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4.

순실이 아줌마 미안해

최순실 아줌마, 잘 지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25년 구형했더라. 그 뉴스를 보자마자 아줌마한테 사과 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미안해.

난 아줌마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악당인 줄 알고 욕했어.이제보니 아줌마는 순위권 안에도 못들것 같아. 시덥잖은 사업이나 하다 청와대 대가리 마누라랑 동창이라 금뱃지도 단 손혜원이 처먹는 규모를 보니 참 순실이 아줌마는 통이 작았다 싶네. 목포같은 지방 도시 문화재 가지고도 수십억을 해먹고 정숙이아줌마랑 친구면 청주같은데서도 수천억을 버는데, 아줌마는 세계적 이벤트인 평창올림픽 가지고 고작 10억도 못벌었더라. 그것도 12년 존버한 땅이라며. 한심하게 왜그랬어. 아줌마, 고작 그거 가지곤 요새 청와대에서는 순위권에도 못들어. 혹시 김의겸이라고 알아? 아줌마가 손이 작았던 건지 순박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호스트 고영태랑 놀아났다고 욕해서 미안해. 이제보니 운동권이면 광주 5.18 전야제에 룸싸롱 가서 술집여자 끼고 놀고 그래도 용서받더라고. 또 민주당이면 부하직원 강간하고 추행하고 성기 꺼내 털고 만지고, 여자인턴 데리고 국세로 해외출장다니고 그래도 되는 거였더라. 다 관행이래. 오해래. 그냥 돈내고 남자 불러다 논 아줌마보고 더럽다고 욕했는데 내가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걸 깜박했어. 미안해.

그리고 딸 유라씨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지고 고작 이대 체대 갔는데, 조민은 가라서류로 시험 한번 안보고 sky가고 의대가고 그러더라. 아줌마 남편이 조국이었다면 유라는 전국체전서 동메달만 따도 서울대법대 수석으로 갔을텐데. 지나고 보니 유라 말이 맞았네.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야. 아줌마도 민주당에 줄서지 그랬어. 그럼 김어준이랑 유시민이 #내가 정유라다 #승마여신 이지랄 떨었을텐데.

그리고.. 솔직히 국정농단 사건 터졌을때 대통령 연설문을 대학도 안나온 아줌마가 손봤다는 건 좀 충격이었어. 근데 이번 정부를 3년 겪고 나니까 아줌마가 천재였더라. 박사 하고 교수까지 한 사람들이 아무리 못해도 고졸인 아줌마보단 잘할줄 알았거든. 난 교수들이 그렇게 빡대가리일줄 몰랐어. 경제부터 외교 부동산까지 시원하게 다 말아먹으니 요새 너무 허탈해. 차라리 아줌마가 나라 다스릴때가 나았는데. 순실이 아줌마. 비선 말고 비서실장을 하지 왜 그랬어. 아니, 시발 내가 미안해..

우병우랑 엮여서 검찰 농락한다고도 욕했는데 병우형 알고보니 참 소심한 사람이었더라. 말 안들으면 수십이든 수백이든 죄다 귀양보내고 정 안되면 지가 검찰총장 해서 기소 다 막으면 되는거였는데 왜 법대로 했대.. 또 조국처럼 포토라인 쌩까고 뒷문으로 기어들어가지 왜 빙신같이 굳이 백주 대낮에 당당하게 출두해서 여기자 노려보다 쓸데없이 욕만 처먹고. 게다가 딸은 삼수인가 사수해서 고대갔다며? 조국 딸이 시험 안보고 의대갈때. 또 아들은 운전병 차출된게 특혜라고 까였다면서. 조국 아들은 군대 그냥 안 가던데..

또.. 아줌마 아빠 사이비종교라고 비하해서 미안해. 우리나라 헌법에 종교의 자유도 있는데 아빠가 목사든 스님이든 무당이든 드루이드든 알게 뭐야. 그 왜 요새 헌법 강의하던 못생긴데 안웃긴 개그맨 있잖아. 김제동. 걔는 맨날 앵무새처럼 헌법 1조 1항만 외우고 다니던데 20항에 있는 종교의 자유는 안읽어봤나봐. 특히나 외교고 경제고 다 말아먹는데도 친북, 소주성 외치는 무리들을 보니 어디까지가 종교인지 요새 헷갈려. 그냥 점봐서 정책짜는게 이거보단 나을것 같아. 그럼 운좋게 용한 무당이라도 걸릴수도 있잖아..

