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5.

찰스 폰지와 스테이블 코인

188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찰스 폰지는 동네의 한량으로 지내다 부모의 권유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는 배에서부터 도박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했고 웨이터로 일하는 동안 손님의 잔돈을 빼돌리다 해고당했으며 수표를 위조한 죄로 3년간 감옥에 가게 되었다. 마피아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뜨내기 협잡꾼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금융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까?

결혼 후 성실하게 생계를 책임질 일자리를 찾던 그는 작은 광고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유럽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광고 아이디어를 홍보했는데, 그중 한 명이 카탈로그를 부탁하며 국제반신권(IRC)이라는 작은 증서를 하나 동봉해서 보냈다. 이는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한 회원국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우표 교환권인데 당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국제반신권을 구매해 뉴욕에서 팔면 약 4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한 폰지는 곧장 두 대륙 사이의 차익거래에 나서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실제 발행된 당시의 국제반신권

그는 이 거래로 친구들과 투자자들에게 45일 안에 50%를, 3달 뒤에는 두 배의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 이자가 불과 5%에 불과하던 시절에 무위험 차익거래로 연 400%의 수익이라니, 그의 사업 구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지인들 역시 유럽의 친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찰스 폰지의 말처럼 차익거래의 기회는 확실히 있었다. 왜 이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사업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불과 몇 센트에 불과했던 국제반신권을 유럽에서 대량으로 매집해서 미국으로 가져와 현금화하는 비용이 너무 컸다. 게다가 모집액이 약 1500만 달러로 늘어나자 그는 거의 수 억 장에 달하는 국제반신권을 구매해야 했는데 이를 미국으로 들여오려면 거의 타이타닉 호 크기의 배가 필요했던 것이다. 애초에 이 사업은 이민자들의 용돈벌이 이상으로 커질 수 없다는 결함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의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 투자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배당을 곧장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찰스 폰지는 그들의 돈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지속했으며 마카로니와 와인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후 법정에서 그는 여기서 수익을 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줄 목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환매를 해도 그에게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욱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새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그들에게 돈을 내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나고 말았다. 작은 소송에 휘말린 탓에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탐사보도에 나선 한 기자가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냈기 때문이다. 만약 찰스 폰지의 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미국에서 약 1억 6천만 장의 국제반신권이 유통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유통된 것은 고작 2만 7천 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게다가 설령 그의 사업이 온전하게 적법하게 돌아가고 있어도 그 이익은 미 정부의 이익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만 둘 리가 없었다. 결국 찰스 폰지의 사기는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이리하여 그의 이름이 금융사에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     

*               *               *

스테이블 코인이 화폐로 쓰이는 것, 게다가 다른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이 그 역할을 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의 말을 믿으라. 가격을 매기는 일은 화폐와 금융의 영역이지 분산저장의 기술이나 알고리즘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개발자들과 그 소수 추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테라의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의결권을 내세우며 경제학자들과 금융가들을 기술 문맹으로 몰아가지만 진짜 문제는 그네들이 화폐와 금융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연일 상승하는 달러의 가치에 연동하여 UST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사실상 루나의 발행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루나의 수요를 유지하려면, 아니 늘리는 길은 스테이킹의 이자를 더욱 높게 올리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그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애초에 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라의 생태계가 더욱 크게 구축되었어도, 아니면 그들이 비트코인을 더 가지고 있었어도, 혹은 공매도 세력이 붙지 않았어도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제고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살아나게 된 기폭제는 코로나와 양적완화였다. 각 정부들이 코로나에 무력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으며 빠른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켰다. 그런 현상은 화폐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폭발적인 양적완화에도 달러는 기타 통화 대비 교환 비만 조금 하락했을 뿐 미국 정부의 채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자산 중 하나였고 이윽고 연준이 비상조치를 거두어들이자 달러는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하여 모든 스테이블 코인들이 시험대에 올랐던 것이다. 

