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7.

협찬인생 박원순의 불로소득

위대하신 박원순 대통령지망자께서는 오늘 서울시부터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시하겠다는 원대한 뜻을 천명하셨다. 그가 불로소득을 적극으로 환수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을 때 나는 골이 땡 하고 울리는 것을 느꼈다. 40년의 협찬인생 외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분이 일해서 번 것외엔 다 환원해야한다니.

챨리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처럼 듣기만 해도 곰팡이 냄새 폴폴나는, 그런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 일으키는 이 단어, 불로소득이라는 말은 19세기 경제철학자 헨리 조지가 도입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는 토지와 건물을 통한 지대 뿐 아니라, 그 외에도 이자나 배당, 중개수수료 등 노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모든 소득을 묶어 불로소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한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선원이나 인쇄공으로 일했던, 정말 밑바닥부터 올라온 블루칼라였던 터라 땀흘려 일하는 육체노동을 중점에 두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

자 이제 헨리의 눈으로 박원순의 생애를 살펴보자. 그는 1978년부터 법원 사무관으로 일하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3년에 개업변호사가 되었지만 86년 이후로는 시민운동에 매진한다. 네이버에서 찾아본 그의 이력은 한 페이지가 꽉 차도록 다양했지만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없었다. 펴엉생 땀 흘려본 일이라고는 여름에 삼양동 옥탑방에서 쇼할때 뿐이었을 그를 헨리 조지가 보면 뭐라고 할까? 곯을대로 곯은 관상과는 정 반대로 뽀송뽀송한 그의 손을 살펴보곤 박시장의 뒷통수를 세게 후려쳤을 것이다.

평생 남의 돈으로 놀고먹는, 그런 모두가 꿈꾸는 삶을 살아온 우리 박원순 시장. 그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꿈을 좆는 소년이나 다름없다. 오늘 그는 스스로 불로소득은 나쁜 것이고 따라서 사회에 환원해야한다고 천명하셨는데, 그 말인즉슨 일 하지 않고 먹고 자고 싸고 서울망치고 쌈박질하고 예능나가던 자신의 40년 협찬인생을 드디어 사회에 환원한다는 말 아닐까.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장기기증? 서울 의대에 카데바? 아니면 협찬 노하우를 경제에 접목, 세계에 빌붙는 협찬국가의 건설? 요새 북한 참 좋아하시던데 월북 후 평양시장이 되어 적의 수도를 망쳐놓으려고? 하. 도통 가늠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찌 기생충의 뜻을 헤아리겠는가.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한 것은, 대통령이 잘생겨서 뽑았다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세번이나 박원순을 뽑은 것일까.

2019. 12. 25.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II, 부제: 라떼는 말이야

블로그에 방문자수가 늘어난 뒤로 내가 가장 많이 접했던 댓글들은 오르는 집값을 두고 좌절한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과 좌절을 담고있었다. 나는 여전히 지난 30년 중 가장 길고 커다란 부동산 상승 사이클을 볼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당신이 무주택자라도 아직 40이 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좌절하고 분노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고 부동산 또한 예외는 아니니까. 현재 우리는 상승기에 있지만, 언제고 내릴 때도 있을 것이며 당신이 충분히 젊다면, 그때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테니 너끈히 집을 마련할 것이다.

예전의 글에서 어떻게 이런 사이클이 완성되는지를 밝혔다.(링크) 요약하면 과거에도 잘못된 주거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크게 폭등하자, 정부는 돌아서서 과도한 공급으로 집을 오히려 지나치게 공급한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집값이 오랜기간 낮게 유지되어 중산층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하지만 몇몇은 이렇게 반문했다. "과거에는 고도성장기에 금리가 높아 재테크도 더 쉬웠고 집값도 싸서 사기 쉽지 않았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잘못된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아니, 집 사기는 과거가 훨씬 더 어려웠다. 옛 데이터를 뒤적거리는 것은 늙은이들의 넋두리를 듣는 것 만큼이나 고역이겠지만, 그래도 꾹 참고 한번 1980년대의 "라떼는 말이야"에 귀 기울여 보자.

