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0.

김수현 수석 저, 부동산은 끝났다. 서평: 멍부의 변명

어디서부터 비판을 시작해야할까. 인과관계는 엉망이고 시장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전무하며 (멍청한 사람들의 전매특허인) 자신의 소망과 전망를 뒤섞은 주장까지 모든게 엉터리라 비난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만 부지런하게 국내외 데이터를 조사하고 참여정부 시절 정책의 흐름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은 눈여겨볼 만 하다. 전형적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의 일처리 답다.

전반적으로 그는 일관되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며 온갖 통계를 들어 변명한다. 집값이 오른 것은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글로벌 유동성 과잉 때문이라며 되려 한국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집값은 더 내려야하며(싸지만 더 내려야 한다?) 안정적이지만 버블이 꺼질때의 파장이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버블이 아니다. 하지만 없던 버블이 꺼질 수 있다!) 이런 논리적 자가당착은 책 후반부로 갈 수록 더 극심해진다. 공급을 늘려야 가격이 잡힌다는 시장론자들의 접근은 잘못되었다면서도 서울에 집은 모자른데 공급을 늘릴 곳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모습은 블랙유머인지 멍청함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 모두가 현 상황이 어떤지 데이터가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는데, 그를 무시한 과거의 실책을 합리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자신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후임자들의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싸잡아 비난한다. 오세훈의 뉴타운 정책은 곳곳에서 소송과 반발에 직면하지 않았느나, 그리고 쫒겨난 철거민들을 어쩔 것이냐며 거세게 비판한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지 6년이 지난 오늘, 부동산시장의 훈풍과 더불어 각종 뉴타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저자의 비판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굳이 신길 뉴타운의 소형 아파트가 520: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거론하지 않아도 은평, 용산, 옥수, 미아에 직접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천명이 살던 열악한 판자촌 대신 만명이 살 수 있는 깨끗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을 두고 "서울시에 저렴한 거주지가 사라져서 문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는 대목에서는 모골이 송연해 질 지경이다. 이런 인간이 70년대부터 주택문제를 진두지휘했다면 청계천서부터 용산역까지 창녀촌과 판자촌이 가득했을것이다.

더욱이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지침이라며 하는 말은 더욱 가관이다.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말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집은 생활 수단이지 돈벌이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1+1=2를 이해할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주장과 후술된 근거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 외에도 "집은 과시적 소비재가 아니다", "집은 오래 썻다고 고치는 물건이 아니다", "집은 이웃과 동네의 일부이다.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자"는 지침에 이르면 과연 이사람이 정책입안자인지 종교지도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정부는, 특히 민주주의 정부라면 국민의 수요와 욕망에 맞춰 그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수행해야한다. 국민의 욕망과 가치관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신정일치국가나 파시즘 독재국가에서나 이뤄질 일이다. 마을만들기 운운하는 대목에서 군사정권의 새마을운동이 떠오르는 것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본인이나 판자촌에 살며 과시도 안하고 집도 고치지 말고 동네사람들과 "잘살아 보세" 노래나 부르며 살 것이지.

2차대전 초반 무패를 자랑하던 독일군의 기초를 마련한 상급대장 한스 폰 젝트는 이런말을 남겼다. "세상에는 네가지 유형이 있다. 그 중 멍청하고 부지런한 인간은 부하들과 작전을 위험으로 몰아넣으므로 당장 총살해야한다" 김수현 수석은 자료조사와 정책수립은 성실하게 수행하는 부지런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모르고 고집을 부리는 멍청한 사람이다. 그의 아둔한 머리가 그와 그 지지자들의 소망과 목표를 좌초시킬 것이다. 실제로 10년전 그의 멍청한 조언을 따랏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됐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사람들이 같은 베팅을 하고있다. 판돈만 두배로 올려서. 하지만 판돈을 올린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 아마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멍청한 이들만 그것을 모를 뿐. 올바른 투자는 바보들과 같은 자리에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나의 결론도 그렇다. 집을 사라.