이 화폐 호소인들은 태생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으로부터의 탈 중앙화를 외치던 테라의 운명은 사실상 훨씬 더 적은 소수의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있었다. 바로 더 신뢰하기 어렵고 더 통제도 안되며 화폐금융에 대해선 더더욱 무지한 사람들에게. 탈 중앙이라는 것이 더 멍청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였던가. 또한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이 살아남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보유고가 달러로 표시된 자산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무한정 찍혀 나온다던 바로 그 달러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미래의 통화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미 수십 년 전에 멸종한 금(달러) 본위제나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구닥다리 모델인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다. 그러니 그들의 미래도 테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폰지사기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훗날엔 금태환 폐지의 쇼크나 뱅크런, 혹은 중앙은행의 탄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그러니 아직도 테라의 생태계는 가능했고 또 루나 역시 성공할 수도 있었다고 믿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찰스 폰지에게도 국제반신권이라는 획기적 차익거래나 마카로니 같은 멀쩡한 사업 모델들이 있었노라고. 마카로니 사업이 기적적으로 번창해 모든 미국인들이 폰지의 마카로니를 먹었어도 언젠가 그의 회사는 반드시 실패했을 것이고 찰스 폰지는 여전히 사기꾼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믿음은 화폐금융과 경제사에 대한 완벽한 무지로부터 출발하고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당신들은 지난 200년간 근현대 금융사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사고를 차례대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

탈중앙을 외치는 가상화폐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자본시장의 아나키스트들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열등하다고 여기고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 규제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자 모두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피해자들은 그들이 회피하려던 규제에 따라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고 외치고 있고 책임자의 가족들은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실제 역사에서 아나키스트들은 이상론자에 불과했고 그들은 정부의 역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인간의 법과 질서를 떠나 도착한 곳은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가 아닌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허나 자연에서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피식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포식자를 꿈꾸던 피식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바친다.    



*나는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수 있고 또 모든 가상자산들의 내재가치가 반드시 0에 수렴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만 해당될 것이며 또 여전히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용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들이 꼭 UST나 루나처럼 폭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수 있다. 페그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화폐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해 사장되는 방향으로 끝날 수 있다. 


2022. 5. 12.

페그는 불가능하다

나는 블록체인이나 코인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특정 통화나 재화의 가격을 기축통화인 달러에 페그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수십 수백조의 외환보유고를 지녔던 수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런 모든 시도는 매우 큰 고통과 함께 끝났다. 그런데 일개 개인이 그를 보장한다니.

영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 문제 때문이 아니다. 특허청에는 매년 수도 없는 사람들이 몇장짜리 종이쪼가리를 손에 들고서 자신이 영구기관을 개발했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담당자가 그런 특허를 반려하면 그들은 대개 화를 내며 담당자의 이해도가 부족해서 자신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몰라준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아도 아래 스테이블 코인의 페깅 매커니즘은 작동하지 않았고 작동할 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084677

그리고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영구기관이 폭락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위는 달러에 페그되는 스테이블 코인에 관한 것으로 기타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2022. 5. 10.

쿠오 바디스 부동산(Quo Vadis Domus)

2019년 말 김현미의 마지막 대규모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래(링크) 부동산에 대해 별다른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은 이 시장이 더 이상 저평가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도한 규제로 내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크게 증가한데다 시장의 수급과 적정가치를 판단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에 나는 부동산 상품을 분석하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직후 자산시장이 버블인지에 대해 잠시 분석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통화량과 재정지출로 인해 모든 자산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분석한 것이지 꼭 부동산에 국한된 전망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현재 피크를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만간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고점에서 후퇴하여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 전망이 맞는다면 지난 10년보다 향후 10년의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며 상당 부분은 임금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할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현재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았던 1970년대의 미국을 살펴보자. 당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8%까지 상승했는데 이런 인플레이션을 제한하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3%에서 20%(1980년 3월)까지 올려야 했고 그 결과 이전 10년간 연평균 약 4.4% 성장했던 미국의 실질 GDP는 3% 아래로 주저앉았으며 다우존스 지수는 1970년 800에서 1979년 말 840으로 거의 오르지 못했다. 동기간 미국의 주택 가격은 어떻게 변했을까? 미국 주택의 중위값은 $24,000에서 $55,000로 약 2.3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CPI 지수가 약 1.99배 상승했으니 주택 가격은 당시의 주식시장이나 경제성장률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착실히 쫒아간 셈이다. 

1950-90년대의 인플레이션과 주택가격 변동
그래서 장기 차트를 그려 보면 주택가격은 대개 금리가 오를 때 상승하고 금리가 하락할 때 함께 하락한다. 반면 장기간 대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성을 반영한 테크 주식들이나 무형자산의 비중이 큰 회사의 주가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유망한 테크주들의 하락이 타업종 주가보다도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슈퍼 고성장을 대표하는 테크 주식이 있다면 1970년대엔 Nifty Fifty가 있었다. 고성장 블루칩 50개 주식들로 이루어진 이 포트폴리오는 한때 주식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담아야 했던 Must have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십수 년간 잠잠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개를 들고 연준이 이를 제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시작하자 한때의 블루칩이었던 이들은 다른 업종보다도 더 급격한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주식과는 달리 물가와 상품, 그리고 주택가격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투자자들의 피웅덩이를 철벅철벅 밟으며 뛰어올랐고 1970년대는 상품가격들이 주가와 가장 크게 괴리된 시기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대표적 성장주들의 밸류에이션은 그 시절의 Nifty Fifty보다도 높다. 아직도.*

