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6.

파웰이 이주열에게 보내는 경고

미안하게도 또 한국은행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며 막장 너머 더한 막장을 보는 기분이라 다시금 이주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한국은행과 선진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얼마나 극명하게 대조되는지에 대해 몇 편의 글을 썼는데 둘의 차이가 지난 24시간보다 더 극명하게 드러난 적이 몇 없었으니까.
흰색: 미국 cpi      주황색: 한국 cpi

이번 주 발표된 미국의 6월 CPI는 5.4%으로 2008년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 보였지만 파웰은 간밤의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잦아들 텐데 때이른 금리 인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력한 어조로 저지했다. 반면 불과 몇 시간 뒤 한국 시간에 열린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는 6월 CPI는 고작 2,4%에 불과하지만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며 당장에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5% 이상도 문제없다는 파웰과 고작 2%에 화들짝 놀란 이주열, 둘 사이에는 분명 거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거시적 환경을 보면 한국과 미국 사이에 극명한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되려 표면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이 2배 이상 높으며, 경제성장이나 통화량 증가율, 백신 접종 속도, 소매판매 회복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회복세가 한국을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웰이 출구전략을 늦추는 핵심 이유는 바로 고용시장의 더딘 회복에 있다. 코로나 이전 6.8%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아직도 높은 수준인 9,8%에 머물러 있는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지 않다면 고용시장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 연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자신들의 분석에 따르면 CPI가 내년엔 2% 선에서 등락할 것이니 인플레이션 압력은 없지만 회복하지 못한 내수와 고용시장을 희생시켜서라도 금리를 올리겠다고 한다. 한국은행법 제1조 1항에 명시된 이 조직의 첫 번째 존재의의는 바로 물가안정인데 그들은 물가고 고용이고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이젠 금리 인상 그 자체를 조직의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그들은 계속해서 금융 불안정을 금리 인상의 빌미로 들지만 진짜 문제는 그 정책목표가 전혀 계량화되지 않았다는데에 있다. 금융 불안정을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가. 주식의 P/E?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절대적으로 보나 시계열로 보나 미국이 훨씬 높다. 주택시장의 PIR?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한 재화가 통화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아니면 부채 증가율? 지금 급증하는 부채는 정부로 인한 것이고 그걸 뒷받침하는 것은 급증한 가계저축률이다. 부채위험이 걱정된다면 기재부와 국회에 가서 따질 일 아닌가. 다른 중앙은행들이 정책목표를 더욱 구체화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과 정반대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추상적인 대상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없고, 고용시장은 아직 위축되어 있고, 서비스 분야와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그것은 한국은행이 알 바 아니라던** 이주열. 그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산 가격의 통제. 지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언급한 자산이 세가지 있었는데 바로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가상화폐였다. 그러니 이주열과 금통위원들은 강남 부동산과 삼성전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는게 문제라서 금리정책으로 이를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듯(링크) 여기에는 개인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개개인의 경제적 입장을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니라고? 2017년 첫 금리인상을 불과 두달 앞두고 상도동의 아파트부터 팔아치운 총재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금통위가 전세계에서 가장 매파적인 것이 금통위원들의 예금잔액과 비율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것과 완전히 무관할까? 이주열과 금통위는 통화정책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여러 번 언급한 대로 자산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고용시장의 회복세를 막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계급갈등을 낳는다. 당장 방역의 희생양이 된 20대 청년들을 보자. 미래의 주택가격과 주식 가격은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공급이 충분히 많다면 그들은 미래에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적절한 직업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이 미래에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소득을 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실업상태에 10년 이상 놓인 청년은 결국 중년 알바생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그러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집을 사지 못한다. 지금 청년들에게 시급한 것은 자산가격이 아니라 바로 구직과 소득이다. 물론 실업의 걱정이 전혀 없는 금통위원들에겐 오르는 비트코인과 아리팍 가격만 보이겠지만.  

아마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내 글을 본다면 발끈할 것이다. 과도한 자산 가격의 상승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으니 초기에 통제해야 하는 것인데다 현재 추이를 보면 한국 경제가 부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한국은 대외변수의 영향을 심하게 받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교한 통화정책을 펴는데 한계가 있고 이번 사태는 코로나로 인한 돌발적 변수 등 현재 한국은행의 행보를 정당화할 백만 가지 이유를 댈 것이다. 사실 그들의 말이 대부분 옳다. 무엇보다 일개 트레이더에 불과한 내가 통화정책에 특화된 이 조직보다 적절한 중립금리 수준과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어찌 더 잘 알겠는가.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한국은행은 분명 연준과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며 파웰은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이들에게 명백히 경고했다는 사실이다.

오늘 열린 금통위는 어김없이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채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었고 배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작년 우한페렴이 창궐한 이래 한국은행은 계속 금통위를 유튜브로 진행하고 있어 예전처럼 기자들이 배석해 왁자지껄한 금통위를 보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여전히 마스크를 낀 총재는 아직 금통위를 유튜브로 진행해야 하지만 경제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땅땅 치고 있었고, 반대로 마스크를 벗은 파웰은 상원 의원들과 대면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은 줄어들 것이며 고용시장이 아직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으니 한쪽이 맞고 다른 한쪽은 틀릴 수밖에 없다. 고용을 위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무릅쓴 파웰, 그리고 금리 인상을 위해 고용을 희생시키겠다는 이주열. 오늘 방역 당국은 여의도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국회와 여의도에 위치한 35개 금융사 전직원에게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다. 오늘 낮 여의도공원의 임시검사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뙤양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줄 선 금융인들은 파웰과 이주열을 번갈아가며 떠올리다 아마 이 격언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Don't fight the fed

마스크를 착실히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열린 금통위

다들 백신 맞았으니 마스크와 거리두기는 필요 없다는 미국의 상원과 연준의장,

과연 둘 중 누가 매파적이어야 할까?