21세기의 시작을 부른 버블

많은 이들이 지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을 지목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역사적으로 버블로 지목받은 자산은 그 거품이 꺼진 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이전의 고점을 회복했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미 증시가 같은 수준으로 돌아오는데에 29년이 걸렸고 2001 IT버블은 급격한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15년이나 걸렀다. 일본 증시는 거의 30년이 지나도록 2/3수준으로도 반등하지 못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GDP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증시도 십수년이 걸려야 이전의 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18세기 툴립구근처럼 영영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버블자산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은 단 10년만에 모든 손실을 회복하고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이로 보아 2007년의 미국 부동산이 고평가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금융위기를 불러올 버블이었냐는 질문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 과연 무엇이 버블이었는가? 아마도 시장에 팽배했던 서구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성적 믿음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이성적인 시장에서는 가격이 아주 높거나 낮다면 항상 팔거나 사고싶어하는 사람이 존재해야하니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패닉장에서는 대개 유동성이 사라지는 liquidity cruch가 종종 일어난다. 신흥시장의 자산을 거래하는 투자자는 이 위험을 늘 감안하기 마련인데, 현대문명을 발달시킨 서구의 금융시장과 자산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이런 패닉의 가능성에 눈을 감아버렸던 것이다. 누구도 입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높은 교육수준과 합리적 시스템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는 서구의 시장에서 미개한 신흥국에서나 벌어질만한 일이 터지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흔한 베어마켓이 패닉을 동반한 폭락으로 번졌던 것이다. 물론 거기엔 자신의 금융모델을 과신했던 서구의 오만함이 있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고.

위기가 번지기 시작한 그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크게 변화했다. 죽어가던 월가는 재무부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자금에도 의존해야 했고 리만의 인수를 검토하고 메릴린치 지분을 늘린 한국의 자금도 시장안정에 일부 기여했다. 이제 금융 시장은 더이상 유럽과 미국의 헤드라인 뿐 아니라 중국의 시장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월가에서도 이제 아시아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간승리의 아이콘 대신 마땅히 있어야 할 구성원들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시장 너머에서도 감지된다. 새로 늘어나는 GDP의 60%는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고 있으며 2015년에 개봉한 쥐라기공원 4를 보면 공원의 오너와 개발팀장도, 그리고 수많은 관객들도 아시아 유색인종들이다. 20여년 전에 개봉한 1편에 비하면 얼마나 큰 변화인가.

흔히 역사학자들은 100년을 아우르는 가장 커다란 변화를 야기한 사건을 그 세기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현재의 사람들은 21세기는 911테러로 시작됐다고 하지만 , 이번 세기에 벌어진 가장 인상깊은 일이 기독교의 몰락이나 테러의 보편화가 아니라 서구의 헤게모니가 세계를 독점하는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이라면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이번 세기의 시작을 2008년 리만의 파산으로 잡을 것이다.

2017. 8. 17.

부동산.부동산.부동산.

*    주택은 거주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라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왜 모든 사람의 인권이 강남을 향해 있는가? 섹스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지만 모두가 수퍼모델과 섹스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도심만 벗어나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할 수 있는 거리에 강남보다 1/5 가격의 아파트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 공기는 더 좋고 더 자연과 가깝다. 꼭 강남이나 투기지역에 살아야 인간다운 삶인가.

*     강남의 집값을 떠받치는 것은 강남에 사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아니라 바로 강남에 살지 못하면서 강남에 입성하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다. 아무도 강남에 살고싶어하지 않는다면 강남은 그냥 지들끼리 사고파는, 무의미한 통정매매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그냥 온국민이 강남 집값에 신경 끄면 강남의 집값이 폭등할 일도, 폭등한다고 해도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일도 없다. 찐따들이여, 자신의 컴플렉스를 정의로 포장하지 말자.

*     인터넷 댓글을 보면 싼 값에 좋은 지역의 큰 아파트에 살고 싶은 자신의 욕망은 정의고, 자기보다 한발 앞서서 행동한 타인의 욕망은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는 무리들이 가득하다. 무주택자들은 다주택자들을 욕하지만 그들이 전월세로 현재 집에 살수 있는 것은 다주택자들이 대신 자본을 투자해 준 덕이다. 다주택자들이 없었다면 집값이 내려갔을 것이 아니라 집이 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분양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의 비율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가격이 더 낮았다면 사업성이 악화되어 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인 것은 본능이지만 자기가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물론 가장 멍청한 것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기 입맛대로 계도하려 드는 김수현 수석이다. 머리 수, 그리고 돌 석.

*    투자 격언에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집값이 빠져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유는 자기가 집을 사기 위해서이다. 내가 사야하니까 가격이 하락해야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도 않을 뿐더러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김현미는 집을 파시라, 라고 했지만 집이 필요한 이는 반대로 해야한다. 모두가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 집을 사시라.

