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2.

그놈의 갬성정치

사랑하는 사람과 입을 맞추는 그 두근거리는 순간에 "지금 이순간 내 시상하부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있어, 이건 우리가 종족번식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할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시키도록 진화한 덕분이지"라고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뭐라고 부를까? 미친놈? 또라이? 병신? 쉘든? 사이코패스?

인간에겐 이성과 감성이 있고 이는 신이 주신 선물처럼 소중한 능력이다. 하지만 각자가 역할을 발휘할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이를 혼동하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대개 감성이 나서야할 때 이성이 나서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더욱 흔하다. 왜냐하면 이성이란 진화의 단계에서 후반부에 생겨난 것인데 비해 감성, 즉 감정이란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존재하는 극히 말초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애기하는 지능은 대부분 이 이성을 측정하는것 아닌가. 따라서 머리가 나쁜 사람일 수록 이성 대신 감성을 쓰기 마련이다.

투표는 이성을 사용할 문제인가, 감성을 사용할 문제인가. 당연히 전자이다. 역사를 보면 대중이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감성을 발휘해서 내린 정치적 결단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너무나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당장 눈물 줄줄 흘리는 아줌마들 몇몇이 통과시킨 민식이법이 얼마나 끔찍한 악법인지 보라. 정치는 전적으로 이성이 작용해야할 문제이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모두의 정치적 성향은 서로 다르겠지만 투표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투표는 최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거르는 것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투표에 앞서 감성이 아닌 이성을 선택하길 바란다. 내가 가진 자산은 주식도, 연봉도, 부동산도 혹은 다른 무형자산도 아닌 바로 내 국적이며 한국의 국제적 값어치가 하락할 수록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 역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한국이 잘 되길 바라며 또 같은 국가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특히 2030대 후배들이여. 투표하라. 소비하지 않는 고객들을 챙길 기업은 존재하지 않듯, 투표하지 않는 계층을 배려할 정당은 없다. 4050대를 위한 고용정책과 복지는 끝없이 늘어나는데 비해 2030대를 위한 정책은 지리멸렬한 이유는 바로 투표율에 있다. 부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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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자주 들리던 동네에 볼일이 있어 지나가다 예전에 종종 갔던 맛집을 찾아갔다. 맛집이라고 하지만 TV에 나올 정도는 아니고, 또 상권이 발달한 부잣동네도 아닌 뭐 그저그런 서민동네의 평범한 식당. 추리닝 입은 대학생, 등산복 입은 아저씨들과 같은 장삼이사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모여앉는 그런 곳. 홀로앉아 김치를 짝짝 찢으며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벙거지 모자를 쓰고 등이 무척이나 굽은 한 노인이 들어와 나와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다른 손님들에게 하던 것과는 달리 식당주인은 그에게 음식값을 선불로 받았고 그 노인 역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몇장을 꺼내 국밥값을 먼저 치르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내 기억에도 그리고 그날에도 밥값을 선불로 낸 손님은 그 하나 뿐이었다.

어림잡아 80세는 되어보이는, 일제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은 한 노인.  6.25를 비롯하여 날짜로 이름지어진 수없는 사건들, 3.15, 4.3, 4.19, 5.17, 5.18, 12.12와 같이 굴곡진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낸 끝에 그의 허리는 휘었고 손톱은 누렇게 부르텄다. 그 고난의 시간을 함께 보낸 벗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 고단한 노인은 홀로 밥숟가락을 든다. 하지만 그의 등에 업혀 태어난 우리사회는 그에게 국밥 한그릇조차 먼저 내어주지 않았다.

그런 소소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감성이 아닌 이성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더더욱 합리적으로 투표해야만 하는 것이다.

2020. 4. 9.

경제수장이 된 타짜들

영화 타짜에서 아귀는 구라치다 걸리면 손목이 날아간다는 가르침을 설파하다 잘못걸려 자기 손목을 날렸다. 그런 아귀를 잡은 고니조차도 벌벌 떨며 손목을 옷섶으로 숨기게 만드는 진짜 타짜들이 있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에.

홍남기 부총리는 어제 2차 추경을 하지만 그 재원은 기존 세출을 아껴 마련한다고 했으며 2월 말까지도 코로나 그거 별거 아니라며 큰소리를 땅땅 치던 우리 팔불출 이주열은  6월 말까지 무제한 RP매입을 한다고 외쳤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타짜 아니겠는가.

