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7.

7년만의 경상수지 적자 속에 숨겨진 함의

7년 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매년 4월마다 돌아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소득 유출 때문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고 배당이 없는 다음 달에는 흑자로 다시 돌아설 것이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현재 경제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먼저 외인 배당 유출 규모는 작년보다 줄어들었다고 하나, 이는 환율이 올라온 결과로 내 분석이 맞다면 지난 10년 중 재투자율이 가장 낮다. 많은 투자자가 배당으로 현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재투자에 나서는데 외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국제수지 중에서 상품수지는 점점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고 여행수지 적자폭은 확대되고 있으며 해외 직접투자/증권투자는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경상수지 흑자폭이 GDP의 4%에 달해 IMF시절은 물론이고 2008/09년의 금융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아주아주 대단히 멀고, 국제수지는 늘 평형을 이뤄야 하는데 한쪽의 흑자가 계속해서 누적되는게 꼭 좋은것 만은 아니다. 이 점을 고려해서도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인들도 외국인들도 국내자산에 투자를 줄이고 해외투자를 늘린다는 점인데, 금융/자본수지 적자 자체보다 그 배경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저소득 저생산성 노동자들의 강제파업. 정부는 시간당 생산성이 8,500원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어 그들을 강제로 파업시켰다. 세상에 오천원짜리 물건을 만원을 주고 사는 사람이 없는 것 처럼, 오천원짜리 생산성을 가진 노동자를 만원을 주고 고용할 기업은 없다. 폐업을 하고 말지. 사실 이걸 파업으로 분류해야할지 모르겠다만, 어쨋거나 이 파업의 여파는 몇년간 급증한 실직자와 실업률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 파업은 바로 자본파업. 지금 우리나라 GDP의 주요 요소 중 가장 악화되는 것은 투자다.(I) 4분기 이동평균으로 볼 때 지난 50년동안 투자가 현재보다 나빳던 적은 딱 네번 뿐이다. 오일쇼크, IMF, IT버블 붕괴 그리고 리만사태. 경제성장률이 반토막나면서 악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투자가 망가지고 있어서이다. 신문은 대기업들이 몇십조를 투자하고 수만명을 고용한다고 헤드라인을 뽑지만 죄다 공염불이다. 그저 클럽에서 여자를 꼬시는 한량의 멘트처럼 진심이 결여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 뿐 아니라 자본까지 파업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배경으로 여당 지지자들은 대외환경을, 야당 지지자들은 정책실패를 들며 끊임없는 입싸움을 하고 있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 경제는 지난 21세기 들어 가장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MSCI rebalancing 때문에 코스피를 팔아야하는 타이밍에 배당이 이루어져서 재투자율이 낮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투자율은 2011년 이래 꾸준히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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