한국의 소비자물가 연 상승률
7080년대의 은행이 예금자에게 10%가 넘는 이자를 주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목돈을 예금으로 모아 집을 살 수 있었을까. 아니 절대 불가능했다. 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보다시피 7080년대에는 물가가 20-30%씩 오르는 일이 흔했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소비자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저 시절의 집값은 해마다 더 크게 올랐을 것이다. 은행에 100만원을 넣으면 1년 뒤 110만원이 되지만 1000만원짜리 집은 1200만, 1500만원으로 뛰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일은 가능했을까. 그것이 거의 유일한 길이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은행예금금리가 10%인데 대출금리가 그보다 더 낮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 친척 중 한분이 처음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때의 대출금리는 무려 15%였다고 한다. 아무리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도, 두자리 수라는 살인적 고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는 것이 어찌 쉬웠겠나.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대출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느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만 허락된 특혜같은 것이었고, 때때론 은행 지점장에게 고맙다며 소정의 보답을 해야 하던 시대였다. 장담컨대 집을 사는 것은 7080년대가 훨씬 힘들었다.
과거에는 집이 매우 싸서 소득만으로 살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철부지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데이터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 위에서 보다시피, 소득대비 주택가격은 80년대가 말도 안되게 더 비쌌기 때문에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것은 몇배나 더 힘들었다*. 당시의 이러한 분위기는 뉴스 아카이브에서 당시 신문들을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80년 2월 27일 경향신문 기사
이처럼 고작 17평짜리 아파트, 현재는 찾아보기도 힘든 그런 초소형 거주지를 마련하는데 1980년의 도시근로자들은 11년 이상의 저축을 쏟아부어야 했다. 아마 당시의 물가상승률이 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았을테니 실제 도시 노동자가 집을 장만하는데엔 훨씬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게다가 위의 사례가 한국의 13개 주요도시의 평균을 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서울의 사정은 더욱 처참했을 것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불과 40%를 갓 넘기던 시절이었으니까. 현재의 주택난이 아무리 지옥같아도 7080년대 보다는 더 낫지 않은가.

1990년 4월 30일 매일경제 기사
거기에 대응하는 우리 윗 세대의 반응도 똑같았다. 집값이 계속해서 폭등하자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결혼을 연기하고 부업에 나서며 돈을 모으기도,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의 반응과 너무나 똑같지 않은가. 그랬던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

서울 주택가격 / 물가인덱스 = 서울 주택 실질가격
아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보통사람을 자처한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자 그는 수도권 주택 200만호 건설을 약속했고 그에 따라 서울의 실질주택가격은 1991년에 정점을 찍은 뒤 약 10년간 하락했다. 결혼을 미뤘던 사람들은 다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부업을 뛰며 종잣돈을 모으던 사람들은 큰 집을, 그리고 현재를 즐기며 소비를 하던 사람들은 뒤늦게 돈을 모아 작은 집을 마련하고, 뭐 그렇게 살아갔으리라. 1980년에 20-30대였던 세대는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10년 만에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41%에서 80%까지 뛰어오르자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이 더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 소수의 무주택 투기꾼을 제외한다면.
당시에도 재산세를 늘려야 집값이 잡힌다고 주장하던 멍청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정부가 공급으로 방향을 선회한 후 일어난 일이다. 현재의 정부는 너무나 멍청하고 너무나 고집이 세서 공급을 꽉꽉 틀어막고 있지만, 민주주의 아래서 이런 멍청한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어디까지나 민주주의가 유지된다면) 1987년 민주화항쟁을 겪은 군사정권이 대중의 필요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주택공급으로 돌렸듯, 현재의 정부도 결국 굴복할 것이다. 언젠가 공급을 약속한 정부가 들어설 것이며, 그때 좌절한 청춘들은 1980년대의 신혼부부 崔모씨(31살)가 그랬듯 자기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미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떨어지던 저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다. 내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로 옛날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꼰대처럼 그때가 더 힘들었어! 라고 일갈하며 당신들의 좌절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입견과는 정반대로 그대의 아버지들 역시 1970-80년대 주택 폭등기를 힘들게 견뎌낸 끝에 가까스로 내 집 하나 마련한 분들임을, 그리고 그들의 인고와 노력의 역사를 상기시키고 싶었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자 고통스러운 시절도 지나가고 지금의 그대들이 기억하듯, 어찌보면 너무나 쉽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듯이, 당신들이 겪을 오늘과 내일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역사는 반드시 반복되고 사이클 역시 돌아올 것이다. 나는 희망을 파는 사람이 아니지만 뭐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밀레니얼 세대여,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몇몇은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7080년대에 집을 사는 것이 더욱 쉬웠다고 강변할 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대치동이나 잠실같은 지역을 예로 드는데 그 당시의 이 지역들은 사실상 신도시나 다름없던 지역이거나, 심지어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이 아닌 곳들도 있었다. 지하철 3호선도 개통되기 전이라 그 지역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데에 1-2시간이 걸렸는데, 지금도 출퇴근에 그정도 걸리는 교외의 아파트 가격은 월급으로도 살 수 있을 만큼 싸다.

