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집단의 규모에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고작 20-30명의 무리로만 구성된 반면 호모 사피엔스들은 100명 이상의 집단을 구성할 때도 있었고 때때로 다른 무리와 연합하여 그 이상의 규모를 이루기도 했다. (현대 가장 큰 집단인 중국의 인구는 15억 이상이다.) 그러니 아무리 개개인이 뛰어난 네안데르탈인조차도 호모 사피엔스들의 집단 공격을 이겨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증거는 우리의 행동양식에도 깊이 남아있다. 침팬치와 같은 타 유인원들은 아무리 가까운 친족에게도 결코 자신의 새끼를 맡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과 유전자가 전혀 섞이지 않은 이웃에게도 아이를 맡긴다. 이렇듯 우리의 생존 비결은 바로 집단화, 사회학적인 단어로 사회화에 있었다. 태초부터 사회주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생존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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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단화를 곧장 사회주의로 연결하는 것이 논리적 비약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 둘은 필연적으로 이어져있다. 대규모의 집단을 이루려면 분업이 필요한데 구성원들끼리 생산물을 공유한다는 믿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집단은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식량을 찾을 수 있을지 알수 없다면 누군가는 가젤을 잡으러 가고, 누구는 낚시에 나서며, 어떤 이는 과일을 따러 갈 것이다. 해질녘에 돌아온 그들이 모였을 때 실패한 이들에게도 자신의 수확물을 나누어줘야 내가 실패했을때 저들도 나에게 식량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첫 발생부터 큰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면 이런 평등은 후천적 학습이 아닌 우리의 본능에 기인해야 한다.
이는 한 심리학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카타리나 하만 박사는 3살짜리 아이들을 둘씩 짝지어 줄을 동시에 잡아당기면 장난감 구슬들을 얻지만 한 쪽에겐 3개, 나머지 한 명에겐 1개씩 불평등하게 배분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실험에 참여한 75%의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구슬 하나를 상대에게 나누어주며 공평하게 2개씩 가졌는데, 이는 교육을 받기 전에도 인간이 협업한 상대에게 생산물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참고로 침팬지들을 같은 실험에서 동료와 획득물을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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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같은 방식으로 진화적 종의 경쟁에서 정점에 오른 생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개미. 당신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이 아니더라도 개미와 인간에겐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개미와 우리는 기후를 가리지 않고 전 대륙에 퍼져 살고, 둘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그렇다. 개미도 농사를 짓는다), 거대분업으로 생산한 먹이를 나누고, 또 빈번하게 전쟁을 벌이며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렇게 인간은 땅 위를 평정했으며 개미는 땅 아래를 정복했으니 이 두 종은 지구를 공평하게 반반씩 나눠가진 셈이다.
한낮 개체로서의 개미 역시 너무나 초라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위풍당당한 하늘소나 사나워보이는 사마귀에 비해 땅바닥에 떨어뜨린 잉크방울 같은 저 조그만한 개미를 보노라면 우리는 종종 그들이 땅 속을 지배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하지만 개미는 인간보다도 먼저 농업과 목축을 시작했으며 훨씬 더 철저한 분업과 계급에 의해 효율적으로 사회를 운영한다. 전쟁이 발생하면 몇몇 인간 전사가 그러하듯, 개미 역시 오로지 자살이 목적인 특공대까지 운용하곤 한다. 인간이 소뇌의 언어처리능력을 발전시켜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이끌어냈다면 개미는 독특한 유전자변형(개미는 수정시 정자에서 받은 유전자의 절반이 없어져 형제끼리는 유전자의 75%를 공유한다. 반면 대부분의 양성생식 동물은 형제끼리 50%만 공유한다.)을 통해 사회주의를 이룩했다. 진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생명의 나무에서 인간과 개미가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불구하고 동등한 진화적 성공을 이룩한 것을 보면 두 종이 채택한 사회주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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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계보를 그린 생명의 나무: 개미와 인간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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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에서는 사회주의와 전체주의를 혼용해서 썼지만 엄밀히 저 둘은 다르다. 아니 사실 대체로 같다. 우리는 전체주의를 표방한 독일과 사회주의의 종주국 소련이 맞붙은 2차세계대전의 기억 때문에 그 둘이 매우 다른 것으로 인식하지만 이들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 밖에 없다. 개미와 인간에게 성공을 가져온 것을 무엇이라고 명명하든 이는 결코 민주적이지도, 또 자본주의스럽지도 않다. 이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실패가 인간 본성에 반하는 정치시스템 때문이라고 배워온 우리 자유진영 사람들에겐 불쾌하리만큼 낯선 결론을 안겨준다.
어쩌면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비록 사회주의가 현대의 체제경젱에서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인간 본성에 맞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레닌이 연단에 올라서기도 전부터, 또 스탈린이 시베리아에 굴라크를 세우기도 전 부터 수도 없는 사회주의적 실험이 존재했고 또 하나같이 실패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사회주의를 마치 달콤한 사탕처럼 계속해서 집어먹는다. 인간의 몸이 단짠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은 좀처럼 사회주의를 밀어내지 못한다. 넘어져서 코가 깨지기 전 까지는.
우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재인의 사회주의는 이미 엇나가고 있고 때가 되면 대중은 그 부작용을 깨닫고 이명박같은 지도자를 찾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는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 가져가며 개헌선을 넘겨 34년만에 헌법이 개정되는 것이었는데, 일단 그 선은 지켰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앞으로 정치는 게속해서 시끄러울 것이고 또 대중이 현실을 깨닫기까지 더 많은 사건들이 터지겠지만 이들이 대한민국의 장래에 불가역적인 상흔을 남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가 헌법에 명시된 한은.*** 그래도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좌절에 빠진 이들을 위해 미국의 20세기 소득세율 표를 공유하고자 한다. 미국 뿐 아니라 모든 선진사회는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의 노선이 너무나 멍청하기 때문에, 그의 사회주의는 아래 수준에 이르기 전에 좌초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다들 너무 낙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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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고세율 구간: 1916년 이전과 1925-31년을 제외한다면 1986년 이전 미국의 소득세 최고구간은 상당히 높음 |
* 사하라 이남의 인류를 제외하면 우리 모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3-5%정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는 그 두 종의 혼혈 후손인 셈이다.
** 개미 외에도 벌이나 흰개미도 있다. 참고로 흰개미는 개미가 아닌 바퀴벌레의 아종.
***하지만 만약 개헌이 된다면 나는 곧장 영주권을 취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