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다주택자들에게 이 분양가상한제는 어마어마한 호재다. 이 제도는 주택공급을 철저하게 틀어막아 가격폭등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왜 저 대중들이 이 제도를 반기는지 알 수 없지만, 저들이 사이코패스들처럼 미쳐 날뛰는데 나혼자 반대하고 열 내봤자 결국 내 손해다. 그래서 나는 겸허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했다. 소수의 재건축 조합원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기뻐하는데 뭐 다 좋은일이라는 것 아닌가. 저들은 기분이 좋고 나는 부자가 되어 좋고.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내 친구들과 후배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남는다. 그래서 다시한번 분상제를 비난하는 글을 남긴다.
현 정부가 발표한 모든 부동산정책은 서울의 공급을 옭죄어왔다. 용적률제한, 기부채납, 임대주택의무화, 한강변 층고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그리고 분양가상한제. 용적률을 600%에서 300%으로 낮추면 6천세대를 지을 땅에 3천세대 밖에 못 짓는다. 기부채납은 간단히 집을 지을 땅에 공원이나 학교를 짓는 정책이고 임대주택은 주택의 효율적 배분을 망가뜨린다. 한강변 층고제한은 한강조망 아파트의 수를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말이 초과이익이지, 이익이 없어도 세금을 걷어가는 이상한 제도로 재건축사업을 막는다 그리고 이제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제도다. 현재 승인된 재건축사업의 분양이 끝나고 나면 이제 서울에는 신축아파트 공급은 없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매년 서울의 신축아파트 입주는 연평균 5천세대를 넘지 않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가 집값 상승을 야기하지 않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것인데 이 정책은 문제의 원인분석부터 예상파급효과까지 잘못되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현재 신축 아파트들은 실제 시세보다 약 10-25% 저렴한 가격에 분양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선분양으로 인한 위험을 짊어지는데에 대한 보상도 있긴 하지만 매번 경쟁률 1:1을 크게 넘어서는 분양실적들을 보면 현재도 분양가가 크게 디스카운트되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분양가가 fair value라면 대부분의 아파트는 미분양 나야 한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의 주장과 머리나쁜 사이코패스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신축분양은 시세를 올리는 역할을 하기는 커녕 반대로 주변 아파트 시장을 억누르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이 신축분양이 막힌다는데에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약 20% 할인된 분양가를 추가 20% 할인할 것이라고 한다(아니면 굳이 분양가상한제를 왜 하겠나). 하지만 세상에 손해보며 사업을 벌일 호구는 없다. 조합은 재건축을 하며 신축아파트를 지어 팔며 공사비를 충당하는데, 애초에 10억짜리 집을 6.4억에 팔아야한다면 조합은 3.6억의 현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재건축에 나서겠는가. 이미 HUG의 할인된 분양가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어 공급부족을 야기했는데(링크) 이제 이 효과는 극악으로 치닫는다. 실제로 내가 지켜보는 몇몇 재건축/재개발 희망 단지들은 아예 계획을 접었다. 이 현상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해당 단지의 주민들이 인테리어 공사를 보면 된다. 좌절한 구축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대대적 수리다. 거시적으로 서울 내 공급의 폭락을 수치로 보고 싶다면 건설주의 KOSPI대비 퍼포먼스를 보라. 시장은 늘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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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아파트들의 준공년도별 수 |
재건축 없이 서울의 주택수급환경이 얼마나 악화될지 수치로 확인하자. 보다시피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는 1988-2004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보통 20년이 지나면 구축아파트로 분류하는데 올해가 2019년이니 20세기에 지은 아파트들은 모두 구축이 되는 셈인데, 이 물량이 무려 97만채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저 차트에서 빨간선 왼쪽의 집들은 모두 21세기 한국인의 생활수준에 맞지 않는 개발도상국 시대에 지은 집들인 셈이다. 당장 향후 몇년만 보자. 재건축에는 아무리 빨라도 5년이 소요되니 2024년 기준에서 건축연한 40년을 넘은 아파트들은 모두 27만 4천 채로 전체의 17.5%나 차지한다. 그리고 서울 내 신축아파트의 실질가격 상승을 막으려면 이 물량을 모두 소화해줘야 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공급실적은 처참하다.
인허가가 없다면 미래의 공급도 없는데, 2017년의 인허가물량이 준공되고 나면 이후에는 지독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는 저 2017년에 인허가를 신청한 74,984채의 조합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것이고 그를 본 이웃의 다른 재건축 조합원들은 체념한채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데, 이제 재건축 조합은 정부가 미래 분양가를 얼마로 후려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도 싸워야한다. 이제 미래의 주택공급은 서울시내 요지에 멍청이들과 호구가 500-1000가구씩 모여사는 곳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다.
특히 2030대들이여. 이 부동산정책이 자신의 인생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마라. 설문조사를 보면 이 무주택세대들은 잘못된 부동산정책들을 그 누구보다도 충실히 지지했다. 정부는 그 바보장단에 맞춰 장구를 두드린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65층으로 재건축하지 않으면, 또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을 500%로 올리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지역에 등기를 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물려받을 재산이 없다면 더더욱. 게다가 서울의 요지에 아파트가 모자른 것이지, 수도권의 아파트와 서울내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공급은 충분하다. 포르쉐를 모는 것이 이동권이 아니고 수퍼모델과 섹스를 하고 캐비어를 먹는 것이 기본권에 속하지 않듯 요지의 신축 아파트에 사는 것은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나에게 2호선 역세권 5분거리의 신축을 달라, 조망과 부대시설도 함께"라는 요구는 그 누구도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심지어 당신의 부모조차도 그럴 의무를 지니지 않는다. 그 책임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인데, 자신의 실패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칼을 꺼낸 강서구PC방 살인사건의 범인처럼 당신들은 성실하게 살아온,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 전부인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칼날을 휘두루고 있다. 문제는 그 상흔이 자신들에게도 미친다는 것이다. 2030대들과 무주택자들이 김현미의 집권 첫날부터 그녀의 정책에 반발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지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했다면 서울의 집값은 현재 수준에 도달 할 수 없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파생이든 뭐든 나는 정책을 예상하고 분석해서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사람이지 정책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수의 2030대들과 무주택자들 그리고 현 정부가 계속해서 실기할 것이라고 믿어 부동산에 투자했고 (조국과는 달리) 그에 따른 폭탄같은, 하지만 수익에 비해서는 미미한 세금을 내고 전세입자들에게 싸게 전세를 준 한낱 임대사업자일 뿐이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들과 후배들이 올라가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 앞에서 좌절하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공감하며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술자리를 마무리 하고 돌아서면 또다시 대중이 저 미친 정책을 지지하며 또다시 좌절의 턱을 높이는 것을 목도한다. 나도 지쳤다. 될대로 돼라. 나는 사이코패스들이 한 방에 모여 존재하지도 않는 부동산 작전세력을 처단하겠노라며 서로를 베고 찌르는 칼부림의 향연에서 빠지련다. 그래 실컷 찔러라. 잘한다. 잘한다.
*시장원리대로만 보면 분양신청자는 늘 근처 구축아파트를 매매로 살 수 있는 옵션과 분양에 참여할 옵션, 두가지 선택지를 가진다. 따라서 신축아파트의 가격이 적절하다면 특정 날짜에 근처 매매시장의 몇배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져나올 때 구매자들이 모두 분양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지난 몇년간 서울의 분양시장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소수에게만 기회를 주는 1순위 분양만으로도 1:1의 경쟁률을 크게 넘어섰는데 이게 분양가가 매우 저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