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단기적으로 끝나고 잊혀질 이벤트를 과감하게 넘기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사건들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 아마 그것이 트레이딩과 투자의 가장 큰 차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트레이더지만 이 블로그에서만큼은 철저히 투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지난 1월 말부터 3월까지 경제와 시장에 대한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던 가장 큰 이유는 그때가 트레이딩은 물론이고 투자에 있어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지나고 4월 5일 비관론자들을 비웃을 차례라는 글(링크)을* 올린 이래 시장에 대해 업로드하지 않은 것은 그때로부터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 코로나는 다시 이전 고점을 넘어섰고, 미국 대선과 지난한 브렉시트 이벤트가 있었으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가 크게 개선되었지만 시간의 문제지 언젠간 다 겪을 것 아니었나.
부동산 시장은 더욱 그렇다. 그동안 임대차 3법, 6.17부동산 대책, 임대주택 논란 등 수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청와대가 김수현(링크)을 다시 기용한 이래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 않나. 이제 시장과 대중 뿐 아니라 정부도 공급부족을 사실상 자인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 분석할 것도 전망을 바꿀 일도 없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수치는 단기간에 급변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반기에 한번도 많다. 쓸데없이 데이터들을 자주 다운받고 정리하는건 무의미한 시간낭비일 뿐이다.
주식도 부동산도 내 전망은 달라질 것이 없다. 전제조건들이 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크게 달라진 것이 있는데, 바로 가격이다. 가격은 모든 거시/미시환경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아무리 전도유망한 기업도 가격이 비싸면 고꾸라질 것이고, 당장 망할 회사도 과도하게 싸면 오르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니 비관론자들의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하지만 봄의 뒤에는 여름이 오는 법이지 다시 겨울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두개의 차트를 보자.
서울시의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오독하기 쉽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이촌향도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의 위성도시는 계속해서 주변지 인구를 흡수하고 있고 서울의 인구가 늘어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서울시 생활권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서울시의 주택가격을 전국의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것이 잠재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지표로 보면 현재의 주택가격은 소득기준대비 아직도 저렴하다. 단지 과거 몇년동안 너무 낮았던 터라 지금이 비싸보이는 것 뿐이다. 이는 서울시가 역사상 최악의 공급난을 겪었던 80년대 중후반의 수치를 제외하고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혹자는 참여정부 말기의 부동산 고점기와 비교하여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과도하다고 평가하지만 여러 지표로 볼 때 아직 부동산시장은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인들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감소하거나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주택가격지수가 20-30% 더 상승해야 2008년의 고점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는 고유가와 싸우느라 전세계가 고금리를 유지하던 과거에 비해 디플레와 싸우는 오늘날, 부동산 가격이 고작 2008년의 고점에서 멈출 수 있을까?
S&P500+NASDAQ시총 / USD M2통화량 |
주식도 마찬가지다. 위 차트는 미국의 주식시장 시총을 전체 USD통화량으로 나눈 것인데 2000년대 초반의 주식버블에 비하면 아직 한참 아래에 있다. 물론 지난 5년 평균치(노란색 선)보다 높긴 하지만 미국의 통화량 공급이 20% 넘게 풀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이 버블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코스피+코스닥시총 / 원화 M2통화량 |
한국의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아니 되려 더 저평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따라 한국의 주식시장도 버블에 취해있었던 1980년대에 비하면 현재의 주식시장의 시총은 통화량 대비 현저하게 싸다.
마찬가지로 비정상적인 기간을 빼고 최근 20년간의 수치로만 봐도 버블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난 부동산도 주식시장도 버블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비교한다면 롤렉스와 샤넬 백의 가격이야말로 버블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모든 자산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정해 보면 10년 중 자산을 팔아야 할 해는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자산을 사지 말아야 할 기간은 2할도 되지 않으며 나머지 기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싼 자산을 사고 비싼 자산을 파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대개 금융위기나 전쟁과 같은 혹독한 겨울을 보낸 직후에는 대다수의 자산이 저평가되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시기에도 비싼 주식이 어디 없겠냐만은. 그리고 유명 헷지펀드 매너지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요새 들어 입버릇처럼 하는 말처럼 과거의 위너가 다음 시대의 루저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한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도 20세기 이래 주식시장시장에서 완벽한 V자 반등은 없었고 항상 W자를 그렸으니 두번째 딥이 있을것이라 믿었다가 계획보다 높은 지점에서 진입했다. 마크 트웨인의 두가지 명언을 떠올리자,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 "10월은 주식투자하기 가장 위험한 달 가운데 하나다.나머지 위험한 달들은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이다.
insightful as always
답글삭제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월달에 글이 없으셔서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 했어요 ㄷㄷ
답글삭제별일 없었습니다 ㅋ 그냥 날씨가 좋아서 많이 돌아다녔네요. 주중엔 정신이 없었고요.
삭제크... 역시 선생님의 혜안에 감탄을 하고 봅니다!! 그래도 코로나 2차유행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니 어쩌면 약간의 하락장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글삭제글 업로드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좋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좋은 분석에 감사드립니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버블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답글삭제버블은 위기 직후에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삭제중국의 통계주도형 성장의 진실이 밝혀진 뒤 후폭풍이 올 걱정을 하는건 성급할까요
답글삭제음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통계의 부실은 늘 있던 문제고 잘 알려진 터라 이젠 상수같은거죠.
삭제선생님은 지수인덱스를 비교할때 gdp가 아니라 광의통화량으로 비교 하는 새로운 시각이 너무 신선했습니다.