따라서 그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면 지금 성장주들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해서 부동산이 그를 쫒아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주가의 하락폭은 수요나 어닝의 급격한 감소보다 단순히 금리의 상승을 반영한 것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부동산의 수요 뿐 아니라 공급에도 타격을 준다. 장기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상당수 건설 프로젝트들의 비용이 증가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고 당면한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시작된 공사현장들도 멈춰섰다. 한국의 건축 인허가 건수가 급감한 것이 금리 상승이나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성장주의 폭락이 부동산 시장에서 재현되긴 어렵다. 물론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과 부동산과의 괴리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니 인플레이션이 올라온대도 부동산이 과거만큼 그를 정직하게 따라가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부동산은 어떤 잣대로 보아도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는 없기에 투자에 나서기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다루는 상품들 중에서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가장 정직하게 따라가는 자산이고 그렇기에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뿐 아니라 험난한 인플레이션의 고비를 넘어온 우리의 부모님들이 인플레이션의 피난처로 부동산을 꼽는것 아닌가. 적어도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과대평가된 성장주와 부동산을 같은 그룹으로 묶는 일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고전 영화의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쿠오바디스라는 구절은 성경에 기록된 베드로의 일화에서 인용한 것이다. 로마의 박해를 피해 달아나는 베드로 앞에 예수의 환영이 십자가를 지고 나타난다. 베드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Quo Vadis Dominu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예수는 대답한다. "네가 내 백성들을 버리기에 내가 또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위해 로마로 간다." 그 말을 들은 베드로는 심히 부끄러워하며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를 택했다. 이 일화를 곱씹으며 베드로의 심정으로 이렇게 물을 수 있지 않을까? Quo Vadis Domus?**(부동산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역사는 이렇게 답한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온다면 부동산과 성장주의 길이 결코 같지 않으리라고. 

로마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십자가 형을 선고받은 베드로는 감히 자신이 주님과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더욱 고통스러운 죽음임을 알면서도. 코인이나 나스닥이 하락했다고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파는 일은, 만약 내가 전망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온다면, 베드로처럼 자신을 십자가에 거꾸로 매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0년대 미국의 주택가격 변동과 미국 5년 금리

*하지만 2000년 IT버블보다는 훨씬 낮다.

**라틴어 Dominus는 주님, 혹은 주인님을 의미하는데 이는 집을 뜻하는 Domus와 같은 어원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한다.  

2022. 5. 9.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의 금융범죄를 수사하라

1. 라임

2. 옵티머스

3. 디스커버리

4. 코링크


금융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 펀드들의 구성과정과 투자내역 그리고 실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 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금융범죄는 두번 다시 존재해서는 안되며 그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범죄내역을 은폐하거나 범죄자들을 옹호하려고 한 이들은 모두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그 정면에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의 최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나는 한 사회에 진보와 보수 모두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진심으로. 하지만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수호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범죄다. 김경률, 권경애, 진중권과 같이 그 누구보다 진보적이었던 이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가장 독하게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적폐라서? 꼴보수라서? 그럴리가 있나. 단순히 이 무뢰배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부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악취가 난다.

2022. 5. 5.

인플레이션 생존법

투자에서 가장 확실하게 수익을 내는 방법은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고 고평가 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그보다 더 확실하게 장기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법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의 뇌는 반대로 작동한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인지라 우리의 오감과 이성은 주변 개체들의 편향에 쉽게 오염되기 마련. 따라서 우리의 뇌는 대중이 사는 것을 쫓아 사도록 작동한다. 하지만 모두가 매입한 자산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싼 자산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모두가 웃는 날은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견뎌낼 투자법을 찾고 있지만 어쩌면 그 해답은 그들의 주식 호가 창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재와 재정/국제정세가 상당히 유사했던 1960년대의 주식시장을 되돌아보자. 한국전쟁 종전 이후 미국의 주식시장은 15년간 약 3.7배 상승하며 연평균 11%의 수익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이후의 15년 동안 조금도 오르지 못하며 예금만도 못한 투자수익률을 가져다주었다. 되려 고점에서 42%나 하락하기까지 했으니 무척이나 형편없던 투자였던 셈이다. 