휴 여튼 아줌마 요새 날씨도 추운데 깜빵은 더 춥지? 아줌마가 검찰에 출두하는게 생방송될때 억울하다! 한마디 외쳤을때 옆에 지나가던 청소부 아줌마가 "옘병하네" 한마디 했던게 생각이 나. 그 분은 빌딩관리하시던 비정규직 노동자셨는데, 지난 3년간 경제지표 보니 그게 가장 많이 없어진 일자리 중 하나더라. 혹시나 그 분 지금쯤 집에서 "아아 꽃이 진 다음에야 봄인줄 알았읍니다" 이러고 있지 않을까? 나 아줌마가 너무 미운데 미안하기도 하고 시발 내가 무슨소리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그냥 아줌마 외롭지 말라고 깜방동기들 많이 보내줄게. 조금만 기다려. 시발.

2020. 1. 19.

방구석 제갈량들과 부동산

당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참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자신이 병신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발끈하기 전에 적어놓고 외워라. 이 한마디를 기억하는것 만으로 당신의 인생의 다운사이드가 크게 줄어들 것이니까.

부동산에는 이런 병신들이 유난히 많다. 부동산시장은 경제학, 건축기술, 인구구조, 사회학, 주택정책, 통화정책 등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결합된 시장이라 거시적인 예측이 대단히 힘들다. 수십명의 전문가/박사를 보유한 건설연구원이나 KDI를 제외한다면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이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한 사람이 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 어려우니 거시적 예측보다 미시적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복덕방 아줌마와 말도 한번 안 나눠본 초짜들이 부동산 시장이 이리이리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자신이 시장을 바로잡을 일격필살의 비기를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아마 예전부터 봐 왔던 소수의 독자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한 목적 자체가 그 병신들과 논쟁하며 똑같은 소리를 하는게 지겨워 아예 완성된 글을 올려놓고 링크만 달기 위해 만든것이다. 이 블로그의 첫 글(링크)이 일본은행이 어떻게 디플레를 초래했는지를 분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그 멍청이들과 논쟁할 일이 없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 없이 내가 옳았다는 것을 시장 가격이 증명해주고 있으므로 굳이 초딩수준의 방구석 제갈량들과 진흙탕에 뒹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빗나간 전망을 고집하는 자존심 센 멍청이들의 전망은 곧 소망이 되고, 그 소망마저 무시당하면 분노하기 시작한다. 한 예로 1998년 역대급 부동산 저점에서 추가폭락을 전망하던 한 연구원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외치다 지쳐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 가입하지 않았나.(링크) 문제는 이 키보드워리어들의 오랜 등신 짓은 결과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더욱 더 깊은 똥통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데에 있다.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그들이 그런 뻘짓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블로그 독자들이 그 멍청이들과 말을 섞는데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 방구석 여포들과 논쟁하는 대신 이 글의 링크를 떡 붙여넣고는 대화를 종료하시라. 당신의 시간은 그보다 가치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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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득세/보유세를 폭발적으로 올리면 집값이 잡힌다.
어느 시장이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거의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조난자에게 물을 팔 때 소비세를 붙여 봤자 가격과 수요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금 부동산이 폭등하는 원동력은 공급절벽인데 거기에 세금으로 대응해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수급이 심각하게 왜곡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부대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 한명의 세입자와 한명의 집주인이 있고, 갑자기 종부세가 부가되었다고 치자. 집주인은 부가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시켜려고 가격을 올리려 하겠지만, 빈 집이 존재할 경우 세입자는 전월세 비용을 올리는 대신 새 집을 매입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빈 집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노숙을 해야한다.(물론 집주인은 월세를 못받겠지만, 월세를 못받는것과 노숙하는 것 중 어느쪽이 더 괴로울까?)  따라서 조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되게 된다.

현실사회에서 한 집주인이 전월세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옆집 집주인과의 경쟁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집주인에게 공평하게 비용을 발생시키면 공급자끼리의 경쟁이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이처럼 수요곡선이 비탄력적인 경우 조세의 부과는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과정은 경제학에서도 쉽게 설명되어있으니 심심하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길.(링크)

2. 전세를 없애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사라진다.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기고 필요가 사라지면 점차 소멸한다. 전세 역시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니즈를 만족시켜주기에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링크) 금융시스템이 미개한 나라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담보기반의 P2P대출이 바로 전세시스템이다. 전세시장은 또 하나의 금융시스템이나 다름없고 따라서 전세를 불법으로 만들면 집값이 잡힌다는 이야기는 일부 금융시스템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이는 시중은행들 중 약 절반을 강제로 도산시키면 집값이 잡힌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며 베이징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삼성동 지하에서 핵실험을 해도 강남 집값이 잡힐 것이다. 폭락하는게 집값 하나가 아니어서 문제지. 전세시스템을 없애면 된다는 말은 앞의 예시와 전혀 다를바가 없다. 수요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하면 집값이 잡힌다는 븅신같은 주장.