경제가 어려워 총수요가 위축될 때 정부는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출을 늘린다. 그러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 바로 추가경정예산, 줄여서 추경이라고 한다. 즉 이 재정정책의 핵심은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인데,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적자내긴 무서우니 다른 지출을 줄인다는 소리는 그냥 추경을 안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다. 밑장빼기와 무어가 다른가. 주식시장은 그의 발언과 함께 반락했으니 과연 시장의 귀는 타짜들의 눈보다 빠르다.

은행시스템에서 신용이 위축되기 시작해 총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리는 것이 통화정책의 핵심이고, 또 중앙은행이 금리를 0%로 내리고 나서도 통화승수가 늘지 않아 자산을 직접매입하는 것을 양적완화라고 한다. 양적완화의 효과가 직접적이고 얼마나 강력한지는 연준이 여러번 증명한 바 있다.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 조치가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하긴 어렵다"고 밝히며 한국은행의 강력한 통화정책을 강조했지만 과연 이게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을까. 널 너무나 사랑해, 올해 여름까지는. 이라는 고백에 설렐 사람이 없는것 처럼, 코흘리개의 첫사랑보다도 짧은 3개월짜리 양적완화는 QE가 아니다. 그냥 남대문의 흔한 일수업자일 뿐이지.

추경이 아닌 것을 추경이라 하고 양적완화가 아닌 것을 양적완화라고 포장하는 저들의 손기술은 캬. 참으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경제가 무너지는데도 밑장이나 빼고 탄이나 돌리는 홍남기&이주열 콤비의 대담함을 보라. 홍경장과 남대문 작두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으리. 하지만 문제는 그 판에 앉은 호구가 당신이라는 것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펼치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무역파트너들에게 스왑라인을 열어준 덕택에 시장은 빠르게 안정되었다. 하지만 타짜들의 손장난에 놀아나는 한국의 금융시장은 또다시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보나마나 홍경장께서는 3차추경을 발표하며 적자국채를 찍을 것이고, 남대문 작두 이주열은 무제한 RP를 6월 말에서 더 연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모가지가 날아가겠지. 여러분들이 진정 자신의 손모가지를 아낀다면 저 타짜들의 모가지를 쳐낼 것을 권한다.

2020. 4. 5.

Time to laugh at bears

아직도 비금융권 친구들은 종종 나에게 고급정보를 좀 털어놓으라며 술을 연거푸 먹이곤 한다. KOSPI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는 드라마/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이 만들어 낸 환상 덕에 대중들은 우리 금융계 사람들의 휴대폰엔 비밀 정보통이나 어둠의 작전세력의 연락처가 숨겨져 있으며 그들과 작당해서 개미들을 털어먹고 사는 줄 안다. 하지만 사실 개미들이 털리는 것은 늘 개떡같은 주식을 고르기 때문일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주변에서 가장 개떡같은 주식들, 진짜 상장되어있는게 더 신기한 거지같은 주식들을 발굴해서 몰빵했다 n토막난 뒤 머리를 쥐어 뜯는 것은 어김없이 금융쪽 사람들이다. 여러분도 명심하길, 금융계 사람들이 추천하는 주식은 절대 사지 마라. 이 한마디를 따르는 것 만으로도 여러분은 그렇지 않는 사람들보다 수억을 더 벌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나는 이렇게 대중이 가진 금융인의 환상을 깨는게 취미지만(게다가 사실이니까) 이따금 대중들이 못보는 것을 우리가 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도 누군가는 시장의 최전선에 서있고 누군가는 후방, 지원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금융인들 사이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은 존재한다. 따라서 이에 공감하는 것은 아주 소수겠지만, 우리는 가장 끔찍한 불황의 문턱까지 갔다 유턴해서 이자리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미네르바 같은 무명의 블로거도 잡아 쳐넣은 전력이 있으며 현정부는 그 누구보다도 반민주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힌트도 남기지 않으련다. 하지만 정말 몸서리치는 경제적 비극이 도둑처럼 다가왔다 동틀무렵 물러나는 어둠같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며 누군가의 회사는, 어떤 업종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파멸의 절벽에 세손가락으로 매달려있다 간신히 기어올라왔다. 머언 옛날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한 만화의 주인공이 악당에게 던지는 대사처럼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죽어있다, 도로 살아난 셈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그들의 재무팀도 모르는 동안에.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겠지만 이제 최악의 시간은 지나갔다. 경제와 이익전망, 그리고 시장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확인하는 작업만이 남았을 뿐 이제 어떤 일이 터져도 3월 중반의 공포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금융시장에선. 그 폭풍의 한가운데서 간신히 엉금엉금 기어나온 우리의 눈엔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유튜브에 횡행하는 비관론은 그저 귀여울 뿐이다. 예수가 살려낸 나사로가 지가 죽었다 깨어난 줄도 모르고 침상에서 일어나다 발을 접지르고 "아파 죽는줄 알았네"라고 엄살을 부리는 것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건 진짜 아픈게 아니고, 또 죽을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난 3월에 겪은게 그런것이지.