2017. 8. 8.

김현미 김수현의 컴플렉스

80년대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현미에게는 집을 살 능력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 그녀의 수많은 대학 동창이나 사회 친구들이 그 혜택을 누렸듯이. 하지만 지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며 집을 마련할 동안 그녀는 집을 사지 않았다. 그녀가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던 것인지, 혹은 자신의 구매능력을 벗어난 지역에 거주하고 싶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쨋거나 그녀는 집을 필요로 하는 실 수요자임에도 불구하고 구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은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매년 더 올랐고 그녀는 11년간 6번이나 전세를 옮겨다니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고양시의 한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샀다. 트레이딩 용어로 이를 숏 커버, 혹은 공매도 손절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이 착실하게 살 집을 마련한 동안 자신은 집값 하락에 베팅했다 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왜 (내가 산) 고양시의 아파트는 40평에 5억인데 강남에서는 같은 평수가 20억인가?라는 분노에 찬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마땅히 내가 아닌 시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졌고 정의감에 불타는 이 국토부 장관은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려 한다. 집을 사지 않고 버텼던 자신의 11년간의 고난과 결심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김수현은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주목받고 높이 올라갔던 시기에 시행했던 정책이 처참하게 실패했으니 지난 10년간 이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으리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과 신문이 그와 그의 정책을 비난했고 아마도 그는 사석에서도 공격받았을 것이다.("야 너는 집값 잡는다며?? 네 말 믿고 버티다가 망했잖아") 그는 본인 뿐 아니라 자신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을 모두 가난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가 다시 화려하게 청와대에 복귀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 인고의 시간동안 왜 참여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는지 면밀히 분석했는데, 그 원인은 정부계획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즉 내 책임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때문에 실패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음식이 왜 상했냐는 물음에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대답을 얻었다는 그는, (나한테) 올바른 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정신무장까지 갖추어 비장한 모습으로 규제 패키지를 쏟아냈다. 마치 손절한 투자자가 똑같은 투자 전략을 똑같은 상황에서 사이즈만 두배로 키워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듯이.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 상황만 보면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풍부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는 일은 이처럼 어렵다. 사람은 자신의 판단이 틀려도 이를 고치고 반성하는 일 보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데에 비용과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김현미와 김수현은 과거의 판단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10년전의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 뿐 아니라 지지자들과 국가의 미래까지 걸었다. 그리고 그들이 10년째 실패했듯 또 실패할 것이다.

이런 똥고집이 어디 저 둘만의 모습이겠는가. 인간은 다 똑같다. 자신이 가진 작은 전망이 틀리기 시작하면 사람은 전망을 소망으로 바꾸고, 또 그 소망이 계속 배반당하면 분노를 품은 정의로 업그레이드 된다. 김현미와 김수현처럼 과거에 주택시장을 잘못 판단한 이들이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기는 대신, 옹기종기 모여 지루한 주장을 반복한다. 그들은 국토부 장관이 사나운 어조로 주택보유자들을 겁박하는 것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꼈겠지만, 누가 진짜 그들의 친구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최경환때는 모든 전세입자가 자기가 살던 집을 살 수가 있었다. 월세입자도 매달 월세를 내는 대신 그보다 더 작은 이자를 내면 집을 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경제와 시장을 잘 모르는 서민들을 위해 정부는 집을 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목돈을 타고난 사람이나 초고소득자가 아니면 아예 살 수가 없다. 집을 사게 해준 최경환과 집을 못사게 만든 김현미/김수현, 과연 서민들의 친구는 누구인가.

2017. 8. 7.

블라인드 결혼은 어떤가?

블라인드 채용이 인기다. 서류의 스펙으로 사람을 뽑는 일은 그 사람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며 이 스펙은 업무 능력과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비슷한 발상으로 블라인드 결혼을 제안한다.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배경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징역 5년이하의 형사법으로 다스려서 모든 만남이 진정한 의미의 블라인드 데이트, 더 나아가 블라인드 결혼이 될 수 있도록 규제해야한다. 일을 시키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 데에 블라인드 방식이 맞면, 훨씬 더 다양한 차원의 감정적 교감이 있어야 하는 연애와 결혼에서야말로 더 올바른 방식이 아니겠는가.