1960년대 후반 이후 S&P500 주가
물론 역사가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근대적인 통화정책이 태동한 이후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오래 연구해왔으니까. 하지만 분명 유사점도 존재한다. 국제질서가 실리가 아닌 이념으로 재편되기 시작하고 정부가 재정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 환경규제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 등. 나야 태생부터 본업까지 투자로 먹고사는 투기꾼 인지라 계속해서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투자를 지속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주식은 소망했던 것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노동소득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훌륭한 투자기회는 대개 오늘날 저평가 된 자산들 중에 있다. 그리고 노동이야말로 지금 가장 저평가 된 자산이다. 자산 시장의 랠리로 사람들은 자신의 임금소득을 가볍게 여기고 있고 지금은 일반 대기업뿐 아니라 전문직 직종의 지인들까지도 본업보다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지속되면 현재 크게 오른 몇몇 자산들의 요구수익률은 크게 재조정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쫓아가는 자산과 그렇지 못한 자산 간의 명암이 크게 갈릴 것이다. 반면 우리들의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착실하게 따라갈 것이다. 여러 인플레이션 중에서 중앙은행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wage-price spiral로 인한 인플레이션인데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이 여럿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저학력/저임금 계층의 임금이 고학력/고소득층의 임금보다도 더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10년 전의 삼성전자 대졸자 초봉과 오토바이 배달부의 임금격차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 보자) 이를 설명하는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나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과 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경제를 개방하면서 무려 15억 명이나 되는 값싸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세계로 쏟아져 나왔고 이런 노동시장의 변혁은*** 이후 세계가 낮은 인플레이션을 누릴 수 있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노동시장은 더 이상 값싸고 젊지 않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시작된 반이민 정책은 노동시장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신 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었으면서도 유망한 자산은 바로 노동이다. 모두가 퇴근 후 주식 스터디에 나서고 새 ICO를 검색하고 전혀 모르는 지역으로 임장을 다닐 때 자신의 노동 수익률을 높이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자들이 고과와 승진을 포기하고 해외 주식 창을 켤 때 당신은 실적을 내는데 집중하고 승진하고 연봉을 높여야 한다. 특히나 젊은 층은 현재 자산보다도 미래소득이 더 큰 데다 동년배 경쟁자들이 회사에서의 노동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한다. 1960년대와 같은 시대가 반복된다면 인플레이션을 가장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은 바로 당신의 월급명세서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은 가장 위대한 투자자들 중 하나이다. 단기간에 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무려 반세기에 걸쳐, 또 고작 수백 달러의 투자금부터 수백조에 다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전례 없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믿던 시기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낡은 투자법을 평가절하했지만 버핏은 살아남아 여전히 벤치마크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고 한때 그를 퇴물이라고 부르던 헛똑똑이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던 데에는 지독하리만큼, 때론 지루하리만큼 원칙을 따르는 지키는 투자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인플레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는 것입니다. 돈과는 달리 그런 기술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하지도 않고 달러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던 간에 그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항시 존재할 것 입니다"

나는 트레이더지만 정작 블로그를 통해 어떤 투자에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2015년에, 그리고 문재인 집권 초기에 한국 부동산을 사라고 했던 것. 그리고 코로나 직후 최대한의 레버리지로 자산을 매입하라고 권했던 것. 그리고 2021년에도 그를 유지해야 하지만 4분기부터는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등 단지 몇 차례에 불과하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틀렸던 것들도 많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을 바꾼 것도 그렇고, 또 테슬라처럼 전망을 바꾸지 않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완전히 엇나간 것들도 있다. 하지만 경제 사이클의 큰 흐름에서는 대체적으로 맞는 쪽에 서 있었기에 여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그리고 그때와 같은 확신으로 이렇게 권한다. 

"당신이 현재 가진 투자자산이 미래소득보다 작다면,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자산배분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보다 버핏의 조언을 듣는 것이 올바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재차 강조하는 탓에 오해할 수 있지만 상당히 높은 확률로 미국의 CPI는 이번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8.5%에 달하는 CPI가 반토막이 나서 4%대를 기록한다고 인플레이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란, 경제에 내재된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둔화시키기 위해 상시 고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시대를 의미한다. 2010-20년의 평균 인플레이션이 1.8%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향후 10년 평균 인플레이션이 3%, 혹은 그 이상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은 장기금리 역시 과거의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을 암시한다.

**연준은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거기에 중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의 막대한 투자가 과거 낮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늘 장기적 가치투자로만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때론 자신의 명성이나 자본을 이용해 투자하는 대상에게서 가혹할 만큼의 수익을 얻어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