따라서 이제 모든 비관론을 비웃을 차례다. 비관론자들은 똑똑해 보이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 어느 상황에서도 투자를 하면 안될 백만가지 이유는 언제나 존재하니까. 하지만 아무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하지 않나. 코스피가 2000이고 S&P가 3300일 때엔 뭐 하다 이제와서 비관론을 설파할까. 그들의 비관론이 장기적으로 들어맞으려면 코로나의 치사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몇번 강조했던 것 처럼 우리는 모두가 비관적일때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1900년생 미국인 Jim의 삶을 떠올려보자. 그가 첫 월급을 받을 무렵 대공황이 터져 주가지수가 80% 폭락하며 다우존스지수는 그가 태어나던 무렵으로 돌아갔고 십여년이 지나 좀 살만하니까 2차세계대전이 터져 국제무역은 붕괴되고 금융중심지 런던에 나치의 폭격이 이어졌으며 일본은 미국의 태평양 핵심기지 진주만을 박살냈다. 세계는 가까스로 이 전쟁을 마무리했지만 곧장 냉전에 돌입해 사람들은 핵무기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당신이 J씨라면 평생 주식을 한번이라도 사 볼수 있었을까. 당시 어떤 미국인은 주식에 투자했고 어떤 미국인은 월가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들의 인생을 둘로 나누었다.
인류 최악의 비극이 몰아 터진 1930-50년대의 다우존스지수
우한코로나가 치명적이긴 하지만 5천만 명이나 죽인 2차 세계대전만큼은 아니며 세계 경제가 셧다운 되긴 했지만 7년간 대서양을 누비던 유보트보다 더 큰 장애도 아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주식투자하기 어려웠을 그 시절에 벤자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그리고 워렌 버핏과 같은 영웅들이 왜 혜성처럼 몰려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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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니 개인투자자 독자들이 많던데 혹시나 성급한 매매를 부추기는 글로 읽힐까봐 첨언하면, 암흑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 수도 있으며 그 누구도 타이밍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또 세계대전의 한가운데에서 반자이 돌격을 외치는 멍청한 대통령과 무능한 한은총재가 경제를 지휘하는 한국의 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자. 다들 부디 성공하시길.

2020. 3. 31.

경제백치 대통령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종의사결정권자라면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고 있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일례로 군사, 정치, 입법, 그리고 지금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경제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하지만 추경재원 마련에 대해 대통령이 내놓은 한마디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황당하고 또 창피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위태로운 경제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릴 추경을 주문한다"고 밝히며, 또한 동시에 "그 재원 대부분을 정부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 국회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답했다. 이게 어떻게 한 문장안에 묶일 수 있는 내용인가.
 
경제가 다운사이클에 들어서면 정부는 수요부족을 메워주기 위해 지출을 늘린다. 따라서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지출을 늘리지만, 그 돈을 다른 지출을 줄여 마련한다는 발상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지출항목을 변경하는 것 뿐이다. 치매가 아니라면 그는 마땅히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에게 왜 적자재정을 펼쳐야 하는지 물었을 것이며 그들은 대통령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을 것이다. 장담컨대 문재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뭔지도 모르면서 경망스럽게 몇마디 던졌다 망신당한 일이 비단 이번 뿐인가.
 
평생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해본 적이 없고, 자기 손으로 돈 벌어본 적도 거의 없으며 돈이라는 건 윽박지르면 튀어나오는 줄 아는데다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없는 사람들이 경제 사령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위험한 시기에 경제백치들에게 정책을 맡기고 있다. 이런데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신착란이다, 일종의 정신병이다.
   
나보고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해서 이러는 것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무능한 사람이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아 국정을 망치는데도 좋아한다면 그게 더욱 문제인 것 아닌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는 내게 비호감보다는 호감에 가까운 정치인이었으며 아마 그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무능하고 부도덕하며 또 비상식적 행보를 거듭하는데도 호감/비호감을 따지고 앉은 것은 미친 짓이다.
 
 
단언컨대 그는 내 생애 가장 최악의 대통령이다.

2020. 3. 23.