답글삭제사실 여기엔 여러 전제가 생략되어있습니다. 먼저 기존에 흔히 쓰이던 gdp와 시총의 비교는 꼭 적절하지 않은게 전자는 flow, 후자가 stock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특정 범위에 있던 과거 시기엔 gdp대비 시총분석이 의미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는 이런 관계가 깨진다고 생각합니다. PER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같은 stock인 통화량과 시총을 비교하는것이 저성장/저금리로 인한 왜곡을 보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삭제선생님 혹시 댓글에서 flow와 stock을 무슨 의미로 쓰신건지 알 수 있을까요?
삭제앞에 hooncho입니다 우리나라의 index가 m2에 비해 저평가 된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선생님께서 저번에 기고하신 글) 오너의 지배구조 독점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등 때문에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혔었고 앞으로도 갇히게 되지 않을까요?.. ps.손정의가 코로나 2차확산으로 현금을 숏쳤다고 했는데 코로나의 사망률이 지금보다 높았다면 2차 폭락이 왔겠지만 확산률에 비해 낮은 사망률로 인해서 2차폭락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고견을 여쭐수있을까요?
삭제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답글삭제선생님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이제서야 정신차리고 서울에 전세끼고 매매(갭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ㅠㅠ
선생님께서는 12.16 대책이후 "만약 당신에게 아직도 집을 살 여력이 있다면 하늘과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곧장 달려가 사라."라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 직장인 미혼 부모님과 거주중인데 갭투자라도
지금 해도 늦지 않았을까요?
선생님 10~20년 롱 텀으로는 어떻게 보시나요?
답글삭제전 20대 고학번 대학생인데요, 부동산이 계속 우상향해 온 건 알지만,
고도성장기였던 지난 수십년과 앞으로의 수십년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또 부동산 카페 등지에서 제 또래가 대출 수억 땡겨 매입하는걸 보면 뒤처지는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구요.
고학번이시라면 잘 아시지 않나요, 재수-삼수했던 친구들이 입학은 늦었지만 졸업반의 눈으로 볼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또래들에 비해 뒤쳐졌단 생각이 들 때마다 재수, 삼수했던 친구들을 떠올리세요. 지금 한발 앞서는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삭제선생님 지방 아파트 정리하고 현금 더해서 강남 구축 1주택으로 갈아타려 하는데 괜찮은 선택일까요? 지금도 많이 올랐던데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은 잠원이나 도곡 생각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보태면 압구정도 들어갈수 있을꺼 같은데 고민이 많이되네요...
답글삭제20대 후반인데, 대출을 다 조여놔서 집을 살수도 없고 막막하네요..나름 열심히는 살아온 것 같은데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건 아니었을지 울적한 기분도 듭니다. 좋은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답글삭제단순히 집을 못사서라면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건 아닙니다. 걱정마시고 근로소득 올리는 것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테크에 집중하세요.
삭제주택가격/가처분소득 그래프를 보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네요.
답글삭제몇년 사이에 소득수준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한게 아니라면 3년동안 주택가격은 11%만 상승했다는 모 장관의 말이 맞는건가...
3년 전에 비해 많이 올라온겁니다. 2008년 피크나 역사상 최대피크인 1990년보다 많이 낮아서 작아보일뿐..
삭제약 0.55에서 0.591이면 한자릿수 %입니다. 그렇다면 몇년 사이에 가처분소득이 1.5~2배 상승한게 맞습니까?
삭제딴지거는 걸로 보였다면 죄송하지만...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항상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네요 괜찮습니다. 크게 3가지 요인인 것 같아요
삭제1. 호갱노노 앱으로 보니 서울 전체 평균으로 보면 약 25%정도 올랐네요,
2. 저 인덱스는 실제 상승률을 살짝 과소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과거에도 과소평가되었을테니 시계열로 비교하기에 무리는 없겠죠.
3. 3년간 사람들의 소득이 크게 늘었습니다. 놀랍죠?
25%라면 빌라나 나홀로아파트 이런거 다 포함한 수치인가요?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한거라 아파트만으로 낸 통계가 필요하진 않을까요?
삭제25%가 맞다면 소득 상승은 납득이 됩니다.
아파트만 포함했습니다.
삭제개인 소득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데이터나 자료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
삭제금가격 흐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답글삭제인플레이션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올겁니다. 리만사태 이후의 대처와 코로나 이후의 대처가 달라서요. 그때 가겠죠.
삭제"불쾌한 인플레이션의 시대" 글을 읽고, 주식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네요. 앞으로 몇년 안에 주식에서 실물자산으로 비중을 옮기는게 좋을까요? 아직 부동산에 진입할만한 자본이 없는 학생이지만 모아놓은 푼돈이라도 최대한 방어라도 하고싶은 입장이라...
답글삭제그리고 개인이 주식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레버리지 사용의 핵심은 마진콜을 버틸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부동산에서는 마진콜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청산기간이 최소 2년(전세)으로 짧아서요. 하지만 주식은 그 주기가 훨씬 짧습니다. 제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삭제선생님~ 요새 글이 너무 없습니다 ㅠㅠ 기다리고 있어요 요새 부동산에 관련된 글을 최대한 쉽게 쓰면서 일반인들이 한명이라도 이 개정권을 깨우치게해보려고 노력중인데 선생님의 글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그래프들은 회사에서 쓰시는 프로그램인지 여쭙니다 아울러 부동산관련 글도 한편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글삭제주인장님께서는 블룸버그 터미널 쓰시는거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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