게다가 앞서 말했듯 모든 시스템은 양측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기에 필연적으로 전세시스템으로 덕을 보는 세입자의 피해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월세는 서울시 신축의 경우 약 1.8-2.5%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임대차 시장의 거의 70% 를 차지하는 전세시스템 덕인데 전세가 모두 소멸하고 월세로 전환된다면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크게 폭등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자보다 세후 월세수익률이 높아져 돈 많은 자산가들이 예금을 빼서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니 집값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주택소유구조만 바뀌게 된다. 더 나쁜쪽으로. 임대소득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는 븅신은 1번을 다시 읽고 올것.

3.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면 부동산이 잡힌다.
주택을 공급하는데엔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부자들이다.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 다주택 보유를 금지한다고 치자, 그러면 신규주택 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건설사에서 대치동에 새 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그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무주택자가 많지 않으니 미분양을 염려해 사업을 포기할 것이다. 결국 얼마 안되는 무주택자들의 자본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경기도 변두리에나 짓거나 부실시공을 하다, 이윽고 주택공급이 끊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더 낡은 집의 가격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용적률제한, 분양권전매제한, 임대주택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도도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것은 주택 공급을 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렇게 규제하면 집값이 잡힐것이라는 병신에겐 한가지 질문을 던져라. 그럼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주의국가 북한은 왜 남한보다 못사냐고.

4. 부동산 가격 하락은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적 문제다.
당신이 집이 없다고 해서 모든 서민들이 집이 없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약 58%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 자산의 약 70%는 부동산이다. 게다가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1인 가구 중 상당수가 독립한 자녀로 차후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의 폭락은 서민에게 이득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경제발전의 성과를 서민들의 나눠주는 가장 중요한 루트 중 하나지, 빼앗는 것이 아니다.

5.차후 창의적이고 멍청한 주장을 접하면 다시 업데이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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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부동산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 무슨 배짱으로 각종 괴랄한 정책을 내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부동산시장과 정책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혜초스님의 왕오축국전이 발견된 둔황동굴의 나머지 문서 중 상당수는 당나라 시기에 작성된 복잡한 부동산 계약서였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가 인류 5천년 역사상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내서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는 망상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당신이 진짜 제갈량이면 방구석에 있지 않고 천하를 다퉜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이 방구석 뭐시기들에게 감사해야한다. 그들이 모두 우리보다 똑똑했다면 나는 예전 그 가격에 집을 사지 못했을 것 아닌가. 김수현이 참여정부에서 븅신 짓을 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다면 현재 부동산이 이렇게 폭등하지 못했을 것이니, 이 얼마나 고마운 븅신들인가. 다시 한번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이 자애로우신 방구석 제갈량들과 고마운 븅신들에게 감사하며 잠들도록 하자. 부디 진화하지 마시고 오래오래 그따위로 남아주시길.

2020. 1. 11.

독재의 서막

모든 독재는 법을 어겨가면서가 아니라 법을 지배하며 완성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독재는 지극히 합법이다. 김일성이 북한의 실정법을 거슬러 권력을 잡았는가? 스탈린이나 히틀러는? 당시의 헌법과 법전에 따르면 그들의 독재는 온전히 합법적 행위였다. 하지만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독재자들은 항상 적법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법의 경계는 민주와 독재를 나누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독재의 서막을 알려주는가.

그 답은 권력의 분산에 있다. 일부 인본주의자들이나 감성넘치는 돌대가리들의 허망한 구호와는 달리(ex. 난 달라) 유전적 다양성이 침팬치의 1/4도 안되는 인간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인간의 본성은 놀랄 정도로 균일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누구에게나 절대 권력을 주면 어김없이 타락한 독재자로 전락했다. 인류는 수천년 간 압제자와 민중간 피의 다툼을 벌인 끝에 이를 깨달았고 근대 민주주의를 완성하던 정치철학자들은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권력의 적절한 분산을 강조했다. 우리는 구약성경의 주인공들 처럼, 현인이 벼락처럼 나타나 절대권력을 쥐고 대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이 다른 타락한 인간을 견제하기 위해 정의로운 시늉이라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 인간이 도달 할 수 있는 차선의 경계는 딱 거기까지다.