America, save the world.

                                              한국                            미국
첫 사망자 발생일                   2/21                            2/29
기준금리 인하              50bp(29일 뒤)        150bp(4일, 17일 뒤)
추경예산(GDP대비)            1%이상                     10%이상
중앙은행매입자산               10억불                        무제한
대통령 특단의 대책     공무원월급삭감           기본소득 $1k


대한민국에서 종부세 소득세 양도세 등등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적자재정을 운영하는 것이 결코 달가울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내가 피 토하며 번 돈을 걷어가서 등신같이 쓰는 것을 보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이 사치인 시점이다. 미네르바처럼 잡혀가기 싫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한국은행조차 1년짜리 채권을 완판하기 힘들정도로 경제 주체들이 심각한 신용경색을 겪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일들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미국 GDP가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벌렁거리는 가슴이 진정하기도 전에 모건스탠리는 이에 질세라 -30%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내놓았다. 2차세계대전에서도 이와 같은 수치가 나온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 이게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 가늠이나 할까.

전대미문의 사건에 맞서 연준과 미국의 행정부, 그리고 의회는 전대미문의 정책으로 맞서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국은행과 한국의 정치인들은 쓸데없이 자기자신의 어리석음과 싸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셋 중 하나는 실직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당신이 내년 이맘때에도 소득세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저 코쟁이 중앙은행장과 미국 하원에 달린 것이다.

대가리에 뇌 대신 우동사리가 든 이주열과 홍남기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no brainer by DJ Khaled

2020. 3. 14.

이주열. 치매거나, 혹은 못났거나

최악의 순간에 최악의 인물이 정책결정자 자리에 앉아있을 때 어떤 촌극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신라의 경애왕은 견휜이 침공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포석정에서 파티를 열었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잡혀 죽었으며, 한국의 현대사에서 5.16사태가 터지자 미군까지 나서서 쿠데타군을 진압하겠다고 한국정부에게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결정권자였던 장면총리는 수녀원에 쳐박혀 기도나 하고 있다 축출되었다. 그리고 이런 희극인지 비극인지 구분되지 않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동시에 10% 안팎으로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극심한 신용경색을 겪자 거의 모든 주요국의 금융수장들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았다. 연준은 일정에 없던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하여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였고, 영국 호주에서는 중앙은행과 행정부가 동시에 통화정책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것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역시 재정과 금리인하를 동시에 시행하여 경기침체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무것도 없다. 중앙은행장이 대통령에 이어 우한코로나 사태가 별것 아니라고 선언한 것 외엔.

한국은행은 2월 14일, 2월 18일, 그리고 3월 4일 세차례나 시장의 패닉에 대응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이 사태가 별거 아니라며 설레발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오늘 코스피와 코스닥, 그리고 선물시장에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한국은행은 "임시 금통위 개최를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마치 핏물이 흐르는 전쟁터의 야전병원마냥 시뻘겋게 변한 모니터 속의 숫자들 한 가운데서 하얗게 질린 우리에게. 아마 전쟁이 터져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촌평을 내놓는다면 이만큼 웃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은 2월 20일이었는데 그로부터 23일이 흘렀건만 한국은행은 아직도 금리인하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이 2월 29일인데 연준의 첫 인하는 3월 3일이니 두 중앙은행간의 엄청난 갭이 돋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현재 3월 13일까지 미국 이외에도 호주, 캐나다, 일본, 잉글랜드, 노르웨이, 홍콩, 중국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모리셔스 세르비아 같은 나라들도 모두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했다. 과연 한국은행은 뭘 하는 조직일까. 과연 우리나라가 현대 통화정책을 쓰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혹자는 대규모 판데믹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리를 0.25%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 의문을 품고 한국은행을 옹호할 지 모른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역할은 주식시장의 안정이 아니라 물가와 금융시장의 안정에 있지 않냐고 하면서. 하지만 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고작 주식이 몇%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을 넘어 패닉으로 치닫고 있고 실물경제의 타격으로 다시 한번 디플레의 위협에 빠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3달 뒤에 나오는 GDP 수치를 보고서야 대응에 나서겠다는 중앙은행을 보고 있노라면 맥박이 멎어야 응급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무엇보다 정부는 착한 임대료운동이라며 건물주들에게 임대료를 낮출 것을 지시하는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얌말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매기는 임대료와도 같지 않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방기하면서 할 수 없는 착한임대료운동이나 운운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가깝다. 법률적으로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은 금융수장들과의 만찬을 주선하고 대책을 내놓을 것을 당부했지만 거기서도 통화정책이 설 자린 없었다. 유일한 조치라고는 주식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한 것 뿐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조치로 한국의 금융시장에 더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대부분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펀드들은 한국기업이 망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롱숏 전략의 일종으로 전망이 나쁜 기업을 공매도하고 전망이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숏 뿐만 아니라 롱도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 따라서 롱숏전략이 막힌 투자자들은 이제 전망이 좋은 기업의 주식까지 팔아치울 것이다. 아멘.

