은 살인자들이다. 

그리고 이제 너희들은 이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댓글 11개:

  1. 시체팔이 정권답네요... 꼭 이번엔 응당한 대가를 치뤘으면 좋겠지만 여소야대 형국이라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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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영민이 찾아 헤메던 살인자는 바로 자신과 동지들이었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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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 내용이랑 접점은 크지 않지만
    이준석에 대해서도 평가를 미루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반지성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인 페미병신들과 쉰내나는 민족주의 운동권세력을 제거하고 그담에 말하는게 맞지 않나 합니다
    일단 과가 있더라도 선거 승리로 이끌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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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준석에 대한 제 평가는 명확합니다. 이준석은 이긴 장수고 승장은 승장으로 대우해야합니다. 그 전제를 깔고 나서 인정할건 하고 비판할건 하는 것이지 어쨌든 이긴 당대표에게 책임론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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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청와대 대변인이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히던 도중 울음을 터뜨린 사건 역시 본 글에서 말씀하신 내용에 강한 심증을 보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권이 서로를 견제하는 건강한 민주주의가 지난 10여년 간 처참하게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광경이 아닌가 싶더군요. 특히 지난 5년간 그들이 보여준 추태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어야 마땅할 나라'에 가까웠습니다. 현재의 방역 역시 과학적 근거를 정치적인 이유가 잡아먹음으로서, 이유는 사라지고 편을 가르는 수단만이 남은 결과물이겠죠.

    갓 30대에 진입한 남성으로써 세 번째로 뽑는 대통령입니다만, 사실 그간 선출된 이들의 행태를 고려하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가지고 선거에 참여했어요. 이번 기회에야말로 구태스러움을 내려놓고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근거를 기반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민심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선으로 결정된, 편을 가르지 않는 공정한 정책을 펼쳐나갈 정부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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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 전 자영업자표 가져올려고 한줄 알았는데요..... 무섭습니다. 명확한 오해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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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의 내용은 단순한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자영업자 표를 위해서라면 사망자/확진자가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도록 풀지는 않았겠죠. 그것도 연달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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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저번 대선보다 5% 넘게 투표해주신 60대 이상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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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님 추측에 저도 동의... 표에 미친 살인 정당...국힘은 정은경 앉혀놓고 청문회 열어서 정치 방역 여부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꼴에 0.7% 차이로 이긴 것도 이긴 거라고 국개들끼리 웃고 자빠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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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사소한 거지만 본문의 인구는 7%가 아니라 0.7%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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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적 감사드립니다! 곧바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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