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4.

이주열. 치매거나, 혹은 못났거나

최악의 순간에 최악의 인물이 정책결정자 자리에 앉아있을 때 어떤 촌극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신라의 경애왕은 견휜이 침공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포석정에서 파티를 열었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잡혀 죽었으며, 한국의 현대사에서 5.16사태가 터지자 미군까지 나서서 쿠데타군을 진압하겠다고 한국정부에게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결정권자였던 장면총리는 수녀원에 쳐박혀 기도나 하고 있다 축출되었다. 그리고 이런 희극인지 비극인지 구분되지 않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동시에 10% 안팎으로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자 거의 모든 주요국의 금융수장들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았다. 연준은 일정에 없던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하여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였고, 영국 호주에서는 중앙은행과 행정부가 동시에 통화정책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것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역시 재정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시행하여 경기침체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무것도 없다. 중앙은행장이 대통령에 이어 우한코로나 사태가 별것 아니라고 선언한 것 외엔.

한국은행은 2월 14일, 2월 18일, 그리고 3월 4일 세차례나 시장의 패닉에 대응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이 사태가 별거 아니라며 설레발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오늘 코스피와 코스닥, 그리고 선물시장에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한국은행은 "임시 금통위 개최를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마치 핏물이 흐르는 전쟁터의 야전병원마냥 시뻘겋게 변한 모니터 속의 숫자들 한 가운데서 하얗게 질린 우리에게. 아마 전쟁이 터져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촌평을 내놓는다면 이만큼 웃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은 2월 20일이었는데 그로부터 23일이 흘렀건만 한국은행은 아직도 금리인하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이 2월 29일인데 연준의 첫 인하는 3월 3일이니 두 중앙은행간의 엄청난 갭이 돋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현재 3월 13일까지 미국 이외에도 호주, 캐나다, 일본, 잉글랜드, 노르웨이, 홍콩, 중국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모리셔스 세르비아 같은 나라들도 모두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했다. 과연 한국은행은 뭘 하는 조직일까. 과연 우리나라가 현대 통화정책을 쓰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혹자는 대규모 판데믹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리를 0.25%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 의문을 품고 한국은행을 옹호할 지 모른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역할은 주식시장의 안정이 아니라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에 있지 않냐고 하면서. 하지만 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고작 주식이 몇%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을 넘어 패닉으로 치닫고 있고 실물경제의 타격으로 다시 한번 디플레의 위협에 빠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3달 뒤에 나오는 GDP 수치를 보고서야 대응에 나서겠다는 중앙은행을 보고 있노라면 맥박이 멎어야 응급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무엇보다 정부는 착한 임대료운동이라며 건물주들에게 임대료를 낮출 것을 지시하는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얌말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매기는 임대료와도 같지 않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방기하면서 할 수 없는 착한임대료운동이나 운운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가깝다. 법률적으로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은 금융수장들과의 만찬을 주선하고 대책을 내놓을 것을 당부했지만 거기서도 통화정책이 설 자린 없었다. 유일한 조치라고는 주식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한 것 뿐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조치로 한국의 금융시장에 더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대부분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펀드들은 한국기업이 망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롱숏 전략의 일종으로 전망이 나쁜 기업을 공매도하고 전망이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숏 뿐만 아니라 롱도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 따라서 롱숏전략이 막힌 투자자들은 이제 전망이 좋은 기업의 주식까지 팔아치울 것이다. 아멘.

우리는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총재를 짊어지고 있다. 어쩌면 박근혜의 최고 실책은 최순실이 아니라 애초에 이주열을 한은 총재로 앉힌 것이며 저런 무능한 인간을 연임시킨 것이야말로 문재인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이다. 처음엔 글의 제목을 못난 이주열이라고 적었지만 그의 위대함 멍청함을 장식하기엔 두글자의 수식어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별것 아니라고 우기는 모습은 그가 혹시 치매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으며 강남부동산 때문에 나라경제가 무너져도 금리인하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은 마치 한복 입고 클럽에 가서 EDM에 맞춰 사물놀이 춤을 추는 것 만큼 우스꽝스러웠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한국은행이라는 조직이 유지되는게 과연 합리적인지 모두가 돌아보게 만들었다는데에 있다. 단언코 그는 내가 본 모든 중앙은행장 중 가장 최악의 인물이며 우리는 최악의 순간에 최악의 결정권자를 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앙은행장은 당장 탄핵해야 한다.

댓글 9개:

  1. 둘 다 인거 같습니다. 못난 치매. 임기가 앞으로 2년은 더 남았는데 아무것도 안하면서 대우는 우리 세금으로 최고급으로 받고 사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은은 2월 금통위에서 가장 글로벌리 선제적으로 인하 찬스가 있었음에도 쿨하게 동결로 문을 닫았지요. 예정에도 없는 긴급 미팅으로 50bp 씩이나 인하를 하는 다른 중앙은행들을 보면서 이주열 총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생각이 없었겠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과의 싸움은 자신있다고 말했을때, 현 여당은 부동산 잡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와중에 한은이 인하를 할까 싶었어도 코로나 여파로 빠르게 경제가 망가질 조짐이 보이니, 이건 어쩔수 없이 인하로 가겠다 싶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개나 줘버린지 오래이고 한국은행 총재뿐 아니라 한은 직원들도 보면 대부분 의식을 가진 사람은 많이 없는듯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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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쩌면 문 정부의 수장과 이주열은 대한민국의 가계부채폭탄이 터지기를 가장 간절히 소원하는 두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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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요근래 상황을 지켜보면서 무능력한 지도자보다는 차라리 부패하더라도 능력있는 지도자가 더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라도 잘 쓰던가... 답답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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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늘 이주열이 병신인지, 개병신인지 판가름하는 날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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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부동산 잡겠다는 아집이 제 발목을 잡은게 아닐까 싶은데 정말 너무 못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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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얘들이 통화정책을 제대로 쓰면 그게 더 놀랄 일이죠. 금리 내린다고 하면 부동산은 어쩌라고 소리 나왔을테고, '무슨 수를 쓰든 강남 부동산은 잡겠다'고 했었지요. 전부 망쳐놓으면서 돈 쓸 궁리만 하고있고, 더 망쳐질 수록 더 쓰겠다고 하는걸 보면 분노를 넘어 슬픔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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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일국의 통화정책을 논하면서 강남부동산 버블이 어쩌고 하는 인간들 진짜 이해가 안되요
      한국은행이 강남부동산 가격관리센터인줄 아나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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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요즘 흘러가는 상황 보면 제2의 imf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납니다. 하라는 한미 스와프는 안 하고 쌩뚱맞게 위안화 스와프 할까봐 정말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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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미국이 손내밀어서 통화스와프 체결했는데... 그걸 또 자기공처럼 포장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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