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4.

멍청한 경제 기사의 좋은 예

다음 글을 읽고 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내 시간과 노력을 매우 비경제적으로 쓰는 것이지만, 나름 이런 멍청이들을 보며 조소하는 즐거움도 있으니 오락하는 기분으로 글을 써내려 가겠다.


'한국판 QE' 공방…"野 관치금융 vs 與 나쁜 데 가만 있냐" 링크


위 글은 연합뉴스의 이성규 기자가 4월 4일자로 작성한 기사이다. 고교 교과과정을 공부한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내용을 이 기자는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써놨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1. 한국판 QE는 관치금융이다: 야당의 주장이야 정치적 레토릭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경제를 담당하는 기자가 관치금융의 뜻도 몰라서는 안된다. 관치금융은 금융기관의 영업을 시장질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규제등을 통해 정부가 멋대로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형이든 미국형이든 일본형이든 QE는 기본적으로 장기금리, 혹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끌어내려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즉 창구지도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억누르는 것이 관치금융이지, QE는 관치금융과 상관없다. 만약 금융당국의 금리개입도 관치금융의 영역에 들어간다면 공개시장 조작이나 한국은행의 금리결정도 관치금융의 영역에 속한다.

2. 일본 QE는 실패했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실패한 것은 신용을 늘리는 것에 실패해서 그런 것이지 QE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잘못된게 아니다. 즉 은행들에게 돈을 공급하는데엔 성공했으나 가계와 기업들에게 돈을 공급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같은 일은 유로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만약 QE라는 것이 실패했다면 가장 먼저 QE를 도입한 미국이, 신용위험의 진원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불황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3. 아베노믹스는 환율에만 의존했지, 인플레이션 퇴치에는 실패했다: 이 부분이 이 기사의 백미이다. 어떻게 이런 멍청한 소리를 부끄럼 없이 꺼낼수 있을까. 일본처럼 자유롭게 열린경제에서는 환율과 인플레이션이 같이 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앞서 여러 글에서 말했듯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환율이 아니다. 리플레이션이다. 이러한 기본사안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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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예전 최경환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생각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이 내놓은 한국형 QE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과 일본에서 양적완화가 생각보다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규제와 금융위기, 혹은 디플레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에 돈을 공급한다고 해도 이것이 실물경제로 잘 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그렇다고 QE가 효과 없다는 주장은 멍청한 소리다. 은행권에도 돈을 풀지 않으면 실물경제는 더더욱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밥을 먹었는데도 살이 찌지 않으면 회충약을 먹거나 밥의 영양소가 부실한게 아닌지 검토해봐야지, 밥을 먹는게 소용이 없다고 주장해선 안된다.) 강봉균의 주장은 실물경제로 돈을 투입하는 역할을 민간은행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통해 직접 투입하자는 소리다. 금리를 150비피나 인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QE를 생각해야 하는지, 통화정책의 대상은 불특정 다수여야 하는데, 그게 주택담보대출로 한정되면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만 적어도 유럽/일본이 처한 문제-실물경제로 돈이 잘 흘러들지 않는다는 점(QE에도 불고하고 M2증가율은 낮음)에 대해서는 탁월한 처방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멍청한 기자들과 병신같은 블로거들은 정치인들을 욕하고 있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기자와 블로거들보단 공부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역시 민주주의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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