모든 젊은이들이 상대의 학력, 집안, 직업, 소득, 나이 등을 일체 모르고 데이트를 한 뒤 결혼을 결정한다면 블라인드 채용보다 훨씬 더 많은 차별을 타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졸이 박사과정생과 결혼하고, 생활보호대상자의 아들이 삼성가의 사위가 되며, 농촌총각이 회계사와 가정을 꾸리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억대연봉자와, 그리고 40살 골드미스가 21살 군 미필 청년과 이어진다니 마치 꿈만 같은 세상이 벌써 도래한 것 같다. 아, 외모도 하나의 조건이 될 테니 모두 복면을 쓰고 데이트하다 서로 결혼식 첫날밤에 공개하는 것으로 하자.

현실적으로 위의 정책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먼서도 사람들을 더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정보를 가리고 숨긴다고 사람들은 그 배경에 무관심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딴 여러 방법으로 상대의 배경을 유추하는데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느라 시간을 쓸 것이다. 게다가 차후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나중에 다 알게될 정보들이라면 차라리 첫 만남에서 서로 다 공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극소수는 편견과 고정관념의 불이익을 받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전체가 정보의 불충분으로 인한 손해를 보는게 더 나쁘니까. 지금 블라인드 결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채용도 마찬가지다.

2017. 8. 6.

집값이 빠진다고 그들이 집을 살까?

인터넷 댓글을 보면 부동산 폭락을 원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은데 인터넷에서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 네티즌 중 젊은층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다면 그들이 집을 살까? 3년전엔 금리는 그대로에 대출은 거의 두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었고 집은 지금보다 30-40% 쌋다. 그런데도 그때 집을 안 산 사람들이 이제와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투덜대는 걸 보면 답은 명확하다. 두번째 기회를 주어도 그들은 집을 사고 충실히 이자를 갚는 삶을 사는 대신,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다니고 차를 사고 멋진 옷을 입는데 돈을 소비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강남에 집을 살 수 있는건 아니지만 누구나 자기가 살 수 있는 집이 있다. 월세를 내고 집에 살 것인지(reside), 아니면 비슷한 금액의 은행이자를 내고 집을 살 것인지(purchase)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었다. 다주택자들은 전자를 가능하게 만들고 최경환은 후자가 가능한 조건을 마련해줬다. 이번 정부와 부동산 악플러들은 저 둘을 싸잡아 욕하며 종교적 구호처럼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 헛된 믿음이 결실을 맺을 수록 자신들이 집에 사는 것도, 집을 사는 것도 어려워지는 현실을 마주할 것이다. 결국 모든 규제의 희생과 부담은 사회의 가장 아래쪽 약자들이 지는 법이니까.

2017. 8. 3.

8.2대책 평가: 내집마련의 꿈이여 안녕


*   이제 보통 중산층 맞벌이 부부가 목돈을 상속받지 않고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출의 문턱이 높아져 주택 가격의 40%밖에 대출을 안해주는데 누가 어떻게 집을 사겠는가? 애초에 집값의 60%나 되는 돈을 들고 있던 사람이라면 3년전에 대출을 거의 받지 않고 살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빚을 내고 사겠는가? 그동안 집을 당장 사라고 주장했는데,(링크) 이젠 이런 조언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어차피 못 살테니까. 현재 전세를 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전세에 주저앉을 것이고 집을 이미 삿던 사람은 갭투자를 활용해 계속해서 주택 수를 늘려갈 것이다. 그리고 물론 빈부격차도 확대될 것이다.

