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새로운 통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화폐가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한 주장이다. 단언컨대 100년뒤엔 비트코인은 오늘날 우표보다 무가치한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화폐의 기능은 세가지로 나뉜다. 교환, 저장 그리고 가치척도. 따라서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와 경쟁하려면 이 세가지 기능 면에서 적어도 한가지는 우월해야 한다. 먼저 교환과 저장에 있어 전산화 된 기존 화폐와 비트코인은 전혀 다를바가 없다. 어차피 서버에 숫자로만 기록되니까. 따라서 비트코인 추종자들이 말하는 구세대의 유물과 디지털 금화의 차이는 가치척도에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정책에 따라 증발이 가능한 법정통화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늘어나므로 안정적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현실적으로 그들의 주장과는 완전 반대로 비트코인은 지구상 현존하는 그 어떤 법정통화보다도 가장 변동성이 심하다. 지난 2년간 비트코인은 약 1200% 폭등했는데 동 기간 달러는 약 4% 강해졌다.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는 "안 빠진다"는 뜻이 아니라 "안 변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작년엔 5백불 올해는 2천불인데, 그 말은 작년엔 소나타 한대가 비트코인 6개였는데 1년만에 1.5개로 폭락했다는 말이다. 이런데 어떻게 제대로 된 가치척도의 수단이 되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가치가 심하게 변동하면 저장의 수단도 되지못한다. 달러와 미국채가 최고의 안전자산인 이유는 그게 항상 올라서가 아니라 그 가치가 크게 등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자에게 어제도 100이고 오늘도 100인 자산을 사라고 권유하긴 쉽지만 제정신으로 어제는 10이었는데 오늘 200을 가는 자산에 수십년 돈을 묶어두라고 조언하긴 어렵다. 비트코인 추종자들의 말이 맞다면 애초에 비트코인이 이렇게 폭등하지 말았어야 했다.
게다가 그들의 가장 큰 실수는 누가 통화의 안정적 가치를 지탱하는지를 망각한 것이다. 달러는 원화보다 더 안정적이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지만 10불짜리 지폐를 가지고 우리나라 마트에 가봤자 살수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택시나 버스도 탈 수 없다. 원화보다도 더 훌륭한 달러를 가지고도 아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정부가 모든 거래를 원화로 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법을 정한 이유는 독자통화를 쓰는게 수익을 가져다 주고(세뇨리지) 통화정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일없어서 귀찮게 원화지폐를 찍어대고 한국인들이 바보라서 더 좋은 달러대신 원화로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 원화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다. 원화값이 폭락해서 환율이 3000원에 이르면, 해외 교포들은 전재산을 팔고 귀국해서 3배 더 부자로 살 것이고 한류 팬들은 엑소 콘서트를 1/3가격으로 볼 수 있으며 해외 소비자들은 소나타를 티코가격에 살 수 있다. 따라서 애초에 원화가격은 1/3로 폭락하기 어렵고 또 그만큼 폭등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5년전에 비트코인이 무가치했던 것 처럼 비트코인은 내일모레 당장 언제라도 똥값으로 떨어질 수 있는데 그래도 비트코인만 쓰라고 강제할 정부는 없다. 어떤 정부가 무슨 이점이 있다고 세뇨리지와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비트코인을 유일한 법정통화로 선언하겠는가. 게다가 이미 비트코인과 유사한 디지털 통화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데 비트코인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결국 비트코인은 온라인게임의 골드, 우표, nba농구카드, H.O.T 사인시디 등 이제껏 거처간 수많은 유사통화들과 하나도 다를게 없다. 온라인에서 거래된 역사는 리니지의 아덴이 더 오래되었고, 우표는 그 가치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있다. 글로벌 인지도는 nba농구카드가 더 유명하고 추종자들의 열정면에서는 H.O.T사인 시디가 단연 1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게임의 서비스종료와 함께 온라인 게임머니는 흔적도 없이 지워졌고 이제 액면가100원짜리 우표는 90원에 거래된다. nba농구카드는 폐지가 된 지 오래며 H.O.T사인시디는 방안에 쳐박혀있다. 유행이 끝나면 비트코인의 말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인기는 현대 통화정책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왔다. 연준이 양적 완화로 달러를 찍어내자, 달러가치가 폭락하고 하이퍼인플레가 올 것을 두려워 한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비트코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이퍼인플레는 오지도 않았고 달러의 가치는 폭락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통화의 본질은 늘 손에 잡히는 금속물질과 종이지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원시인들은 안정적으로 눈에 보이는 매개를 원했고 비트코인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그럴거면 차라리 길가의 짱돌을 통화로 숭배할 것이지. 하지만 정부가 절대로 짱돌 본위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 처럼 비트코인 본위제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로또를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