우리는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총재를 짊어지고 있다. 어쩌면 박근혜의 최고 실책은 최순실이 아니라 애초에 이주열을 한은 총재로 앉힌 것이며 저런 무능한 인간을 연임시킨 것이야말로 문재인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이다. 처음엔 글의 제목을 못난 이주열이라고 적었지만 그의 위대함 멍청함을 장식하기엔 두글자의 수식어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별것 아니라고 우기는 모습은 그가 혹시 치매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으며 강남부동산 때문에 나라경제가 무너져도 금리인하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은 마치 한복 입고 클럽에 가서 EDM에 맞춰 사물놀이 춤을 추는 것 만큼 우스꽝스러웠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한국은행이라는 조직이 유지되는게 과연 합리적인지 모두가 돌아보게 만들었다는데에 있다. 단언코 그는 내가 본 모든 중앙은행장 중 가장 최악의 인물이며 우리는 최악의 순간에 최악의 결정권자를 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앙은행장은 당장 탄핵해야 한다.

trading the fear(2)

아인슈타인이 굳이 어려운 수식으로 증명해주지 않아도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즐거운 순간은 너무나 짧게 지나가는 반면, 아픈 시간들은 너무나 길다. 특히 그 한가운데서는 매 순간이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나 영원히 계속될 것 처럼 느껴지곤 한다. 마치 내무반에 정자세로 앉아 시계나 바라보는 이등병의 하루처럼. 트레이더들에겐 지난 2주 간의 시간들이 그랬다. 미국 주식은 폭락하다 반등하길 반복하다 20%나 하락한 채 끝났고 모니터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본 적이 없던 온갖 경고등들이 번쩍거렸다. 덜떨어진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최강의 미국 주식시장마저도 심정지가 온 80대 노인의 맥박마냥 거래가 정지되었다 풀렸다 다시 정지가 걸리곤 했다. 까먹었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의 차이를 몇년 만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번 말하지 않았나. 좋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비명을 지를 때 낙관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경게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각종 시장은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우리가 지난 200여년간 쌓아온 자본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현대의 경제학과 금융시장은 재정의 승수효과를 모르던 케인즈 이전의 시대도 아니고, 금본위제가 폐지된 것 만큼의 충격도 아니며, 아무리 저 우한코로나가 위험하다 해도 인명의 손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보다 더 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시스템이 붕괴되는 경우도 제외한다면 모든 패닉은 길어야 6개월 안에 마무리되었다. 서브프라임과 은행들의 줄도산을 겪은 2008년 가을 미국의 주식시장도 불과 반년만에 저점을 찍고 반등했으며 패닉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언급되던 1987년의 블랙먼데이조차 불과 한달만에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이 바이러스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지 못하고 시장의 저점이 어디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가 미래의 거울이라면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어떤 자산을 어느 가격에 매입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 언급했듯(링크) 첫번째 폭락이 마무리되면 시장은 빠른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횡보할 것이고, 두번째 폭락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섣부른 투자로 단기 반등을 쫒아 투자하다가 이어지는 두번째 폭락에 손절하고 싶지 않지만, 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웅크려있느라 그 두번째 기회를 놓치기도 싫기 때문이다. 시장은 언제고 다시 얼어붙을 것이며 그 순간 다른 모두를 제치고 우리가 과감하게 발을 내딛기 위해선 그 어느때보다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현금흐름도, 지식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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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한국시장에 덜떨어졌다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다분히 중의적 의미였다. 오늘 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총체적 개망신/개뻘짓/개무능의 완벽한 콤비네이션이었으니까.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같이 움직일거라 생각하지마라. 병신같은 한국은행 총재가 다른 중앙은행들과 따로 놀듯 한국 시장도 그러할 테니까. 이젠 빡치기는 커녕 의문이 든다, 저새끼는 대가리에 뭐가 들었을까. 지지난주 금요일처럼 시장에 대한 글과 무능한 총재에 대한 글을 두편 썼는데 고소당할까봐 좀 다듬어서 올리련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