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찰스 폰지는 동네의 한량으로 지내다 부모의 권유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는 배에서부터 도박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했고 웨이터로 일하는 동안 손님의 잔돈을 빼돌리다 해고당했으며 수표를 위조한 죄로 3년간 감옥에 가게 되었다. 마피아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뜨내기 협잡꾼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금융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까?
결혼 후 성실하게 생계를 책임질 일자리를 찾던 그는 작은 광고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유럽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광고 아이디어를 홍보했는데, 그중 한 명이 카탈로그를 부탁하며 국제반신권(IRC)이라는 작은 증서를 하나 동봉해서 보냈다. 이는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한 회원국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우표 교환권인데 당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국제반신권을 구매해 뉴욕에서 팔면 약 40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한 폰지는 곧장 두 대륙 사이의 차익거래에 나서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실제 발행된 당시의 국제반신권 |
그는 이 거래로 친구들과 투자자들에게 45일 안에 50%를, 3달 뒤에는 두 배의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 이자가 불과 5%에 불과하던 시절에 무위험 차익거래로 연 400%의 수익이라니, 그의 사업 구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지인들 역시 유럽의 친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찰스 폰지의 말처럼 차익거래의 기회는 확실히 있었다. 왜 이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사업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불과 몇 센트에 불과했던 국제반신권을 유럽에서 대량으로 매집해서 미국으로 가져와 현금화하는 비용이 너무 컸다. 게다가 모집액이 약 1500만 달러로 늘어나자 그는 거의 수 억 장에 달하는 국제반신권을 구매해야 했는데 이를 미국으로 들여오려면 거의 타이타닉 호 크기의 배가 필요했던 것이다. 애초에 이 사업은 이민자들의 용돈벌이 이상으로 커질 수 없다는 결함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의 사업은 더욱 번창했다. 투자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배당을 곧장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찰스 폰지는 그들의 돈으로 호화스러운 생활을 지속했으며 마카로니와 와인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후 법정에서 그는 여기서 수익을 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줄 목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환매를 해도 그에게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욱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새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그들에게 돈을 내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기행각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나고 말았다. 작은 소송에 휘말린 탓에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탐사보도에 나선 한 기자가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냈기 때문이다. 만약 찰스 폰지의 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미국에서 약 1억 6천만 장의 국제반신권이 유통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유통된 것은 고작 2만 7천 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게다가 설령 그의 사업이 온전하게 적법하게 돌아가고 있어도 그 이익은 미 정부의 이익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가만 둘 리가 없었다. 결국 찰스 폰지의 사기는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이리하여 그의 이름이 금융사에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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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이 화폐로 쓰이는 것, 게다가 다른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이 그 역할을 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의 말을 믿으라. 가격을 매기는 일은 화폐와 금융의 영역이지 분산저장의 기술이나 알고리즘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개발자들과 그 소수 추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테라의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의결권을 내세우며 경제학자들과 금융가들을 기술 문맹으로 몰아가지만 진짜 문제는 그네들이 화폐와 금융시스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연일 상승하는 달러의 가치에 연동하여 UST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사실상 루나의 발행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루나의 수요를 유지하려면, 아니 늘리는 길은 스테이킹의 이자를 더욱 높게 올리는 것 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그들은 반대로 행동했다. 애초에 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라의 생태계가 더욱 크게 구축되었어도, 아니면 그들이 비트코인을 더 가지고 있었어도, 혹은 공매도 세력이 붙지 않았어도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제고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살아나게 된 기폭제는 코로나와 양적완화였다. 각 정부들이 코로나에 무력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으며 빠른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켰다. 그런 현상은 화폐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집단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폭발적인 양적완화에도 달러는 기타 통화 대비 교환 비만 조금 하락했을 뿐 미국 정부의 채권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자산 중 하나였고 이윽고 연준이 비상조치를 거두어들이자 달러는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하여 모든 스테이블 코인들이 시험대에 올랐던 것이다.
이 화폐 호소인들은 태생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으로부터의 탈 중앙화를 외치던 테라의 운명은 사실상 훨씬 더 적은 소수의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있었다. 바로 더 신뢰하기 어렵고 더 통제도 안되며 화폐금융에 대해선 더더욱 무지한 사람들에게. 탈 중앙이라는 것이 더 멍청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였던가. 또한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이 살아남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보유고가 달러로 표시된 자산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무한정 찍혀 나온다던 바로 그 달러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미래의 통화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미 수십 년 전에 멸종한 금(달러) 본위제나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구닥다리 모델인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다. 그러니 그들의 미래도 테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폰지사기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훗날엔 금태환 폐지의 쇼크나 뱅크런, 혹은 중앙은행의 탄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그러니 아직도 테라의 생태계는 가능했고 또 루나 역시 성공할 수도 있었다고 믿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찰스 폰지에게도 국제반신권이라는 획기적 차익거래나 마카로니 같은 멀쩡한 사업 모델들이 있었노라고. 마카로니 사업이 기적적으로 번창해 모든 미국인들이 폰지의 마카로니를 먹었어도 언젠가 그의 회사는 반드시 실패했을 것이고 찰스 폰지는 여전히 사기꾼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믿음은 화폐금융과 경제사에 대한 완벽한 무지로부터 출발하고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당신들은 지난 200년간 근현대 금융사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사고를 차례대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
탈중앙을 외치는 가상화폐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자본시장의 아나키스트들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열등하다고 여기고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 규제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자 모두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지 않은가. 피해자들은 그들이 회피하려던 규제에 따라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고 외치고 있고 책임자의 가족들은 정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실제 역사에서 아나키스트들은 이상론자에 불과했고 그들은 정부의 역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인간의 법과 질서를 떠나 도착한 곳은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가 아닌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허나 자연에서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피식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포식자를 꿈꾸던 피식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바친다.
*나는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수 있고 또 모든 가상자산들의 내재가치가 반드시 0에 수렴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만 해당될 것이며 또 여전히 화폐의 역할을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용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들이 꼭 UST나 루나처럼 폭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수 있다. 페그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화폐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해 사장되는 방향으로 끝날 수 있다.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면 리스크에 눈을 감아버린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답글삭제가상화폐는 지갑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지갑을 추적한 결과, 숏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사람이 권도형씨더라고요.... 가상화폐는 돈으로 윽박지르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래들은 개미를 서서히 말려 죽일겁니다. 물론 가상화폐를 달러로 인출해서 이자를 먹는 것은 부수입이고요.. 혹자는 주식시장이 외인과 기관 투자자만 배불리고 개미를 죽인다고 하지만, 가상화폐는 거래소가 추가되니 더 힘들것으로 사료됩니다...(미래에셋 0.014% 빗썸 0.25%)
답글삭제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답글삭제20년 주기마다 반복되는 테크발 개미털기가 슬슬 끝나가는군요
답글삭제글을 읽다 보니 영화 into the wild가 생각나네요
답글삭제선생님 달필이 너무 재밌습니다.
답글삭제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화폐호소인에서 뻥 터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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