2019. 12. 16.

12.16 부동산 대책 평가: 문은 닫혔다.

* 문은 닫혔다. 이제 무주택자가 집을 살 길은 없어졌고 비강남 사람들이 강남에 입성할 방법도 사라졌다. 앞으로 계층이동은 불가능하며 안타깝게도 이제 당신은 복덕방 앞을 지날 때마다 자신의 노동력이 저 자본재 앞에서 얼마나 하찮게 절하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욕하지 마라. 나 역시 그 중 하나 일테니까. 이제까지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10년 동안 집을 사지 못할 것이고, 이제부터 무택자들의 고민은 (집을)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세를 택할지 월세를 택할지가 될 것이다. 아멘.

* 이번 정책은 헌법의 선을 넘나드는 것 처럼 보일만큼 과격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하나, 대출을 죄고, 둘, 세금을 올리는 것. 하지만 앞서 17번의 부동산대책을 통해 이 둘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돈이란 물과 같아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쪽으로 흐르게 되어있기에, 정부가 고가주택 수요자의 대출을 죄어도 다른 곳에서 자본이 들어와 균형을 맞출 것이다. 여러 시장 중에서 부동산에서만 유동성을 퍼 내려는 것은, 한강변 반포대교에 앉아 열심히 물을 퍼내면 딱 그 부근만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세금은 의심의 여지 없이 보유비용을 높이나 그 실질적 부담은 늘 세입자들이 지게 되어있다. 지금도 홍콩, 싱가포르, 런던, 맨하탄의 부동산은 모두 월세가 모기지 대출금리보다 비싸 월세보다 매매가 유리하지만, 세금과 매매비용 때문에 목돈 가진 부자들만이 집을 사고 월급쟁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한다. 부자들은 그 월세에서 세금을 내고 나머지 수익으로 더욱 부자가 된다.

* 이번 조치로 월세와 전세가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또 매매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일부 무주택자들은 해당 조치들을 반기고 집값이 빠질 꿈에 부풀어있던데, 이는 헛된 바람으로 끝날 것이다. 멍청이들이 멍청한 짓을 더 세게 하는데 똘똘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거의 미친짓 아닌가. 만약 당신에게 아직도 집을 살 여력이 있다면 하늘과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곧장 달려가 사라.

* 오늘의 모든 조치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 아래에서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그 나쁜 머리를 굴려가며 희망적인 상황을 가정해보지만, 미팅의 룰을 아무리 바꿔도 퀸카가 당신에게 먼저 대쉬할 상황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전제 아래 오늘의 조치는 다음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 15억 이상 고가주택 대출 전면 금지
    => 매매가 막힌 실거주자들이 전세로 들어가며 전세가를 올릴 것이고, 이는 갭투자를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 9억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 전세자금 대출 금지
    => 전세입자들은 월세로 전환할 것이니 월세 수익률이 올라갈 것이고, 세후 월세수익률이 은행이자보다 높으니 은행권의 예금을 빨아들일 것이다.
  • 임대등록한 주택도 2년 거주 해야 양도세 비과세
    =>임사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시기가 2년 늦어짐.
  •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가중
    =>집값이 종부세보다 열배씩 오르는데 양도세까지 물어가며 파는게 바보. 세입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
  • 조정지역 내 대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한시적 배제
    => 이번 대책 중 딱 둘밖에 없는 유인책이지만, 양도세를 50%가 아닌 40%만 매긴다고 신나서 집 팔 멍청이는 없다.
* 오늘의 정책에는 뭔가 새로운 대책을 고심해 본, 그런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었다. 38페이지에 달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보도자료는 이미 봤던 정책과 이미 들었던 대책들을 짜깁기했을 뿐이고, 그 행간에는 깊은 짜증과 원망 그리고  분노가 담겨있었다. 마치 구몬수학이 어려워 풀리지 않는다고 연필을 부수는 바보 덤보처럼, 권한은 많은데 머리는 나쁜 행정부의 무능한 수장들은 한 편의 개그콘서트의 꽁트 캐릭터들마냥 심각한 얼굴로 무게를 잡고 있었지만 그 아래 사무관들 조차 뒤에서 그들을 비웃고 있었으리라. 본인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이명박근혜의 잃어버린 9년이 부동산 상승 이야기였던가.

* 당신이 만약 40을 넘지 않았다면 다음의 글을 꼭 읽기 바란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