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에 골든 라즈베리 상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한국은행과 이주열에게 돌아가야 한다. 밀어닥치는 코로나의 위기 앞에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금리 인하가 필요 없다고 장담한 중앙은행장이 아니라면 그 누가 왕관의 무게를 견디랴. 그리고 총재의 설레발은 다시 한번 적중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정상화를 외치자마자 코로나 확진자 수가 폭증하며 정부는 대응 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CDC, 질병관리청에 이어 가장 높은 정확도로 우한폐렴의 위험을 알리는 기관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코로나로 세계대전 수준의 타격을 입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시도를 펼치는 동안 가장 아무것도 하지 않은 기관이 가장 먼저 정상화를 외칠 정도로 코로나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만큼 사람들도 판데믹의 영향을 가볍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백신 접종률이 절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방역단계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으니 대중이 경계심을 낮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대중인가. 장삼이사들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을 가졌다면 그들과 같은 보수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참고로 작년 한국의 평균임금은 4875만 원인데 반해 이주열과 금융통화위원들의 연봉은 3억 6700만 원에 달한다. 물론 업무추진비와 부가적 의전은 별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델타 변이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낮은 사망률이 유지되니 설령 4차 유행이 크게 번져도 금융시장이 패닉 하지는 않을 것이고 되레 집단면역에 이르는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방역이 아니다. 바로 엉망으로 운영되는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가 끝도 없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이 블로그의 세 번째 글이 한국은행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한 글이었는데(한국은행은 왜 실패하는가 링크) 글이 쓰인 2015년 5월 4일부터 지금까지 한국은행이란 조직과 이주열이란 개인은 아무런 발전이 없다. 아니 퇴보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지향하는 통화정책이 코로나의 가장 큰 피해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니까.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유동성이 플리는 속도를 늦추겠다는 말과 같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관치금융이 만연한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줄이는 신호를 보내면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떤 대출을 먼저 줄이겠는가. 삼성전자와 삼성동의 정승 네트워크, 삼성동 김 회장님과 삼송동 김 씨.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줄어든 유동성의 타격은 수익이 낮고 상환능력이 낮은 계층에게 집중된다. 늘 그렇듯이. 하지만 이 계층이야말로 코로나의 가장 큰 희생자들이다. 금리 인상의 효과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사람들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들, 자영업자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1분위 계층, 그리고 취업 길이 막힌 젊은이들이 될 것이다. 연준이 급작스러운 위기로 안한 상흔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시적 과열을 용인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의 길로 한국은행은 나아가고 있다. 다만 그들 앞에 코로나가 있을 뿐.
현대의 국가 시스템에서 정부 조직의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이다. 하지만 관료제가 발달하게 되면 각 조직은 자신에게 위임된 권한을 조직의 권리라고 착각하곤 한다. 기준금리를 한은에게 결정하도록 허용한 것은 경제 상황에 맞게 통화정책을 운용하도록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것이지 총재에게 주어진 천부권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흔히 인플레이션 파이터라고 불리는 은행으로 독일의 분데스방크와 일본의 BOJ를 드는데 이것이 두 나라에서 관료제가 크게 발달했다는 사실과 아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분데스방크는 동독과 통일 이후, 일본은 버블 직후 잘못된 통화정책을 펼쳐 디플레이션과 장기 불황을 초래했다. 이들의 전철을 착실하게 밟아 한국은행은 2010년대 중반 한국경제를 디플레이션의 구렁으로 밀어 넣었다. 기재부가 개입해서 우리를 다시 끄집어내기 전까지.
한국은행 법 1조 1항은 한국은행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 지난달 CPI는 고작 2.4%로 그들의 물가목표 2%를* 살짝 상회한 반면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지난달까지 약 31개월 동안 목표치를 하회한 누적분을 모두 더하면 무려 38.8%에 달한다.** 매달 평균 1%가 넘는 저물가를 방치한 셈인데 한국은행은 매번 실기의 순간마다 대외변수와 불확실성을 핑계로 든다. 그리고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은 어김없이 불확실성을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경제가 어디에 있는가. 확실한 것은 죽음뿐이다. 이 조직이 고작 2주짜리의 불확실성조차 다룰 능력이 없다면 확실하게 사멸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다. 바로 형편없는 한국은행과 이주열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시대에 2%의 물가목표가 적절한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물가목표를 재설정할 책임도 한은에게 있다.
**물론 저물가가 장기간 누적되었다고 당장 고물가를 방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체도 없는 부동산 투기 잡겠다고, 온갖 규제와 세금 때려 넣어서 주거질은 더 악화되고..
답글삭제이젠 일본 전철 그대로 밟으려고 금리까지 매년 2차례 인상한다네요...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몇 채인줄 아세요? 1000채 ㅠㅜ
어림잡아 서울 아파트 매년 5만호는 공급해야 아파트가 안 부족한데,,
공급 줄이고, 미친듯이 세금 거두면, 조세 전가는 달나라 이야긴가 ㅋㅋ
문크예거는 그 와중에 선진국 편입 딸딸이 치며 선진국 인정 영수증은 다음 정부로 나몰라라 ㅋㅋ
한국은행 커버치자면, 작은 긴축으로 좀비기업 털면서 나가고 싶은것 같은데,
외환보유고 아무리 높여봐야, 외채가 계속 증가 추이라,,
외채를 안 빠져 나가게 만들고 싶은 것도 고려해봐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말씀하신 폭풍우에 작은배가 먼저 휩쓸린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문프가 나라를 망치는 와중에 유일하게 좋은게 선생님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점입니다.
답글삭제그런 의미에서 다음 대선은 이재명에게...?