하지만 트레이더로서 나는 한국은행의 실수를 무척이나 반길 것이다. 우리는 금리가 오를 때 수익을 내는 여러 방법이 있으며 또 그들이 실수를 되돌릴 때 돈을 버는 여러 방법이 있다. 또 금리가 오를때 오르는 주식이 있고 내릴때 강세로 가는 주식이 있다. 사실 그들이 실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가 돈을 벌겠는가.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실수하지 않는 중앙은행이란 실책 없는 메이저리그의 투수처럼 까다로운 존재다. 게다가 나에겐 한은이 실기해서 성장성을 훼손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으로 회복할 때까지 견딜 자본과 소득도 있다. 다만 모두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뿐. 그들에게 작은 위로를 보낸다.


사족: 나는 정치인이든 관료든 모든 사람들은 개인적 동기를 정책철학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금통위원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3명의 총재와 수도 없이 많은 금통위원들의 구성을 보았는데 그 중 이렇게나 현금보유성향이 강한 조합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사람들이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을 지향하게 된다. 다 잘라라***. 


*한국은행법 1조 2항은 금융안정인데 과도한 금융불안정은 향후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금융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던 작년 2월 한국은행과 이주열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국가경제를 신용경색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우리나라 국회가 좀 더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면 청문회에서 이 점을 혹독하게 지적했을 것이다.

**정확하게는 향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는데, 쉽게 말해 별 관심이 없다는 말을 격식을 갖춰 말한 관용어구나 다름없다.

***실제로 자를 길은 없다.

댓글 20개:

  1. 좋은 글이 계속 올라오네요 그만큼 현실세계가 혼탁하다는 소리겠죠....
    좋아해야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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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재 서울 주택 가격을 한국 은행은 버블로 보고 있네요..
    시원하게 조망권, 일조권 다 까버리고 홍콩 아파트처럼 40층~50층 박아버리면 해결될 텐데 ㅋㅋ
    우리나라 자산의 5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있으니, 부동산 가격을 금리로만 프라이싱하지말고,
    공급을 좀 많이 늘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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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은행은 자신의 존재 목적인 인플레이션 조절에 10년째 실패하고 있는 무능한 조직입니다. 저물가가 전세계적 현상이긴 하지만 특히 미국과 비교해서도 너무 형편없어요. 자기 할일도 똑바로 못하는 조직이 부동산과 주식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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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제 연내 인상은 100% 이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연내 2회 인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이제 뭐 기대도 없지만요 ㅎㅎ 말씀주신데로 그냥 통계청에서 금리 정하는것이 낫지 않나 싶으네요. 이리도 중앙은행이 무능한 기관이라면요.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7/687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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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링크는..매경 기사입니다. 이주열 "금리인상 늦을수록 큰 대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6일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는 (인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금리 인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월 금통위부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적절한지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대치(1765조원·1분기 기준)까지 불어난 가계 빚이 금리 인상의 주요 근거로 손꼽혔다. 이 총재는 "현재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빚내 투자하는 행위)가 과도하게 진전된다면 언젠가는 조정을 거치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오래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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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아는 모든 중앙은행 총재 중에서 가장 최악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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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래도 여태까진 파월이 먼저 치고 나가면 뒤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했었던거같은데
    이젠 그것마저도 포기했나봅니다..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동기는 아무래도
    정부여당의 부동산 자산가격에 대한 무언의 압력 때문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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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장 큰 동기는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과도한 현금보유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통화정책을 사유화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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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선생님 디씨 블룸버그 갤러리로 선생님 글 퍼갔습니다 출처는 남겼고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lists?id=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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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문제없습니다 들어가보니 재미있는 댓글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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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금리상승시기에 유망한 종목을 담아야한다
    주식.부동산.코인판의 가격이 많이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좋은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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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산가격은 일부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전반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 청년실업자들의 고통이 길어질 것이고 그 중 일부는 영속적인 타격을 받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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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전례없는 전세계적 현금 살포 시기에 한국은행장이 폭락론자라니... (다른 단어를 썼다가... HHMM님의 블로그에 누가 될까 삭제하고 다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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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최근에 선생님의 글이 많이 올라와서 햄볶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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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정책의 사유화 동감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에너지 정책, 이주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모두 정책결정권자의 사익을 위해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정도로 대놓고 국익과 배치되는 형태로 사익을 추구한 역사가 있었나 싶습니다. 최소한 (노무현을 제외한) 이전 정권에선 국익을 위한 방향에 먼저 가서 떡고물을 받아먹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냥 방향 자체를 사익을 위해 틀어버리는 수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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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굳이 쓰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만, 노무현을 제외한 것은 노무현정권과 문재인정권이 본질적으로 동류의 집단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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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제는 자신들이 정책을 사유화했다는 자각조차 없다는 겁니다. 모 회사 노조를 보면 전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나라의 제조업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성과급을 더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이기심이 아닌 정의라고 믿어요. 회사가 수천 억의 수익을 냈으니 그게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금통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하락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으니 금리를 시급히 올리는게 맞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물가, 취약한 고용시장, 늘어나는 한계업종에 대한 고려는 빠져있습니다.

      그들의 편향이 왜 하필 자신들의 이익과 부합할까요? 그들은 국가정책을 사유화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경제가 과열인데도 금리를 인하하는 채무자가 있다면 똑같은 비난을 받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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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금리 올리면서 자신들이 폴 볼커나 김재익이라도 되는것마냥 인기는 없지만 시장을 위한다고 착각하는건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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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악의 금통위에 최악의 금통위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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