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거하게 용트림을 하며 다시 랠리하기 시작한다. 지금쯤 과천에 처박혀 지네 집 시세를 찾아보고 낄낄대고 있을 김수현이나 그의 똥을 치우느라 금뱃지도 뺏기게 생긴 김현미도 아마 이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시장이든 전고점을 돌파할 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새 랠리를 반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복덕방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서열은 학력고사나 수능의 점수로 나뉘지 않는다. 행복만 성적순이 아닌게 아니라, 부동산도 성적순이 아니더라. 어째서 그런가.
크게 세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째, 그들은 자신을 과신한다. 내가 살면서 만나온 수많은 명문대학 재학/졸업생들 중, 개인투자 포트폴리오의 No.1 비중이 삼성전자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괴상한 잡주에 몰빵한 뒤 상폐, 쩜하, n토막 뭐 이런 용어들을 자주 쓰는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화내지 마라, 나도 그랬다.) 그들이 대한민국 최고 대표주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는 그를 뛰어넘을 더 훌륭한 회사를 고르려 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는 계급이 없다. 아니 돈이 계급이다. 당신이 수많은 석박사를 거느린 이재용보다 훌륭한 회사를 찾을 능력이 있다면 당신의 자본이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할 수 없다.(알겠냐, 과거의 나야) 그들의 태도는 복덕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마주친 수많은 젊은 손님들은, 특히 안경을 끼고 얼굴이 희고 똑똑한 티가 날 수록, 저평가 우량주를 올바른 매수 타이밍에 사겠다고 이리저리 재고 잰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살지도 않는 그가, 그리고 복비시세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초짜가, 게다가 남자가*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획 하고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쑬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다. 세계경제가 어떻고 미연준 금리가 어찌되고 무역전쟁 뭐시기 뭐시기 등, 집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수십가지나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모두 발생한다면 당신은 집을 사든 안 사든 어차피 망한다. 미래의 갈림길에서 한 쪽은 이래저래 망하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집이 없으면 괴롭고 있다면 편안한데 왜 망할때 덜 망하는 길을 택하나. 경제 전망에 따라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해야할 것은 다주택자들이지 그가 아니다. 김치가 먹고 싶으면 그냥 마트에 가서 사지, 향후 배추값의 전망과 고춧가루 가격 차트를 분석하나. 하지만 똑똑한 이들은 안정적 주거라는 기초적 욕구 앞에 온갖 생각들을 깔아놓는다. 빠지면 어쩌냐고? 그냥 들어가 살면되지. 뭐가 문제길래 그리 생각이 많나.
둘째, 그들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단기의 움직임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뿐이다. 장담컨대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짐 로져스도 HTS를 깔고 코스피 선물로 단타를 하면 손실을 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단기 전망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단타를 할 수도 없고, 세금때문에 되지가 않는데 뭐하러 3달자리 1년짜리 전망을 하는가. 하지만 시험에서 한 개라도 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삶을 살아온 그들은 그 짧은 단기전망조차도 틀릴까봐 걱정하며 결정을 주저한다. 오르는 시장에서 사자니, 나보다 먼저 산 사람들보다 내가 바보 되는 것 같고 빠지는 시장에서 사자니, 내 뒤에 사는 사람이 나보다 더 싸게 살테니 내가 호구되는 것 같고. 이래저래 그는 결정을 미룬다. 이렇게 똑똑한 내가 바보가 될 수 없다는 그 두려움,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 그것이 그들을 가난의 수렁으로 밀어넣는다.
게다가 [완벽하게 변곡점을 잡아내려 하지만 그럴]자신이 없는 그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신문에 나오는 대다수의 부동산 칼럼니스트들 중에서 등기를 여러번 쳐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선대인처럼 평생 등기소 한번 안 가본 샌님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망을 전망으로 둔갑시킨 유튜브 영상 몇개 보고 그들의 두치 혀(좀 짧으시더라)에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건다. 화이팅, 하지만 그들조차도 당신이 구독한 비디오 클립 몇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집을 사러 간다. 집값 잡겠다고 큰소리치고 책까지 쓴 김수현도 청와대 월급과 책 인세를 모아 과천에 재건축을 샀지 않은가. 바보가 될 위험을 확실하게 없애는 길은, 결국 확실하게 바보가 되는 것 뿐이다.
셋째, 지나치게 눈이 높다. 또래끼리 모아놓고 친 시험에서 상위 5%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그들에게 상위 5%의 주거지가 주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으로 구매하는 것이고 자산은 소득 뿐 아니라 기간에 비례한다. 이건희의 작년 근로소득은 0이지만 그가 결코 우리보다 가난하다고 할수 있겠나. 과거 시험성적과 오늘의 소득이 상위 5%인 청년도, 평균적인 60살의 고졸 노동자보다 가난하다. 그러니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들의 출발점이 결코 강남3구나 강북의 핫한 신축단지 일 수 없다. 나이, 학력, 계급장 뭐 다 떼고 붙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학 간판이 무슨 소용이 있나. 안타깝지만 당신이 못 사는건 버블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산이 모자라서다. 등기는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방법이 있으니 바로 대출이다. 미래의 소득은 보장되어있지만 현재의 자산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을 통해 미래의 자산을 현재로 이연할 수 있고, 그 대가로 이자를 낸다. 하지만 역사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그들의 소비지출** 때문에 젊은 고소득자들은 이자를 낼 돈이 없다고 항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지, 아니면 오늘날의 소비를 택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남들처럼 소비하면서 남들이 못 사는 지역에 등기를 치려는 것은 금수저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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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위의 세가지 실수를 모두 저질렀다. 나는 투자자가, 또 트레이더가 하면 안되는 실수들을 모두 다 한번씩은 저지른 적 있으며 그에 따라 크게 잃고, 다치고 심지어 다른 커리어를 알아본 적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방심하면 또 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기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부던히 경계하고 조심하고 노력한다.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부디 똑똑한 그대들도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비난의 화살을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세력이나 다주택자가 아니라 정부로 돌리길 바란다. 분노하는 대중들은, 심지어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감정의 노예가 되어 정부로 하여금 더욱 강력한 사회주의적 정책을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더욱 왜곡된 수급을 초래할 것이며 따라서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시행한 약 2년 반 동안 강남구는 약 53% 상승했으며 마용성이 평균 43% 성장한 반면, 정부가 강제로 쓸데없이 집을 공급한 일산이나 남양주, 수지와 같은 서민 거주지역들은 한 자리수의 성장을 보이거나 되려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것 만큼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나 주식이 아닌 바로 내 국적인데 아래와 같은 현상은 반드시 날카로운 사회적 대립을 초래할 것이고, 그 손실을 고작 부동산 몇개가 만회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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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취임 후 아파트 가격 변화 |
*여자와 남자는 뇌가 다르게 발달되어 있다. 아늑한 주거지를 선정하는 본능은 여자들에게 더 발달되어있고 또 대부분의 주택 구매 수요자들은 여성이다. 남성이 아무리 분석해도 신상 샤넬백의 적정가치를 알 수 없듯 부동산도 일부 그런 특성을 가진다.
**여기에는 주택 대신 예금을 택한 사람들도 해당된다. 그들은 내가 저 YOLO들과 왜 같이 묶이냐며 발끈하겠지만, 예금금리가 자산 인플레(혹은 명목경제성장률)를 쫒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예금을 한 것은 미래의 안정을 구매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금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