대한민국 역시 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독재의 시기를 겪지 않았나. 빈번한 독재자의 등장은 권력이 적절히 분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그리고 그 원죄는 행정부, 더 나아가 청와대의 지나친 권력집중에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독재자들은 늘 행정부의 권한을 늘리려고 하고, 독재를 막으려는 이들은 그를 분산하려고 한다. 이 법칙은 현재에도 널리 통용된다. 당신이 박근혜를 지지하든 문재인을 지지하든 , 혹은 김정은이나 허경영을 밀던 간에. 따라서 우리는 시끄러운 정치사안들과 개혁들이 권력이 무게중심을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벌어지는 사건들은 삼권분립의 균형을 반드시, 또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게추는 분명히 행정부(혹은 청와대)로 기울어져 있다. 이는 여당 인사들, 심지어 청와대조차 반대하지 않는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미개한 신민들은 늘 자신이 좋아하는 임금님이 전권을 휘두르기를 바란다. 따라서 과거의 독재자들은 이런 점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했다. 박정희는 자신의 독재를 장기화하는 유신헌법을 두 차례나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이는 압도적인 찬성표(1차 91.5% 2차 73%)를 얻었다. 당시 선거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수치를 조정한다고 해도 그가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더욱이 그의 딸 박근혜가 87년 헌법체제 아래서 유일무이하게 과반을 넘겨 득표한 것을 보아도 그렇지 않나.(나중에 애비랑 다르게 어버버하다 탄핵됐지만) 그리고 문재인 정부도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조국수호집회에 모인 사람들을 보라. 거기에 어떤 민주적 가치와 삼권분리의 원칙이 있나. 그저 "우리 사랑하는 임금님을 괴롭히다니, 고오얀 것!" 이라며 분노하는 신민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소수 광신도들의 열성적 지지에 힘입어 청와대는 권력을 확대하고 있다, 독재의 서막은 서서히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재자들은 늘 법의 기본 정신이 아니라 껍데기 같은 형식에 치중한다. 정족수를 계산할 때 반올림을 해야한다던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이 그랬고,  현재 헌법을 수호한다는, 그러니 또 체육관대통령을 뽑겠다던 전두환의 호헌조치가 그랬다.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진행한다고 검찰인사를 모조리 다 갈아치우는 법무부의 변명도, 국회인사청문회 보고서를 무시하면서 임명하는 행정부의 변명도 마찬가지로 법의 껍데기를 강조한다. 이는 법에 의거한 적법한 인사권이라고. 하지만 검찰청법이나 인사청문회법이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에게 인사권 행사 시, 국회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라고 명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당신들의 권한은 견제/감시받아야한다는 것이지 듣고 걍 니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의 유치한 말장난이 떠오르지 않나, "야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며", "응 네 소원 정말 잘 듣기만 했는데"

운동권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좋은 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4.19와 6월 항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사건들은 1960년, 그리고 1987년에 일어났다. 이 민주화의 공을 특정 세대에게 돌리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를 무릅쓰면서 분석한다면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 가장 큰 몫은 1940-50년대 출생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링크) 그들은 10대에는 이승만에게 대항해서, 그리고 3040대가 되어서는 전두환에게 대항하여 시위를 이끌었다.(영화 1987에서도 광장을 메운 것은 종북대학생들이 아닌 넥타이부대들이었다.)  현재 여당 지지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40대는 그 두 사건에 기여하기엔, 또 기억하기엔 너무 어렸다. 당신들이 시계를 돌려 이승만, 혹은 전두환의 독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봤더라면 아마 지금 운동권들의 권력독점 시도를 좀 다르게 보지 않았을까.

이 글은 [민주화에 별로 기여한게 없으면서 스스로를] 민주화세대라고 일컫는 이들이 읽기엔 다소 불편할 이야기가 되겠지만, 앞서 말했듯 독재를 낳는 것은 개인의 인성이 아니라 조직의 권력구조이다. 따라서 현 제도를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권여당이 내편이 아니라 상대편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는 것 아닐까. 대깨문들이여, 그리고 골수 민주당원들이여. 공수처가 박근혜 정권에서 설치되었다고 생각해보라.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탄압이 우병우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보라. 그 결과가 끔찍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나쁜 개혁이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기존의 정치구조를 바꿔 독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자신의 정치력을 모두 소진해버리고 제거된 뒤, 엉뚱한 사람이 그 과실을 차지했다. 루비콘 강을 넘은 것은 시저였지만 세습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은 옥타비우누스였고, 프랑스 대혁명 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은 로베스피에르였지만 역시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현재 권력의 균형을 부수고 있는 것은 문재인이지만 정작 그 독재의 힘을 휘두르는 것은 결코 당신이 반기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나는 문재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실각 후 집권할 그 누군지 모를 미래의 독재자에게 반대하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사법개편 정책을 반대할 뿐이다. 다들 광화문에서 봅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양강 구도보다 삼자대결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를 서기 200년에 깨달은 제갈량은 천재.
**전국적인 사건으로 두 항쟁을 언급한 것이지, 광주항쟁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