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신임 국토부 장관의 취임사가 화제다.(
링크) 그녀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최근의 부동산 상승은 투기 움직임 때문이라며 사실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장담컨대 노무현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전쟁은 성공하지도 못할 뿐더러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적군인 자산가들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 이유를 아래에 간단하게 정리했다.
* 다주택자가 집을 더 사는 것은 서민들의 주택부족과 전혀 상관없다. 어느 마을에 한 사람이 집을 백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럼 그 마을에서 99가구가 노숙자가 되는가? 아니다. 99가구가 집을 자가가 아닌 월세, 혹은 전세로 살 뿐이다. 한사람이 집을 1채를 사든 백채를 사든 만채를 사든 공급량만 충분하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엔 아무 영향이 없다.
* 김현미 장관은 현 부동산 가격상승이 투기수요란 증거로 많은 신규구입자들이 다주택자라는 점을 든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중산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 자산가인 다주택자도 사기 쉬워진다. 그리고 이 자산가들이 멍청이가 아니라면 수익을 얻기 위해(혹은 이자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월세를 받고 그 집을 내어 줄 것이다.
* 만약 집값이 하루아침에 2배 뛰었다고 치자. 자산가들의 월세 수익은 반토막이 난다. 따라서 집을 팔고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다. 이런 현상은 월세 수익이 비슷한 위험성을 가진 다른 자산들의 수익과 같아질때까지 일어난다. 결국 현재의 집값과 월세는 자산가들의 주택구입수와는 무관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 따라서 집값을 떠올리는 힘의 핵심은 투기자본이 아니라 바로 월세다. 자산가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비트코인처럼 100에 사서 150에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사서 월세를 받으면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을 가장 많이 산 60대(2030대 자식들에게 사준 물량 포함)는 투자시 위험선호도가 가장 낮은 세대다. 가장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세대가 부동산에 가장 많이 투자한 세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2014/15년에 강남의 주요 지역의 월세 수익은 4.5%로 은행 대출이자 3%보다 월등히 높았고, 현재는 집값이 크게 올라 월세수익과 대출이자가 거의 같아진 수준이 되었다. 부동산 가격을 드라이브 하는 것은 한탕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 기대수익률의 발란스를 맞춰주는 투자다. 무식한 김현미 장관은 이 점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 만약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피해는 서민들이 본다. 앞서 말한대로 집값을 떠받드는 핵심은 평당 3-10만원의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이므로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월세는 세입자들의 소득에 달린지라, 집값이 반토막나면 이 저금리시대에 8%나 주는 고수익 자산이 되어 빚없이도 집 살 돈을 가진 자산가들이 달려들테니. 하지만 서민들은 대출 없이는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집을 살 수 없다. LTV를 강화하면 서민들은 영원히 자기 집을 사지 못하게 된다. 대신 집을 살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들은 더욱 부자가 된다.
* 만약 보유세를 강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피해 역시 서민 세입자들이 본다. 결국 보유세를 낼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이 집을 소유하고, 보유세를 내지 못하는 계층은 월세입자로 전락한다. 그리고 시장에는 월세입자가 늘어났으므로 월세가 올라간다. 즉 세금은 세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가된다.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뉴욕의 부동산이 고수익을 주는 까닭이다.
* 만약 1가구 2주택, 혹은 그 이상 보유를 금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택난이 악화된다. 먼저 자산가들이 1주택 이상의 집을 팔아치워도 집값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3%의 월세를 낼지, 3%의 주택구매자금대출 금리를 낼지, 혹은 그 돈을 딴데 투자하여 3%의 수익을 얻을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즉 자산가들이 집을 팔아 집값이 낮아져 월세가 3.5%로 살짝 오르면 사람들은 3%의 대출이자를 물고 집을 살 것이다. 그러니 집값에는 큰 변화가 없다. 문제는 신규 분양이다. 집을 가진 가구는 집을 더 살수가 없고, 집을 가지지 못한 가구는 애초에 돈이 없으니 아파트를 새로 지어도, 살 사람이 거의 없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신규물량을 공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주택은 계속 노후화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득은 점점 늘어나 더 나은 주거환경을 원한다. 그러니 좋은 조건의 집들은 월세가 폭증하고 월세를 추가로 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나쁜 환경으로 몰려나간다. 결국 대부분의 서민들은 더 낡은 집에서 더 많은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규제로 신규공급이 없던 강남의 집값이 가장 빠르게 오른 것을 보라.
* 김현미 장관의 논리에 따르면 자동차를 가장 많이 사는 것은 렌트카 회사들이므로 대한민국 자동차 판매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가난한 서민들도 에쿠스를 한대씩 몰고 다니려면 리스회사들을 죄다 규제해서 차를 한대이상 못사게 하면 된단 것이다. 하지만 리스회사들을 다 없애면 서민들은 삶에서 에쿠스를 탈 기회가 아예 없게 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집값이 대한민국 평균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려 중산층의 소비수준에 비하면 현재 집값은 매우 싸다. 서울의 집값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누면 역대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는데다 대출제도도 그 어느때보다 유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1985년만 해도 월급쟁이가 돈을 모아서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안되지 않느냐고 항변하는데, 그 시절엔 강남은 중심지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지역엔 지하철도 현재처럼 잘 뚫린 도로들도 없어 대중교통으로 시내로 가는데 1시간씩 걸리곤 했다. 지금도 강남을 포함한 시내 중심가로부터 1시간 거리에 있는 외곽지역에는 직장인들이 돈을 모아 살 수 있는 집들이 많다. 게다가 은행에서 저금리에 대출도 잘 해준다. 지금 집을 안 산 사람들은 차도 굴리고 해외여행도 가고 좋은거 입고 먹고 놀고 즐기고 싶은데, 시내 중심가에 집도 한채 떡하니 있기를 바라는 놀부들이다. 그리고 집이 필요한데도 안사는 그들이야말로 집값이 빠지는데 베팅한 게으른 투기꾼들이 아닌가.
김현미 장관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하지만, 경제를 왜곡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빈자를 더욱 빈곤하게 만들 뿐이다. 병신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