Disaster Moon은 올타임 레전드 입니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어야 겠죠. 개인적으로는 문재앙 통치기간동안 벌어진 사례는 전부 후세에 기록으로 남기는게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 60, 70년대 경제성장과 동시에 유신체제나 박정희, 전두환 시절 독재나 인권문제에 대해 서술한 것 처럼 향후 이 정권이 한 짓을 교과서에 박제해서 민주주의에도 단점이 있고, 시민단체는 물론 대중들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재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택 공급 및 규제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맨큐같은 경제원론에 대표 사례로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신자유주의 폐단에 대해선 여러 매체에서 영국이 사례로 잘 등장하던데, 주택 공급 및 규제 사례는 멘큐에서 못 본것 같네요. 이런 경제학의 기본적인 이론을 무시한 댓가가 무엇인지 알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반면교사로 남으리라 봅니다.
답글삭제좋은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명문에 옥에 티가 하나 있어 글 남기고 갑니다. 판관비가 아니라 판공비 아닐까요... 사실 판공비도 요샌 안쓰는 단어긴 합니다. 업무추진비가 P/L 상에 반영되는 말입니다.
답글삭제아 그러네요. 친절하고 자세히 지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본문에 반영했습니다.
삭제진지하게 그들은 뭐가 문제일까요.. 한은 내 개개인들의 역량 문제라 하기엔 그들도 나름 사회에서의 엘리트? 집단일텐데 폐쇄적인 조직문화인지 아니면 뭐 다른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무능할수 있을까요..휴
답글삭제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통화정책을 펼쳤을 때의 인센티브가 전혀 없고, 또 총재에 임명되는 사람들이 시험을 치고 들어온 사람들 중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승진한 사람들 중에서 선발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삭제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선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대출받을 당시의 장기금리(국채 10년물 금리)로 고정되어 나가는 반면, 한국은 주택담보대출이 주로 단기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로 나갑니다. 한국과 미국 부동산 모두 최근 부동산 버블이 심해졌는데, 미국의 경우 단기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장기 금리가 향후의 성장과 인플레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올라가주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이 어느 정도는 잡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단기 금리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너무 낮은 금리를 장기간 방치하면 부동산 버블이 더 폭주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그널은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그 배경에 숨어있는 금융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면이 크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글삭제세가지 이유에서 반대합니다. 하나, 현재의 부동산가격 상승은 공급부족 때문이고 둘, 규제로 LTV가 극히 낮은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며 셋, 무엇보다 한국은행은 통화적 현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조직이지 극히 일부 재화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면 안됩니다.
삭제예를 들어 연준은 CPI지수 외에 core CPI라는 지표를 따로 고려합니다. 이 지수는 계절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CPI를 따로 합산한 것인데 식품과 에너지도 주택 만큼이나 우리에게 필수적인 재화지만 일시적 불균형이나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을 관찰하기 위해 산정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부동산이라는 일부 재화에 집중해서 통화정책을 펴게 되면 한은은 나머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어리석은 짓이지만 만약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로 가장 타격을 심하게 입은 계층, 자영업자와 내수중소기업의 파산률이 올라갑니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고 나면 문제없이 살아났을 업종들도 파산합니다. 특히나 생산성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과 젊은 층의 취업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상흔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들 것입니다.
금리를 올리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빈부격차를 이유로 드는데, 그 해결책도 잘못되었을뿐 아니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한은 내부의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소득은 되려 증가합니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의 약 2배 정도 되거든요. 그럼 누가 그렇게 많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5분위로 갈 수록 부채보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크고 1분위는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5분위의 금융소득이 늘고 1분위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겠죠.
원론적인 면에서 대단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부동산이 '극히 일부 재화'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재화인가요? 가계의 소비 중에 주거 비용(월세, 전세를 살면서 지출하는 금융소득의 기회비용, 혹은 주택 담보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해당 재화의 가격이 급등하면 향후 가계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됩니다. 특히 출산율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의 급등은 국가의 미래 자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트리거가 향후 공급 절벽 기대에 대한 반영은 맞지만, 유동성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만큼 주요 정책 목표 중 한 구석을 차지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또한 마지막 문단에서 금리 상승이 빈부격차를 오히려 키운다고 하셨는데, 그 건 소득의 격차를 일시적으로 키울 수는 있어도 유동성을 억제해서 자산의 격차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금리 상승론자가 기본적인 산수조차 못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빈부격차는 소득도 있지만 별도의 수식어구가 없을 때는 보통 자산의 격차를 의미하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게 아닙니다. 그 도구로 통화정책을 쓰는게 어불성설이란거죠. 그냥 시장경제에 맡겨 주택공급을 늘리면 됩니다. 쌀값이 오르면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진 않듯이요.
삭제그리고 자산격자는 기분의 문제지만 금리를 올리면 저소득층의 생계가 위협받습니다. 주택공급을 늘려서 해결하면 될 문제를 저소득층을 굶기고 한계기업을 파산시키고 청년층들을 장기 실직자로 만들면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격차가 줄어드는게 아닙니다. 금리를 올릴만한 상황(i.e. 호황)이 조성되어야 소득격차가 줄어듭니다. 유동성을 억제해서 격차를 줄이는게 아니라, 유동성을 억제해도 되는 상황이 조성되어야 격차가 줄어듭니다. 금리 올리던 2017-18년에 부동산 가격 안정적이었나요? 전혀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서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과연 실질적으로 상관이 있는지부터 의문을 던져봐야겠죠.
삭제부동산도 그냥 일부 재화일 뿐이고 가격이 움직이는 알고리즘도 똑같은데 왜 여기에 대해서만 다른 기준을(그냥 본인 뇌내망상일뿐인) 적용하려는지 참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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