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가 사회나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경계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그들은 그 문제를 이해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종종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말 많은 경우 그렇다.
당장 [미술가]와 [환경오염]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자. 수도 없이 많은 전시회와 작품들 인터뷰들이 쏟아져 나온다.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은 하나같이 도덕적 우월성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고 대중들과 사회를 향해 따끔한 훈계를 던진다. 너희들은 문제가 많고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고. 명목상으로 너희라는 단어 대신 우리라고는 하지만 그 [우리]라는 단어에 자신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마치 초등학교 선생님이 우리 구구단을 외워보아요, 라고 할 때 자신은 이미 외우고 있다는 것처럼.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어떤가. 한 명의 미술학도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일부 수채화 물감에는 강한 독성이 포함되어 물감의 독성을 검증하는 국제기구도 존재하며 아크릴물감 유화 에칭 금속공예 섬유예술을 위해서는 화학물질들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그것들이 얼마나 유독한지 검색해 볼 필요도 없이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한 명의 미술가가 평생토록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중국 산둥의 공장의 노동자들 못지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 환경오염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이러한 모순은 그들이 자주 언급하는 다른 사회문제-자본주의나 기술의 폐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상 지금보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더 많았던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기근을 겪어 인구가 줄던 고대나 중세에는 먹고살기가 바빠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를 부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대의 자본주의, 그리고 과학문명은 일부 계층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풍요를 가져왔고 그들 중 일부는 예술인이 되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그 누구보다도 가장 기술발전과 과학문명에 철저하게 목 매인 사람들이다. 어느 시대나 경제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굶는 것은 예술인들 아닌가. 그들은 우리 사회의 정신을 구성하고 있지만 동시에 물질적으로 사회에 기생하고 있기도 하다. 예술적 표현은 인간의 본능이긴 하지만 식욕보다 앞선 욕구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 집단이 기술문명과 자본주의를 천대하고 심지어 공격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에게 숟가락을 집어던지는 사춘기 아이를 보듯 마음이 심히 불편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괴로운 수많은 일 중 하나는 한때 사회적 문제에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던 예술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어버렸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던 이들이 정치적 노선이 다르단 이유로 특정 배우와 작업을 꺼리고 사회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가수가 가장 부조리한 정치인을 옹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몇년 전만 해도 정유라가 받은 말은 명백한 비리라며 노발대발하던 미술평론가들이 문준용이 받은 지원금은 정당한 예술 지원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다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어둔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던 관객들의 심정이 이랬을까.
성경에 따르면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질문 하나를 던진다. 하지만 예수는 다음과 같은 현명한 대답으로 그 함정을 피해 간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그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문재인의 집권과 함께 갑자기 백치 아다다로 변한 예술인들은 이 구절을 마땅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사실상 다른 학생들과 예체능을 분리해서 가르친다. 그들의 전공은 일반 학생들보다 몇 배의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예술가들은 다양한 교양 지식을 쌓을 여유가 없다.(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따라서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학생이 대중에게 아그리파 소묘를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예술가들이 대중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일갈하고 가르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예수의 대답처럼 권력자인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남겨두고 고흐의 것은 고흐에게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고흐의 것을 카이사르에게 비비느라 자기모순에 빠져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글들을 읽노라니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 맥주 한 캔을 또 따서 들이키게 된다. 그들 덕에 뱃살이 늘었다. 그게 왜 그들 때문이냐고? 뭐 어때. 바야흐로 남 탓의 시대인데.
출처남기고 퍼가도 될까용?
답글삭제물론입니다.
삭제예술계가 좌편향이 심하긴 해도 이정도로 입을 닫는건 참 슬프네요...가만히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록위마를 해버리니...
답글삭제2년 전쯤에 병신오인방이라는 글을 썼는데 도대체 몇 인방까지 늘어나야 이 사태가 정리될까요.
삭제주문을 외워보자
답글삭제야발라바히야 야발라바히야~
흑석 김의겸 선생 글로 이 블로그를 알게 되서 이후 쭉 구독하고 있는데 정말 언제나 이 시절이 끝날지 - 물론 끝나지 않는 시대는 없으니 반드시 끝나겠지요 - 암흑의 터널이 너무 깁니다. 항상 시원한 글 감사드리고 이 암흑의 시대에 이곳이 제게는 정전중의 촛불켜진 방 같은 곳,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어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답글삭제형님 글 한번 죽이시네요... 글쟁이 또한 예술가라 부를 수 있다면 형님은 그 아들래미보다 몇배는 감각이 탁월하신 듯 합니다..ㅎㅎ
답글삭제잘 읽고 있습니다!
답글삭제누구나 자기가 병신같은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인정하기 싫어하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자기자신이 기준이어야 하는 예술러는 더더욱 말입니다. 작성자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예술러도 많이 숨어있겠지만 아마 같은 업계의 훈계쟁이들한테 훈계당하기 싫어서 진작에 입을 다물었을거에요.
답글삭제글이 아주 시원합니다 정말!!! 우리나라의 예술권력이 사실 현 정치성향의 근원세력과 오랫동안 밀월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요즘이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