*   정부가 세금 폭탄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실제 거주하는 집 1채 외에 나머지 집들을 임대주택으로 신고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몇몇 요건만 충족시키면 되려 집을 1채 갖고 있는 사람보다 세금을 더 절약할 수 있다. 그들은 몇년동안 소비하는 대신 이자를 내고 마음편히 발뻗고 잘 시간에 발품을 팔아 집을 매입하고 놀고먹을 시간에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런 제도를 몰라서 집을 투매할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   원래 집을 팔 계획이 있던 사람들은 내년 3월 31일 전에 집을 팔 것이고 이 물량이 단기적 안정을 가져올 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이 8.2대책은 집값을 더 끌어올릴 것이다.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재건축을 더 어렵게 하거나, 재건축 조합의 실질 부담을 늘린다. 결국 이 조치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부자가 아닌 무주택자들과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인데, 이 둘이 바로 재건축 사업의 수요와 공급의 주체들 아닌가.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에게 어퍼컷을 날렸으니 재건축 사업은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좌초할 것이고 서울의 주택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   김현미 장관을 비롯, 계획 입안자들은 서울시의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통계를 기만하고 있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링크) 서울시의 집 수는 총 360만 호인데 주택은 대략 375만호로 주택보급률은 96% 밖에 안된다. 이 중 실제로 완전히 노후화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나 퇴거가 이루어진 집 들을 감안하면 실제 주택보급률은 더욱 내려간다. 여기에 주택의 감가상각을 40년으로 잡으면 매년 2.5%의 집들이 살기 싫은 낡은 집으로 전락한다.  즉 매년 9만호의 집을 추가로 지어야 적어도 공급부족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지난 10년동안 주택건설이 9만호를 넘었던 해는 단 두 해 뿐이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악화되고 있다.

*   세입자들에게 더 암울한 얘기를 하자면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쁘다. 한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사실상 80년의 한국과, 90년 그리고 2010년의 한국은 아주 다른 나라이다. 다시말해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 수준으로 먹고 입고 즐기면서도, 저녁만 되면 지은지 15년된 하노이의 아파트나 30년 된 짐바브웨의 콘크리트 더미로 돌아가 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구연한이 아직 한참 남은 아파트의 주민들도 재건축을 원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가상각은 더욱 크다.

*   이게 다 최경환 때문이다? 그가 시행한 정책은 1)대출의 문턱을 낮춰주고 2)재건축을 용이하게 해줘 과열지역의 공급을 늘린뒤,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대출받아 집을 살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그 때가 가계가 집을 사기에 가장 쉬운 시기였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최경환이 그당시 시행했던 정책을 지금 되돌리자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아예 못사게 되지 않았는가. 애초에 다주택자들은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어 갭투자를 하면 됐고, 부자들은 굳이 은행에 갈 필요가 없으니 이 정책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최경환이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집을 살 문을 열어줬는데, 그 문을 통과하는 대신 먹고 입고 노는데 돈을 써버린 사람들과 집값이 더 폭락하는데 베팅한 실수요 무주택자 투기꾼들이 이제 와서 초이노믹스를 탓한다. 그들이 인터넷 댓글에서 서로의 주장을 정당화하며 기분 좋게 정신승리를 할 지 몰라도 내집마련의 꿈을 스스로 걷어찬 것은 부지의 사실이다.

*   일부 사람들은 어쨋거나 최경환이 가계부채를 늘리고 집값을 올려놓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가격 뿐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국민소득, 삼성전자 주가, 그리고 한국 미술품 경매가 모두가 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게 다 최경환 한사람의 공이라면 그는 되려 구국의 영웅이 아닌가. 이는 경제의 견고한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등이지 인위적 집값 띄우기도 아니고 버블은 더더욱 아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30년째 집값은 버블이라고 목놓아 울어대는 이들의 대류에 합류하든가.

*   주택가격 상승의 책임은 시민들 자신에게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는 것은 마치 비트코인을 트레이딩하듯 100에 사서 150에 팔려는 것이 아니라, 집을 가지고 있으면 월세가 꼬박꼬박 들어오고 이게 은행이자보다 낫기 때문이다.(전세도 다른 루트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집값 상승의 원인은 그만한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 때문이고, 이는 그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뤄진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더 작은 집에서 살던가 아니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굳이 투기지역에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는 길을 택했다. 예를 들어 압구정에서 사는 대신 대중교통으로 1시간 떨어진 수락산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면 1/6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압구정에 사는 사람은 더 비싼 월세를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를 "시장에 의한 가격 결정"이라고 부른다.

*   그래서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반년도 안돼 오를 것이다. 이 대책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했을 뿐 이에 대한 공급계획은 전혀 없다. 사람들이 용산, 성동,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데 2시간도 더 떨어진 지방에 짓겠다는 대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국가의 정책은 국민의 수요를 만족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그를 제멋대로 틀겠다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고 바로 그들이 비난하는 적폐세력과 군사정권의 방식이다. 수요를 끌어내리려면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야하니 불가능하고, 공급은 하기 싫으니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의 욕망을 거스른 정부의 정책은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마치 군사정권들이 아무리 억압하고 때려도 결국에는 무너졌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